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보다는 영상물 자체의 완성도가 문제다
정형국 스테레오그래퍼는 6년 전 3D 입체영상 토탈 솔루션 개발업체 마스터이미지3D아시아에 입사했다. “대학교 때는 인터렉티브 퍼포먼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인터렉티브 퍼포먼스란 이미지나 사운드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관객과 배우가 교감하는 퍼포먼스입니다.” 무대를 공간과 청각의 개념으로 바꾸고 싶어 하던 대학생은 시간이 흘러 3D 입체영상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스테레오그래퍼가 됐다.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심과 3D 입체영상에 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그는 시간이 흘러 노하우를 쌓은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입체영상은 인간의 감각을 이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항상 자신에게 질문하고 의심을 해야 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정답이 없어요.”
또한 국내의 3D 영화 제작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의견을 냈다. “아무래도 영화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3D로 촬영하면 제작기간이나 제작비용이 1.5배에서 2배 정도 들 텐데, 티켓 비용을 올려도 내수로는 충당하기 힘듭니다”라며 그보다는 이미 하드웨어가 갖춰진 TV쪽을 통해 대중화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금 장편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이 오면 작업하겠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3D 전문 인력이 부족합니다. 최근 3D 입체영화를 제작하려는 국내 제작사들도 외국 스탭과 함께 하거나 컨버팅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3D에 대한 막연한 관심보다는 실질적인 인력 개발이나 환경을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는 2D 인력으로 3D 제작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름의 3D 관련 기술을 갖춘 회사들과 장비 업체들이 손을 잡고 테스트 영상을 만들거나 2D 방송을 제작할 때 지원을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영상물을 제작해보지 않은 탓에 경험요소가 적다. 장비 역시 마찬가지. 물론 포커싱이나 줌 인/아웃 등 어려운 테크닉을 소화하는 고가의 장비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포기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이 쉽게 카메라 두 대를 쓰면 3D가 아니냐고들 하는데, 굉장히 잘못된 인식입니다. 3D는 2D에 포함된 부분이 아니라 독립된 요소입니다. 2D와 3D는 교집합이 있는 완전 다른 분야입니다”라며 2D 기술에 근거해 3D를 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연출적인 감성을 지닌 이들이 3D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면을 찍는 2D 기술을 터득한 사람이 공간을 캡쳐하는 개념의 3D를 다시 배우거나 두 가지를 완전히 분리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3D 입체영상을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기술은 일정 기간 공부하면 익힐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감성과 같은 것들은 공부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 좀 다른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형국 스테레오그래퍼가 감성을 키우기 위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영화보기다. 결국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연출자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러한 관점에 3D를 접목시키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술적인 완성도와 연출적인 부분은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칠 수 없습니다. 휴먼이펙트 없이, 실사를 보듯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감성적 재미, 즉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며 두 요소를 두루 겸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최근 컨버팅을 통해 3D의 옷을 입은 영화들의 낮은 입체 완성도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상적인 3D 입체영화를 묻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드래곤 길들이기>를 꼽았다. “회사에서 오래 일하면서 다양한 입체영상을 접한 탓에 웬만해선 감흥도 없었는데, <드래곤 길들이기>에는 시각적 쾌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의도적인 입체감이 아니라 이야기와 잘 섞여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라며 IMAX 3D로 두 번 봤다며 <드래곤 길들이기>를 극찬했다. 반대로 안 좋은 경우로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꼽았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오래 전부터 3D 입체영상에 관심을 갖고 여러 영화를 만들어냈지만, 의도적인 보여주기 연출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 걸 기믹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뭐가 확 튀어나온다던지 갑자기 뭐가 쏟아진다던지 하는 노골적인 입체감을 말합니다. 근데 이런 장치들이 연출과 동떨어지면 역효과가 납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그런 경우입니다.”
그때가 되면 3D 입체영상에 관한 전문 인력도 많이 생길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양질의 컨텐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TV나 각종 개인용 디스플레이로 손쉽게 3D 입체영상을 즐기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다. 정형국 스테레오그래퍼는 보다 많은 경험을 통해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론적으로 아는 것이 첫 번째지만, 그건 기본입니다. 양질의 컨텐츠를 많이 접하고, 다양한 작업을 통해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말은 국내 3D 입체영상 시장의 미래에 대한 밝은 견해다. 물론 그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2010년 10월 1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10년 10월 1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