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누구나 다 아는 봉태규, 아무도 모르는 봉태규
2006년 11월 14일 화요일 | 최경희기자 이메일


<방과 후 옥상>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두 편의 코미디 영화를 했는데 어느 정도 코미디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 혹은 가치관이 생겼을 것 같다.
사실 그게 없다. 진짜로. 다들 배우마인드가 있고 그러는데 나는 그게 사실 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마음을 먹는 게 배우 마인드인지도 모르겠다. 코미디장르를 연거푸 두 편하긴 했는데 가치관, 철학 이런 건 없고 바뀐 거는 있다. 예전에 <방과 후 옥상>할 때는, 니마이와 쌈마이의 중간 정도를 최고로 치는 즉 외줄타기 연기를 했다. 나름대로 애도 많이 썼고. 근대 이번 영화하면서는 그게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차피 코미디 영화라는 게 안면몰수하고 해야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세게 가야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장르다. 웃음을 주려고 하는 영화인데 혹시 외줄타기 하는 것 자체가 내숭이며 잘난 척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나 혼자 했다. 그래서 <애정결핍이...> 할 때는 그런 것 하지 말고 가야 될 상황이 있으면 끝까지 가고 말아야 될 상황이면 멈추고 대신, 움찔하지는 말자 그 생각은 했다. 움찔하는 순간 끝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주성치를 볼 때 그 사람이 그 외줄타기를 고려했으면 <소림축구>라는 영화가 나왔을까?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애매하게 외줄타기 뭐니 해서 내 기 뺏기지 말고 이 씬 같은 경우에는 가야겠다하면 갔다. 대신 진심으로 해야 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게 코미디라고 해서 졸라 웃겨야지 이렇게 생각한 순간 끝이라고 본 거다. 그런 생각은 있는데 뚜렷한 가치관 이런 건 없다.

그래도 좋은 선배 배우들 보면서 나도 저런 배우이고 싶다 혹은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나름 롤모델도 있었을 듯 하고.
예전에는 있었다. 배우는 뭐를 해야 되고 이런 배우가 좋은 배우고 근대 그것도 사실 의미 없음이 아닌가. 내가 생각할 때는 배우라는 존재는 스스로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남이 평가 해주는 존재다.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남이 못했다고 하면 못한 거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것에 대해서, 저것에 대해서 가타부타 설명을 하는 게 맞는 걸까? 물론, 가치관이 있으면 좋은 건데, 사실 있긴 있다. 근대 그게 별로 맞는 것 같지 않아서 문제지. 어떻게 하고 싶다 내지는 어떤 식의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은 있는데 배우로서 내 마음가짐은 이렇습니다, 저렇습니다는 없다. 그냥 최선을 다하자 열심히 하자 그거뿐이다.

의외다. 당신과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은 주연 1~2편 하고 나면 배우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식으로 배우로서의 정체성, 배우관을 가지려고 하고 또한 내보이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 오해도 많이 받는다. ‘생각 없이 할 줄 알았다’ (하하) 사실 나도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막상 하려고 보면 느끼하게 생각된다. 나중에 배우관이 정립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진짜 없다. 어떤 연기를 할 때 이런 식으로 추가하는 거는 있는데 배우마인드는 솔직히 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얘기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예전 인터뷰 한 것 보면 내가 그랬던 게 가식적인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어서 내가 혹시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처음으로 되돌려서 <방과 후 옥상>과 <애정결핍이..>에서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는데 다들 봉태규의 연기가 어디서 달라졌는지를 모르더라. 두 영화에서 보여준 코미디 연기에 차이가 있는가?
나는 이게 달라졌다고 말하고는 있는데 사실 그게 미묘한 차이다. <방과 후 옥상>에서는 내 개인기 위주의 방방 뜨는 느낌아라고 해야 되나? 그런데 <애정결핍은...> 같은 경우에는 개인기는 우선 없다. 좀 (연기 톤을) 깔았다. 예를 들어 <방과 후 옥상>에서는 매 씬 모두 재밌어야 하고 처음 단독주연을 한 거다 보니 강박관념이 너무 심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 할 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라는 의구심 속에서 정말 보여줘야 할 장면에서는 확실히 보여주고 그게 아니라면 물 흐르듯이 해야 할지라도 장르가 코미디이다 보니 별 무리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정도. <방과 후 옥상>과 비교해서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거나 그런 변성은 없다. 그리고 캐릭터 자체가 다른 사람이니까. 연기 면에서는 방방 뜨는 개인기 위주의 연기에서 극의 흐름에 맞게 갔고 대신 톤 자체는 깔아서 가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코미디에 안 어울릴 수도 있는데 나름 이렇게 변화를 주었다. 만약에 사람들이 봐서 하나도 안 바뀌었네, 라고 그러면....... 할 수 없죠! 쩝.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남들이 알아주길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얘기를 해봐야 설득시킬 수 없는 문제이니까, 하나도 안 변했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난 변신을 못 한다. 연기변신이 뭔지도 모르겠고 내가 로봇도 아닌 이상 변신은 못하고 대신 난 항상 ‘변주’를 한다. 기존에 있는 걸 가지고 변주를 한다. 다들 나한테 너무 고등학생 역할만 하는 것 아니야? 내지는, 너무 코미디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을 할 때도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 그게 인터뷰든 공식 석상이든지 간에 말이다. 왜냐하면 내가 데뷔 영화(<눈물> 임상수 감독)를 찍을 때에는 내가 코미디 영화를 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했거든. 근대 어느 순간 사람들은 그걸 다 잊어먹고 나는 코미디 영화를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걸 처음부터 지켜본 나로서는 또 언젠가는 ‘태규씨 이젠 재미있는 것도 하셔야 되는 것 아니어요?’ 이런 얘기가 또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데뷔작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눈물>이란 데뷔작을 기준으로 변주를 해서 새로운 곡이 나왔는데 그게 코미디고 여기서 또 다시 변주를 다시 한다면 또 다른 새로운 곡, 장르가 나오겠지. 난 변신이 뭔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변주라는 게 아는 사람들만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끝까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거다. 변주가 심해지고 심해지면 전혀 다른 게 나오고 그럴 때 어떤 반응이 나올게 뻔하니까 별로 신경 안 쓴다.

