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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으로 다가와 감동으로 남다 <우.행.시> 이나영, 강동원!
2006년 9월 15일 금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나도 그래요. 나만 불행하고, 나만 억울 하다고,,맨날 그래요. 남들이 보기엔 먼지만한 까시 같애도
그게 내 상처일 때는, 우주보다도 더 아픈 거예요.
그니까, 우리.. 너무 많이 반성하지 말아요..
갑자기 착해지면 재미없잖아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중

TV에서의 이나영은 일본소설을 각색한 드라마 <퀸>에서 어린 나이에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여자였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서는 출세욕에 눈먼 오빠의 유일한 친구이자 바람둥이인 남자를 사랑했으며, 마니아 드라마의 원조격인 <네 멋대로 해라>에서는 소매치기 전과자와 운명의 사랑을 나누는 건달 같은 키보디스트를 맡았다. 브라운관 속의 이나영은 언제나 힘든 사랑의 중심이었다. 스크린으로 건너와 몇 편의 코믹하고 엉뚱한 캐릭터를 거친 후 <아는 여자>로 제2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이나영은 정확히 2년 뒤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듯한 ‘문유정’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역시나 여기서도 쉽지 않은 사랑을 한다. 가진 것이 아주 많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여자다.

그런 그녀와는 정반대의 삶을 산 정윤수는 곧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질 몸이다. 어린 시절 동생이 죽은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거친 삶을 살았으며, 사람을 믿지 않는다. 영혼까지 매료시킬 외모의 강동원이 살인자로 캐스팅됐을 때 모든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데뷔 초 드라마와 멜로를 넘나들던 그의 캐릭터는 언제나 여자에게 힘이 돼주는 로맨티스트였기 때문이다. <늑대의 유혹>과 < 형사 Duelist>를 거치면서 순정을 간직한 슬픈 영혼을 연기한 강동원이 강력범을 연기한다는 건 타고난 외모와 그간 쌓아온 경력을 모두 거는 모험이었지만 그의 선택은 옳았다.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 리스트에 장기집권하기 보다는 영화배우로서의 길을 가는 게 더 현명한 일이라는걸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물론, 그가 이런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그 목록에서 빠질지는 의문이겠지만.

-이 인터뷰는 맥스무비와 공동으로 진행되었음을 밝힙니다.

기자시사 후 반응이 참 좋아요.
이: 너무 ‘좋다 좋다’ 하시니까 약간 불안하긴 해요.
멜로 영화치곤 드물게 500개관 잡으셨던 데..거의 한반도랑
강:500개관 아닌데…(옆에서 결정냈다고 말해주자) 아, 확정 났어요? 520요?
이:대단하다. 난 그전 영화 몇 개 관에서 잡힌 지도 모르는데..(웃음) 근데, 너 너무 많이 웃으면 이상하잖아.
강: 개봉 전에 이렇게 반응이 좋은 것도 처음 아니야? (좌중폭소)

제작 보고회때보다 많이 친해지셨네요? 어느 분께서 이끌어주셨나요?
이: 감독님이요.
강: 감독님이 계속 옆에서.(웃음)

기자들 사이에서 오죽하면 헛소문이 돌았어요. 둘이 사귀었는데, 깨져서 냉전 중이다. 그런 소문까지.
이: 처음 들어봤어요.
강: 역시 소설 쓰시는 구나.

첫 질문을 가볍게 가자면..
이: 나중에 어떤 질문하시려고 그러세요.(좌중폭소)

사실 그 전의 영화에서부터 인터뷰 하려고 무척 애썼는데, 그걸 보답이라도 하듯 이렇게 세트(?)로 나와주셔서..너무 좋아요.
이: 일어나서 인사 드리자.(같이 일어서는 두 사람)

역시 간단한 질문부터 들어가죠.^^ <우.행.시> 준비하시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부분을 집어주신다면?
강: 질문이 너무 어려운데(웃음) 누나가 우선 모범답안을 보여줘 봐. 따라 하게.
이: 알았어. 저는 고민이 많았던 게, 책하고 이게 영화화 되면서 책에는 주변인물들이 많아서 유정이를 메워주는 게 많은데 영화는 혼자 가야 돼서. 일단 상식적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가족하고 사이가 안 좋으면 아예 불쌍하게 살던가, 아님 돈을 받고 더 공주가 되던가 하는 건데 얘는 아프다고 무진장 말을 하면서 걸쳐놓은 게 되게 얄미웠어요.

