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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신뢰 그리고 도전 <아수라> 정우성
2016년 10월 5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정우성은 ‘잃어버림’에 대해 쿨하게 받아들인다.스스로의 판단으로 직접 선택했기에 그 책임을 외부에서 찾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말 잃기 싫은 건 ‘명분’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치든 그 상황에 적응하고 헤쳐나갈 자신이 있지만 그 모든 것에는 명분이 뒷받침 되야 한다. 또, 그가 명분만큼 중시하는 건 신뢰다. 허튼 약속을 남발하지 않고 한 번 뱉은 말은 지키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빠르고 짧게 잘 거절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에 신경쓰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 하려 한다. ‘흥행하는 영화’나 ‘대작’만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그를 젊게 살게 하는 비법 아닌 비법이다. 명분과 신뢰 그리고 도전은 배우 정우성의 오늘을 있게 한, 그가 포기할 수 없는 세 가지다.

( 본 인터뷰는 <아수라>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살이 많이 빠진 거 같다. 작품 때문에 일부러 뺀 건가.
그건 아니다. 극 중 ‘한도경’ 역할이 힘들어선지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지더라.

이번 <아수라>는 ‘도경’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비트>(1997) 도 그렇고 유난히 당신의 작품 중에는 나레이션이 많은 듯 하다.
자꾸 시킨다(웃음). 나레이션은 좋은 점도 있다. 일단 관객들에게 직접 그 인물을 설명하기에 캐릭터의 특징을 전달하는데 용이하다.

이번에는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나.
푹 꺼진 의자에 앉아, 정말 힘들어서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극 중 ‘한도경’이 ‘안남’의 중간 정도 사는 사람인 것처럼, 현실사회의 40대 중년 남자의 피로감을 묻혀 내고자 했다.

극 중 ‘안남’이라는 가상 도시가 등장한다. 영화의 세계관을 소개한다면.
안남이라는 도시는 감독님이 창작해낸 가상 도시다. ‘안남’에서는 폭력이 난무하고 아주 자연스럽다. 사람들 사이의 폭력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또, 온갖 비리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악에 찌든 도시다. 현실의 모습을 극대화시킨, 영화적으로 비꼰 공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한도경’은 삶에 찌든 피곤한 모습이다. 생활감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한 점이 있다면.
특별히 일부러 준비한 건 없다. 다만 현실의 모습을 극화시킨 ‘안남’을 배경으로 하기에, 그가 받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안남’ 속에서의 ‘한도경’을 제대로 표현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받는 외부적 압박에 집중했다.

개인적으로 <아수라>에서 ‘한도경’은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악인인가.
그는 환경이 생산해 낸 악인이다. ‘안남’같은 사회구조는 또 다른 악인을 계속해서 생산해 낸다. 경찰 후배인 문선모(주지훈 분)는 도경의 과거의 모습이고, 시장인 박성배(황정민 분)는 도경의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 그 세계는 악인이 아닌 사람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더 악랄해질 수 밖에 없고, ‘한도경’은 그 속에서 발버둥치는 인물이다.

극 중 ‘욕대사’에 대한 평가가 ‘찰지다, 아니다’로 엇갈린다.
찰지지 못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마 평소에 더 찰지게 욕을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웃음).

마지막 장면에서 ‘도경’이 눈을 뜨고 바라보는 건 뭘까.
자신일 거다. 극 중 ‘한도경’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서로에 대한 거울이다. 다 자기 같은데 자기라는 인식을 못하는 거다. 그래서 나레이션은 특정한 누구를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자신의 일기를 읽는 것 같은 스스로에 대한 고백이다.

20대의 <비트>(1997)의 ‘민’이 40대의 ‘한도경’이 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 정말 ‘민’을 잘 키우고 싶었다(웃음). ‘민’은 정말 잘 나이 먹고 여유 있고 좋은 모습으로 살았으면 싶다. 솔직히 김성수 감독님과 오랜만에 같이 작업을 하면서 <비트>(1997)를 특별히 의식하진 않았다. 오히려 관객들이 더 한도경의 모습에서 민의 모습을 봤다고 하시더라.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 밖 정우성의 긴 시간을 함께 봐 왔기 때문인 거 같다.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사견이지만 외모가 너무 비슷해서 인듯하다. 20년의 세월이 무색해지더라(웃음). 김성수 감독과는 아주 젊은 시절부터 함께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 다시 작업하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던가. 그러니까 감독님도 많이 변했을 듯 한데.
아니, 감독님이 정우성을 보면 ‘아 우성이도 나이 먹고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성숙해 졌구나’ 이렇게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지?’였다. 여전히 열정이 가득하고 전혀 변하지 않았더라.

