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내 안의 틀을 깨나가는 시간 <차형사> 성유리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마지막 인터뷰라 들었다.
거의 일주일 동안 릴레이 인터뷰했다. 이제 정말 끝이다.

뭘 가장 많이 물어보던가?
강지환씨와의 호흡?

그럼 그건 안 물어보겠다. 영화는 몇 번 봤나?
두 번 봤다. 기자시사회와 VIP 시사회 때.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 느낌이 다르던가?
처음에는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나온 건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VIP 시사회 때 지인들이 와서 많이들 웃어주고 하니까 그때야 마음이 놓였다. 내가 맡은 고영재가 발랄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인지 모르고 온 지인들은 많이들 놀라워했다.

발랄한 연기가 처음은 아닌데.
그렇긴 한데 이렇게 대놓고 까칠한 캐릭터는 없었으니까.

그런 모습이 실제 성유리에게도 있나?
말을 안 하고 있으면 그렇게 보인다고 하더라. 왜 여배우 특유의 그런 느낌 있잖나. 말 안 하고 있으면 느껴지는 그런…

아우라?
하하. 그것까지는 아니고. ‘재는 조금 까칠할 거야’ 하는 편견이 있다.

대중이 당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이건 나쁘지 않다 싶은 게 있나?
여성스러울 것 같다는 오해는 나쁘지 않다. 내가 여성적인 면은 많이 부족하다.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밥 먹을 때 손수건을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여기에 채워줄 정도니까 감이 오지? 어떤 분들은 내가 굉장히 예쁘게 먹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드라마 시청률 확인하는 건 익숙할 테고. 그에 비해 영화 박스오피스 확인은 약간 어색할 것 같다.
맞다. 사실 영화 관객 수를 매일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지 몰랐다.(영진위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별 박스오피스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관객수 신경 쓰지 않겠어!’라고 했는데, 막상 영화가 개봉하니까 안 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게 된다.

첫 주 흥행 3위를 했다. 조금 더 흥행이 잘 돼서 인터뷰 했으면 좋았겠다싶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까. 우리는 길게 보려고.(웃음)

사실 당신은 순위와 가깝게 살아온 인생이다. 가수생활 할 때는 음악프로그램 순위가 있었다. 그때 핑클은 앨범을 냈다하면 1위를 했다. 그때랑 지금이랑 느낌이 많이 다른가?
그때는 정말 1위를 자주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또 혼자가 아니라 4명이 함께여서 1위가 그게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욕심도 크게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1등이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한다. 다행히 건 안됐을 때 상심하기보다 ‘쿨’하게 받아들인다. 다음에 하면 되지, 위로한다. 정상의 자리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이 오히려 좋다. 올라갈 곳이 있으니까.

처음부터 그런 마음은 아니었을 것 같다. 뭔가가 쌓이고 쌓이면서 깨달은 건가.
초반에 연기할 때는 도태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생각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주변에 늘 1등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등을 하다가 주춤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동료들을 보면서, 1등이 되기 위해 희망을 가지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할 때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당신이 패션 에디터로 변신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론치 마이 라이프>(케이블 TV 온스타일 방영)를 챙겨서 봤었다. 그래서였을까. <차형사>의 디자이너 고영재가 낯설지 않았다.
<론치 마이 라이프> 출연 이후 패션 쪽에 기회가 많이 생긴다. 신기하다.

핑클 멤버 중 패셔니스타 하면 단연 이효리다. 하지만 이효리가 워낙 막강해서 그렇지 패션에 대한 관심은 당신도 큰 걸고 알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할 땐 직접 입을 드레스 디자인에 관여하기도 하지 않았나.
그런 부분이 어필이 덜돼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특별한 취미가 없고 음주가무에도 흥미가 없는 내가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패션이다. 여가 시가엔 잡지를 보거나 편집 매장을 둘러본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재미있었다.
선호하는 디자이너가 있나? 함께 일하기 편한 디자이너나.
이번 영화 의상의 30~40%를 지아킴 디자이너께서 해줬다. 굉장한 미인에다가 성격이 쿨하고 매력적인 분이다. 그분 작업실에 가서 디자이너들이 작업하는 과정을 보면서 배운 게 많다.

