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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엿한 배우로 거듭나다 <시간위의 집> 옥택연
2017년 4월 11일 화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김수진 기자]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에 대해 묻자 옥택연의 대답은 솔직했다. “처음에는 소속사가 원해서 연기를 시작했다”며 운을 뗀 그는 연기를 하다 보니 점차 재미있어 졌다면서 촬영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호흡이 좋았고, 또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고 말한다. 가수라는 직업 역시 매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해야 하는 일이지만 배우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야 하기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됐다는 옥택연. 주말극 <참 좋은 시절>(2014)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자리매김한 그는 이번 <시간위의 집>에서 다시 한번 어엿한 배우로 거듭난 듯 보였다.

<결혼전야>(2013)이후 4년 만에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 이유가 있다면.
가장 큰 이유는 김윤진 선배님이다. 팬이기도 했고 선배님이 출연한 작품은 대부분 짜임새가 좋아서 이번에도 그 선택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 또 대본이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느낌과 함께 전반적으로 구멍 없이 잘 짜여 있어 마음에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그 이상의 복합적인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대본을 완독 했을 때는 물론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세 번 연달아서 읽기도 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섬세한 스토리라인이었다. 시간판타지 설정이라 드문드문 허술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게 인상 깊었다. 거기에 공포, 스릴러, 판타지에 모성애 코드까지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화롭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작품을 선택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생겼을 것도 같은데.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막힘 없고 재미있게 읽혀지면 출연하고 싶어진다. 영화 속 설정 중에 자잘한 실수는 없는지 또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여러 부분을 유심히 본다. 솔직히 예전에는 소속사 JYP의 선택에 주로 맡겼는데, 요즘은 내게 선택권이 주어져서 더 꼼꼼하게 살피는 편이다.
‘최신부’ 역할에 캐스팅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평소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착해 보이기도 하고(웃음) 내 입으로 이런 말해서 쑥스럽지만 믿음직스러운 면모도 있어서… 여러모로 ‘최신부’와 부합한 지점이 많아 캐스팅된 것 같다.(웃음)

<시간위의 집>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다가갈 것 같은지.
장르 특성상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독특하게 봐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포인트는 시간은 돌고 돈다는 것, 모든 것은 결국은 운명이라는 대사와 더불어 엄마가 자식을 위해 삶을 포기한다는 영화의 큰 줄기가 많은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전형적인 미스터리 추리물을 예상한 분들은 영화 보는 내내 생각하고 조각을 짜맞추는 것을 선호하는 데 우리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예상했던 지점과 맞물리지 않아 실망할지도 모른다.

시나리오와 달랐던 부분이 있다면.
‘미희’가 집으로 만신을 불러 강령술 펼치는 장면에서 이색적인 느낌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과연 이 신은 어떤 식으로 표현될까 기대했는데 블랙아웃 상태에서 청각으로만 공포감을 조성한 부분이 인상 깊더라. 대본과는 다소 상이하지만 감독님이 상상 이상으로 잘 연출하신 것 같다. 평소에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성향이라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무서웠다. 알고 있어도 깜짝 놀라면서 볼 정도였다.

2PM 멤버들은 영화를 봤는가.
모든 멤버가 보진 않았고 몇 명만 봤다.(웃음) 우선 닉쿤은 무서운 <인터스텔라>(2016)를 본 느낌이라고 하더라. 우영은 연기 많이 늘었네 라는 말을 해줬다.(웃음)

요즘 드라마 <김과장>에서 활약하는 준호를 비롯해 연기활동을 하는 멤버들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는 나누는가.
연기라는 게 내가 처한 상황이나 작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응원하는 정도다. 혼자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조언을 구하거나 하진 않는다.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한 장면을 찍더라도 작품 전체를 고려하면서 작업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최종적인 반전을 위해 처음부터 줄곧 감정을 억누르면서 연기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특히 김윤진 선배와 촬영했기에 이런 지점들을 꼼꼼히 인식할 수 있었던 듯싶다. 언제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 뒤 연기하는 선배님을 보면서 존경스럽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김윤진은 어떤 선배였는지.
김윤진 선배님은 바다 같은 분이다. 바다의 파도처럼, 강약 조절이 노련하다고 해야 할까. 촬영을 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땐 온화하시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감정을 끌어올리신다. 감탄했다.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김윤진의 팬이라고 들었다.
<로스트>라는 미국드라마에 출연하실 때부터 팬이었다. 당시 난 미국에 거주 중이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라 동양인으로서 정체성에 있어 혼란을 느끼던 시기였다. 그런데 김윤진 선배님이 <로스트>에서 다른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열연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분과 함께 연기를 했다니, 너무나 영광이다.

미국드라마 시스템에 관심이 많아 김윤진에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그렇다. 미국드라마 촬영 현장은 어떤지 궁금했다. 한국과 다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고 기사가 나기도 했는데, 이것이 배우로서 유일한 목표라기보단 많고 많은 목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김윤진의 노역 분장은 실제로도 실감나는지 궁금하다.
실제로도 진짜 나이 든 노인처럼 보였다. 촬영할 당시 마침 나도 노인 분장을 하는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 <미래일기>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똑같은 노역 분장 경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김윤진 선배의 노역 분장이 너무 리얼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분장이 쉬운 게 아닌데, 선배님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극 중 신부 역할인데, 실제 종교는 무엇인가.
기독교다.(웃음)

