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겉으로 평가해서는 안 돼지만 신하균을 볼 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참 선하게 생겼다.’ 라는 거다.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너무나 강렬해서 광기가 느껴질 정도인데 직접 만나 그의 눈을 보게 되면 평소 그의 모습은 조용하고, 과묵한 가슴, 따듯한 미소를 지닌 다정한 남자라는(혹은 일거란) 확신에 차게 된다. 그러고 보니 신하균의 이름이 걸린 영화가 자그마치 3편이나 극장에 걸렸던 그 순간부터 정확히 1년 만에 그와 다시 마주앉았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그 당시 이야기를 꺼내자 지난번 인터뷰 장소까지 기억해 기자를 감동시키더니 그때는 바쁘게 찍었다기 보단 우연히 개봉시기가 겹친 것뿐이라며 사람 좋게 웃어 보인다.

그의 열 다섯 번째 영화 <예의 없는 것들>은 살벌하기 그지 없는 ‘킬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 킬러다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화를 찍은 주인공조차 그 선한 얼굴로 살인 용의자와, 유괴범, 키스에 미친 불륜남, 자살을 시도하는 나약한 군인 등을 연기했으니 이 영화가 지닌 태생적 아이러니를 미리 눈치 챈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의 매력이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해도 좋다. 스크린 밖 신하균은 철저히 자신을 낮추는 배우다.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을 가진 배우가 겸허함과 소박함을 지녔다는 건 똑같은 인간의 연장선으로 볼 때 별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스타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공인을 만나는 건 여전히 새롭다.

게다가 인터뷰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짧지만 소박한 몇 마디말로 돌아온다. 기자들 사이에서 인터뷰 하기 힘든 배우로 꼽히는 이 이유가 다른 배우들과 다른 스타 성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건 분명 신하균이 의도하지 않은 대중의 반응일 테지만 말이다. 한국배우 중에서 그의 작품선택만 믿고 미련 없이 영화 표를 끊는 팬들의 충성도를 보자면, 단연코 선두그룹에 속하는데도 그는 일찌감치 배우의 길로 진로를 정해놓은 그 길을 천천히 걸어나가는 중인 운 좋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예의 없는 것들>의 캐릭터와 연기자를 꿈꿨던 자신의 이야기를 소박하게 풀어내는 그 모습은 예를 들면 대충 이렇다. “에이, 그렇지도 않아요.”, “아, 그런가요?” 라는 부정과 확인이 반복되고, 스페인 촬영 당시 당한 소매치기에 대한 질문도 “말 그대로예요. 다행히 중요한 건 없었어요.”라는 식. 대신 구면인지라 약간의 친숙함과 어느 순간 늘게 됐다는 언어유희가 인터뷰어의 흥을 돋군다. 반응이 있는 인터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상대가 신하균이어서 가능한 작지만 확실한 그의 추임새는 새 영화와 연기관을 아우르는 뻔하고, 새로운 질문들을 가장 필요하고 재미나게 변신시켰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화면 가득 구멍 난 빨간 팬티 차림으로 등장, 실제 학교선후배사이인 윤지혜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거리낌없이 등목을 해줄 정도로 거침없고, 입 밖으로 내는 대사는 단 한마디인 눈빛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복잡미묘함이 녹아있는 강단 있는 킬러의 모습임과 동시에 흡사 신하균이 킬러라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98년에 영화를 시작하셨고, 이번이 열 다섯 번째 영화라고 들었다. 작품으로 따지면 일년에 두 편정도 한 셈이데, 모든 작품들이 다 특별하겠지만 <예의 없는 것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궁금해요. 뭐 어떤 영화나 저한테는 똑같아요. 다 자식 같고. 특별히 작품을 계속 이어서 하진 않았던 것 같고 한 작품 끝나면 어느 정도는 계속 쉬는 시간이 있었어요. 개봉시기가 겹쳐지니까 자주 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많이 쉬었어요.

