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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부화하면 어떻게 될까 <도약선생> 박희본
2011년 6월 30일 목요일 | 유다연 기자 이메일


영화(도약선생) 잘 봤다.
어땠나?

음… 재밌었다. 말이 많은데, 시끄럽다기보다 귀엽다는 느낌?
정말? 아, 다들 잘 봐줬으면 좋겠다.

얼마 전 시사회에서 윤성호 감독을 유비와 제갈량의 예를 들며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유비가 제갈량을 만나 천하를 얻었다고 표현했듯이, 난 감독님을 만나 사람이 됐다”라고 한 말 말이다.
전부터 연예계에 회의가 있었다. 나름대로 연예활동을 시작한 지 꽤 됐고 스스로 열정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연기자 활동이 술술 풀리지 않아서 내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 작년 초였나.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세 달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적이 있다. 슬럼프에 몸까지 안 좋아 병실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연예활동을 접어야겠다고까지 말이다. 그러던 차에 감독님이 내게 연락을 주셨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이하 구하라)를 같이 하자고.

<구하라>를 통해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연예계에 대한 회의로 큰 결단을 내리려던 차에 윤 감독님의 <구하라>를 만났다. 결국 <구하라>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이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를 어째? <구하라> 촬영이 너무 즐거운 거다. 작품이, 촬영 자체가 재밌고 행복했다. 그래서 연기를 그만해야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그러니까 윤 감독님은 내게 새 삶의 길을 열어주신 분이고, <구하라>는 연기에 불을 붙여준 작품이다.

초단편 영화 <두근두근 영춘권>(이하 영춘권)까지 포함하면, 윤성호 감독과 벌써 세 번째 작업이다.
이상하게 <영춘권>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다른 감독님들도 “어, 너 <영춘권>의 걔!”그러시고.
<영춘권>으로 기억되는 게 불만인가?
아니. <영춘권>에서 합을 맞춘 것들이 고난이도의 화려한 기술이었는데, 그 부분이 아쉬워서 그렇다. 내가 액션 욕심이 좀 있어서. (웃음)

<영춘권>은 짧지만 참신했다. 3~4분 안에 스토리, 로맨스, 액션 등이 두루 짬뽕된 느낌이랄까. 혹시 만화 캐릭터를 참고한 건가?
만화는 아니고, 영화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의 민디(크로 모레츠) 역을 참고했다.

액션영화를 좋아하나? 의외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생겨놓고.
그런가? 나는 액션이 좋다. 특히 ‘주성치 액션’은 최고다. 주성치가 프러포즈하면 결혼할 거다!(웃음) 아, 잭 블랙도 좋아한다. 그 둘이 등장하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다 봤다.

<도약선생> 시사회 때 윤성호 감독이 ‘외주기획’을 강조하며, “<무한도전> 식 촬영으로 모두가 함께 만든 작품”이라며 자꾸 책임 회피(?)를 하더라.
하하. 오히려 그래서 배우들이 돋보였다. 정말 <무한도전>처럼 캐릭터랑 대강의 설정만 해놓고 즉흥적으로 촬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다 감독님이 판을 벌여주신 거다. 감독님이 정말 부담 없이 이끌어주셨다. 아! 캐릭터가 ‘육상소녀’인데 내가 실제 도약하는 높이가 그렇게 높지 않아 그 점이 좀 부담이긴 했다. (웃음)
그러게. 나도 보면서 ‘육상소년데 둘 다 어째 높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웃음)

윤성호 감독과는 이제 호흡이 잘 맞겠다.
감독님이 좋은 건 나를 가장 잘 드러나게 해주신다는 거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연기 꺼리’를 포착해 쑥 끄집어 주신다. “어, 지금 그거! 그렇게 연기해봐” 하는 식으로. 작위적이지 않아서 좋다.

<도약선생>에서 전 육상꿈나무로 나온다. 달리기 좀 하나?
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잘 달렸던 것 같다. 나 실은 YMCA ‘아기스포츠단’ 출신이거든.

방송인 노홍철 씨도 방송에서 유독 ‘아기스포츠단’ 출신임을 강조하던데?
하하, 맞다. 홍철 오빠도 같이, 우리는 아기스포츠단 출신이다! (웃음) 수영은 아직도 취미 중에 하나고,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을 좋아하기도 하고.

