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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 <결혼전야> 이연희
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오랜만에 영화 출연이에요.
영화를 너무 학수고대했는데 오히려 기회는 드라마에서 많이 생겼어요. 영화는 여자가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없더라고요. 아쉬워하다가 드라마 쪽으로 좀 더 다양한 역할이 들어와서 하게 됐는데, 어느덧 5년이 지난 거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웃음).
그때는 너무 좋았죠(웃음).

활동을 검색해보니 2009년, 2010년에는 드라마도 활동이 뜸했어요.
작품을 안 하게 되면 학교 다니기 바빴어요.

졸업은 아직 이죠?
두 학기 남았어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들은 현장에서 연기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사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기는 하죠. 학교에서 동기들과 같이 연극을 한다면 도움이 많이 될 텐데, 아직 못했어요.

현장에서 이미 많은 경험을 쌓은 배우가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우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요.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1, 2학년에는 이론이 많고 3, 4학년에는 실기가 많거든요. 실기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기는 한데, 어떻게 잘 활용해서 쓰느냐가 중요하겠죠. 10%도 쓰기 힘들 것 같아요.

현장에서 달라지는 여러 변수들이 있어서 그런가요?
학교에서 배우고 연기를 시작했더라면 활용할 부분이 더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현장에서 배우고 학교에 오니까 저는 너무 다르다고만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이걸 과연 현장에서 어떨 때,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도, 이런 부분이 필요할까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기는 해요.
5년 만에 출연을 결정한 <결혼전야>는 어떤 이유에서 선택했나요?
그동안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고, 영화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한정됐던 것 같아요. 물론 영화에서 했던 역할은 다 좋았지만요. 20대 중반을 넘어서며 이제는 청순가련, 첫사랑의 이미지 같은 순수한 캐릭터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면을 통해 어느 정도 성숙해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 <결혼전야>를 선택했어요. 캐릭터와 실제 나이도 비슷하고 해서 선택하게 됐죠.

영화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고 그래서 다음 영화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결혼전야>도 캐릭터의 성향 자체는 기존 역할들과 크게 다르진 않아 보여요.
잘 모르겠어요. 영화는 워낙 많이 보이는 사람들 위주로 배우와 감독이 다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는 아직 감독님들과 교류하는 부분이 많이 없어서 나라는 배우를 많이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부분에서는 좀 아쉽기도 하죠. 감독님들이 이연희가 과연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선입견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선입견보다는 먼저 다가와서 저의 또 다른 면을 보고 캐스팅한다면 좋겠죠.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중심이 돼서 극을 끌고 간 경험을 했잖아요. 연기력 논란도 있었고 부침을 겪었지만, 그만큼 성숙한 부분이 있고 실력을 쌓아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스크린이라는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무대에서 이연희라는 배우가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결혼전야>는 많은 배우들이 나오다보니 그런 역량을 보기는 쉽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욕심은 없었나요?
저랑 비슷한 연배에 한 작품을 이끌어가는 여배우는 누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신세경 친구가 <푸른 소금>을 찍었다든지, 저에게 그런 기회는 많이 주어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남자배우들과 함께 나름 주연으로 작업하긴 했는데, 글쎄요. 그런 기대를 갖고 제 가능성을 보신다면 정말 좋겠죠.

네 커플 중 삼각관계를 다룬 유일한 커플이에요. 소미는 오래된 연인과 새로운 만남 사이에서 흔들리는 캐릭터라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다른 커플과 다르기는 하죠. 둘의 사랑 이야기는 많이 했잖아요. 삼각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갈등을 좀 더 표현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좀 더 표현할 수 있을지, 그래서 굉장히 매력 있었고 기존에 했던 것과는 다른 멜로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

소미의 감정 표현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많이 없어요. 감독님 성향 또한 그렇고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안하는지 많이 설명하고 싶어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오히려 재밌었어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다른 영화도 많이 참고하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죠.

원철(옥택연)과 있을 때, 경수(주지훈)와 있을 때 소미의 모습과 감정은 한 인물 안에서 다르게 표현돼요.
두 남자는 너무 상반된 인물이에요. 원철은 익숙하고 친숙하지만 그 속에서 무뎌진 감정이 있었고, 편해서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반면, 경수는 낯선 사람인데 소미가 나름 방어를 해도 마치 소미를 어제 봤던 사람처럼 너무 편하게 대하잖아요. 두 남자가 서로 다르니까 저도 다르게 대할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굳이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어요.
다른 커플들의 에피소드에 비하면 판타지에 가까운 부분도 있어요. 새로운 여행지에서 낯선,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정, 결혼식 당일에 과감히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는 설정 같은 것들 때문에요. 그렇지만 너무 환상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의 조절이 필요했을 것도 같아요.
요즘 현실은 상대의 행복이 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나의 행복이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행복하려고 결혼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소미의 결정이 현실과 동떨어진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은 안했어요. 저는 소미가 충분히 이해가 됐어요.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와 원철과 밥 먹는 신이 인상 깊었어요.
환상일수도 있지만 결혼만큼은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여자의 마음, 소미의 원철에 대한 기대가 있었어요. 설마 했지만, 예상대로 원철의 아무렇지 않게 프러포즈하는 모습에 실망한거죠. 싫어서 화를 낼 수도 있는데, 7년이라는 연애 기간 동안 너무 무뎌져서 그만큼 솔직하지 않은 채 스스로 감당하려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템포를 더 빠르게 가길 원하셨어요. 템포가 빠른데 함축적으로 어떻게 많은 감정을 실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얼마만큼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도 연기자의 몫인 거죠.