제가 연기하기에 유정의 캐릭터를 잡는 게 급선무였고 거기에 따라서 소품들 담배든, 타고 다니는 차든 어떤 기준을 잡는 거. 일단 캐릭터 연구에 대대서는 특별히 배워야 할게 많은 건 아니니깐. 담배는 배워야 했지만. 담배도 처음에 싫었던 게, 제가 담배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영화에서는 되게 잘 펴야 되는 거.. 그건 항상 가지고는 있었거든요. 그게 겉멋든 담배든, 어설프게 보여줄 바에는 안 하는 게 낫고. 이 여자가 상처가 있는데도 그 담배라는 게 되게 멋있게 보였어요.

영화 포스터자체도 한대 물게 만들죠.
이: 아, 근데 왠지 겉멋든 느낌이 나는 거예요. 그러면은 관객이 감정이입이 되야 되는데 자꾸 다른 사람이 돼버리고, 이게 자꾸 겉돌면은 영화자체가 문제가 될 것 같았어 서 담배설정도 별의 별거를 다 생각했었어요. 얘가 엄마한테 상처가 있다면 밥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엄마=밥. 그래서 거식증이던 폭식이든 결벽이든 이것도 작위적이어서 계속 생각을 하다가 결국엔 다른신들이 겹쳐지면서 담배가 굳이 도드라지지 않아도 되겠다 그런 식의 생각들이죠.

이것도 진행이 되면서 연상이 된 거지 처음에는 막연하게 그냥 관객의 이해도나 캐릭터의 표현력 정도였어요. 왜냐하면 너무 극과 극의 인물들이어서 표현하는데 되게 조심스러웠다는 거?
강: 캐릭터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하고 뭐가 틀려? 대답이?
이: 그냥해. 넘어갔잖아. 난.(웃음)
강: 처음에 고민했던 건 머리를 잘라야 하나. 왜냐면 원작에서는 머리가 길었고. 실제 사형수 분들도 머리가 길고.

의외네요.짧을 줄 알았는데.
예. 노터치라고 해서 머리가 길어요. 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미결수기 때문에 건들지 못해요. 일도 안 하시고, 아무것도 안 해요. 잘라야 되나 말아야 하나. 오히려 저는 자르고 싶어했는데 리얼리티로 가면 기르는 게 맞아가지고, 고민하다가 감독님이 계속 고민하셨어요. 자를까 말까. 그게 젤 처음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원작 보면 체 게바라 같은 느낌.

원작의 내용이 굉장히 많이 잘렸어요. 윤수의 아빠부분이나, 유정의 오빠얘기들. 그런 것들이 모두 댕강 잘리고 그 나머지 감정을 이어서 표현하는 부분이 되게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강: 아니요. 그거 원래 다 찍었어요. 시나리오 상에 다 있었어요. 편집상 다 잘렸죠. 애들이 했기 때문에 아쉽진 않았구요.
하긴, 제작 보고회 때 메이킹 필름에서 보여줬던 바닷가 장면이 왜 안 나오나 했었다.
이: 어차피 회상이라는 게 저 자체를 만들어가는 캐릭터고, 제가 생각만 하면 되지 영화상으로 보여질지나 하는 건 감독님이 해주시는 거라 일단 저는 다 안고 가는 거잖아요. 영화를 만들어가다 보니깐 주변인물들이나 설명적인 게 계속 헷갈렸던 건, 소설 그대로라면 이게 답인데, 이게 옮겨지니깐 너무 서술이에요. 방식도. 그건 관객이 지루해지기만 하지 굳이 설명을 해줄 필요는 없잖아요. 같이 가는 게 좋은 거고. 저희는 편집에 대해선 편집에 대해선 되게 만족하고 있어요.