자신의 젊은 날을 알고 있고, 영화적으로도 잘 맞는 감독이 있다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지 않나.
그건 너무 소중한 거다. 감독님은 정우성에게 영화 작업의 의미, 영화인으로서의 책임감, 참여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준 선배시다. 어떻게 하다 보니 긴 시간의 공백이 생겼고, 감독님이 영화 현장에서 선배로서, 감독으로서 여러 배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영화 출연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막상 시나리오 받고 나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더 셌는지? 약했는지?
캐릭터보다는 장르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거 같다. 세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첫 느낌은 ‘이게 뭐지?’였다.

어떤 면에서.
‘범죄 느와르’ 영화는 어느 정도 ‘멋부림’이 있는 장르다. 그런데 <아수라>는 어떻게 해도 멋있는 지점이 없는 거다. 이래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민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딱 만들어 놓으셨더라. 근데 내가 워낙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님이니까 분명히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한테 이번 작품만큼은 어떤 토나 이견을 내지 말자라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한편으론 내가 어떤 관습적인 시나리오를 기대했구나 싶기도 하더라. 생각해보면 감독님은 늘 새로운 걸 도전했었다. 그 점이 그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도 하고, 청춘의 대표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 묻지 말고 찾아보자 했다.

촬영을 다 마치고 완성된 작품을 시사회를 통해 보니 어떻든가.
뿌듯하고 잘 해냈구나 싶더라. 그래서 감독님한테 더 감사하다. 내가 인정하는 감독님이지 모든 배우들이 인정하는 감독님은 아닐 수 있지 않나. 어떻게 보면 감독님의 옛 명성과 작품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일단 참여를 결심할 수 있지만, 영화를 함께 만드는 과정 속에서 실망하고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모든 출연자들이 감독님의 작업 방식을 인정하고, 앞으로 또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하더라. 완성본에 대해서도 역시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감독님한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감사하다고 얘기하더라. 그 점이 다행이고 (왠지 내가)으쓱하더라.
영화가 계속 강하게 나가다 보니 촬영하면서도 많이 힘들었을 듯 한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안남’이라는 악의 도시에서 ‘한도경’ 이 받는 지독하고 처절한 감정 자체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론 힘들지 않았다.

유리컵 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우리 때는 뒷골목 정서긴 한데 그런 행위를 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상대방에 내가 얼마나 강한 수컷인지 표현하기 위해 싸움하기 전에 막 옷 벗고, 유리 씹고, 이런 행위들을 하곤 했다.
뒷골목 정서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충격일 수 있다(웃음).

배우들간의 호흡은 어땠는지, 혹 신경전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관심도 있지만 사실 이렇게 모일 기회가 없었다. 또 다른 배우들이 나한테 갖는 선입견이 있었을 수도 있다. 무게 잡을 거라든지 등. 근데 현장에서 같이 작업하면서 나에 대해 잘 알릴 수 있어서 신났었다.

연예인의 연예인이라는 평이 있다. 또 많은 후배들이 당신을 보고 영화배우를 꿈꿨다고 하기도 한다.
(웃음) 그냥 웃자. 근데 물음이 뭔가.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책임감 같은 게 있나.
아니다, 의식 하지 않는 게 좋은 거 같다. 단지 배우로서의 가치관 확립과 배우를 넘어선 부분에서의 모습 등 행동으로 증명하려 한다. 더 열심히 작업하고 더 성실히 참여하면서.

배우로서의 가치관이라 했는데 본인은 어떤 배우로 평가 받고 싶나.
(웃음).내가 남들의 시선을 의식했다면 ‘흥행하는 작품’이나 ‘대작’ 이런 작품에 연연했을 거다. 나는 그 보다는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도전을 끊임없이 하는 것, 그게 나이 먹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까 ‘한도경’은 ‘안남’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이라고 했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환경을 극복할 수도 잡아 먹힐 수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글쎄, 나는 본성이 환경을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자아의 확립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늘 자기를 돌아봐야 하고 성찰이 필요하다. 자아를 포기한다면 환경에 먹힐 수 밖에 없을 거다. 어떻게 보면 세상 안에 내가 있지만 나를 위해 세상이 존재하는 거 아닌가.

일찍 데뷔했고 오랜 시간을 배우로 살다 보면 자아가 흔들린 시기도 있었을텐데.
관계에 있어서 흔들림이 생길 때 나 스스로도 흔들리더라. 손을 맞잡고 있던 사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나도 함께 흔들릴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렇기에 스스로 위기가 느껴지던 시기는 분명 있었다. 그럴때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기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다지고자 했다.