영화 보고 사는 나도 그런 변주와 변신의 차이를 모른다. 이렇게 배우가 직접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당신 또래 배우들 중에서 코미디 연기를 하는 배우는 거의 없다.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다. 다들 폼 나는 연기로 한창 이미지 작업 중인데, 코미디 연기가 가능한 배우로서 나름 또래 배우들과 비교해서 자부심도 느낄 것 같다.
그게 의도한 거면 음~ 내 생각대로 돌아가고 있군, 그럴 텐데!(하하) 전혀 의도한 게 아니다. 요즘 들어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이런 얘기를 종종 듣고 있는데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실 좋은 일이잖은가? 20대 또래 배우 중에 코미디를 하는 배우가 봉태규 밖에 없네라는 평가 그 자체는. 사실 할게 얼마나 많은데 작품 할 것도 많고. 그래서 그런 칭찬 별로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내가 <광식이 동생 광태> 들고 나올 때만 해도, 봉태규가 무슨 바람둥이냐?! 그런 여러 가지 평가을 받았다. 과연 봉태규가 주연배로서 그걸 소화할 수 있겠느냐 이런 의구심 가득한 평가 받은 게 불과 딱 1년 전인 이 상황에서 말이다.

그 바람둥이 이미지로 여러 CF에서 돈도 많이 벌기까지 했는데.
불과 1년 됐는데 이런 건 정말 격세지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의도한 것 아니지만 좋은 평가이긴 하다. 기분 좋다.

타 매체와의 인터뷰를 보니까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쓰여 있더라. 말 그대로 운 빨일 수도 있지만 이 충무로 바닥이라는 게 인맥과 친분 이런 게 얽히고설킨 곳 아닌가. 혹시 인맥과 친분을 잘 관리한 편 아닌가? 그걸 운이라고 돌려 말한 거고.
인맥이라고 할 만한 친한 배우도 진짜 별로 없다. 진짜 친한 배우가 없다. 명색이 연예인이다보니 전화번호부를 펼쳐보면 유명한 사람이 많아야 되는데..

몇 사람 없나?
다섯 명도 없다. 그냥 친구들 감독님들이 대부분이다. 근대 그 안에서 사람 운은 좋은 것 같다. 어느 날 진짜, 나 인생 잘못 사는 것 아닌가? 그래도 좀 알려진 사람인데 전화번호가 100개는 넘어야 되는데 80명도 안 되더라. 통 틀어서. 친척, 가족 합치면 8명이고 사무실, 매니저먼트 식구들이 10명, 친구들 하면은 30명. 진짜 같이 작품 한 사람 아니면, 술을 잘 마시거나 처음 접하는 사람 앞에서도 적응을 잘 하는 성격이면 친해지겠는데 우선은 낯을 많이 가린다. 술자리가 있어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으면 주눅이 들어서 빨리 들어온다. 뻘쭘하기도 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런 것도 필요한데 그게 잘 안 되더라. 인맥 관리는 일단 그나마 아는 사람들만이라도 잘 챙기자 주의다. 그 사람들마저 떠나가면 정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웬 새로운 사람? 있는 사람도 관리 못해 떠날 판국에.

