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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꾸밈없는 연기 <해무> 박유천
2014년 8월 12일 화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스크린 데뷔작인데 기분은 어떤가요?
무대 인사를 할 때 긴장했어요. <해무>를 처음 봤을 때도요. 주위에서 계속 첫 영화라고 강조하니까 오히려 더 긴장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큰 규모의 한국영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서 부담이 클 것 같아요.
<군도> <명량> <해적>이 ‘빅3’라면 우리는 ‘메가’에요(웃음). 개봉한 영화들이 모두 좋은 작품이니까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영화들끼리 굳이 편을 나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해무>의 시나리오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평소에도 스릴러, SF,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편이에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해무>가 생소한 사건이 벌어지는 스릴러라서 좋았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이 끝나니 <해무>는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라고 느껴졌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상상하며 읽게 되니 작품이 지금보다 강하게 느껴졌는데 영화로 볼 때는 조금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었죠.

완성된 영화도 충분히 강렬해요(웃음).
영화가 끝났을 때 맥이 빠지고 자리에서 못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고 갈 수 있는 것이 <해무>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해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연기하기 힘든 작품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어도 <해무> 같은 작품이 재밌는 것 같아요. 살면서 제가 언제 밀항을 돕고 밀항자와 사랑을 해 보겠어요. 쉽게 경험하지 못할 일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작품에 매력을 느껴요.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랑을 잘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동식을 연기 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 연기가 아니라 인물 본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선배님들의 연기를 따라 해보고 싶었어요. 배우 박유천이 내린 결정이 동식으로 표현되는 부분도 있지만 제가 동식이 됐을 때 저절로 나오는 행동들도 있잖아요. 동식을 표현하는 제 연기가 박유천의 느낌보다는 동식의 느낌에 가깝기를 원했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동식의 행동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동식이 손전등으로 상처를 비춰보거나 약을 찾을 때 또는 사진을 볼 때 동식의 일상이 행동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죠.

연기 접근법이 <해무>를 작업하면서 달라진 건가요?
아니요. 하지만 동식은 꾸밈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특히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처럼 보이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좋아해요. 예를 들어 통화하는 신을 촬영한다면 핸드폰 터치스크린에 들어오는 불빛까지도 실제 모습처럼 표현하고 싶어요. 그런데 드라마는 조명이나 시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하니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어서 아쉬워요. <해무>는 실제 같은 연기가 가능한 환경이라 촬영 전에 동식을 연기하는 것이 기대됐죠.

김윤석은 동식이 선원 중에서 가장 정신 나간 캐릭터라고 표현했어요.
동식이 정신 나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웃음). 동식이 할머니를 책임지는 가장이긴 해도 힘든 일을 많이 겪지 않은 순박한 아이에요. 배 위에서의 결정은 동식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아버지 같은 선원들과 홍매를 사이에 두고 많이 힘들어했지만 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홍매를 선택한 거예요. 동식은 홍매가 없었더라도 결국 선장에게 반기를 들었을 거예요.

여자를 처음 본 것도 아닐 텐데 동식이 홍매에게 유독 매력을 느낀 이유는 뭔가요?
남자가 군대를 가면 여자를 보기만 해도 난리가 난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 아닐까요(웃음). 영화에서처럼 지치고 힘든 상황에 처하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예를 들어 외국에 오래 나가 있으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하지만 한국에 돌아오면 외국에서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지만 곧바로 자기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요. 동식은 때 묻지 않은 아이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홍매에게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갔던 거죠. 홍매가 자신이 구한 여자라는 점도 작용했고요.
동식은 홍매에게 어떤 식으로 의지한 건가요?
기본적으로 남자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는 여자의 힘이 커요. 그렇지 않나요? (웃음) 항상 특별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여자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남자를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어요. 홍매가 순수해서 다행인거죠. 동식은 홍매를 지키기도 했지만 홍매에게 많이 의지하기도 했어요. 홍매 때문에 동식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책임감이 폭발한 거예요.