극중 영재의 심리상태가 의상 변화를 통해 드러나는 인상을 받았다. 초반에는 굉장히 화려하게 입다가 점점 편해지는 느낌이랄까.
의상은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수위를 조절했다. 처음에 화려한 패션의 정점을 찍고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쪽으로 컨셉을 잡았다. 후반부 영재가 유치장에 갇히는 장면에선 일부러 니트 소재를 입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어필했다. 스타일에 목숨 거는 사람이 스타일을 포기하고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어서 머리나 얼굴도 내츄럴하게 표현하려 했다.

<차형사>에 당신을 추천한 게 강지환씨라고 들었다. 하지만 추천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작품을 선택한 건 결국 당신이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에 당신을 가장 끌어당겼던 건 뭔가.
아무래도 영재 캐릭터.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던 게 가장 컸다. 이런 캐릭터는 그동안 잘 들어오지 않았을 뿐더러 들어오더라도 나랑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나리오에서 영재를 만나는 순간, 너무 매력적인 인물이라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어떤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 왔길래.
캔디 형의 캐릭터나 첫 사랑 느낌의 청순한 여자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다. 정말 드물게는 팜므파탈도 들어오긴 했는데, 까칠하고 도도하고 파격적인 이런 캐릭터는 한 번도 안 들어왔던 것 같다.

영화에서 뚱뚱하고 더러운 차형사를 완벽하게 메이크오버 시켜준다. 혹시, 실제로 메이크 오버 시켜주고 싶은 지인이나 인물이 있나?
(웃음)우리 매니저? (매니저를 가리키며)저 친구를 바꿔보고 싶은데? 자기 개성이 워낙 뚜렷한 친구라,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다. 문신부터 일단 지워줘야지.(웃음)

성유리는 어떤가? 대중이 짐작하는 성유리는 블랙보다 화이트에 가깝다. 그런 스스로를 메이크오버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바꾸면 좋겠나?
보라색의 느낌, B형 여자의 느낌으로 바꾸고 싶다. B형 여자들이 지를 땐 확 지르지만 대신 뒤끝 없고 시원하고 고민을 깊게 안 한다. 또 현실에 만족하면서, 자신을 굉장히 사랑하지. 그런 성격이었으면 좋겠다.
반대로 말하면 성유리는 뒤끝이 약간 있고, 고민이 많다는 의미?(웃음)
그게 그렇게 되나.(웃음)

고민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인가?
일하거나 사람들과 있을 때는 겉으로 ‘쿨’한 척, 고민 없는 척을 많이 한다. 그러다가 방에 홀로 있는 시간이 되면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한 가지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고민도 하게 되고. 그럴 땐 잠을 잘 못 자는 스타일이다.

고민은 동굴에 들어가서 혼자 해결하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남들에게 힘들다고 하는 건 익숙하지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쿨’한 척한다. 속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당신의 웃음을 볼 때 가끔 드는 생각이 있다. 화통하게 ‘허허허’ 웃기는 하는데, 그게 어떨 때는 스스로의 감정을 감추려거나 예의에서 나오는 웃음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러니까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웃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다.
리액션에 대한 강박이 없지 않다. 리액션을 안하고 3초 이상 있으면 굉장히 어색해지는데 그런 분위기를 안 만들려고 한다. 그게 일종의 직업병같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이쪽 일을 해서그런지 솔직한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예인도 많지 않나.
나는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솔직한 영재가 너무 매력적이었던 거다.

착해서 손해 본 적은 없나?
뼛속까지 착하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나는 착한 ‘척’을 하는 거라서.(웃음) 그런 게 있다. 밖에서 명랑쾌활하게 행동하다가도 차에 혼자 있거나 하게 되면 굉장히 다운된다. 되게 지쳐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니까 정작 내가 사랑해드려야 하는 부모님에게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애교 없는 딸이다. 부모님이 “너는 방송에서는 잘 웃고 사랑스럽게 하면서 집에만 오면 왜 그러냐”고 말하신 적도 있다.(웃음) 너무 죄송하다.