그런 얇은 인맥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운 좋다는 당신 말이 맞긴 맞나보다.
정말 운이 좋았던 거다. 시대가 좋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대가 좋은 것 같고. 사실 나는 별로 가진 게 없다. 장기로 예를 들면 차포 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른 분들하고 비교해봤을 때.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맞는 걸까. 진짜 열심히 둘 수밖에 없는 거다. 다른 사람이 장기 둘 때 3개 정도의 수를 생각하고 장기를 둔다면 나는 10개 정도 생각하고 둬야 한다. 전쟁 치른다고 치자면 상대는 대포도 있고 있을 것 다 있는데 나는 딸랑 권총하고 칼 밖에 없는 꼴이다. 결국 죽자 사자 트릭을 만들고 밤에 야산 가서 대나무로 부비트랩 같은 것 만들어야만 한다.

결국 지금의 자리까지 온 건 남모르는 피나는 꼼수의 결과라는 말로 들린다.
정말 그런 평가, 예를 들어 외모적인 평가는 워낙 잘생긴 배우들이 많으니까 그거에 대해서는 뭐라고 안 좋은 얘길 듣더라도 기분이 안 나쁘다.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름 직업이 배우인데 연기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변명 할 때도 없고 하소연 할 때도 없게 되는 거다. 더구나 나는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어서 남들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정말 미치기 직전까지 노력한 사람이니까 더더욱 그렇다. 항상 어떤 한계에 직면했다. 데뷔작 찍고 났더니 하고 싶은 역할 많이 못하게 됐고 그렇다고 오디션에 합격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정말? 오디션으로 뽑힌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 번도 없었다. 오디션에 합격한 적도 없고 오디션 볼 기회도 없었다. 오디션이라는 게 에이전트에서 프로필을 넣고, 그럼 그 프로필을 보고 괜찮으면 오디션 보라고 하는데, 누가 괜찮다고 하겠나, 내 얼굴 보고? 잘 생긴 애들이 그렇게 많은데 같은 신인이면 연기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나라도 얼굴 잘 생긴 사람 뽑는다. 연기는 한 끗 차이거든. 한 작품 했는데 그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남들도 그렇게 봐줄 리는 만무하고. 2003년에 시쳇말로 떴으니까 뜨기 전 3년 동안 오디션을 본 게 20개도 안 될걸. 그때 가장 문제가 됐던 게 인지도다. 그래서 인지도를 쌓았다. 시트콤 <논스톱>을 그래서 했고 그랬더니 시트콤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고 하네. 그래서 정극 드라마를 했다. <한강수 타령>을 하고 그때 영화 할라고 했더니, 주연을 안 해서 뭔가 평가 받을 만한 게 없다는 거다. 그러다 어찌어찌해서 <광식이 동생 광태>를 하게 됐다. 그 다음에 <방과 후 옥상>을 했는데 그때 나온 말은 ‘그래 이제 너도 주인공도 했고 영화도 잘 됐어. 그런데 단독주연 한 거는 없잖아?’ 그러더라. 이런 한계가 계속해서 나에게 왔고 그걸 극복한 비결은 딴 데 없다. 진짜 그냥 무조건 열심히만 했다. 어떤 작품이 나왔을 때, 작품 평가는 내가 직접 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신 나 자신에 대한 평가만이라도 나쁘게 안 받으려고 정말 열심히 했다.

백윤식 선생님과 파트너를 이뤄 영화를 찍는 다는 것 자체가 봉태규에게 뭔가 대단한 메리트로 작용했을 것 같다. 당신의 노력과 꼼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줄만한. 그 양반이 워낙에 고수 이미지가 강한 연기파 배우이니 당신이 기대하는 게 있었을 것 같다.
메리트는 솔직히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솔직히 시나리오 받았는데 아버지 캐릭터가 너무 센 거다. 지금은 동현이란 캐릭터가 하면서 세지긴 했지만 시나리오 글로만 봤을 때는 아버지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거기다 백윤식 선생님이 한다고 하니 과연 누가 섣불리 아들 역을 하겠다고 하겠는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묻히면 끝이다. 정말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겁이 나서 못하겠다고 그랬다. <싸움의 기술>처럼 내가 차라리 뭔가 가르침을 받고 그런 거라면 주눅 들어서 해도 되는데, 캐릭터 자체가 그게 아니니까 안 되겠더라. 계속 내가 덤비고 치고 빠져야 하는데 그걸 잘할 자신이 없었던 거다. 그러니까 당연 메리트가 없다고 하는 거다. 그런데도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건 내가 시나리오를 가장 우선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연출자를 가장 우선으로 본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이 분하고 하면 내가 묻힐 일은 안 생기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래서 하게 됐다.