시사회에서 홍매의 ‘집에 가자’라는 대사가 가장 울컥했다고 했어요.
그 신을 촬영할 때 홍매가 제 품에서 너무 난리를 치고 때려서 정말로 아팠어요. 그런데 홍매가 울다 지쳐 동식에게 안길 때 저도 모르게 ‘아이고’ 탄식이 나오는 거예요.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아이고, 우리 손자’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그 순간만큼은 홍매가 마냥 아이같이 느껴졌고 지켜주고 싶었어요. 또 ‘집’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잊고 있던 할머니 생각도 났고요.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기 때문에 더 안쓰러웠죠.

동식과 할머니의 관계도 동식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사실 동식과 할머니의 신이 지금보다 더 길었어요. 할머니가 동식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뱃일 그만하고 색시 하나 얻었으면 좋겠다. 니 어미도 뱃일하는 서방 그렇게 보내고 쉽지만은 않았을 거다’라고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동식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했던 일을 물려받아 뱃일을 한 거예요. 손자이기는 하지만 가장으로 살았기 때문에 할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고요. 동식의 그런 면들이 저하고 흡사했기 때문에 가슴에 많이 와 닿고 힘들었어요.

동식의 어떤 면이 본인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했나요?
자기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가장일 수밖에 없었던 점이요. 영화에서는 동식이 할머니나 선원들하고 있는 모습만 보이니까 동식의 어리숙하고 순수한 모습이 더 부각됐지만, 동식이 만일 또래 아이들하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하게 느껴졌을 거예요. 하지만 동식은 자신이 느끼는 책임감을 누구에게 티내거나 쉽게 털어 놓지 않죠. 할머니한테도 별 말 안하고 넘어가잖아요.

홍매를 숨길 때나 밀항자를 때리는 선장을 말릴 때는 동식이 막내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친구처럼 보였어요.
선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나와서 그래요(웃음). 영리하고 똑똑한 놈이죠. 순수하고 순박하다고 어리바리한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자기표현은 강한 편이에요. 홍매와 둘이 있을 때는 허세를 부리고 어리바리해 보이지만, 아제에게 홍매가 기관실에 있어도 되느냐고 물어 볼 때는 확실하게 못 박아놓고 이야기할 줄 알죠. 동식이 평소에도 아제를 아버지처럼 모셨기 때문에 아제를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면도 있고요. 약은 놈이죠(웃음).
동식은 본인의 살인과 선장의 살인이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다르죠. 동식은 갑판장이 죽을지 몰랐어요. 선장은 살인을 한 거지만 동식은 사고였죠. 그리고 그 순간에 동식은 홍매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에 갑판장의 죽음이 정말로 자신에 의한 것인지를 아닌지를 생각하거나 느낄 시간도 없었어요. 사실 동식이 선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변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제에요. 선장이 선원들에게 돈을 줄 때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반응할 줄 알았던 아제가 돈을 받자 동식은 충격을 받았던 거죠. 따지고 보면 갑판장의 죽음은 동식과 연관됐지만 사고였어요. 갑판장은 살 수도 있었는데 창욱이 밀어서 바다에 빠진 거예요. 창욱이 경구를 죽였고, 창욱은 난리 통에 죽은 거고요. 동식은 한 것 없어요. 오히려 홍매를 살렸죠(웃음).

그럼 공사판에서 일할 때 죄책감은 없었던 건가요?
많았죠. 그걸 어떻게 잊겠어요. 사고도 어떻게 보면 실수에서 비롯된 거니까 동식도 죄책감이 굉장히 컸겠죠.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싶고 떨쳐 버리고 싶으니까 별의별 짓을 다 했을 거예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안고 의욕 없이 살아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마을을 떠난 거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우연히 홍매를 보고 배 위에서의 일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때는 슬픔, 아픔 그리고 그리움을 느꼈을 거예요.