언뜻 보니 나영씨가 바닷가에서 여자애 손잡고 가는 게 있었는데 그것도 안 나왔죠?
이: 그게 유정이 윤수 만나면서나 처음으로 어떤 사람하고의 소통이었거든요. 그 전에 박 할머니 찾아가서 그 여자애하고도 장면이 있었어요. 소통을.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그 애가 거부하는. 그 뒤에도 그런 비슷한것(소통)들을 넣었었는데, 하다 보니까 굳이 다 필요가 없더라구요.

잘려나간 부분 중에서 아쉬웠던 장면이 있을 것 같아요.
강:제건 거의 잘려나간 장면이 없어서. (웃음)
이: 네가 대사를 느리게 해서 내 것만 잘려나간 거야.
강: 아, 있어요. 동생 회상이랑 연결되면서 나오는 부분이요. 근데 감정이 튀는 것 같아서. 만남의 방 갔다가 독방 갔다가 과거 회상 나오면 애국가를 보면서 태극기 올라가는걸 보고 다시 만남의 방 가는 게 있었는데 너무 전개가 빠른 것 같아서 빠졌는데 좀 아쉽죠.

아, 그 애국가 얘길 하니까 영화 속에서는 한 3살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그 회상할 때는 윤수는 초등학생인데……유정이는...
이: 더 이상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옥의 티로 두셔야 해요. (웃음)
강: 사실 그것 때문에 고민 되게 많이 했었는데..
이: 맞아, 말이 안 된다고. 근데 그것까지 인지하셨나요? 우리는 까먹고 있었는데,…
강: 책이 훨씬 많게 나오죠. 영화에서는 조금 차이 나지만.
이: 원래 나이설정도 처음에는 저를 굳이 나이들 게 어떠한 톤을 잡아가는 게 어색해서 감독님하고는 진짜 나이처럼 많이 나봤자 3살 텀? 그렇게 아예 줄였어요.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는데 그걸 캐치하셨네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런 게 보이더라.(웃음)
강: 애들이 원래는 회상장면에서 애들이 자랐어야 되는 건데, 중간에 애국가 들을 때도. 근데 애들이 중간에 바꾸면 정신이 없어지니깐. 영화초반에 그것 때문에 고민 많았었죠. 애를 바꿔야 되나.
이: 그래서 저를 바꿔달라고 했었죠.

영화가 우울했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행복한 이야기예요. 이미 사형수라는 건 정해진 거고, 여자나 남자도 다 아는 거고. 그 감정을 유지하면서 찍는 게 힘들었을텐데.
이: 사형수기 때문에 둘이 웃음을 되찾고 나서는 참 슬퍼요. 김밥 신이 되게 슬프듯이. 그게 되게 마음이 참..그래요.근데 톤을 가지고 간 건 신 바이 신으로 고민하니깐 거의가 다 감독님이 잡아주신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강동원씨 장면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박 할머니가 용서해주실 때 우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이 제일 힘들었을 것 같고.
강: 윤수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는데, 썩 마음에 들진 않아요. 앞에 스토리가 많이 없어져가지고. 흐름에서 그런 면이 느껴지더라구요.

눈도 못 맞추시고 우는 게 그건 정말 강동원씨가 정말 잘 캐치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강: 아, 그래요?

두 배우들 모두 이 영화에 대해서 따로 욕심 낸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강: 특별히 욕심 낸 것은 없는데, 아무래도 신이 워낙 어려운 게 많다 보니깐 잘해보자, 그 감정이 우선이었구요. 연기 내공이 더 깊어질 거란 생각은 했어요. 관객 분들이 보시기에. 물론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면 쌓이는 게 있으니깐 그건 당연하지만 일단 딱 보기에 보여지는 게 없으면 사람이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하는 기준이 없어지잖아요. <형사> 때도 그랬고. <형사>때 나름 ‘슬픈 눈’ 캐릭터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못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어쨌든 간에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긴 했는데 생각보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라 적응이 안되긴 해요.