<도약선생>에서 극 중 여러 가지 트레이닝을 받는데, ‘사자자세’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눈이 커서 그런지 사자자세를 한 세 배우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더라. 그런데 그거 실제로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자세인가?
응. 실제로 있는 요가 자세를 살짝 변형한 거라고 하더라. 그 장면 촬영할 때 NG 정말 많이 났다. 너무 웃겨서.
함께 출연한 배우 원식 역의 나수윤과의 호흡은 어땠나?
둘 다 말수가 적고 낯가림이 좀 있는 편이다. 그런데 그렇게 비슷한 성향을 붙여놔서 그런지 참 좋았다. 잘 맞고. 무엇보다 영화 촬영 자체가 재미있었으니까.

나수윤이 본인보다 더 어리지 않나? 실제로는 어린데, 되려 그가 언니 역할을 맡아 서운해 하진 않던가?
수윤씨가 나보다 다섯 살 아래 동생이다. 나이 설정 때문에 서운해 하는 건 전혀 없었다. 극 중에서 내가 “노루 같다”고 표현한 것처럼, 수윤씨는 정말 ‘착한 초식동물 같은 친구’다.

윤성호 감독님이 당초 원식을 ‘소년’으로 설정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원식 역을 맡을 남자배우 캐스팅에 난항을 겪으면서, 마침 머리를 짧게 자른 당신에게 그 역할을 부탁했었다고 들었는데.
맞다, 그랬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감독님이랑 같이 한 작업이 몇 편 되니까 주위에서 종종 나를 “윤성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는 나는 감독님의 페르소나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주인공 주위에서 조언하고 도와주는 역할이 대부분이었지. 가령 <영춘권>에서는 내 상대였던 남자배우 역이, <도약선생>에서는 ‘원식’ 역이 감독님의 페르소나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원식’ 역을 맡았으면, 정말 ‘윤성호의 페르소나’가 될 뻔했다.

왜 영화에서 본명 ‘박재영’을 그대로 썼나?
감독님이 ‘재영’이란 이름이 중성적이어서 좋다고 하셨다. 원래 처음 주어졌던 역이 ‘소년 원식’ 역이기도 했고.

극 중 ‘재영’의 꿈은 거창하게도 ‘가정의 계급을 바꾸는 것’이다. 이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돈을 많이 버는 것? 유명인이 되는 것?
음, 신분상승? 스스로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는 욕망을 ‘재영’이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영화 속 이상화 시인의 고택에서 시 수업을 받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재영’이 지은 ‘전어’도 실제 자작시라고 들었고.
하하, 맞다. 실제로 주제어를 받고 배우들이 시간을 두고 시를 지었다. 그 장면을 실제로 촬영했고. 그렇게 해서 각자 자작시가 탄생했다.

시도 그렇고, 이번 영화는 ‘<무한도전> 식 공동작업’인 만큼 각본도 함께 쓴 걸로 알고 있다. 시, 소설, 일기, 수필 등 원래 뭔가 쓰는 걸 좋아하나?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소설까지는 아니고, 일기나 에세이 정도? 학교 다닐 때 ‘시나리오 워크숍’이라는 극작 수업이 있었다. 그때 내가 쓴 시나리오를 보면서 “와! 이건 정말 ‘씨제이’나 ‘싸이더스’ 같은 데서 탐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걸 자신 있게 교수님께 제출했지. 그러면 교수님들이 그러시더라. “넌 도대체 제작비는 생각 안 하는 거냐!”(웃음)

연기할 때는 어떻게 몰입하나?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부터 그 사람(캐릭터)이 되려고 노력한다. 물 마실 때, 밥 먹을 때, 친구 만날 때, 지하철 탈 때… 그러니까 내 모든 일상에서. 그리고 전에 내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자주 돌려보면서 공부한다. 나름대로 복습하는 거지.

여태까지 했던 작품 중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가 있나?
이번 작품. <도약선생>의 ‘재영’이 실제 성격이랑 가장 많이 닮았다.

본명 쓰길 잘 했네.
그러게. (웃음)
프로필 상 취미 중에 ‘독서’도 있더라. 최근엔 무슨 책 읽나?
요즘 <큰 발 중국 아가씨>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전족을 거부한 중국 아줌마의 삶을 다룬 이야기다. “조국이 전족을 강요한다면, 나의 조국은 없다”라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독서, 수영 말고 취미가 또 있나?
내가 ‘미드’ 수사물 팬이다. 이전엔 ‘일드’도 한창 많이 봤고. 난 ‘미드’ 보면서 맥주 마실 때가 제일 행복하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자주 안보나? 얼마 전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줄거리를 짧게 압축하면 ‘과거 걸그룹 멤버의 부활’로도 볼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글쎄, 드라마 속 ‘국보소녀’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화려한 아이돌 아니었나. ‘밀크’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서….

