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디젤: 시리즈가 계속해서 제작될 수 있었던 건 미국뿐만이 아닌 세계 여러 나라 관객들이 공감함 수 있는 이야기 덕분이다. 또한 시리즈마다 이야기가 맞물려 있다는 점 또한 관객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동력이라 생각한다.
미셸 로드리게즈: 개성강한 인물들도 영화의 힘이라고 본다. 특히 레티(미셸 로드리게즈)는 독립적인 여성을 대변하며 여성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다. 나 또한 시리즈의 팬으로서 레티에게 애착이 많다. 4편에서 레티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5편에 출연하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이 컸다. 하지만 6편에 다시 출연할 수 있다는 말에 너무 기뻤다. 아마 관객들도 시리즈에 돌아온 레티를 반가워할 것이다.
레이싱물이었던 1편과는 다르게 제작에 참여했던 4편부터 케이퍼물로 변모를 꾀했다. 변화를 추구한 이유가 있나?
빈 디젤: 유니버설 픽쳐스의 제안으로 레이싱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기본적으로 가져가면서 액션의 비중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4편부터 범죄영화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시리즈의 주제인 우정, 형제애는 변하지 않았다. 1편에서 도미닉(빈 디젤)과 브라이언(폴 워커)은 범죄자와 FBI 요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 형제처럼 가까워진다. 5편에서 등장하는 FBI 요원 홉스(드웨인 존슨)도 브라이언처럼 도미닉과 대결구도를 이루지만 나중에는 한 팀이 된다. 6편도 그 관계를 계속 이어나간다. 7편에서도 사회 구조상 위치는 다르지만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 하면 속도감 넘치는 카체이스 장면 떠오른다. 이번에는 탱크까지 등장하며 액션의 강도를 높였다. 위험 수위가 높은 액션 장면을 찍을 때 두려움은 없었나?
빈 디젤: 강도 높은 액션 장면은 보기에 멋지지만 실은 위험천만하다. 현장에서는 인물에 몰입하기 때문에 액션 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집에 가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볼 때 ‘내가 오늘 촬영장에서 죽을 뻔 했구나’라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는 최고의 액션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이들의 아빠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항상 조심하려고 한다.
6편에서 관심을 모았던 액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레티와 FBI요원 라일리(지나 카리노)의 육탄전이다. 여성 MMA 챔피언 출신인 지나 카리노와 액션을 찍으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미셸 로드리게즈: 현실감이 느껴지는 격투 장면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일단 몸을 만들었다. 평소 요가 말고는 운동을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근육 키우기에 열중했다. 격렬한 트레이닝을 거쳐 몸을 완성한 후 저스틴 린 감독과 과장되지 않은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지나 카리노는 전술적인 액션을, 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액션을 구사했다. 두 인물의 대비되는 성격을 움직임으로도 드러내기 위해 힘썼다.
미셸 로드리게즈: <분노의 질주>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 등 다수의 영화에서 지금까지 남성성이 부각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20대 때는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세상과 맞서는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13년 동안 그런 역할을 맡다 보니 남성적인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전보다 많은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 같다(웃음). 최근에는 모성애에 관심이 많아졌다. 이제는 총과 칼을 내려놓고 내 안에 감춰진 여성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나의 새로운 무기는 여성성이 될 것이다.
액션과 더불어 기억상실증에 걸린 레티가 점점 도미닉과 가까워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두 인물이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했나?
빈 디젤: 1편이 나왔을 때 액션은 좋지만 도미닉과 레티의 멜로라인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죽은 레티를 다시 살려 놓은 것도 1편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6편에서도 이들의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장면은 많지 않다. 하지만 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물을 뛰어 넘어 충분한 교감을 이뤘다고 본다.
미셸 로드리게즈: 전작과는 달리 레티를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4편에서의 큰 사고 이후 기억 상실증에 걸렸기 때문에 도미닉을 비롯한 친구들과의 추억이 레티에게는 없었다. 일단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기사나 논문을 조사해보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과거의 기억이 없는 레티가 도미닉을 만날 때 대사보다는 표정 연기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그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빈 디젤: 6편을 보고 도미닉과 레티의 멜로라인이 아쉽다면 7편을 기대해 달라(웃음).
둘 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없었더라면 지금 같은 명성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 만큼 시리즈에 대한 고마움과 애착이 있을 것 같다.
미셸 로드리게즈: 사실 1편에 출연하지 못할 뻔 했다. 1편 시나리오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폭풍속으로>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폭풍속으로>의 기본 골격에 레이싱 장면만 추가됐다고 보면 된다. 원래 레티는 도미닉을 배신하고 브라이언과 바람을 피우는 인물이었다. 인물 설정 때문에 영화사와 잦은 싸움을 벌였다. 난 좀 더 정의롭고 독립적인 인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다행이도 빈 디젤이 내 편을 들어줬다. 당시 빈 디젤은 ‘바람둥이 여자가 애인이라는 설정이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이후 캐릭터가 바뀌었고, 빈 디젤과 함께 무사히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1편에서 맺은 의리 때문에 빈 디젤이 출연하지 않았던 2, 3편에 나 또한 나오지 않았다. 3편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4편에서 만났을 때 너무 반가웠다. 할리우드에서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은 빈 디젤 밖에 없을 정도로 좋은 오빠다. 시리즈 덕분에 얻은 건 바로 빈 디젤이 아닐까 생각된다.
빈 디젤: 우리는 깊은 우정으로 서로를 존경하는 사이다. 6편에서 다시 만나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미셸 로드리게즈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스탭들 또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가족 같은 이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아마 이건 시리즈가 준 선물일 것이다. 선물의 기쁨을 관객들에게도 전하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할 거다. 이번 투어가 끝나면 할리우드로 돌아가 7편 촬영에 들어간다. 2014년 7월 11일로 개봉일은 벌써 정해졌다. 1년이란 촉박한 시간이라 부담도 되지만 멋있는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다. 지켜봐달라(웃음).
2013년 5월 24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