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게 2년이란 공백이 생겼어요. 사실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긴 시간인데, 길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냈던 것 같아요. 결혼 전 솔로였다면 혼자만의 시간이라 길다고 느껴질 수 있었을 텐데,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어서 2년이란 시간이 후딱 간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벌써 2년이나 됐나 스스로 체감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가정에 충실한 시간을 보냈네요(웃음).
오랜만이라고요? (웃음) 저는 일을 해도 할 건 열심히 해요. 안팎으로 열심히 하는, 그래서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그런 스타일입니다(웃음).
결혼 후 공백이나 출산 후 공백이 아니라 출산 후 두 작품을 하고 공백이 생기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는 작품적인 거죠. 의도적이거나 계획적으로 공백을 둔 적은 없고요. 계속적으로 작품을 고르긴 하지만 제 마음이나 욕심만큼 좋은 시나리오가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 저에게는 기다리는 시간인 거죠.
그동안 여배우가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 아쉬움이 있었겠죠.
쉬는 동안 영화도 많이 봤는데, 남자 배우들 중심의 영화들만 정말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좋은 영화도 많았고요. 약간 부럽기도 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계속적으로 활동이 미뤄지다 보면 점점 힘들어지지 않을까 불안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쉬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일에 매진돼 있을 때는 쉬는 순간이 나에게 꿀같이 너무 달콤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막상 쉬는 시간에는 좀이 쑤셔서 못 있겠어,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카운트다운>을 끝내고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저 자신이 많이 다운됐던 시간이었어요. 올인하지 못했던(웃음), 육아와 가사를 하다 보니 제 몫을 열심히 잘하고는 있지만, 개인적인 열정이나 에너지를 쏟아내는 건 아니었던 거예요. 충분하다고, 그것만으로 버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의 에너지나 열정이 쏟아져서 버겁다거나 힘듦이 아니고 다른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일을 할 때 제 모습이 그립고, 현장에 있을 때의 배우 전도연이 스스로 그리웠던 시간이었어요. 촬영을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웃음), 힘들어도 내색 안하고 짜증 안내고 잘 할 것 같은(웃음). 하지만 현장에서 결코 그렇지 않고요(웃음). 그런 것들의 반복인 것 같아요. 지금 내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그리움.
그렇게 2년 만에 출연한 <집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남성 위주의 영화가 많이 나오는 시점에 <집으로 가는 길>은 여배우들이라면 탐이 날만한 작품이었을 것 같은데, 결국 전도연에게 갔다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테죠.
그 전에 캐스팅 기사도 많이 났어요. 다들 거절하고 저한테 온 거 아니겠어요? (웃음) 시작은 기획 단계였어요. 시나리오라고 말하기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상태였어요. 시나리오가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요. 따뜻하기도 했고 화도 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기획 단계부터 같이 하고 싶다고 제안이 왔는데, 감독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우인 내가 함께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저에게 해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고사를 하고 시간이 흘렀어요. 저랑 친한, <올드보이> 분장을 담당하셨던 송종희 실장님이 <집으로 가는 길>을 하게 됐다고 연락이 와서 시나리오는 잘 나왔는지 물어봤고, 괜찮게 나왔다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 박찬욱 감독님이 <스토커> 작업을 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송종희 실장님이랑 같이 밥을 먹게 된 적이 있어요. 감독님께 할리우드는 어땠는지 너무 궁금한 게 많잖아요. 박찬욱 감독님이 ‘마침 김지운 감독도 한국에 있는데 오라고 할까?’해서 김지운 감독님도 합류하셨고요. ‘도연씨 요즘 뭐해요?’ ‘저 놀아요. 시나리오 좀 저한테 주세요.’ 그런 대화로 안부를 묻다가 <집으로 가는 길>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왜 그 영화를 안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서 고사했다고 하니, 도연씨 아니면 안 된다고, 도연씨 영화라고, 꼭 도연씨가 해야 된다고 두 분이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작 감독님들 이야기는 듣지도 못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화제가 된 거예요. ‘그럼 시나리오 다시 한 번 받아볼게요.’ 그렇게 마무리가 된 거예요. 김지운 감독님이 어느 분에게 연락하고 다시 방은진 감독님에게 연락해서 시나리오가 다음날 바로 온 거예요. 시나리오 읽고 너무 좋더라고요. 바로 다음날 하겠다고 결정했죠. 되게 웃기죠? (웃음) 정작 시나리오는 저에게 주시지도 않는 두 분들이(웃음).