성유리는 아직 섹시하다 보다는 청순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섹시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나?
듣고 싶기도 한편으로는 아니기도 하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나 스스로가 적응이 안 될 것 같거든. 하지만 배우로서는 섹시한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옛날 매니저가 여배우는 그래도 남자들에게 섹시함을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숨겨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너무 드러나도 안 좋지만 어느 정도는 내재돼 있으면 좋겠다.(웃음)
대중은 어쩌면 성유리가 변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왜, 문근영이 섹시 컨셉으로 나왔을 때 후폭풍이 엄청 났었잖나. 아마, 아이유가 <성인식> 같은 노래를 부른다고 하면 삼촌 부대들이 난리를 칠 것이고. 당신을 사랑하는 팬들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다.
공감한다. 궁금해 하면서도 크게는 원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래도 나 스스로는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하는 부분이 생긴다. 예전에는 강한 캐릭터가 들어오면 ‘나 못해’ 이랬는데, 이제는 ‘괜찮을까? 해 볼까?’ 이런 식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시나리오 볼 때 캐릭터를 중심으로 보나 보다.
그건 아니다. 되도록이면 건강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사람들 정신 건강에 해를 주는 작품은 나 스스로도 안 좋아한다.

혹시 일탈을 해 본 경험이 있나?
하고 싶어도 못한다. 너무 어릴 때부터 이쪽 일을 해서, 일탈을 하면 바로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할거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게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스캔들이 너무 없고 하면 심심해 보이는데, 가끔 돌발행동 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되게 솔직하고 매력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나는 이제 살짝 늦은 것 같다. 그런 이미지를 만들기에는.(웃음)

오늘 뉴스를 보니, 마침 ‘2012 서울 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됐더라. 당신 이미지와 너무 딱인 걸.(웃음)
하하. 아버님이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 주셔서~

아버지!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당신의 인생관이 아버지에게 큰 영향을 받은 느낌이다.
맞다. 아버지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아빠의 딸인 게 자랑스러울 정도로 생활적인 면이나 인격적인 면이나 일적인 면이나 배울 게 많다. 아버지가 또 굉장한 미남이다. 엄마에게 농담으로 “아빠 얼굴 보고 결혼한 게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미남이시다. 게다가 가정적이기까지 하다. 아직도 엄마를 위해 직접 아침을 해서 대접하고, 엄마가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기사 역할도 해준다. 아빠같은 사람만 있으면 결혼하겠다 싶은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외모와 성품을 갖춘 사람을 만나기가.

당신을 흠모하는 남자들에겐 걸림돌이겠다. 당신 눈높이를 높여놨으니.(웃음)
하하. 그런 것 같다. 정말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려울 거다.

책은 많이 읽는 걸로 안다.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있다고 본다. 특히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는 책 한권이 충분히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영향을 받은 책이 있다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 준 책이 <어린왕자>다. 처음 접한 게 초등학생 때인데, 그때는 솔직히 ‘이게 소설이야?’그랬다. 뭔가 괴상망측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재미없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얇은 책이라는 점에서는 좋았지만.(웃음) 중학교 때 다시 읽으면서 흥미를 얻었는데, 그때도 여우와의 관계 같은 건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20대 때, 한창 사랑을 하고 있을 때 읽었는데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가 너무 가슴 절절한 거다. 지금 30대가 돼서는 인간관계의 지침서라는 인상을 받는다.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나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가 싶어서. 그래서 내 팬들이나 어린 친구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이 책을 자주 추천한다.

좋아하는 소설 속 인물이 있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초등학교 때 보고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그래서 소설책을 찾아서 읽었는데,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다. 내가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여자인데 진취적이고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그런 캐릭터를. 여성성이 부족하거나 예쁘지 않으면 매력이 덜할텐데, 너무 예쁜 여자가 자기 외모를 이용할 줄 아는 것도 마음에 든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강한 남자 레트 버틀러(클라클 케이블)와 스칼렛 오하라가 짝사랑한 애슐리(레슬리 하워드)중 어떤 남자가 더 끌리나.
클라클 케이블이 연기한 레트 버틀러!

의외로 와일드한 남성을 꼽네.
내가 마초를 좋아한다. 하하. 애슐리는 뭐랄까. 너무 답답하다. 부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칼렛 오하라에게 자꾸 친절을 베풀고. 착한 사람인 건 알겠는데, 그런 우유부단함은 싫다. 나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는 사람이 좋다.