이나영씨가 이 역할에 무척 욕심을 부렸다고 들었어요. 낯도 많이 가리시는데 감독님을 먼저 찾아왔었다고 들었거든요.
이:시나리오 다 보고 다음날 미국을 갔었어야 해서 가기 전에 결정을 해야 해서 영화사에서 만난 건 맞고 욕심을 낸 부분은 그런 거예요. 워낙 사형수와 어떤 사람의 관계나 내용들이 리미티드가 많잖아요. <데드맨 워킹>이든, <인디안 썸머>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거기에 대해서 이 안에서 또 다른 재미나 어떠한 요소들이 뭐가 있을까에 대한 욕심은 났었죠. 캐릭터 연구도 좀더 많이 했었던 거고.

워낙 누구나 많이 접해본 극과 극의 인물들이기 때문에 표현의 한계가 많아요. 지르고 뭐 하는 걸수록 도망갈 데가 없잖아요. 알잖아요. 어떠한 연기 톤일지. 예상이 되는 연기 톤이 꽤 있어서. 그렇게 보여줘도 그걸 안 하겠다는 건 아닌데, 똑같이 가더라도 가지고 가는 게 좀더 재미있는걸 찾아가는 거 정도? 다른 외적인 면에서 욕심을 내는 거는 없어요. 욕심을 내면 저만 힘들고(웃음)보이기 때문에 그런 건 되도록 생각 안 하는 편이예요.

엄마가 병원에 있을 때 죽어버리라고 할 정도인데, 윤수의 사형얘기를 듣고 나서 엄마병실에서 우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순간 울컥할정도로.
이: 무지 많이 어려웠죠. 거의 연기라는 거에 대해 다시 생각할 정도로. 세트 장 들어가기 싫고 세트 장 앞 차에 앉아서 연기를 어떻게 해야 되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럴 정도로 난코스였어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인 거야 전체적으로 다 힘들었지만. 유독 육체적으로 지쳐있었던 것 같고, 워낙 길게 찍었었던 것도 있고. 일단 외부적으로는 그 장면이 젤 세잖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는 그 신만 보면 울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신을 찍는데 감독님, 스텝 분들이 다 너무 긴장해 있었고, 저 조차도 긴장했었고, 거기서 대사가 되게 어려워요. 몇 단계가 있어요. 엄마에 대한 얘기부터 나에 대한 얘기까지. 끌고 가기가 되게 난해하더라구요. 처음에 찍을 땐 계속 눈물만 나는 거예요. 처음부터. 대사를 잇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리는데 그게 되게 화가 나더라구요. 오죽했으면 감독님이랑 아예 울지 말고 해보자. 이럴 정도로 감정을 다잡아도 눈물이 방해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몇 가지를 찍고, 결국엔 하루 딜레이하고 그랬죠. 눈이 너무 부어서 우리끼리는 뛰어오면서 울면서 왔을 거야 그래서 눈이 부었던 거야 그렇게 위로하고.(웃음)

개인적으로 예쁘게 나왔다고 생각한 신은 윤수에게 자신의 상처를 말하고 침대에서 미동도 않고 자는 장면이예요.^^ 영상이 아름답다고 해야 되나.
이:그 컷을 여자분들이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저한테도 특별해요. 윤수에게도 얘기하는 거지만 “정말 편안하게 잤어요. 처음으로 긴장 안하고 얘기 했었으니까 움직이지도 않고 잘 수 있었어요.”라고 말하잖아요.

동원씨는 어떤 장면이 가장 애틋하셨어요?
이: 다 잘 나왔어요. 다 예쁜 것 같아요. 그러려고 하는 거지?
강: 김밥씬.(웃음) 그게 되게 웃기더라구요. 제일 잘 나왔다기 보단 (기자들이)그렇게 웃을 줄은 몰라서.
이: 죽 먹는 장면도 되게 웃겼는데. 그 죽이 진짜 물이었거든요. 처음엔 죽이었는데 계속 찍다 보니까 완전 물처럼 돼서. 너무 웃기잖아요. 나름 되게 맛있게 먹는데, 그게 물이니까. 그래서 제가 NG 많이 냈어요. 나중엔 편의점 죽까지 공수해서 먹을 정도였으니까(웃음)
강: 편의점에서 야채 죽, 참치 죽 다 섞어가지고. 김밥은 맛은 있었는데 오래돼서 되게 딱딱했잖아.
이:진짜, 딱딱한데다가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짠거 줬으면 더 웃겼겠다.하하하.