여기 오기 전 작년 인터뷰 테이프를 다시 들어보니까 작품을 선정하는 데는 우선 재미를 따지고 자신이 살아온 경험하고 자신이 인간을 보는 시각이 녹아있는 작품을 선택한다고 하셨거든요.
그때 말씀 드린 것도 사실 ‘정서’거든요. 그런 정서가 나하고 어느 정도 맞아야지 할 수 있는 거고, 재미는 그런 정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인데, 이번 영화는 특히 굵직한 메시지를 영화적으로 재미나게, 아주 엉뚱하고 독특하게 표현한 것이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웃음)

시나리오를 달라는 말을 잘 안 하지만 이 영화는 구해서 읽어봤는데, 시나리오 초반의 재미있는 부분이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들더라. 그제서야 배우들이 인터뷰를 할 때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었다’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어요. 특히 주인공이 누가 연기 할지를 알고 보니까 더 재미있었고. 신하균이라는 배우 자체의 이미지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던데 본인 스스로 느끼세요?
최대한 그렇게 보이려고 연기를 했죠. (웃음) 어느 정도는 닮은 구석이 느껴지실 테고.

다른 캐릭터보다 애정을 느꼈을 것 같아요.
다 애착이 간 다니깐요.(웃음) 모든 캐릭터들이. 그래서 더 열심히 찍었고. 꼭 저라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배우가 했었어도 또 다른 킬라 가 나왔겠죠.

그 질문은 막판에 나와있습니다. 따로 얘기해 주세요.^^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킬라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한 명연기들이 많았거든요. 내레이션 부분은 초반에 약간 불안한 부분도 있었고 내레이션 자체가 ‘가오’를 잡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진짜 킬라의 순수한 속내가 드러나는 부분은 대사도 내레이션도 없이 표정만으로 연기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표현의 제약이 많았음에도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실 수 있는 나름의 비결이 궁금해요.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는 게 연기죠. 영화마다 다 틀리잖아요. 방법적으로는 차이가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크게 뭐 이상하게 뭘 한다 그런 건 아니지만 영화가 요구하는 색깔에 맞춰서 연기를 하고자 해요. 인물에 맞춰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일부러 표정을 집에서 연구하고 그러지도 않아요. (웃음) 그렇게 외적 인걸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건 제가 하는 연기하곤 틀려요. 그런 상황에서 하다 보니까 감독님이 현장에서 추상적으로 요구하는 것들도 나름대로 생각해서 하다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고. 아까도 초반 내레이션 부분 얘길 하셨지만 당연히 (관객들이) 처음엔 적응이 안돼야 돼요.

적응이 되기가 힘들죠. 내레이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가 별로 없고, 보면서 적응이 되어 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이 영화의 성격이기 때문에 리얼리티 한 상황에 공감을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하는 영화가 아니니 보면서 이해를 해야 하는 거죠. ‘아 이 영화는 이런 영화구나’ 처음엔 좀 낯설지 몰라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보기 시작하면 <에의없는 것들>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코드를 이해하고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제껏 필모그래피를 보면 여러 가지 역할 중에서 특히 자폐적인 괴짜를 연기할 때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킬라 캐릭터도 그러한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인데요 비슷한 캐릭터로 굳어지는데 대한 두려움은 없으신가요?제가 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시는 건 영화적인 캐릭터를 관객들이 저랑 동일시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봐요.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외된, 외롭고, 부족하지만 좀 연민이 느껴지는 그런 인물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런 것이 중요하고, 영화적인 재미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이미지 생각하면서 작품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왜 유독 그런 역할에 애착이 많이 간다고 생각하시나요? 저 자체가 멋지지 않으니까 그렇죠.(웃음) 만약에 여기 나오는 킬라가 정말 예의없는 사람들만 죽인다고 해서 영웅적인 모습만 그렸다면 제가 안 했겠죠. 정이 안 가니까. 하지만 얘는 그런 애는 아니잖아요. 자기 합리화로 그나마 자신에게 들어오는 일들 중에서는 예의 없는 것들만 제거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안됐어요. 안타까운 인물이고. 킬라의 허점이 영화적으로 과장 되어 있지만 혀 짧고 이런 것들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결점일 수 있다는 거죠. 완벽한 사람이 어디이겠어요. 조금씩 모자라고 그런 거지.