백윤식 선생님과 치고 빠지는 연기를 해야 하지만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건 결국 동현이란 인물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극 흐름을 태규씨가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체크했을 것 같은데?
체크 다했다. 철저한 계산 아래. 이 정도에서 웃어주겠군 내지는 이 정도에서 이렇게 생각하겠군 등등. 다 생각하고 들어갔다. 사실 무슨 작품을 하던지 간에 이 정도 계산은 누구나 다 할 거다.

내가 만약 백윤식 같은 배우와 연기를 해야 한다면 백윤식 선생님이 여기선 이렇게 하자 그러면 무조건 ‘예’라고 대답하고 따라갔을 것 같은데 당신은 어땠나?
1~2회 차 촬영까지 그랬다. 백윤식 선생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씀하시는 분이 아닌데 끌려 다녔다. 2회 차 끝나고 나서 이대로 가다가는 영화가 나 하나 대문에 이상하게 나오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이 티격태격하는 재미로 보는 영환인데, 이건 티격태격하는 건 둘째 치고 거의 질질 끌려 다니니까. 그때 기사도 났는데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 내가 마음가짐이라도 백윤식 선생님을 싸워 이겨서 쓰러뜨려야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내가 해야 그런 대단한 배우 분하고 부딪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선생님을 꼭 이기겠다, 그런 게 아니라 마음가짐만이라도 전투적이어야겠다는, 다른 영화할 때보다 더 치열하게 해야 이분의 기를 받을 수 있고 내 기를 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


지금 대답 또한 무척 의외다. 백윤식 선생님과 연기한 대부분의 배우들은 많이 배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던데, 이기겠다는 식으로 대답한 건 당신이 처음이다.
물론 배운 것 많다. 그걸 떠나서 나는 그런 생각도 했다. 차라리 아들이랑 아버지랑 동업자였으면 차라리 편했을 텐데(하하) 내가 아버지를 도와주거나 그런 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말이다. 근대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전투적으로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그래야지 영화가 완성 됐을 때 볼만하지 그렇게 안 하면 볼만하지 않을 거라는. 그렇게 되는 건 더 싫었다. 배운 건 배운 거다. 극의 흐름상 라이벌로 나오니까 연기할 때만큼은, 마음가짐만큼은 그렇게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백윤식 선생님이 나중에는 태규씨의 페이스에 따라와 주지 않던가?
그건 못 느꼈다. 워낙 선생님 캐릭터가 강하다보니 그런 건 전혀 못 느꼈다. 내 페이스대로 가고 있구나 식의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사실, <애정결핍..>에서 실망한 게 있다면 웃음이 너무 꽉 짜인 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봉태규의 코미디 연기 장점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인데, 뭔가 너무 계산된 듯한, 웃음이 많아서 실망했다.
편집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코미디 영화 특성상 빠르게 전개될 필요가 있는데다 숨 쉴 틈 없이 전개되어야 하는 극의 흐름상 그렇게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어디에서 더 자유롭다 식의 기준은 없다. 이것도 일단 내 나름대로는 자유롭게 했기 때문에. 그런데도 그렇게 느꼈다면 편집에서 바뀐 것들 때문에 그랬을 거다. 사실 그러면 어때, 영화만 좋으면 되지. 여기서 연기를 자유롭게 못하게 한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거는 정말 계산을 했다. 여기서 보면 어떠한 상황이 있지만 어떠한 게 주어지지 않으면 절대 안 했다. 일부러 그랬다. 과연 이렇게 했을 때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반응을 보일까가 너무 궁금했다. 예전 <방과 후 옥상> 같은 경우는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지 않아도 내가 그 상황을 만들어 갔다면 이 영화에서는 이게 달라졌는데도 그렇게 안 했을 때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했다. 내가 다른 걸 하지 않고 상황에 충실하게 따라 갔을 때 사람들이 반응이 너무 궁금하더라. 그래서 그랬다.