기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불안하다고 하셨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있어요.나영씨 같은 경우엔 특유의 툭툭 거리는 연기가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진 것 뿐이라는 반응과 동원씨는 웃어도 슬픈 뉘앙스가 반복된다는 의견.
강: 그게 뭐지?

웃어도 슬픈 표정있잖아요.
강: 전 잘 못 보신 것 같은데.(웃음)
이: 저는 다음 작품에서도 또 그럴 것 같아요. 이게 평상시 말투인데, 제 평상시를 바꾸지 않는 이상 어떻게 그게 될까 싶거든요. 진짜 다 똑같아 보이면 잘못이지만 제가 봐도 그런 거에 대한 자신감은 있거든요. 작품 선택했을 때나, 이게 어떻게 다를 거라는 거에 대해서는. 그게 똑같이 보인다면 제가 연기를 못한 거고,(웃음) 저 자세히 보면 저 아는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젓가락질 하는 것부터 일상적인 것까지 다 얘길 해주세요. 비슷하다고. 그게 저니깐.

예전에 연기론에 관계된 책을 읽었을 때 자신의 버릇이 연기로 나타나는 배우들이 정말 좋은 배우라는 구절이 생각나요. 그런 점에 있어서 두 분은 연기에서 나름의 버릇들이 눈에 읽히는 것 같다.
이: 엇, 그 책 되게 좋은데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우.행.시>의 경우 개인 버릇이 연기에 묻어나는 영화를 보는 기쁨이 있었어요. 두 분의 공통점을 뽑아 왔는데, 그건 나중에 말씀해 드릴게요.
이: 일단 어떤 캐릭터를 했을 때 (관객들보단) 제가 이해하는 이해도가 많잖아요. 현장에서 ‘얘는 이래서 이런데 왜 얘는 왜 이래요? 이건 아니지 않아요?’ 이런 애기들이 너무 많이 오고 가기 때문에 거기서 감독님이 너무 예민하게 ‘정말 이건 하지 말자’ 하는 건 안 하는 거고, 이번 작품에도 애 같은 말투나 어리광 묻어나는 말투는 항상 와서 지적해주셨고, 어떤 표정이 있으면 다 얘기해주시듯이 제가 이해하는 유정이도 제가 하는 거니까 당연히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단지 그게 지루해지면 문제라고 생각해요. 보시는 분들이 거기에 대해서 매력을 못 느끼신다면.

사형 대에 끌고 갈 때 고무신이 벗겨지는 장면이..
강: 운동화입니다.(웃음) 고무신이 아니고.

아, 운동화군요, 그게 자신의 직접 제안했다고 하셨는데 그 외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게 있었나요?
강: 어..십자가 가는 장면은 십자가 들어올리는 게 없었는데 찍으면서 계속 갈다 보니까 이게 다 만들어 진 거예요. 그래서 그걸 감독님에게 보여주자고 했죠. 한 3시간 갈았어요.
이: 근데 완성된 거는, 정말 사형수인 분이 선물해주신걸 사용했죠. 직접 완성된걸 목에 거는 게 바로 그 분이 만들어 주신 거죠. 저는 깽판 부리고 나와서 차신이 그랬고.

부딪히는 거요?
이: 부딪히는 건 감독님의 에피소드고, (웃음) 그 다음에 차 운전하면서 가는 거는 제가 만든 거죠.
강: 링거 병 집어 던지는 것도 누나가 하지 않았어? 그냥 말만 하는 거였잖아.
이: 아, 피! 제가 피 보고 싶다고 했었다. 제가 피를 좀 좋아해서 한번 해 보고 싶다고 했었어요.

사형수를 직접 만났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사실 초창기에 사형수 역할을 강동원씨가 맡았다고 해서 논란이 많았잖아요. 저렇게 멋진 사형수가 있다니! 하면서..
이: 왜 사형수분들은 어떻게 생기셔야 하고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언론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잖아요. 그건 상황, 환경, 살아온 길 이런 거에서 차이가 날뿐인데. 저희가 봤을 때도 정말 ‘아.. 천사의 얼굴이 저럴 수도 있구나’ 느낀 경우가 있었어요. 오히려, 그분들 뵙고 처음엔 그랬어요. ‘저분들이 과연 피를 봤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

또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저희가 폐가 될까 봐 어려워하니까 먼저 강동원씨한테 궁금한 거 있음 불어보라고 그러시고, 오히려 저희를 만나는걸 죄송스러워하고 그러셨어요. 잘 안 쳐다보고, 순수하게 싸인도 받으시고 하니깐.