스페인에서 촬영한 부분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을 거라고 내심 기대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와서 안타까웠어요. 실제로 언론에서는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거든요. 우리 영화가 그런 영화죠. 잠깐 한 두 장면인데 “우리 스페인에서 찍고 왔다!” 그러고. 보통영화 아니죠. 두 씬 때문에 스페인까지 가는 영화는 드물어요(웃음)

투우사 복장이 너무 잘 어울리던데, 반납하고 오셨나요? (부끄럽게 웃으며) 그럼요. 반납해야죠. 그걸 어떻게 소장해요. 수천만 원대라고 하던데. 다시 입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게 입는 게 너무 힘들어요. 입는 게 너무 힘들어요. 혼자 절대 못 입고 아파요. 옷을 입고 있으면 쪼이고 그러니까.

옷도 힘들고, 대사도 거의 없고 정말 힘듦의 연속이셨겠어요. 내레이션에 맞춰서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틀려지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저도 연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떻게 접근하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많이 바뀌어 질 수 있는 거라고 보거든요. 이 영화에 대사는 없어요. 입 밖으로 나오는 대사는 없지만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내레이션이 다 설명을 해주고 있어요. 제 상태를. 대사는 없는데 지금껏 했던 영화 중에서 말이 제일 많은 영화예요. (웃음) 정재영 선배님이 이 영화 보시곤 “야, 너 대사 없다고 하더니 말 제일 많더라 지금까지 했던 영화에서. “할 정도로 말이 많았거든요. (웃음) 그렇듯이 제가 무언가를 표현 안 해도 설명이 되어지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 내레이션 같은 경우는 영화를 찍고 나서 녹음이 들어가는 건가요? 아… 시간 타이밍을 봐야 돼서 영화 촬영 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을 다 했어요. 느낌대로 미리 다 해놓고 그걸 기준으로 촬영을 하죠. 하면서 편집을 해나가는 거죠. 촬영을 다 끝내고 편집 본 완성하고 다시 재 녹음하고. 그러니까 두 번 녹음을 하는 거예요.

지난번 촬영현장 공개 때 가서 느꼈던 거지만 감독님이 아주 거침없고 말을 재미있게 하시더라구요. 아주 여유가 있으시죠.(웃음)

영화의 주연배우가 보는 신인감독 '박철희' 감독님은 어땠나요? 감독님, 말씀하신 그대로 신인감독답지 않은. 외적으로도 그렇게 보이죠?^^ 그것뿐만이 아니고 연출하시는 스타일도 조급함이 없으시구요. 굉장히 여유롭게 상황에 따라 판단을 잘 하시고 그런 오류들이 생길 수 있잖아요, 처음데뷔를 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간다면 당황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그래? 이게 안되면 이런 식으로 해보자” 하고 즉각 판단을 해주시니까 배우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하죠. 그것이 전혀 아무 상관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생각한 의도가 충분히 살아있으면서 표현 방법에 대해서만 다른 길을 찾아보는 거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아주 믿음이 갔어요.

감독님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감독님하고의 좋은 호흡을 유지하고 찍은 영화들이 잘 안됐을 경우에는 어떤가요? 개봉을 앞두고 이런 질문은 그렇지만 배우로서 작품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어떠신가요?
안되면 솔직히 되게 안타깝죠. 우리 좋자고 하는 영화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선택한 이야기들을 보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한 건데. 그런데 어떡하겠어요. 안됐어도 우리가 할 수 잇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거고, 그 이후의 문제는 관객들에게 맡겨야죠. 우리 능력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영화 외적인 얘기를 살짝 하자면, 영화 예고편에서 윤지혜씨의 기습키스를 받는데요, 영화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여성의 기습키스를 받으신다면 어떠실 것 같아요? 제가 하균씨 인터뷰 한다고 팬 카페에 들려 꼭 하고 싶은 질문을 올려 달라고 했는데 그 질문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질문이라 감히(?)물어봅니다.
(약간 당황하며) 모르죠 뭐. 어떨지. 안 당해봐서. 아직 남자가 아닌 이상..음…하하하.