다시 나이 얘기해서 미안한데 당신 나이에 코미디를 연거푸 하기도 힘들지만 패러디까지 한다는 건 더더욱 보기 힘든 일이다. 당신이 한 패러디 연기만큼은 그래서 정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패러디라는 게 단순히 모방만을 가지고 하기에는 힘든 연기다. 잘해도 거기서 거기지만 못하면 정말 욕먹는 연기가 패러디 아닌가?
치밀하게 생각했다. 시나리오에는 원래 패러디가 없었다. 물론 그건 있었다. 나 여기 있어요, 군만두만 먹였을 거다, 그 대사는 시나리오에 나와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내가 최민수 선생님 패러디 한 부분은 없었다. 시나리오에 없는 데도 그걸 한 거는 극의 흐름을 보니까 어차피 앞과 뒤에 이걸 했는데 중간에 다른 걸 보여준다는 게 말이 안 되더라. 그게 오히려 말 그대로 욕먹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움찔한 기분이 들었다. 괜히 잘못했다가는 정말 쌈마이 같은 느낌이 들겠고. 그래서 감독님에게 통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니 완전 패러디로 하는 게 어떨까? 라고 제안을 했다. 알고 보니 감독님도 진작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내가 안 할까봐 말을 못하고 있었던 거였다. 솔직히 쉽지 않은 연기가 패러디다. 남이 했던 연기를 재해석 한다는 것 자체가. 아마 <방과 후 옥상> 할 때라면 아마 못하겠다고 했을 거다. 내가 아까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죠? 갈 때까지 간다고. <올드보이>를 맨 먼저 찍었다. <너는 내 운명>은 그 다음에 찍었는데 이것도 완전 패러디로 가자라고 마음먹고 연기했다. 정민 형 말투를 따라하되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느낌을 똑같이 가져가는 식으로 패러디했다. 가져갈 건 다 가지고 가돼, 되도록 내 것도 가져가는 식으로. 내 방식대로 내 느낌대로 패러디 한 거다.

그게 힘든 거다. 내꺼와 남의 것을 믹스하기가.
그렇다. 별 생각은 없었다. 패러디보다는 푸대자루에 묶여 있는 게 더 힘들었다. 내가 어떻게든 OK를 받아서 이 원초적인 소품 푸대에서 나와야겠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정말 거기에 묶여있으니까 미치겠더라. 사실 우리 영화의 패러디에 대한 관심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데 이것도 의도하지 않은 반응 중에 하나다. 재미있다고 해줄 수는 있지만 이거에 대해서 제일 많이 얘기 할 줄은 몰랐다.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특히 <너는 내 운명> 패러디 찍을 때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진짜 이거 통으로 들어내야 하는 것 아니야 하고 다들 생각했다. 그때 스텝들 반응이 뭐였냐면 ‘뭐야 이거!’였다. 그래갔고 솔직히 이거 내가 했지만 재미는 별로 없다고 감독님한테 말했더니 감독님도 긍정하더라. 그런데 정말 <올드보이>보다 <너는 내 운명> 패러디 한 부분에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보고 정말 의외였다.

개인적으로 기자도 <너는 내 운명> 패러디 부분에서 가장 많이 웃었다. 상황보다는 당신의 표정이 너무 웃겼다. 표정 하나로 스크린을 꽉 채우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나는 표정이 딜레마인데. 정말 표정이 다양하지 않다. 짐 캐리는 정말 다양한데. 나는 사진 찍을 때 표정이 2개 아니 3개 밖에 없다. 활짝 웃는 것, 살짝 웃는 것, 무표정 이렇게 딱 3개다. 이게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표정이 정말로 안 풍부해서 고민이다. 그런데 스크린을 꽉 채운다는 소리를 들으니 이 역시도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할까? 아부가 아니라 표정 하나만으로도 스크린을 채울 수 있는 배우는 우리나라에서 설경구와 봉태규뿐이라고 정말로 생각했는데. 그런 소심한 반응을 보니 살짝 김빠진다.
그건 정말 대단한 평가다. 감사하다. 나중에 내가 정말 추구하고 싶은 연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사노 타다노부처럼 무표정으로 일관하는(하하~) 이들은 표정이 없다. 근대도 다 느껴진다.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아사노 타다노부 정말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배우다. 그런데도 어찌나 시적인 섹시함이 느껴지는지 정말 그의 연기는 언제나 강렬하다.
맞다. 연기 잘한다. 이건 다른 얘기인데 내가 하는 연기하고 아사노 타다노부가 하는 연기하고 합쳐진다면 뭐가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배우가 쿠보즈카 요스케(<GO>의 주인공)다. 그 친구는 정해진 게 없다. 어떤 상황에서 뭘 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게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아사노 타다노부의 연기하지 않은 그런 연기를 내가 내 식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내지는, 좋을까 하는 생각 많이 한다.

