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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투 브라더스’를 보니 당신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장 자끄 아노’ 감독
2006년 1월 18일 수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순진무구한 성적호기심을 달래주던 양가휘, 제인 마치 주연의 <연인>과 <장미의 이름> <베어>를 만든 ‘장 자크 아노’감독이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기간 중 내한했다. 그의 신작 <투 브라더스>가 부산영화제에 상영되자 이루어진 방문이었다. 그 기회를 놓칠 세라 재빨리 신청한 그와의 만남은 실로 유쾌하고 즐거운 대화의 연속이었다.

하얀 백발을 멋들어지게 장식한 장 자크 아노 감독은 젊은 사람 못지않은 혈기와 유머를 자랑하며 두서없는 질문에도 최고의 답변을 해줬다. 1월 20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투 브라더스> 개봉시기에 맞춰 아껴두었던 그 때의 인터뷰를 정리해 이제야 기사화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멋지게 포즈를 취해주던 인자한 프랑스 할아버지가 이직도 눈에 선하다.


최경희: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이후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베어>와 마찬가지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투 브라더스>는 어떤 영화인가?
장자끄아노감독(이하 장 자크): 이번 영화 <투 브라더스>에서 내가 다룬 두 가지 주제를 살펴보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첫째는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와의 관계, 즉 식민지 문제를 영화 안에 내포했다. 두 번째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다. 물론 내가 처음으로 다룬 주제는 아닐 것이다.

오스카 영화상을 받았던 <색깔 속의 흑백>과 그리고 <연인>에서 서구의 아시아 지배에 관련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불을 찾아서> <베어>가 이 부분에 해당하는 영화다. 결국 이 두 가지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영화로 <투 브라더스>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최경희: 장 자끄 아노 감독님은 지금까지 아시아에 대한 성찰을 기저로 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왔다. <투 브라더스>에서는 아시아에 대한 그 전과는 다른 태도가 들어있나?
장자크: 확연히 변하지는 않았다. 이 말뜻은 아시아를 바라보는 태도나 시선이 달라졌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말길 바란다. 단지 식민지 지배자(인물) 터치를 코믹하게 설정했을 뿐이다.

최경희: 감독님의 영화에선 ‘무성영하’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대사가 그리 많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이미지 혹은 인물이 사소한 제스처가 모든 것을 대신 말해 줄때가 많아서다.
장자크: (하하)맞는 말이다. 이미지가 영화의 기본이라는 말보다 오히려 본질이라고 지칭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요즘 영화들은 TV를 닮아가고 있는 추세다. 다시 말해서, ‘말하는’ 이미지들이 무성하게 나타나는 TV처럼 말이다. 물론, 대사를 이용해 이야기를 생성하고 진행할 수 있지만, 나는 대사보다 이미지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영화고 영화의 본질이다.

최경희: <투 브라더스>는 2006년 1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 때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해 한국 관객을 만날 계획이 있는가?
장자크: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배급사와의 계획인 있어야 가능할 듯하다. 한마다로 얘기하자면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곳이 한국이다. 여러 번 얘기했지만 한국영화를 정말 많이 보고 싶고 발견하고 싶다. 또 하나는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의 친절과 활기에 남다른 에너지를 느꼈다. 이번 방문은 여러모로 나에게 뜻 깊은 방문이다.


최경희: 프랑스 영화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벨바그’를 떠올린다. 그러나 프랑스 영화사적인 시선으로 당신 영화를 볼 때 포획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즉, 일반적인 프랑스영화와는 다른 느낌의 영화가 당신 작품들이다.
장자크: 우선 대답하기 전에, 나는 프랑스인이고 나는 뿌리까지 프랑스인이어서 프랑스인으로서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영화학교를 다녔고 그 당시 훌륭한 (프랑스)영화들을 많이 봤다. 그러나 나는 저것과는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더더군다나 누벨바그가 태동한지 20년이 지난 후에야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세대기 때문에, 물론 누벨바그 영화는 훌륭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뭔가 밖으로 열린 영화 좀 더 스펙터클한 영화 즉, 대중과 직접적으로 호흡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영화 같은 상업적인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단지 미국자본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지만 철저히 내 영화를 만드는 것뿐이다.

최경희: 결국 당신의 감독으로서의 그런 의지가 다양한 장르로 표출된다. 극과 극을 달리는 영화스타일로 유명한데 장르의 폭을 넓게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자크: ‘빈센트 미넬리’(1903~1986)라는 유명 코미디뮤지컬 감독이 있다. 어느 날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난 참 슬프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40년 동안 이 재미난 뮤지컬 영화를 똑같이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실망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그의 이 말은 내 생각을 대변해준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처녀작은 대단한 열정으로 만든다. 두 번째 영화를 첫 번째와 비슷한 영화(장르, 형식, 주제 등등)로 만들 경우 아무래도 그 열정이 전보다는 못할 것이다. 매번 비슷한 테두리 안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결국에는 열정이 없어진다. 난 그렇게 아무런 느낌 없이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감독이고 싶다.

내가 모델로 삼는 감독이 있는데 바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다. 그 분은 다양한 장르를 다뤘고 성공도 거뒀다. 난 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마음, 그 안에서 파생되는 (영화적) 자유를 누리면서 앞으로도 영화를 만들 것이다.

최경희: 결국 그렇다면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영화화한 감독님의 영화 <장미의 이름>이 그런 장르적 자유로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아도 될 것 같다.
장자크: 사실 『장미의 이름』을 영화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내 스스로도 고민 많이 했다. 우선 원작을 시나리오 하는데 1년 반 정도 걸렸고 17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서 4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괴롭힘을 당했다.(하하) 첫 번째로 일하기로 했던 작가가 1년 만에 갖고 온 시나리오가 통산 9번째 시나리오였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냉정하게 난 시나리오 작가에게 다시 쓰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에선 나도 무릎 꿇고 진정 언제 끝날 것인가를 주님에게 물어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그는 실제로 인터뷰 도중 무릎을 꿇고 기도드리는 포즈를 취해 주었다) 원작의 깊이를 쫓으면서도 재미를 줘야 하는 장르였기 때문에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탐정물 즉, 수사물이니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넣어줘야 했고, 그 당시 종교내의 갈등도 이해하면서 영화적으로 충분히 담아내야만 했다. 더불어 그 당시의 모습이 지금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으로 해석됐기에 이 세가지를 드라마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관건이었다.

최경희: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신작 <투 브라더스>의 연출 포인트를 말씀해 달라.
장자크: <투 브라더스>는 내가 <베어>에서 다뤘던 주제의 연장선상으로 봐주면 좋겠다. <베어>를 찍으면서 동물들이 갖고 있는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나에겐 무척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동물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게 내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사람이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기본 감정이 있음을 확신하게 됐고 그것을 영화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동물의 세계와도 인간은 함께 나누는 부분 혹은, 접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느낀다면 만든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취재:최경희 기자
사진:권영탕 사진기자



4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9 02:18
qsay11tem
인터뷰 좋았어여   
2007-08-10 12:09
kpop20
인터뷰 잘 봤어요   
2007-05-26 16:59
ldk209
곰으로 날 감동시키더니.. 호랑이 두 마리로 날 울리는 구나...   
2006-12-3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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