그렇다면 정우성이 정우성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믿음은.
전에 인터뷰에서도 밝힌 적 있는데 워낙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고 힘들게 자랐다. 철거촌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살다 이사 나온 집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아르바이트 등 돈 벌이를 빨리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어려운 환경에 대한 원망보다는 ‘아, 이건 우리 아버지가 돈이 없는 거구나, 그럼 난 세상에서 내 것을 만들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어린 나이에 세상에 나오다 보니 세상이 나한테 가하는 불합리가 있지 않겠나. 그런 것에 대해 정당성을 찾고자 했다. 또, 혼자 나와있다 보니 남한테 떳떳해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신세지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나를 만들어가며 성장했다. 때문에 내가 가지게 되는 것에 감사하고, 내가 얻은 것을 잃는 순간엔 ‘원래 내 것이 아닐 수 있잖아’ 이런 생각으로 위안 삼기도 했다. 원래 내 것이란 건 없지 않나. 잠깐 나한테 왔던 것일 뿐.

그래서 ‘사기’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대처할 수 있었던 건가. ‘호구형’ 이라는 애칭도 있다. 밥도 너무 잘 사준다고.
(웃음). 얻어먹는 거보다 사주는 게 마음 편하다. 어떤 선택이든 모든 것이 내 책임이지 않나. 어떤 결과가 됐든 나로 인해 생긴 결과는 남의 탓이 아니다. 내가 더 가지고 싶은 욕심에 의해 내가 한 선택이니까. 화가 나고 원망도 하게 되지만 그 화나 원망의 대상은 자기 자신인 건데 무서우니까 외부에서 원인을 찾게 된다. 근데 그렇게 하다 보면 스스로 다치게 된다. 오히려 ‘이건 내 잘못이야’ 라고 마음먹은 순간 상처가 아니라 극복이 되더라. 더 강해지고 성장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보면 힘들게 보낸 내 어린 시절에서 얻은 교훈이다. 사회와 나의 관계에 대해 꾸준히 생각한다.
한편으론 욕심이 없다, 혹은 욕심을 잘 다스린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잃기 싫은 것이 있다면.
명분. 어떤 면에서든. ‘나’라는 자아를 가장 잃기 싫은 거 같다. 내일 어떤 상황이 다가올진 모르지 않나. 난 아마 어떤 상황이든 잘 적응하고 버틸 거다. 물론 거기에는 적당한 명분이 따라야 한다.

40대 중반이다 보니 역할의 변화도 필요한 시기다. 생활연기가 드문 편이다.
여러 이미지나 외모 때문에 일상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근데 그걸 인위적으로 깰 수는 없지 않나 싶다.

<마담 뺑덕>(2014) 등 새로운 역에 도전했는데 아쉽게 상업적으론 성공을 못했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고민은 없나.
그런 고민보다는 나다운 걸 찾는 게 더 중요한 거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거, 나의 표현법으로 생활에서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한다. 내가 일부러 이질감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내가 임의로 바꿀 수는 없지 않나.

식상한 질문 하나만 하자. 미남으로 살아가는 기분은.
전혀 식상하지 않다(웃음). 미남으로 살아가는 건 좋다.

당신의 필모에서 <똥개>(2003)는 좀 독특한 작품이다. 아까 명분에 대해 얘기했는데 <똥개>의 출연 명분은.
원래는 감독님과 다른 시나리오로 출연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바꿔야 한다고 해서 어차피 출연 약속을 한 상태니까 그냥 ‘하겠습니다’ 했다.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좋았던 건 극 중 ‘철민’과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였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해 연기하면서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었다.

작품이 바뀌면 약속 했어도 출연 안 할 수도 있는데, 명분만큼 신뢰도 중시 하나보다. 신뢰를 지키려다 손해 본다고 느낀 적은 없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순간 순간은 손해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한 순간만 살고 그만 사는 거 아니지 않나. 오히려 신뢰를 쌓아간다면 긴 시간을 거쳐 사람들한테 얻는 거, 보상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더 크다.

일단 약속을 하면 꼭 지키려다 보니 평소에 ‘말’을 조심할 듯하다. 빈말을 못하는 거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나.
신중히 말하는 편이고, 거절을 잘 해야 한다.

거절 노하우는. 만약 어떤 감독이 “다음에 작품 하나 같이 합시다” 한다면.
거절은 솔직하고 빠르게 한다. 그땐 “시나리오 보고 결정할게요” 라고 한다.