<밝은 미래>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굿바이’라고 말한 뒤 자살하는 아사노 타다노부의 연기를 당신이 하는 걸 잠깐 상상해 봤는데 재미겠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다른 느낌 다른 영화가 나올 것 같다.
다들 할리우드 얘기나 할리우드 배우들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정말 가까운 나라인 일본도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정말 많다. 거기다 나이까지 어리다. 처음에는 그 사실에 놀라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좋아하는 감독이 만든 일본영화만 보는데, 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해서 그의 영화만 본다는 식으로, 쿠보즈카 요스케 영화만 봤다. 그리고 네이버에서 그에 대해 검색해 봤는데 그의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들의 전작을 보고 놀라고 그 전작을 찍었을 때의 그들의 나이를 보고 두 번 놀래고. 과연 이 정보가 맞는지 조차도 의심될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좋은 일본배우들 대부분이 80년대 생이어서 사실 나도 당신처럼 놀란 경험이 있다. 봉태규도 그들과 비교해서 전혀 딸리지 않는다. 사실 이 나이에 이 정도 실력 가진 배우로서는 보기 드문 케이스니 너무 그들을 부러워 말라.
지금 그 말도 거짓말 인 것 같다. 마케팅팀 누나들도 그런 말을 나에게 해줬다. 사실, 백윤식 선생님 연기는 당연히 기대한다고 생각하지만 나까지는 거짓말이고 생각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내 연기를 과연 기대한다는 게 진짜인지 의구심이 든다. 내가 연기를 잘 한다고 말씀을 해 주는데 내 스스로는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건가? 혹시 이거 거대한 음모 아니야? 라는 식으로 의심에 의심을 더할 때가 많다. 내 영화를 좋게 평가하고 나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해줘도 난 한 번도 좋았던 적 없었다. 저 말이 사실인지 속으론 계속 의심하면서.

자신에 대한 남의 평가를 계속해서 스스로 의심하다보면 결국엔 자아학대로 그게 변질된다. 너무 자신을 학대하는 것 아닌가?
맞다. 학대한다. 나라는 놈은 행복하고 마음이 편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 할 때가 많다. 행복하고 마음이 편하면 그 상황에 안주하게 될 것이고 태도 자체가 안일해 질 거다. <가족의 탄생> 하면서 정유미라는 배우에게, 물론 신인이긴 하지만 참 많이 배웠다. 이 세상에 이렇게 연기하는 애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많이 배웠다.

아까부터 느끼긴 했지만 당신은 자신에 대한 좋은 말은 부정하고 나쁜 말은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이다. 겉으로는 유쾌 발랄 상쾌하게 보이는데 속으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인 것 같다. 내성적인데다 약간은 우울한 성격이고 거기다 냉소적인 면도 보인다. 매사 긍정적인 성격인 것처럼 보였는데 참 의외다. 아마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 모두 기자와 동일한 생각을 할 것이다. 한 가지 솔직하게 얘기하면 본인도 그런 성격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하고 의심하는 스타일, 당신처럼
어떤 안 좋은 얘길 들어도 받아들이는 편이다. 어쩔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누군가 내 겉모습에 대해서 안 좋게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면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나. 그걸 가지고 왜요? 이렇게 따지면서 여기도 괜찮고, 사실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다고 해봤자 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연기만큼은 어떤 말을 나에게 해주든 못 받아들이겠다. 아니 나쁘게 얘기하는 건 그대로 다 흡수가 된다. 고쳐야 된다고 바로 생각하는 편이다. 좋게 얘기 해주는 건 이상하게도 흡수가 안 된다. 스스로 벼랑 끝으로 내 자신을 내몬다. 세워놓고 손가락으로 톡톡치는 거다. 그래야지 안 떨어지려고 발버둥 칠 테니까. 아무리 벼랑 끝에 몰려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면 처음에는 무섭겠지만 그것마저도 며칠이 지나면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된다. 그럴까봐 난 내 자신을 벼랑 끝에서 툭툭 건드린다. 거기서 떨어지면 지는 거고.

참 고약한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힌다. 그건 결벽증이다. 이런 얘기를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 때도 한 적이 있는가?
없다.

없다면 무비스트와의 인터뷰 때 처음 하는 얘기라는 건데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읽고 정말 당신을 달리 볼 것 같다. 참 치열하게 배우로서 노력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이겠지만 충분히 재능 있는데 저 정도까지 벼랑 끝으로 스스로를 내몰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물론, 당신의 그 자세가 훌륭한 배우로 가는 첫 번째 지름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할 거다.
그렇게 봐주면 다행인데, 아마 ‘폼 잡고 있네, 웃기고 있네’ 그러지 않을까요?