많은 분들이 엮인 캐스팅 비화네요(웃음). 정작 방은진 감독은 전도연 캐스팅 관련해서 별로 한 게 없네요(웃음).
왜냐면 방은진 감독님은 저와 이 영화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전도연을 캐스팅하려면 삼고초려는 기본 아닌가요? (웃음)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이 정도인맥은 거쳐야 전도연을 캐스팅할 수 있는(웃음).
(웃음)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분들 아니면 안하고 그런 거 아니었어요. 타이밍도 그렇고 기회라는 게 우연치 않게 오잖아요. 그 자리가 그 우연치 않은 자리였던 거예요. <집으로 가는 길>을 하게 된 결정적인 자리이기도 했던 거예요.
진짜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이 사건은 다큐멘터리로도 나왔고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 영화적으로 만들어졌을 때 그 연장선상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영화를 다큐처럼 찍을 순 없지만 조금 더 그 거리감을 줄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적인 정연보다는 현실적인 정연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현실적인 정연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모습과 도미니카에서의 모습이 감정의 연속선상에 있으면서도 변화를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정연이 보낸 도미니카에서의 2년이라는 시간을 촬영하는 3주 동안 표현해야 했기에 많이 예민하고 극도로 집중하고 한시도 불안해서 대본을 놓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놓치고 갈수도 있잖아요. 혹은 잘못 찍을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허용되지 않았어요. 재촬영하기 위해 도미니카에 다시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시간 경과와 감정 변화를 조금이라도 놓칠까봐 되게 불안했어요. 그녀의 시간들은 에피소드처럼 드러나잖아요. 그녀를 구하려는 남편 종배가 보이면서 그녀가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정도만 보이는 거예요. 그렇다면 너무 반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상으로는 2년이라는 시간 경과가 있는데, 그녀가 계속적으로 똑같은 곳을 맞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그 아픔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아프다고 울고불고 하지만 계속적으로 맞으면 어느 순간 굳은살도 박이고 덜 아프다고 느낄 수도 있잖아요. 힘든 시간만 보냈다고 해서 마냥 상처받고 힘들기만 했을까, 그 안에서 나름 성장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정연을 연기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그녀가 정말 강하다고, 종배보다도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내가 버리지 않는 희망과 살려는 의지가 가족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어 삶을 포기하는 순간까지 한 번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으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의지였던 것 같아요. 그런 강함,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 그런 감정들 때문에 너무 답답하고 정연으로 있는 게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요.
타지에서 고통 받는 초췌한 모습을 그대로 스크린에 드러내야 했어요.
피부 톤을 검게 보이기 위해서 까만 분장을 했지만 메이크업은 거의 안했어요. 체중 감량도 많이 물어보시는데, 체중이 그렇게 쉽게 빠지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며칠 굶으면 1~2kg 빠질 줄 알았는데, 며칠씩 굶고 촬영하기에는 스케줄도 타이트하고 햇볕도 너무 뜨거워서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살은 잘 안 빠지더라고요. 정연이 영양실조가 오는 순간이 있는데 3주 동안 촬영하면서 시간 경과 순서대로 찍었다면 좀 나았겠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잘 안되기도 했거니와 준비도 못했던 것 같아요. 로케이션 하면서 아무래도 힘들기도 힘들었고 신경도 많이 쓰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얼굴로 표현이 되니까 정연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자연광에서 최고의 여배우라는 찬사를 받는 여배우답게 바닷가 신에서 초췌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더라고요(웃음).
저도 여자인데 한껏 뽐내고 싶을 때도 있죠(웃음).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는 인물에 더 욕심이 나지 개인 전도연에게는 욕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그 인물화가 되느냐에 더 욕심이 나요.