<예의 없는 것들>속 킬라는 회에 집착하고, 투우사를 꿈꾸는 참 이색적인 인물이죠. 영화에서처럼 좋아하는 음식이랑, 지금은 배우를 하시지만 이 일을 안 했더라면 어떤 직업을 가지셨을지 궁금하다는 분도 있었어요.
뭘 해야 될지 생각을 해봐도 그런 게 없어요. 워낙 어렸을 때 정해 논 꿈이라. 다른걸 생각 안 해봤어요.

제 개인적으론 문방구 주인 하셨을 것 같은데.
아하하.
프라모델 좋아하시니까. 요즘 문방구에 있나? 요즘 프라모델은 많이 전문화돼서 아카데미같이 큰 곳에서 파니까. 음. 괜찮네요. 프라모델. 근데 팔고사고 같은 사업적인 거는 취미 없어요. 말 그대로 취미 생활로 만드는걸 좋아해서 그건 못할 것 같네요. 먹는 음식은 안 가리고 다 먹으니까 꼭 하나를 못 꼽을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정해 놓고 연기가 하고 싶어서 예대에 갔다고 하셨는데, 왜 연극 과가 아닌 방송연예 과를 지망하셨나요?
그 당시에 정보가 좀 부족했고, 어린 마음에.(웃음) 제가 무슨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막연하게 ‘그래 자학교가면 저 학교 나온 선배님들도 많고 저기 나오면 저쪽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정확한 커리큘럼도 모르고. 또 가서 안내문을 보니까 뭐든 연기에 필요한 건 다 배울 수 있다고 써있고. ^^

그래서 ‘가면 다 배우는 거겠지 뭐.’하고 들어갔는데, 그때 시험 볼 때도 실기비율이 제일 낮았거든요. 방송연예 과가 제가 해 본적이 없으니까 자신이 없잖아요. 연극과나 영화과는 실기도 높고 그리고 그쪽에 대한 지식도 많아야 됐고. 근데 뭐 알아야죠. 근데 방송연예 과는 그런 게 적어요. 방송은 TV만 생각하면 됐으니까 대충 TV얘기만 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연기 비율도 적어 그 과를 선택했어요. 근데 운 좋게 붙었죠.

그 질문의 연장선으로 대학 생활이 정말 궁금하거든요. 서울예대에서 단짝으로 알려지신 장진감독님, 정재영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 정작 그 당시의 일들은 많이 안 알려져 있어요.
근데 들어가서 보니까 각 과마다 따로따로 배우더라구요. 근데 우리 학교가 웃긴 게 학과 공부는 따로 하는데 동아리가 과 이상이에요. 전문화 되어 있고 학교의 ‘동아리’하면 쉬면서 놀면서 가잖아요. 그런데 우리 학교는 아니에요. 굉장히 전투적이에요.

무조건 새벽에 나가서 운동하고 되게 엄해요. 좀 다행히 운 좋게 제가 선택한 동아리가 마당극을 하는동아리였거든요? ‘아 저기 가면 마당극이라고 하니까 무대 경험도 할 수 있고 좋겠다. 연극과 선배님들 많으시대~’해서 마당극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장진 감독님을 만나게 되고 황정민 선배, 정재영 선배 다 그쪽에서 만났죠. 술은 뭐 다들 워낙 많이 먹으니까.(웃음) 그러면서 친해지고 그랬죠.

학과 공부보다 더 힘든 마당극동아리에서 참 다양한 감정과 연기를 많이 배우셨을 텐데, 신하균씨한테 이것만은 못할 것 같다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저는 뭐 상관없어요. 그런 쪽은. 특별히 거부하는 씬은 없는데요.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싶고. 저한테는 어떻게 표현되느냐가 중요하고.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본질이 뭔지 정서가 닮아 있으면 표현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되질 않아요.