개인적으로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셨겠어요.
강: 원래 죽여야 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렇다고 폐지론 자도 아니었고. 그런 얘기는 있었죠. 가끔 얘기 나눈 건 꼭 저렇게 밖에 안 되는 건가? 근데 제가 피해자가 아니니깐 어떻게 말을 못하는 거고. 지금도 모르겠어요. 제가 연기를 했다고 그래서 그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개인적으로 사형수의 장기를 아픈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야 말로 정말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강: 그런 글귀도 읽었는데 사형제의 다른 말은 복수라고.

음, 무서운 말이네요.
강: 그렇죠. 죽였다고 죽임으로 갚는다는 게.
이: 저도 같은 생각인데 이게 복지제도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위험인물이기 때문에 죄값 때문에 그런 처벌들이 내려지는 건데, 그런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가장 악할 때 ‘형’이 내려지고 가장 착할 때 ‘벌’을 받는다고. 그렇듯이 교화가 정말 되고 인간이 변했을 때 제도 문제나 영화 속 윤수처럼 진짜로 그런 상황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오심도 많고. 강동원씨가 말씀 하셨듯 몇 다리를 건너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윤수가 교수 처음 봤다고 하듯이. 저도 사형폐지론, 이거에 대해서 말씀 드리기에는 저 역시 아직 순수하지가 못해서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일단은 그런 거에 대한 제도부터 좀더 잘 되야 되지 않을까 좀더 권력이 아닌 뭔가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강: 우리나라는 8년 8개월 됐대요. 사형이 집행 안 한지가. 그래서 10년 동안 사형이 없는 국가는 어떤 기구에서 잠정적인 사형제 폐지국가로 인정을 한대요. 원래는 사형판결을 내리고 6개월 안에 집행을 해야 하는 법이 있는데 그 법도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까. 극과 극이 존재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내가 당하면 괜찮은데 내 가족이 당한 걸로 생각하면은……

그렇죠. 영화 속 박 할머니처럼 용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 헷갈리는 부분이 바로 그거예요. 인간이 끝으로 갔기 때문에 용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우리는 세상을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작은 것도 용서가 안 되는데.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어요. 가족들 다 죽고, 자기 살길 없어서 죽으려고 한강에 뛰어들려고 까지 했는데 아, 용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영화 찍으면서 헷갈리는 게 많았어요. 인간은 꼭 벼랑 끝으로 갔을 때, 죽기직전에 착해지듯이 그런 건가, 이런 생각들도 들고.

공지영 작가가 실제로 사형수들을 만나보고 쓴 이야기들이라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게 특히 복잡했을거예요. 특히 죄를 씌운 윤수 친구에게 말하러 가는 장면이.
이: 모르겠어요. 미안한 기분이랑 되게 힘이 없는 거. 윤수 대사가 너무 슬프잖아요. 이미 너무 순수하게 해탈했고 맑아졌기 때문에 “목요일만 기다려져요. 저는 죽겠지만.”이런 얘길 하고. 유정이 관객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십자가 가는 장면이 되게 좋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더 가슴 아팠죠. 그때부터 유정이 윤수를 잘 못 쳐다봐요. 약간 웃는 것도 찍고, 그냥도 찍었는데, 유정은 눈물을 보이는 게 별로 안 좋아서 자제하면서 찍느라 힘들었어요.

사형제 얘기로 흘러서 그런지, 분위기가 많이 우울해졌네요. 다른 질문을 해볼까요? 동원씨는 나이가 어린 편도 아닌데 유난히 영화작업을 누나들하고만 했더라구요. 이번 나영이 누나하고의 작업은 어땠나요? ^^
강: 편한 것 같았어요. 되게 잘 맞았어요. 근데 친해지는 데는 되게 오래 걸렸어요. 제대로 친해지는 데는…두 달 걸렸으니까.
이: 내가 더 못 친해졌잖아.

