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가 스타덤의 중심에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게다가 빼어난 외모와 훤칠한 키를 배우의 기본 조건으로 내세운다면 분명 거기에 속하지 않는 부류다. 한 여자랑 열두번 이상 자지 않고 “사랑해”라는 말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무늬만 바람둥이인 ‘광태’역할을 마치 제 옷인 냥 소화해낸 걸 보면 분명 선수다운 선수일거 란 생각에 잔뜩 기대 하고 나갔더니 끈 풀린 운동화에 추워보이는 가디건을 걸치고 들어온다.
오호~ 모성애까지 자극하다니. 왠지 무릎을 꿇고 그 끈을 묶어주고 옷도 여미어 줘야 할 것 같다.
기자의 질문에 추임새까지 넣으면서 말을 받아 주는 것도 친근한데 사진 포즈 잡아 달란 말에 “전 이런 포즈 꼭 해보고 싶었어요.”라며 친구끼리 디카 찍는 듯 V를 그려보이는 모습을 보자니 <광식이 동생 광태>는 <광식이의 ‘귀여운 동생’ 광태>로 제목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데뷔 5년차의 능청스러움을 기대했더니 “열심히 달려온 줄 알았더니 아직 신발끈도 묶지 않았더라”고 말하는 솔직함을 지닌 봉태규. 그는 이미 스타였다.
봉태규: (이하 : 봉) 잘렸어요. 방송을 너무 심하게 해 가지고. 라디오 심의가 방송의 몇 배로 심하거든요.너무 막 해 가지고. 막 방할 때 “MBC 후회할거야”한 20번 외치고. (웃음)너무 쌨어요. 그 시간대 하기에는.
이: 아쉬우시죠?
봉: 아쉽긴 한데 미련은 없어요. 하고 싶은 거 다 해봐서.
이: 그래도 MBC에서 예뻐라 하시잖아요. <한강수타령>도 그렇고 <논스톱>도 죄다 MBC던 데.
봉: 많이들 그렇게 아는데 아니 예요.(웃음) 어쩌다 보니 많이 하게 된거죠. 계약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이: 지금 영화 홍보 하다 오신 거예요?
봉: 예. 감독님이랑 라디오.
이: 앗.저 김현석 감독님 너무 좋아하는데. 너무 재미있으시더라 구요. 말하실때보면. 영화 개봉하고 나서 인터뷰 하기로 했어요.
봉: 그게 다가 아니에요. 하실 때 협박 하세요. 담배 피는걸 공론화 시키겠다고 하면 소스하나 주실 거예요. 대외적으로 담배 피는걸 모르시기 때문에. 분명 뭐하나 주실 거예요.
이: 사실 회사에 꽃미남 전문 기자(최경희 기자)가 있는데 그 분이 오시려 다 제가 오게 되었다.(웃음)
봉: 하하. 나 꽃 미남 아닌데. 어,근데 이게 뭐지? (테이블에 올려진 ‘은방울’이란 빵을 보고)이거 뭔지 알죠? 이거 요즘 보기 진짜 힘든 건데. 어렸을 때 고속버스 타야 사 먹을 수 있는 거였는데.
이: 왜요? 고속버스 안타면 못 먹어요?
봉: 그때 많이 없었어요. 이거 휴게소나 그런 곳에서 파는 건데 신기하네.
이: 그나 저나 기자시사도 보셨겠다 개봉을 앞두고 소감을 안 물어 볼 수가 없다.
봉: 아쉬워요. 못했더라 구요.
이: 생각했던 것 보다 안 나와서 아쉬우세요?
봉: 기자시사 때가 세 번째로 본거거든요? 근데 그때 기술 시사 때 처음 봤을 때 그때 너무 긴장해서 몰랐고 일반 시사회 때 봤거든요. 처음 일반 시사 했을 때 가서. 별로 못했더라 구요. 생각했던 것 보다. 캐릭터는 살았는데 내 스스로 만족 못하는 거 있잖아요. 저는 주위 평가나 그런 것 보다 제가 무조건 만족을 해야 하는데 제가 만족을 못하겠어요.
이: 그럼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만족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봉: 딱 하나. <바람난 가족>. 그때 기자 시사할 때 잘난 척 했어요. “저 잘했거든요?”이렇게.
이: 하하 그러셨구나. 무비스트가 영화사이트다 보니까 시사회 끝나고 반응들이 속속 올라오거든요. 그런데 시사회 끝나고 주변사람 들 메신저 대화 명을 보니까 ‘광태 큐트!’, ‘귀여븐 광태, 내게로 와’ 이렇게 바뀐 게 많았어요.