프러포즈에 대한 실망에 새로운 남자를 만나 흔들렸던 감정이 더해져 겉으로 많은 것을 드러내진 않지만 복잡다단한 소미의 감정이 함축적으로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여행 후 계속 경수 생각이 나지만 결혼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으려했던 고민의 과정이 그 장면에서 결론이 나는 느낌도 들었고요.
집에 와서 바로 친구와 통화를 하잖아요. ‘나라도 그냥 확 질러볼까?’ 그 말이 너무 노골적인 거예요. 어떻게 저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었어요. 배우 입장에서 캐릭터를 해명하고 싶은, 너무 나쁘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관객들에게 이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으니까요. 그런 솔직한 감정이 저에게는 자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소미처럼 일과 사랑(결혼)에서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 같나요?
만약 결혼을 했더라도 어느 정도 여유가 된다면 복귀하고 싶어요. 결혼하고 초반에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당장 옆에 있는 사람, 새로운 가정에 충실하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일은 계속 하게 될 것 같아요.
처음으로 여성 감독과 작업했어요.
처음이었어요. 새롭고 재밌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과정이 끝나고 나서 봤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고, 영화를 보고 나서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원했던 느낌을 더 먼저 알았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도 들었고요. 홍지영 감독님은 콕 짚어서 단순하게 표현하지 않고 함축적으로 이야기하는 분이에요. 포괄적으로 열려있어서 저에게 생각을 던지게끔 하셨고요. 드라마 끝나고 촬영을 급하게 들어가서 감독님을 많이 알아가지 못했어요. 또 제가 혼자 생각하는 편이라 사람들과 대화를 잘 못하기도 하고요.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말씀드렸더니 제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동안 감독들이 뭔가 명확한 것을 제시해주고 그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 주를 이뤘나요?
남자 감독님들과 계속 작업했는데, 저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 있어요. 설명하지 않아도 제가 알죠. 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성향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제 고집대로 하거든요. 감독님들은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요. 단지 이 부분만큼은 좀 더 사랑스럽게, 너의 이미지로 더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하면 저도 맞춰가는 부분이 있었고요. 이제는 그런 부분을 많이 바꾸고 싶은 거예요.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데, 그동안은 맞춰져 갔으니까요. 역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냥 제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라는 식으로 감독님들은 이야기를 하셨죠.

시간이 지나고 그런 작업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속상한 부분도 있겠어요.
잘 맞으면 플러스가 되는데, 잘 맞지 않으면 억지로 입혀지는 거죠.

소모되는 느낌도 들 테고요.
네. 그래서 버겁게 연기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얻은 것들, 느낀 것들이 있다면요.
이제는 많이 소통을 하면서 역할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배웠어요. 일단 배우들과는 너무 좋더라고요. 내 맘대로 이 배우를 이렇게 하고 싶다, 그런 부분에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지만 그대로 봤을 때는 저 배우만의 것이 있구나,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요. 배우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좀 더 많이 활용해야죠.

이전 인터뷰들을 보면 선배들과의 작업에서 오는 부담, 위축, 경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또래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과 경력 많은 선배들과 작업하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장단점이 있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받쳐주는 건 선배님들이 확실히 노련한 면이 있고, 플러스 효과가 커서 제 연기를 돋보이게 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는 많이 얻어갈 수 있어요. 전에는 준다고 해도 얻어가지 못했거든요(웃음). 또래 배우들과는 너무 장난스럽게만 하다보면 산으로 가는 부분이 있다 보니 작업에 있어 진지한 면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냥 편하고 즐겁게만 촬영하는 게 아니라 상대도 진지하게 대면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있어야 연기가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작품에서 혹은 가끔 예능에서의 모습을 보면 많은 재능을 갖고 있잖아요.
음... 그런가요? (웃음)

그런데 재능을 표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욕심을 부린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진 못한 것 같아요. 실제로 소극적인 건가요, 아니면 겉으로 욕심이 드러나지 않을 뿐인 건가요.
에너지가 많이 없어졌어요(웃음). 어릴 때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서 이렇게 더 해달라고 요구도 하고 했는데, 이제는 갇히기 시작한 거예요. 내 것들이 무게가 더 무거워지니까요. 그런 것들을 좀 더 털어내고 언젠가는 편안하게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또래 배우들이 다양한 면을 어필하며 많은 걸 취하는 모습과 대비되면서,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힘들게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정체기인 것 같아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스스로가 많은 것들을 하려고 하면 소모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름 아직은 뭔가 생각하고 보여주고 싶은 면들이 있어요.

연기력 관련해서 굴곡들이 있었어요. 칭찬도 받고 안 좋은 이야기도 듣고요.
늘 평을 받는다는 느낌은 들어요. 어느 순간부터 심해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대중들이 전문적이 됐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장이나 그런 부분은 잘 모르니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잖아요.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서 표현한 것들인데, 그것만 보고 논한다는 건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는 면에서 아쉬움은 있어요. 그래서 개의치 않는다기보다는 많이 신경을 안 쓰려고 해요. 제가 연기를 잘 못하고 부족한 것도 있지만, 뭐가 맞고 틀린지는 모르겠어요. 잘하기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요?
여태껏 늘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진 않은 것 같아요. 부족한 것들을 채워가는 게 목적인 것 같아요. 일단 연기를 알면 알수록, 있는 그대로의 일상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어떻게 일상적인 모습을 연기할 수 있을까, 요즘은 그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있는 연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빨리 그렇게 성장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어요.
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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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k1252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리얼한 연기를 보여 준 이연희. 두 사람과의 갈등과 고민으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연기는 정말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인을 연상케 하는데 너무나 충분했습니다. 이연희란 여배우는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정말 매치가 잘 되는것 같네요. 영화 잘 봤습니다   
2013-12-03 21:00
zaza15150
볼때마다 더 아름다운 배우 앞으로도 젊고 싱그러운 배우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기억될수 있길 바랍니다.   
2013-12-0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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