멋있네요(웃음).
인물에 빠져들어 연기하다보면 외형적 모습까지 그 인물의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그런 면이 이번 영화에서도 전도연에게 느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체중도 감량하고 그렇게 인물의 힘든 상황을 표현했을 거라 예상했지만, 일부러 살을 뺀 것이 아님에도 정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배우 전도연을 통해 반영된 거겠죠.
여러 가지 장치적으로 많은 것들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했고, 로케이션이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찍어야 하잖아요. 감정적으로도 너무 격한 연기다보니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고수와의 작업은 처음이에요. 부부로 출연하지만 막상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아서, 도미니카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을 촬영할 때 감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남편이 고수씨라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됐어요. 연기력이 아니라 외모로요. 너무 잘 생겼잖아요.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얼굴이라 정연의 남편인데 괜찮을까 싶었던 거죠. 인물에 동화되면 배우가 그렇게 보인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고수씨가 그랬던 것 같아요. 특별히 종배를 연기하기 위해서 살을 어마어마하게 찌웠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현장에서 어느 날 만났을 때 종배처럼 보이는 거예요. 잘생긴 얼굴이 잘생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어요. 신기했어요. 고수씨가 서울 분량을 찍을 때 현장에 매번 가서 어떻게 연기하는지 지켜봤어요. 왜냐면 떨어져 있을 때 서로에 대한 그리움, 정연에게서 종배가 종배에게서 정연이 보여야하는데 그걸 제가 일일이 볼 수 없으니까요. 고수씨 서울 분량을 다 끝내고 저는 도미니카에 갔어요. 호흡도 맞추지 않고, 어떤 호흡인지도 모르고, 서로가 어떤 톤의 연기와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는데 과연 이들이 절실해 보일까, 부부처럼 보이고 그 감정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마지막 법정 신에서의 감정 표현도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고문당한 시간이라고 표현하는데요(웃음), 오랫동안 찍었어요. 감독님과 저하고 작품적으로 정연 캐릭터에 의견 차이도 약간 있어서 그 신을 오랫동안 촬영했던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정답은 없지만 예를 들어 그 시간들을 보내고 법정에 서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했을 때 그녀는 어땠을까, 아무도 그녀와 소통하려 하지 않고 무시만 당했는데, 이제 죗값을 치를 만큼 치렀는데, 감정적으로 무너졌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그녀도 어느 순간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에 가족을 만나 또 다시 무너지더라도, 예전의 정연 엄마로 돌아오더라고, 분명 그 시간들을 스스로 정리하는 순간이 법정 신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무언가를 뚜렷하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그런 부들부들 떨림이 사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그 연기를 하는데 몸이 너무 떨려서 힘들었거든요(웃음). 한 영화에서 인물을 표면적으로 보여주기는 쉽지 않잖아요. 짧은 순간에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더라도 보여줘야 될 것 같은, 꼭 표현해야하고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든 게 있었어요. 어떤 식으로든 고통과 힘든 시간을 보낸 후에 크든 작든 그녀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법정 신을 찍을 때 복합적이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법정 신이 영화에서는 마지막이지만 정연의 입장에서는 시작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재판을 앞둔 정연의 입장에서 집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과 동시에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대한 대비도 어느 정도 마음속에 있었을 것 같고요. 그래서 다 쏟아내기보다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뜻을 전달하는 정연의 모습이 맞았던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터져 나온다, 아니면 담담하다, 둘 중 하나였는데, 저는 또 온전히 담담하다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너무 슬프면 눈물조차도 안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전도연이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하는구나, 실망시키지 않고 좋은 작품으로 좋은 배우로 열심히 작품을 하는구나, 인 것 같아요.
출산 후 출연한 작품을 보면 <하녀>는 설정이 세고, <카운트다운>은 장르적 성향이 강하잖아요. <집으로 가는 길>은 전도연이 오랜만에 드라마 위주의 리얼리티가 가미된 연기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반가운 마음이 커요. 전도연의 이런 연기에 관객들도 목말랐던 부분이 분명 있었을 테고요.