봉: (너무 기뻐하며)누나 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언니들이.
이: 아니에요.다들 80,82그런데?
봉: (좌절하며) 안 되는데. 연상들이 좋아해야 하는데. 영화 보셔서 아시지만 ‘광태’가 캐릭터만 보면 여자들이 받아들일 때 혐오스러울 수 있잖아요? 캐릭터를 어떻게 잡을까 생각하다가 왠지 ‘경재’가 연상일 것 같았어요. 처음 배우캐스팅 할 때 ‘약간 나이차이가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란 생각도 했어요. 실제로 아중씨랑 연기할 때 연상한테 하는듯한 느낌으로 했고…그때 했던 행동들 중에서 친 누나들에게 직접 했던 행동들이 있어요. 그 발렌타인 데이 때 서로 유치하다고 싸우는 장면이요.(그 장면은 ‘광태’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주는 베스트신이다)
이: 아 그 장면 진짜 재미있었어요.
봉: “100% 연상한테 먹히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하긴 뭐 80년 생도 연상은 연상이니까. 저는 누나들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위로 11살 까지는 어렵게 안 느껴져요. 누나들이 워낙 나이가 많아서. 그래서 광태도 그런 걸로 정했어요. 워낙 여자를 좋아하고 그러니까 열 몇살 차이까지는 그냥 알아서 친근한 인물. 왠지 아줌마도 사귀어 봤을 것도 같고.(웃음) 여자들이 봤을 때 광태가 하는 치졸한 행동들을 그렇게 안 받아들이고 뭐든지 다 내가 하는 건 밉지 않아야 된다 그렇게 하려고 무진장 애썼죠.
이: 왜 자신이 광태 캐릭터에 캐스팅 됐다고 생각하세요?
봉: 그 당시 내 또래에 잘 나가고 잘 생기신 분들은 다 스케줄이 있었다는 소문이.(웃음) 그나마 제가 시간이 좀 남아서.
이: 제작 보고회 때 감독님이 하신 얘기가 또 나오는군요. ‘꽃미남과’는 아니지만 연기를 좀 해서 그런 식?(웃음)
봉: 실제로 감독님과 얘기 해보니 처음에 그런 얘기가 있었대요. 꽃미남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 그런데 그게 너무 상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누구로 할까 하다가 고민하던 중에..아,저 누구한테 시나리오 들어갔는지 알아요. 저 말고.
이: 엇. 저는 모르는데.
봉: 음 그건 비밀이고. 그런 것도 알고 <그때 그 사람들> 까메오를 하고 마지막 촬영 날인가? 심 대표님이랑 신림동 순대국 집에서 밥 먹으면서 “무슨 영화 하세요?” 그랬더니 이 영화 들어간다고 하시더라 구요. 주혁이형 캐스팅 됐다고. 그래서 “금방 들어가시겠네요?”이런 얘기 하면서 누구한테 시나리오 들어갔는데 거절 당했다... 그런 얘기 편하게 편하게 하고. 그러고 나서 3일 있다 시나리오를 들어왔어요.
이: 아. 그래서 세시간 만에 결정하셨다는 말 들었어요.(웃음)
봉: 두시간이요. 한시간 반은 읽고 30분은 일웅이를 하라는 건가, 광태를 하라는 건가 몰라가지고(웃음) 그러다가 물어봤죠. “뭐하라는 건가요?” 광태래요. 그래서 한다고 했죠.
이: 사적인 얘기는 아니더라도 여러 인터뷰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바람난 가족>이후에 작품이 안 들어왔다. 그런데 꾸준히 MK픽쳐스 하고 작업을 하시는 것 같아요.
봉: 아..그게 뭐냐 면요? <바람난 가족>이 개봉을 좀 늦게 했잖아요? 완성되고 나서. 그 사이에 작품이 없었다는 거죠. 명 필름에서 하는 건 웬만해서 다 해요. 까메오도 <아라한..> 때문에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돈도 되게 많이 준다고 하고. 그런데도 다 거절했어요.그러다가 (그때 그사람들) 임상수 감독님에다가 명 필름이어서 한 거예요. 솔직히 내가 안 해도 되는거였는데.
이: 그럼 이 영화도?
봉: <광식이 동생 광태>는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컸고 두 번째가 시나리오 그 다음이 영화죠.