영화 내용상 종교와 관련된 신은 없어서 따로 신부 캐릭터를 연구하진 않았겠다.
아니다. 신부라는 직업에 대해서 공부하기는 했다. 기독교는 주기도문밖에 없는데 천주교는 기도문이 많더라. 편집이 되기는 했지만 시나리오 상 기도하는 신이 있었다. 실제로 방대한 분량의 기도문을 외웠어야 했다.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쉽게 편집됐다.(웃음)

기존 신부님 이미지를 깨는, 다소 발랄한 신부 캐릭터였는데.
처음 캐릭터를 준비할 때는 사제복도 줄곧 입어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묵직한 캐릭터로 설정하고 연구했다. 촬영을 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상 ‘최신부’가 밝은 친구여도 문제는 없겠다는 결론이 났다. 감독님과 논의한 끝에 첫 등장신을 일단 다양한 분위기로 찍어놨고 그 중 문전박대 하는 ‘미희’에게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접근하는 ‘최신부’ 컷이 선택된 것이다. 이후 ‘최신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시나리오와 다소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미희’의 집이 주된 배경이다 보니 공을 상당히 들였을 것 같은데 관련된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세트가 아닌 실제 집이다. 1930, 40년대 지어진 집이라고 들었다.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집이니 굉장히 오래된 것이다. 목조 건물이라 촬영하는 내내 추웠다. 그러나 섭외를 정말 잘한 것 같은 게 음침한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됐다.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 같은 게 실제로 나니까 실감나더라. 그런데 너무 오래된 집이고 목조로 지어져서 2층에서 찍을 땐 최소 인원만 올라가야 했던 건 불편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었음에도 결론적으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

2PM으로 가수활동을 하다가, 배우활동을 시작한 된 계기가 무엇인가.
처음에는 소속사가 원해서 시작했지만 연기를 하면서 점차 재미를 느낀 것 같다. 어떤 작품에서든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서 얻게 되는 보람됨도 좋았고, 또 다른 삶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도 신선하고 재미있더라. 가수도 마찬가지로 매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배우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야 하는 직업이니 가수라는 직업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 흥미로웠다.

연기적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 있다면.
<참 좋은 시절>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다. 그전에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드림하이> 등도 출연했었지만 당시에는 또래 친구들과 주로 촬영을 했었다. 이와 달리 <참 좋은 시절>은 주말극이라 경력 많은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았는데 연륜 있는 선배님들 밑에서 배우로서의 다양한 면모와 자세 등을 배울 수 있었다. 늘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졌던 시간이었고 선배님들을 본받아 미래에는 훌륭한 배우가 돼야지 하는 다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 연기 연습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간접 경험을 하는 편이다.
영화와 드라마 작업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둘 중 무엇을 더 선호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굳이 언급하자면, 영화는 좀 더 진중하게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다는 부분에 있어서 매력적인 것 같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감독님, 스태프 그리고 연기하는 캐릭터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여유롭게 있다는 점에서 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러나 드라마는 시간에 쫓길 때가 잦고 많은 걸 도전할 수 없어 아쉽다.

아이돌로서 입지가 흔들려 배우활동을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아이돌 생명은 짧으니까 배우를 해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10년, 20년 후까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그룹을 탈퇴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신화, 젝스키스, SES 등 아이돌 1세대 선배님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지 않나. 그런 모습을 보면 아이돌에 대한 사회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나이가 들어 가수 활동을 못할 것 같다는 염려는 없다.

본인이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딱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가수 후배들도 많아지고 그래서 왠지 모르게 아재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생각의 차이다.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보다는 많은 걸 경험한 선배구나 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또 지금까지 우리가 활동해온 모습을 본 소속사 후배 갓세븐 같은 친구들에겐 귀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말이 나온 김에, 군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군 입대를 앞두고 고민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고, 원래는 올해 이맘때쯤 입대를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늦춰져 아쉽다. 그래도 올해 안으로는 갈 계획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기보단 그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알차게 보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다.(웃음)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 입대를 결심해 ‘개념돌’이라는 수식어도 붙고 있다. 부담스럽진 않은지.
부담스럽진 않다.(웃음) 혹시 ‘최신부’라는 캐릭터를 맡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런 믿음직스러운 이미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어찌됐건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감사한 일이다.
입대하기 전 공식적인 계획이 영화 외에 또 있는가.
글쎄 아직 확정된 건 없다. 군대 간다고 팬들에게 계획했던 이벤트도 작년 연말에 다 해버렸다. 또 하기 민망한 상황이다.(웃음) 2PM 완전체 앨범 발표도 회사 일정상 힘든 상태고, 사실 아까도 말했지만 올해 초에 입대를 할 것이라고 예상해 소속사에서도 날 제외한 채 앨범이든 뭐든 구상해놓은 상태다.

군 제대 후, 그보다 더 미래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관객들이 내 눈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곱게 나이 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인생에서 중요한 게 많지만 난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촬영장에서 언제나 활기차게 웃으면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인 이번 영화의 스코어는 어떻게 예상하는지.
두 번째 영화라서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아직 경험치가 없어서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못하겠지만, 전작보다는 좋은 결과를 이루길 바란다. 안심할 수 없는 게 난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 관객수가 적은 경우도 봤었고 그 반대의 상황도 종종 있어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
최근 롯데월드 타워에서 주최한 불꽃놀이 행사가 있었다. 집 앞 공원에서 감상을 했는데, 왜인지 뭉클하고 행복하더라. 이런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걸 보면 내 자신이 요즘 부쩍 감성적으로 변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웃음)

2017년 4월 11일 화요일 | 글_김수진 기자(sooj610@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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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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