동식이 홍매를 발견하고 난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자신의 라면 값을 홍매에게 올려놓고 갔을 것 같아요. 떡라면 값으로 지난 일을 퉁치자면서요(웃음). 농담이고, 실제로 홍매를 만난다면 아무 이야기 못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배 위에서의 기억이 얼마나 힘든 기억인지 잘 아니까요. 동식이 처음 홍매의 뒷모습을 봤을 때는 홍매가 맞는지 확신하지 못했겠지만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바로 알았을 것 같아요. 홍매 역시 그 때의 기억을 지우려고 얼마나 노력하며 살았겠어요. 홍매가 동식을 만나면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동식은 본인의 모습을 홍매에게 보여주지 않고 사라졌을 것 같아요.

김윤석이 박유천은 스펀지처럼 연기를 빨리 배우는 배우라고 했어요.
선배님이 왜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사실 선배님이 제가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토스를 잘 해 주세요. 선배님이 잘 도와줘서 그런 거예요.
<해무>를 통해 배우로서 배우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선배님들처럼 좋은 가정을 꾸려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배님들을 보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강한 책임감이 느껴져요. 그리고 선배님들의 그런 생활이 선배님들로 하여금 연기에 더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기의 기술적인 부분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연기를 할 때 순수한 본연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 느껴졌고,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삶과 관계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연기가 즐겁나요?
즐겁죠. 할 때는 힘들지만요(웃음).

연기의 어떤 점이 즐거운가요?
새로운 사람을 표현한다는 점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고 그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이 좋아요. 긴 시간을 거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아주 짧은 기간에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연기가 일탈 같은 느낌도 있어요. 삶의 지친 부분을 연기로 많이 푸는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처럼 누군가가 나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서 소소한 일상에서도 감동받을 수 있다면 분명 그런 경험과 감정이 제 연기에도 묻어나올 거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 자체보다는 제 자신과 삶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2014년 8월 12일 화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4 )
rich5633
영화 해무에서의 박유천은 온전히 동식이처럼 보였습니다. 아니,동식이였습니다. 홍매를 바라보는 눈빛과 열심히 살아가려는 동식청년의 눈은 참 순진하기 그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처음에는 영화에서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였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동식이 역할을 한 박유천군이 사실상 해무의 전개를 다 끌고 간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해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   
2014-09-15 12:17
wlgh743
박유천씨 너무 잘생겼다...는생각만 들게 하네요;; 가수가 연기 한다는게 너무 보편화?된거같아서 연기의 몰입도나 표현력 같은 것 들이 떨어질 줄 알고 별기대 한하고 봤는데 연기자에서 배우로 누가 쉽게 흡잡지 못하도록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네요 앞으로도 음악 활동 열심히 하시면서 다른 작품도 이렇게 노력 많이 하셔서 팬들 실망 시키지 마시고 이번 처럼만 멋지게 배우로 남아 주셧으면 좋겠어요!!화이팅!!   
2014-09-04 20:44
veloce2
개인적으로 박유천씨 정말 좋아하는 팬입니다 ! 가수때부터 쭉 좋아했었어요. 솔직히 가수가 배우하면 배우자리 뺏는것같아 굉장히 실망했었는데 점점 연기실력도 늘어가고 타 출연배우들에게 뒤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셔서 너무너무 놀라웠어요 !! 인터뷰내용 보니 김윤석 씨도 박유천씨를 칭찬하신거 보니 정말 많이 늘어가시는거같아요. 이 인터뷰를 전부 읽고나니 이번 해무라는 작품이 더욱 더 기대됩니다 !!   
2014-08-24 21:45
kiori5hd
만능엔터테이너 박유천! 정말 이 번 스크린 첫 무대는 완벽 그 자체인것 같습니다. 연기면 연기 사투리면 사투리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정말 박유천의 재능은 어디까지인지... 언빌리버블입니다.   
2014-08-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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