이: 그럼 감독님과 미리 친분이 있었던 거네요. 전작(YMCA야구단)을 보시고 팬이었던가.
봉: (아주 크게) 아니요?(후후) 몇 번 술자리에서 만나 뵌 적이 있어요. <바람난 가족> 개봉파티 때도 뵈었었고. (마케팅 사람들을 보며)그때 우울했었지?그 당시 감독님. 이 영화 초고 나올 때였거든요. 그런데 <바람난 가족> 팍! 터져서 파티 하고. 그럴 때 시나리오 안 써져서 우울한 시기에 뵈었죠. (문)소리 누나하고도 친하세요, 그 생일 파티 때도 보고 그렇게 몇 번 봤었죠.
이: 그런데 바람둥이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여자입장에서는 돌 맞아 마땅한 인물이잖아요. 열두 번 자기 전에 헤어지는.
봉: 아니요. 전혀. 처음에는 어떻게 할까 진짜 미치겠더라 구요. 막상 한다고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베드 신에서 ‘사루비아~’라고 외치는 것도 나레이션이 깔리긴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타당한 뭔가를 만들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고민하다가 역시 결론은 딱 하나더라 구요. ‘절.대. 바람둥이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수가 보이는 바람둥이. 수가 보이기 때문에 그게 오히려 진실 있게 다가오고 귀여워서 여자들이 넘어가는. 그러니깐 나중에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해도 돌 던지기야 하겠지만 욕은 별로 안 해요. 왜냐하면 뻔히 알면서 자기도 넘어가는 거니깐. 그런 식으로 컨셉을 잡았죠.
이: 허를 찌르는 접근 방법이네요.
봉: 그게 왜 그런 식으로 가냐면 연기를 배운 적이 없으니까 무슨 장르가 들어오던 장르를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작품이 뭐가 들어오던 주제가 가볍든 무겁든 작품 생각하고 그런 주제가지고 생각해서 연기를 해본적이 없어요. 이게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는데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바람둥이 캐릭터? 그걸 생각 안하고 했어요.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건 기존에 나온 바람둥이하고는 다른걸 보여줘야지 그거 하나만 보고 연기했어요.
이: 연기긴 하지만 어쨌든 간에 사랑이야기를 표현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과 입장의 차이랄까? 분명 그런게 존재했을거라고 봐요.
봉: 많아요.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광식’, ‘광태’ 를 뚝 떼어 놓고 그리긴 했지만 남자들 마음속에는 ‘광식·광태’ 둘 다가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저도 광태 처럼 생각할 때도 있고 광식이처럼 정말 소심하게 그럴 때가 있죠. 분명히 여자분들은 이 두 명을 분명히 겪었고. 그리고 남자들은 수많은 ‘윤경’이를 겪었을테고.(웃음) 그리고 ‘경재’ 같은 캐릭터는 남자들 모두 겪어보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안 만나죠. 경재 같은 여자들은.(웃음)
봉: 지금 되게 유명 하시잖아요. 이 영화를 촬영할 때 지금처럼 유명해 지기 위해서 너무 바빠서 많이 친해지지 못했어요. 그래서 더 아쉬워요. 지금도 스케줄이 장난 아니죠.
이: 고등학교 때 어느 선생님이 ‘남자 보는 법은 딴 거 다 필요없고 내가 뭘 보고 관심을 나타냈을 때 나중에 그걸 찾아보는 남자야 말로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남자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게 그 얘기가 태규씨가 영화 속에서 경재랑 본 <길>을 다시 찾아서 보면서 울 때 ‘아 이제야 광태가 진정한 사랑을 찾았구나’ 란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배우가 되서도 그렇게 울면서 본 영화가 있나요?
봉: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에요. 후회하는 거죠. <길> 영화자체가 안소니 퀸이 여자 구박하다가 죽으니까 후회하잖아요. 그렇다고 철이 든 건 더더욱 아니 구요. 감독님하고 얘기한건 그거예요. 사실 술 취해서 집에 가려고 한 거였는데 우연히 경재네 집에 간 거고 조르면 한번 자주지 않을까?했는데 (웃음) 경재가 아니라고 해서 그냥 가는데 거기서 다른 남자를 마주치잖아요. 그냥 그렇게 흘러간거죠.