절대 아니다. 또~또 자신을 학대한다. 여하튼 당신은 그래서 배우 이미지에 갇히지 않은 젊은 배우라는 생각이 오늘 새삼스럽게 각인된다. 배우는 이미지다. 그 이미지는 허상인데 사람들은 봉태규만큼은 사실이라고 믿는다. 쇼프로에 나와서 당신이 한 말, 보여준 이미지를 사람들은 실제의 봉태규도 저럴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 보이는 봉태규가 진짜라고 생각한다. 허상이 아니라 당신은 어디서든 실제의 봉태규로 보인다.
그런 것보다 사람들이 나의 이미지가 밝고 경쾌하다라고 말하는데, 맞는 말이다. 또 어떤 사람들이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다 맞는 말이다. 나는 어떤 인간이고 어떤 사람이다라고 먼저 말하고 싶지 않다. 안 좋은 얘기를 했다고 그거에 대해서 사실은 그게 아니고요 이건 이거거든요 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변명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내가 쇼프로에서 이런저런 얘기 한 거는 거짓말이 아니기에 그건 사실이 되는 거다. 영화 속 캐릭터하고 실제로 비슷한가요?라고 누가 물어봐도 사실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그렇게 연기한 거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가 먼저 나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라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변명같이 보여서 싫다. 부인하는 것 같고. 누가 나에 대해 물으면 난 거진 다 맞는다고 긍정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실제는 아닌데 부정을 안 하니까 사람들을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
괴물이나 외계인으로 안 봐주기만 해도 그나마 다행이다.

정말 못 말리는 성격이다. 분위기를 바꿔서 <애정결핍...> 홍보에 무척 열의를 보이는 걸로 소문이 자자하다. 다른 작품과는 달리 이 영화에 이렇게 홍보를 열정적으로 하는 이유는 뭔가?
내가 주연을 한 이상, 내가 어떤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과연 그게 사람들이 봐줄 것인가 안 봐줄 건가? 내가 어떤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그게 제작이 들어 갈 것인가 안 들어 갈 것인가? 그게 사실 되게 중요한 문제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는 그게 사실 가장 중요하다. <광식이 동생 광태> 250만 <방과 후 옥상> 100만 조금 넘었다. 슬슬 이 타이밍 쯤 더 잘돼야 내가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긴다. 그리고 백윤식 봉태규, 이런 조합이 사실 아깝기도 하다. 작품성을 떠나서 장르가 그렇고 작가성향이 강한 영화도 아니지만 어쨌든 코미디라는 자장 안에서 백윤식 봉태규의 조합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웃음을 줄 수 있는 조합이라고 본다. 그런데 홍보가 안 돼서, 아니면 내가 홍보를 안 해서 그런 걸로 영화 흥행이 안 되면 내가 미칠 것 같다. 내가 찍은 영화니까 이기적인 마음에 잘 됐으면 좋겠다. 그 어떤 영화보다.

흥행도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
그렇다. 내가 찍은 영화인데 잘 됐으면 좋겠다. 내가 출연하는 영화니까 사람들이 좋게 봐주었으면 좋겠고. 예를 들어 그림을 그렸는데 당연히 a 받으려고 하지, 점수는 c 받아놓고 내가 의도한 바가 충분히 드러나 있으니까 그걸로 만족할 미친 놈 없다고 본다. 뒤에서 누가 뭐라 그래도 무조건 잘 됐으면 좋겠다. 아~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누가 그녀와 잤을까?> 때문에...

그러고 보니 <누가 그녀와 잤을까?>하고 같은 날 개봉이다.
그 영화가 마케팅을 잘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관객들이 그쪽으로 몰릴까봐 걱정된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때 봐봐. <방과 후 옥상>이 마케팅에 밀려갔고, 물론 나중에 <여교수..>보다 잘 되긴 했지만, 얼마나 가슴 아픈 줄 알아? 미친다. 말은 계속 들려. 흥행은 했는데 영화 소문은 안 좋대 이런 말들. 그래서 스코어 확인해 보잖아. 그러면 스코어는 높은 거야. 우리 영화 다 좋아해 다 재미있어 해. 그런데도 스코어는 저쪽이 더 높은 거야 첫 주에! ㅜㅜ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봐 겁나.

포털싸이트에서 영화 검색 부분 <애정결핍..>이 1등하고 있더라. 너무 심하게 걱정하지는 말자.
그래도............