정작 영화에는 많이 안 나왔지만 영화예고편에서 보면 킬라가 의사소통을 위해 종이에 글씨를 쓰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예고편에서 나왔던 그 비뚤비뚤한 글씨는 친필인가요? 그 부분이 편집이 됐죠. 근데 그거 일부러 그렇게 쓴 글이에요. 예쁘게 잘 쓰면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어린아이 글씨처럼. 삐뚤빼뚤 썼어요. 영화에는 나오긴 나와요. 시 적는 부분. 그거 제가 쓴 거 맞아요.

예전 98년인가 그 당시 인터뷰 자료를 보니 일기를 꼬박꼬박 쓰고, 일기에 그림도 그려 넣는다고 하시더군요. 요즘도 일기 자주 쓰시는지. 지금은 안 그려요. 그때는 그렸던 것 같아요. 그림은 왜 그렸냐 면 그때는 일기를 가끔 썼어요. 글로 표현이 안되니까 공간이 많으니까 그린 거예요. 글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웃음)

<예의 없는 것들>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킬러의 전형성을 완전 거부한 채 시작잖아요. 그렇다고 느와르적인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코믹 잔혹 극이라고 하기에는 무게 있고. 그런 역할을 고집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표현 방법으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 취향이니까 뭐 싫어하는 분들도 물론 계시겠죠.(웃음) 제 입장에서는 영화는 영화니까 그런 표현 방법을 써서 효과적으로 의미가 전달될 수 있으면 괜찮다고 봐요. 단지 그것이 잔혹함을 위한 잔혹함이라면 다르겠지만 그런걸 통해서 다른걸 보여주잖아요. 영화적인 표현 방법으로만 쓰인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의 축을 이끌어 가는 입장에서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나온 장면은 어느 부분이라고 생각하나요? 앞으로 영화를 보실 분들이 기억하고 볼수 있게 추천해 주신다면…말 하기가 힘든 게 보는 사람에 따라 많이 틀리기 때문에 연기적인 면은 다 아쉽구요, 이런 장면이 좋다 라고 얘기하는 건 모호할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 따라서 ‘어?이 영화의 저런 면이 좋네.’,’나는 이렇게 보인다.’같은 다양한 시각이 나올 수 있는 영화기 때문에 뭐라 대답하기가 그래서요.

아쉬움이 많다고 하셔서 초반에 드린다는 질문을 지금 드릴게요 만약, 본인 이외에 다른 사람이 킬라 역을 했더라면 하고 추천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갑자기 뭐 그런 질문을…(웃음) 누가 더 잘한다 못한 다를 떠나서 각기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배우들이 존재하는 거고, 모두한테 똑 같은 연기 똑 같은 색깔이 나오면 ‘누가 누가 잘하나’가 되잖아요. 하지만 배우마다 가치가 생기는 게 보여지는 게 틀리고 다르니까 생기는 거니까 나 말고 다른 배우가 있으면 그 배우만의 느낌이 나올 것이고. 분명 그 배우들도 영화에 맞춰서 연기를 할 테고 영화 밖으로는 안 나올 것 같아요. 그 배우만의 미묘한 느낌이나 색깔들이 나오겠죠.

마지막 질문은 항상 차기 작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물어보는지라 이번엔 좀 색다른 질문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예의없는것들>이 18세 관람을 받아서 아쉬운 팬들이 많은데요, 이런 팬들을 위해 위로의 한마디!에이… 무슨 위로의 말이에요. 나중에 DVD로 봐야죠. 나이차서! (웃음) 농담이에요. 지금 바꿀 수도 없고. 몰래 와서 보세요. (좌중 폭소) 능력 되시면 오셔서 보세요. 근데 요즘도 검사 하나요? 이런 얘기 기사로 나오면 안되죠?

2006년 8월 24일 목요일 | 글_이희승 기자
사진_유진성(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