소설 속 인물 중에 영화로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덕혜옹주>를 보면서 이렇게 파란만장한 삶을 산 여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설이 나오기 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잖나. 우리의 뿌리와도 같은 인물을 알리고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문은 들은 것 같은데, 만만치 않은 제작비 때문에 진행이 잘 안 되는 것 같더라.(인터뷰 후 자료를 찾아보니, <덕혜옹주>가 허진호 감독의 연출로 하반기 크랭크인 될 예정이다. 캐스팅은 아직 미정. 그렇다면?)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는 파란만장한 여인이라고 했는데, 진짜 성유리 인생은 어땠으면 좋겠나?
나도 이런저런 굴곡이 없었던 것 아니다. 하지만 그 굴곡의 경사가 가파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평범하진 않지만 평탄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갈증이 있다. 조금 더 액티브하고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고 싶은 갈증이 말이다.

아, 스스로의 삶이 평탄했다고 느끼나?
그렇다. 그래서 뭔가 더 다이내믹하고 굴곡을 있고 강하고 센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거다. 연기로 갈증을 푸는 거지.

이제 가수로 산 인생보다 배우로 산 인생이 더 길다. 욕심이 커지나?
연기에 대한 욕심은 갈수록 많아진다. 20대 때는 “너는 왜 이렇게 욕심이 없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그냥 주어진 것만 열심히 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소처럼 일했다(웃음). 그러다보니 일 안에서 기쁨이나 행복을 찾지 못했고. 그런데 이제는 일이라는 생각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 거다.

난감한 질문일 수 있다. 만약 박찬욱 감독님과 홍상수 감독님에게 동시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느 분의 작품에 출연하겠나.
아, 어려운 질문인데. 두 분의 작품을 하기에는 아직은 스스로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경험과 여유를 쌓아야 하지 않을까.

그 연륜이 쌓였을 때 제의가 들어온다면?
글쎄.(웃음) 홍상수 감독님이 맞지 않을까 싶다.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은 나에게는 조금 하드코어 한 느낌이 들어서.(웃음)

그럼 미래엔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서 깡 소주 마시며 연기하는 성유리를 볼 수 있는 건가?(웃음) 가까운 지인들이 당신을 보면서 성유리가 변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있나?
지인들이 가끔 촬영장에 놀러오는데, 그때 그런 얘기를 듣는다. 내가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는 편이다. 모르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그 자리에는 안 나가는 그런 성격이었는데, 60~70명의 사람들이 있는 촬영장 속에서 편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다”는 얘기를 하더라. “재밌다. 네가?” 이러기도 하고.(웃음) 그래도 아직은 다른 배우들만큼 현장에 편안하게 있지 못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게, 결혼 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그런 것에 여유로워진다고 들었거든. 과연 나도 그런 여유를 누릴 수 있을까, 굉장히 궁금하다.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가보로 물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대본을 책으로 안 보고 A4 용지로 뽑아서 본다. 파일에 하나 하나 다 끼워서 내 대사에 형광 팬도 치고 이런 저런 코멘트를 단다. 그런 대본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모아뒀다. 그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연기 인생을 대변해 주는 아이들인 거다. 그러다보니 점점 대본이 쌓이고 부피가 커져서 버려야겠다 싶다가도, 그러지 못한다. 조카들에게 가끔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웃음)

예전 인터뷰에서 연기는 운명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선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 인생에 뭔가 큰 재미와 다이내믹한 요소를 주는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길을 가다가 절대자를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소원을 빌텐가.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뭘 해도 감사하면 불행할 일이 없잖나.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어떻게 보면 공주병에 걸린 이기적인 삶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나를 너무 사랑하고 나에게 만족감을 느끼면 세상이 정말 아름다워 보이고, 남들이 다 좋아 보일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또 하나 빌자면, 정말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거. 그게 내 소원이다.

요즘 당신을 가장 들뜨게 하는 게 뭔가?
여행.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데, 이번 작품의 선물은 여행이다. 그 여행이 지금으로선 가장 설렌다. 차기작도 너무 궁금하다. 아직 결정은 안 했는데, 어떤 작품일까 상대배우는 또 누구일까 기대된다.

누구와 연기 하고 싶나?
모르겠다. 그냥 나를 설레게 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웃음)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2 )
kahiphop
변치않는 연기~~~ 영화 고르는 안목이...ㅠ,ㅠ   
2012-07-18 14:21
goodman43
성유리! 아직은 외모로 평가받는 배우! 아직은 연기가 좀... 목소리 톤부터 변화를 주면 더 나은 여배우로 나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얼굴로 평가받지 말고 연기로 평가 받아 좋은 여배우가 되셨으면 합니다   
2012-06-17 16:13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