영화의 감정선을 따라가야 돼서 더 그런 건 아니구요?
이: 실제로 그렇게 까지 머리 못씁니다 그렇게 똑똑하지가 않아서 (웃음)
강: 11월 달에 봐서 1월 달 돼서야 완전히 친해졌죠.

아까 말씀 드린다는 두 분들의 공통점을 말해 드릴게요. 1.길거리 캐스팅됐다는 것 2.8등신도 아닌,8.5등신이라는 점!3. 의외의 작품을 선택하는 젊은 배우들이란 것과 4.두 분다 다크 서클이 있다는 거다.
이: 우하하. 전 그게 메이크업으로도 커버가 안 되나 봐요?

그래서 더 추가 질문을 드리자면 10년 후에도 이렇게 배우의 입장에서 공인의 삶을 살고 계실 것 같은지, 만약 그렇다면 미래의 이나영, 강동원에게 한마디씩 해주세요.
강: 예전에는 당연히, 10년 후에는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요즘엔 좀 힘든 일도 많고.
이: 노인네 같아.(웃음)
강: 그래도 뭐 계속 하고 있겠죠. 외적으로 강요를 너무 많이 해요. 연기자임을 바라면서 연예인임을 바라면서 바라는 게 너무 많으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죠. 원하는 건 연기자로써 연기자임을 바라면서 외적으로는 들어오는걸 보면 연예인이 되라,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 땜에 스트레스를 받죠. 연기하는 것 자체도 캐릭터가 너무 힘드니까. 그래도 뭐 재미있는 작품, 우울한 거 말고 그런 영화하면 좋아지겠죠.
이: 계속 제가 재미를 느낀다면, 당연히 있을 것 같구요. 10년 후의 나영이에게는 느낌을 잃지 말자? 필모그라피가 형성될수록 싫지만 공식들이 생길까 봐 걱정이 돼요. 그게 불안해서 재미를 찾아간다는 말을 되게 많이 하는데….. 느끼해 지지말자!
강: 저도 그거 할래요.(웃음)

가장 마지막 질문은 영화 제목 따라가겠습니다. 이나영 강동원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이: (단호히) 촬영할 때죠.
강: 저도. 힘들 때는 작품 선택할 때.
이: 맞아요. 작품 고를 때 너무 힘들어요. 촬영할 때는 살이 찌는데 고를 때는 빠져요. 유난히 이번 촬영이 너무 좋았어서, 분위기가 영화에서 그대로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그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인터뷰를 하면서호감이 아쉬움으로, 짜증이 친숙함으로 변하는 만남이 반복된 이후 미디어에 비춰진 이미지란 말 그대로 이미지 일뿐 내가 만난 사람을 대변해주는 게 아니란 걸 일찌감치 깨달았는데, 이들은 달랐다. 흡사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을 알려주는 것 마냥 진심을 전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눈에 밟힌다. 원작 소설의 유정과 윤수가 그랬듯이, 가까이 있어도 바라만 보고 만지지 못해도 영혼이 통하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제한된 시간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이들이 나름의 ‘버릇’으로 대답하고, 웃고 말하던 말귀들이 내내 귓가에 머물렀다.

이런 흔치 않은 경험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나만큼은 이들을 ‘이미지’로 포장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서울 깍쟁이일 것 같은 이나영의 달변과 무뚝뚝하지만 심지 깊은 경상도 사내의 어투가 매력적인 강동원의 진심이 통하길 진심으로 빈다. 이들의 보여준 진실은 간단하지 않다. 말로 길게 풀어 쓰자면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영화에 대한 사랑, 일과 자아에 대한 자아고찰 정도? 이정도 배우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허울좋은 스타성에 길들여지지 않은 이들의 진심은 이제부터다.


글_이희승 기자
사진_김종갑(프리랜서)
장소협찬_프레이져 스위츠

25 )
rnrbrn
둘다 얼굴이 조그매요 ㅜㅜ
힝.....   
2006-09-1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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