그 부분이 크게 작용했으면 좋겠어요(웃음).
<협녀: 칼의 기억> 촬영 중이잖아요. 동양의 단아함과 잘 어울리는 외모라 사극 제안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이제 두 편째네요.
TV 드라마에서는 사극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드라마에서의 사극은 저에게 매력이 없는 것 같아요. 이미 보고 싶었던 모습, 사극의 톤은 다 나온 것 같아서요. 영화에서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이후 사극이 들어온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협녀: 칼의 기억>에서 액션 연기는 어때요?
<집으로 가는 길> 끝나자마자 연습을 시작해서 여름 내내 했어요. 도미니카에서 여름을 한 달 보내고 왔는데, 진짜 여름이 길었던 것 같아요(웃음). 너무 더웠지만 액션 스쿨에서 열심히 했어요. 당대 최고의 여검객이라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잖아요. 열심히 했는데 저 되게 잘하더라고요(웃음). 정두홍 무술감독님이 예전 토크쇼에서 최고의 남녀 액션배우로 정우성과 전도연을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피도 눈물도 없이>를 정두홍 감독님과 했는데 여배우이기 때문에 이런 건 못하겠어요, 하지 않고 오기가 생겨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 근성을 좋게 봐주셨나보다 했는데, 이번에 와이어랑 검이랑 하잖아요. 다들 놀라는 거예요.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안다고(웃음). 자화자찬이 아니라 진짜 그랬어요. 50대 1로 싸우는 장면도 있고(웃음). CG도 있어서 배우들이 연기만 잘하고 합만 잘 맞춘다고 되는 건 아니었는데, 같이 연습한 액션 스쿨팀이 다 저에게 박수쳐주셨어요(웃음).
이병헌도 잘한다고 하던가요? (웃음)
병헌이 오빠요? 보고 나서 ‘독한 것!’ 그랬대요(웃음). 열심히 하면 왜 독한 것이지? (웃음).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가 너무 좋아요. 그때를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들이, 박흥식 감독님의 정서가 너무 좋아요. 박해일씨도 어쩌다 가끔 전화하면 ‘연순아!’라고 불러요. 가슴이 아릿한 그리움이 있어요. 감독님의 그 정서가 좋기 때문에 또 따라가게 되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사극을? 무협 액션영화를? 잘 할 수 있을까?’ 너무 매치가 안됐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진짜 잘할 수 있을까? (일동 폭소) 시나리오를 보고 더 의심스러운 거 있잖아요(웃음). 정말 이 사람이 이걸 찍을 수 있을까? (웃음)
작품 선택에 있어 시나리오가 무조건 1순위라고 했잖아요. 송강호 선배는 감독만 믿고 시나리오도 안보고 결정할 때가 있다는데 그게 신기하다고 했고요. <협녀: 칼의 기억>은 혹시 시나리오를 안보고 결정한 건가요?
<인어공주>때 <협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잖아요. 지금과는 많이 다른 이야기였지만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어느 순간 감독님 카톡 프로필에 <협녀>가 보이더라고요. 드디어 작품을 하시는구나, 알게 된 순간 자연스럽게 내가 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캐스팅 제의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말이죠(웃음). 기자님에게 송강호씨 얘기를 했을 때 저는 신인 감독님과 계속 작업을 했잖아요. 송강호씨는 했던 감독님들과 또 한 적도 많았고요. 그때는 말도 안 돼, 어떻게 시나리오도 안 보고 결정해, 생각했는데, 박흥식 감독님과 세 번째 작품을 하는 지금은 이해해요. 시나리오와 상관없이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계속적으로 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 배우로서의 계획, 목표가 있다면요.
특별한 계획이나 목표는 없는 것 같아요. 배우를, 연기를 통해서 무언가 되고 싶은 모습이 없어요. 기특하게 어릴 때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걸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게 사실 없었어요. 계속적으로 전도연이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하고 있구나, 그런 작품을 만날 때마다 반갑고 또 믿고 보는 작품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 과정에 있는 거겠죠.
지금도 충분히 믿고 보는 배우에요.
앞으로 더, 앞으로 더라고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웃음)
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