밀크 시절 이야기 꺼내는 거, 별로인가?
아니, 뭐 상관없다. 그것도 어차피 나인걸.

나온 김에 별로일지도 모를 질문 하나 더 하자. ‘김태희 닮은꼴’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배우가 배우 닮았다는 말, 어떤가?
내가 태희 언니를 좋아해서 그런지 전혀 기분 나쁘거나 그렇진 않다. 그런데 <그랑프리> 촬영으로 직접 만나 보니, 난 닮은 걸 잘 모르겠더라. 태희 언니가 워낙 예뻐서. 그보다는 지훈 오빠를 더 닮은 것 같다.

가수 출신, 배우 이지훈 말인가?
응, 몇 년 전 MBC 드라마넷에서 했던 시트콤 <빌리진 날 봐요>에 지훈 오빠랑 같이 출연했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닮았더라. 이것 봐라.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며)같이 찍은 사진인데, 내가 봐도 닮았다. (웃음)
(웃음)사업 얘기 좀 해보자. 의류 쇼핑몰 CEO이기도 하다. ‘B.B 룩(박희본만의 스타일 연출법)’ 스타일도 화제고, 매출도 좋은 걸로 알고 있다.
부끄럽다. 아직 신생업체라 유지비가 더 많이 든다. 즐겁게 하니까 잘 되는 것 같다. ‘B.B룩’은 ‘청담동 며느리 룩’처럼 스타일 느낌을 살리다보니 자연스레 나왔다.

쇼핑몰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전에 소속사가 있을 때는 회사에서 알아서 예쁜 옷들을 협찬 받아줘서 별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소속사를 나오고 혼자 움직이니까 오디션장에 가더라도, 내가 직접 시장을 돌며 발품 팔아 옷을 봐야 하더라. 그렇게 직접 움직이며 옷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마침 디자인 전공으로 유학을 다녀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같이 시작하게 됐다.

쇼핑몰 덕에 케이블 프로그램 FashionN의 <스타일 배틀로얄 TOP CEO 3>에도 출연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음…. 그 프로그램 출연 결정을 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아직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되지 않은 상황인데, 섣불리 출연했다가 그저 ‘쇼핑몰 하는 애’로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그런데 한편으로는 ‘열심히 사는 애’라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게 본업인 연기에 폐가 안 되고 오히려 (물질적 측면 등에서)도움이 된다면, 그 열정을 연기에 쏟아 부을 것이란 마음이 컸다. 이런 내 맘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다.

그 프로그램이 ‘서바이벌’ 형식인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
방금 말했듯이 나는 신중하게 숙고해서 출연 결정을 했는데, 출연자와 제작진 간의 입장 차 때문에 좀 힘든 면도 있다. 제작진으로서는 아무래도 ‘서바이벌’ 느낌을 최대한 살려야 하니까, 속마음 인터뷰를 할 때 다른 출연자에 대해 적대감을 가진 것처럼 멘트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좀 충돌이 있는 편이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유는 뭔가?
어떻게 보면 쇼핑몰은 내가 먹고 사는 돈을 버는 방편이다.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긴 한데, 쇼핑몰을 재밌게 하면서 이 일로 내가 돈을 번다면 그만큼 내게 여유가 생기지 않나. 그렇게 여유가 좀 있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면, 연기는 다른 불순한 의도 없이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배우, 걸그룹 출신, MC, 쇼핑몰 사장 등 은근히 수식어가 많다. 본인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길 원하나?
(주저 없이) ‘연기자’로 불릴 때가 가장 좋다!

롤 모델이 있나? 인생의 롤 모델이든, 배우로서든.
음… 인생의 롤 모델은 태희 언니다. 언니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다 예쁘다. 항상 양지에서 밝은 에너지만 받은 사람 같다. <그랑프리>를 함께 촬영하면서 ‘이 언니처럼 살면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배우는 공리, 강혜정, 전도연 선배님.

배우 공리를 좋아하나?
응, 공리 때문에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전에 MBC 주말의 명화에서 공리가 출연한 <홍등>을 봤다. 그때 영화 속 어떤 씬에서 공리가 문득 멈춰 서서 뒤돌아보는 모습이 있었는데, 그 모습에 반해 배우를 꿈꿨던 것 같다.