얘기를 들어보니 <애정결핍..>은 봉태규가 스스로 자신을 벼랑까지 내몰면서 뭔가를 확인하고파서 선택한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건 아니고 <가족의 탄생>이 안 될 걸 보고 무척이나 씁쓸한 기분에 빠졌다. 좋은 작품이었는데. 문득 내가 지금보다 더 힘이 세면(인기가 많았다면, 인정을 받았다면) 조금이라도 더 관객이 들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봉태규에 대한 믿음이 더 컸다면 내가 잠깐 나오는 거라도 할지라도 1~2명이라도 더 들어오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바로 흥행이 되는 영화가 필요한 거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그냥 흥행만 되는 영화는 하기 싫었다. 무작정 흥행만 100% 쫓는 영화는 하기 싫어서 고민하다가 이게 들어온 거다. 내 또래 배우 중에 백선생님 같은 분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같이 작품을 할 기회가 몇 명한테 가겠나 싶었다. 그걸 따져봤을 때 이거만큼 좋은 작품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흥행이 잘 돼서 내 힘이 커져서 관객들한테 나에 대한 믿음이 커졌으면 좋겠다. 내가 나중에 작가주의 영화, 어려운 영화를 하더라도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 영화가 잘 되기를, 내 힘으로는 100%는 안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싶다. 그렇게 됐으면 정말 좋겠다.

당신의 간절한 바람이 대박으로 보상받길 진정 이 자리에서 빌어본다. 차기작이 정해진 걸로 아는데 간단히 얘기 좀 해 달라.
로맨틱 멜로 영화다. 지금 시나리오를 고치고 있는데 엔딩씬을 안 바꿨다면 엔딩씬을 보고 관객들이 엄청 울어야 한다. 엔딩은 무척 슬픈 영화가 될 것 같다.

주인공이 죽는 건가?
죽는 걸 아예 뛰어 넘는다. 차라리 죽는 거면 낮다. 사라진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흠... 로맨틱 멜로인데 엔딩은 슬프다. 그렇다면 봉태규의 바람둥이 이미지에 멜로가 가미되고 거기에 플러스 신파? 복잡한 영화다.
멜로? 내가 콘셉트을 잡은 거는 대학교 7학년 정도. 취직 못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하는 그런 친구다. 순수한 캐릭터다. <방과 후 옥상> 이석훈 감독님과 다시 한 번 작업한다.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겠다. 12월 달에 촬영이 들어가서 2월 달쯤에 끝난다. 지금 계획은 그렇다. 이번에는 멜로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다. 아까 한 얘기하고 일맥상통한 말인데 로맨틱이 들어가지만 그것보다는 더 처연한 멜로고 그 톤을 흩트려 놓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하고 싶다. 코미디 장르처럼 방방 뛰지 않게 톤은 낮게 가고 그 위에서 뛰어 놀고 싶다.

요약하자면, 웃으면서도 눈물이 흐르는 영화를 말하는 건가?
웅 맞다. 그게 안 되면 큰일인데(하하) 안 되면 욕이란 욕은 아마 다 먹을 거다. <애정결핍..>이 만약에 잘 안 되면 가차 없이, 19일 일요일 지나서, 월요일 20일부터 들어가는 거고. 이게 잘 된다고 가정하면 개봉 2~3주차까지 무대인사 하고 들어갈 것 같다. 정말 만약에 <애정결핍..>이 안 되면 첫 주 끝나자마자 20일부터 바로 가혹하게 채찍질 들어갑니다. 자아학대! 그래야 잘 됩니다.(하하)

취재_ 2006년 11월 14일 화요일 | 최경희 기자
사진_ 2006년 11월 14일 화요일 | 권영탕 기자
장소협찬_ 프레이저 스위츠

30 )
rhksdn77
정말 좋아하는 젊은 배우 중에 하나.. 하지만.. 최근 애정결핍 영화는... 쩝....   
2006-11-27 20:46
hrqueen1
새로운 연기자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개성만점의 연기자로 계속 있어주길 바라네요.   
2006-11-26 17:29
ffam
논현동에서 한번 마주쳤음.
살짝 쳐다보니까 후딱 걸어가더데요 ㅎㅎ
누구랑 같이 있었는지는 비밀 ㅎㅎ   
2006-11-22 00:48
lhm9723
봉태규....정은 안가요   
2006-11-21 17:35
unicornjun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배우다.   
2006-11-21 11:02
ej19850905
난 봉태규 괜히 좋은데...^^
코미디 연기도 좋지만, 가족의탄생과 같은 영화도 좋았어요^^   
2006-11-18 20:21
sayonala83
잘생긴얼굴은 아닌데.. 귀티나는 얼굴도 아닌데..

이상하게 정이가네..ㅡㅡ;;   
2006-11-17 12:41
yulen23
봉태규오빠 짱좋아 ㅋㅋㅋㅋ   
2006-11-17 10:39
1 | 2 | 3 | 4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