배우 생활에 터닝 포인트 된 작품은.
<비트>(웃음). <비트>가 배우 인생을 비틀어 놨다. 또 이번 <아수라>가 될 듯하다.
사실 모든 작품이 나에겐 진화하고 변화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어떤 한 작품을 꼽긴 힘들다. 굳이 묻는다면 대중에게 가장 큰 파급을 준 작품을 얘기하겠지만 모든 작품은 조금씩 변하는 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시자들>(2013) 이후는 왕성하게 활동한 반면, 그 이전에는 다소 활동이 뜸하지 않나 싶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그땐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있었다. 기다리고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계획대로 안 된 것들이 좀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배우로서 관객들과 거리가 좀 생기지 않았나 싶다. 그 거리를 좁히고자 <감시자들>을 시작으로 좀 빠르게 다음 작품들을 했다.

<감시자들>의 ‘제이슨’은 ‘한도경’에 비하면 절대 악이다. 배우로서 어떤 캐릭터가 더 매력적인가.
제이슨은 정말 일상과 거리가 멀다. 한도경은 오히려 아주 일상적인 악이다. 감정적인 재미는 ‘한도경’이 훨씬 재밌고 몰입도도 크다. 제이슨은 표면적인 멋부림은 있는데 그 맛이 깊지는 않다.
감독, 제작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배우를 떠나서 어떤 영화인이 되고 싶은가.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계속해서 자극을 줄 수 있고 그러면서도 지치지 않고 같이 발전해 나가는 선배.

당신에게 그런 선배가 많았나.
그런 선배가 많을 필요는 없다. 딱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럼 그 한 명을 꼽는다면.
이번 작품을 같이했다고 해서 김성수 감독님을 꼽는 게 아니라 진짜로 나한테는 그런 선배시다. 그리고 배우로서는 황정민이다. 어제도 형한테 ‘배우들이 각자 생활하고 작품에서 만나 같이 작업하지만 지금까지 마음 속 선배를 찾지 못했는데, 형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어서 너무 좋다. 오랫동안 나한테 그런 선배가 돼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이번 ‘무한도전’에 출연한 거 보니, 팀 분위기가 너무 좋던데.
촬영 중에는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보다는 아주 뜨거웠던 거 같다. 각자 역할에 충실히, 잘 하자는 생각이 강했다. 다 완성하고 보니 우리 그때 아주 열심히 했구나, 고생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서로에 대한 격려와 고마움이 크다.

‘무한도전’에서 보니 웃음에 대한 욕심이 보이더라. 열심히 하고 너무 재밌던데.
재미를 줘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정말 재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오버해서 한 것도 있다. 다음주에는 열심히 쫓고 잡고 다닌다.

무술감독들이 우리나라 최고 액션 배우로 꼽기도 한다.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편인 거 같다. 일단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그다지 안하고 덤비다 보니 괜찮은 액션이 나오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내가 다쳐도 상관없어’ 이건 아니다. 왜냐면 다치면 더 큰 피해를 현장에 주게 되니까.

지금까지 맡은 액션 연기 중 하나만 추천한다면.
참 어려운 질문이다, 너무 많아서(웃음). 농담이다. <무사>(2001) 에서 ‘여솔’이 말 타면서 창을 다룬다. 그때 현장에서 꽤 많은 외국사람들이 그 모습을 봤는데, ‘정말 무술하는 배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당시 3개월 정도를 매일 나가서 연습을 했다. 감독님이 ‘거기 사막이 뜨거워서 죽어’ 라고 해서 나중에는 연습할 때 오히려 더 무겁게 옷을 입고, 더 가혹하게 연습했다. 그러면 실제 촬영할 때는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현대극에서 주먹 액션은 만나기 쉬운 역할인데 ‘여솔’의 액션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지 않나 싶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해왔는데 액션 장르가 자신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액션 연기를 할 때 관객들이 좀 더 멋스럽게 보고 통쾌해 하는 건 있는데 사실은 그보다는 좀 더 감정에 치중한 연기가 더 짜릿하고 재밌다.

<호우시절>(2009)의 모습도 참 좋았다. 그런 모습을 또 만나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 많다(웃음). 앞으로 노력해 보겠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일이나 기쁜 일은.
좀 황당한 일은 어제(개봉일 하루 전) 예매율이 치 솟은 거다. 26만명이 넘어가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싶더라. 우리끼리도 ‘경거망동하지 말자, 축배들지 말고 각자 기뻐하자’ 며 서로 큭큭 얘기했다.

2016년 10월 5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_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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