작년 말 싱글앨범도 발표했더라. 타이틀 곡 ‘스물 둘’을 보고, ‘83년생인데 왜 곡 제목이 스물 둘이지?’ 했는데, 가사 들어보고 알았다. ‘아직도 난 그댈 처음 만난 스물 둘, 못 견디게 미운 내일 모레 서른’이란 식의 가사 말이다.
(쑥스러워 하며) 하하, 그런가. 다행이다.
곡에서도 밝혔듯이, 곧 서른을 앞두고 있다. 서른 살을 맞는 소감이 어떤가?
글쎄…. 특별히 스무 살, 서른 살… 이렇게 나이에 규정되고 싶진 않다. 아직도 나 스스로는 10대 같고 20대 초반 같다. 난 관념 안에 갇힌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냥 이대로가 행복하고, 이제껏 살아온 순간들에 후회가 없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어머니한테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어머니가 요즘 중국어 수업을 받고 계신데, 무척 열심히 공부하신다. 그래서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여쭸더니, 어머니 말씀이 “내가 이미 50년을 살았지만, 중국어를 배워놓으면 앞으로 못해도 30년은 써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거였다.

그래도 삼십 년 가까이 살아왔는데, 서른 살 인생 중 스스로 제일 잘했다고 여기는 것 하나만 꼽자면 뭐가 있을까?
내가 20대 초반에 사기를 한 번 당한 적이 있다. 돈 관련 사기였는데, 여차여차해서 그 사람이 7년 만에 검거가 됐다. 그 사람을 용서한 게 잘한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용서의 의미로 수용소로 책을 보냈다. 아, 그리고 성당 다니면서 세례 받은 것도 잘한 일 중 하나같다.

결혼 생각은 없나?
이성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이 없다. 주위를 보면 결혼할 경우 어느 정도 배려하고 맞춰가는 부분이 있어야 하더라. 그런데 난 이상하게 이성관계에서 승부욕이 생긴다. 아직 결혼할 상대도 없고. 주위에 남자는 많은데 다들 그냥 “형”, “형님들”이다. (웃음) 당분간은 연기에 집중할 것 같다.

희망하는 작품, 혹은 배역이 있다면?
<소녀검객 아즈미> 시리즈나 <킬빌> 시리즈의 액션, 혹은 견자단 같은 액션을 해보고 싶다. 아, ‘길라임(하지원)’ 식 액션도 좋다.
다음 작품으로 정해진 것이 있나?
윤성호 감독님의 차기작에 출연하기로 했다. 로맨스 물인데, 이번엔 플롯도 확실하게 있고, 적어도 ‘<무한도전> 식’ 촬영은 아닐 것 같다.

오, 드디어 로맨스 물인가?
그런데 그게 윤 감독님 작품이니까. (웃음)

아, 그렇지. (웃음) <도약선생>에서 극중 재영의 목표는 “가정의 계급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당신의 꿈은 뭔가? 인생의 최종 목표라도 상관없다.
내 꿈은 효도 하는 거다. 악한 기운에 빠지지 않고, 나 스스로 즐거운 인생을 꾸리면서 잘사는 게, 결과적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장래희망은 ‘재활 승마 치료사’다. 이건 <그랑프리> 촬영 전부터 꿈꿨던 거다.

그럼 연기자는?
연기는 본업이고, 사회공헌 목적의 또 다른 장래희망으로 재활 승마 치료사를 꿈꾸는 거다. 이건 쇼핑몰 운영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말을 좋아하네. 혹시 경마는 해봤나?
딱 한 번 해봤다. 난 요행을 별로 안 좋아한다. 게임이나 도박 이런 거 싫어하거든.
그건 성격이라고 봐도 되나?
연관 있다. 나는 남이 나를 100% 공감한다는 걸 믿지 않는다.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다.

낯가림도 성격인가?
응, 내가 원래 리액션에 약하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할 때 모두 앞 다투어 “아, 진짜?” 하는 식의 일률적인 반응을 하는 게 놀랍다. 나는 그런 게 잘 안 되고, 딱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더 낯설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진심으로 즐거워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도 즐거울 거라고.

마지막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음… (잠시 생각하더니) 나는 아직 ‘알’이다. 그러니까 그 알이 부화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고 싶다.

기회를 많이 못 가져서 속상한가?
속상하다기보다 아쉽다. 배역을 얻기 위해 오디션장을 다니는데, 고배를 마실 때마다 나름대로 이해는 하지만 많이 아쉽다. ‘나는 아직 알인데, 그래서 이 알을 어떻게 품느냐에 따라서 이게 부화가 될지 안 될지, 부화가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물론 이건 내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는 거 잘 안다.

힘내라. 정말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
지구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2011년 6월 30일 목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2011년 6월 30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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