배우가 되고 나서 운 영화는 있었어요. <빌리 엘리어트>요.사실 그 DVD를 빌린 지 모르고 있다가 안 가져 다 주면 다음날 연체를 물어야 되서 새벽에 봤거든요. 우와~ 그거 보고 엄청 울었어요. 그 장면에서. 아버지가 탄광일 하러 갈 때. 그 장면이 너무 슬펐어요. 멜로는 <봄날이 간다>. 그거 보면서도 되게 울었어요. 유지태 선배님을 투샷으로 잡으면서 맨 끝에 안 “내가 잘할게” 그러잖아요. 그 장면 보면서 가슴이 미어 지더라 구요.
이: 음. 저보다 훨씬 깊은 연애의 내공을 가지고 계시군요. 전 별로 안 슬프던데.(웃음)
봉: 제가 예전에 뱉었던 멘트에요. “내가 잘할게.”란 멘트는. 그거보고 왜 가슴이 미어졌냐 면 남자가 말할 수 있는 최후의 말 같아요. 왜냐하면 이미 못해서 헤어지는 건데, 여자가 먼저 헤어지겠다고 하는 건데 그걸 뻔히 아는 대도 “내가 잘할께”를 한다는 건 정말 모든걸 알지만 그래도 붙잡고 싶을 때 하는 말이에요.
이: 아 무슨 소리예요. 지금 5년째 한 여자에 올인 하시면서 그런 소리를 하시면 어떡해요.
봉: (웃으면서)아..과거에. 과거에 그랬단 거죠.
이: 인터뷰 하기 전에 우연히 감독님이 직접 쓰신 제작일지를 봤는데 영화에 삽입된 ‘삽질의 추억’ 저작권료 나와야 된다고 쓰셨더라구요. (웃음) 녹음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이 그 노랜지도 몰랐다.
봉: 어 그거 진심 이예요. 농담이 아니고 그 분은 진심이 예요.(웃음) 워낙 그 전에도 그런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저랑 주혁이형은. 그냥 시키면 해야지. 노래는 안 부담스러웠어요. 그 전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죠. 김 감독이랑은(후후)
이: 김감독.하하.
봉: 그게 재미있었죠. ‘가이드’란게 있거든요? 가수들이 녹음할 때 ‘이런 느낌입니다. ‘ 그러면서 미리 불러보는거. 그 가이드를 김현석 감독님이 하셨죠. 그걸 듣고 녹음을 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아까 물어보던데? 자기가 녹음한 것도 OST에 실리냐고. (일동 웃음) 안 실리죠?(안실린다고 하니까) 아.. 그럼 얘기 하지 말아야 겠다. 서운해 하실라(웃음)
이: 초반에 잠깐 얘기 했던 라디오 프로 DJ소개란을 보니까 신체비밀이 몸짱이라고 적어놓으셔서 막 웃었다. 비밀치곤 너무 적나라해서. 취미는 동네 헬스장에서 운동하기라고 적혀 있더라.
봉: 그때 한창 운동 많이 할 때였거든요? 몸짱 조건이 그거잖아요. 가슴 좀 있고 배에 왕(王) 자 있고. 그 정도는 있었어요. 그 당시에 홈페이지 만들 때 물어보길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몸짱이요” 그랬더니 진짜 그렇게 쓰셨더라구요. 그런데 <광식이 동생 광태> 때문에 다 망가졌죠. 살찌우라고 하셔서. “광태가 술을 좋아하니까 배가 좀 나와야 리얼하지 않겠니?”하셔서.
이: 그러고 보면 영화 속 대사들이 ‘봉태규 식’ 으로 전환되었단 느낌이 많이 들었다. 특히 그 OECD가입국에 관련된 대사를 들었을 때.
봉:. OECD가입국 어쩌구 평균 깍아먹고 그 대사는 직접 대본에 있었구요. 노래부르면서 창문에 입김으로 OECD그리는 것만 현장 애드립이죠. 제 어투가 약간 문어체 적이라 바꾸다 보니 입에 붙게 바꾼거예요. 실제로 여자들한테 쳐봤어요. 그 대사를.
이: 나이트에서?(웃음)
봉: 모 기사에서 ‘이 영화때문에 나이트 죽돌이가 됐죠’ 이렇게 났던 데 그건 아니에요. 실제 주혁이 형이 저보다 9살이 더 많아요. 거기 나오는 다른 배우들은 저보다 두 살씩 어리구요.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까 주혁이 형이 큰형입장에서 저희랑 친해져야 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단순히 어리니까 나이트를 좋아하겠지 해서 데리고 가셨어요. 우리는 형이 가자고 하니까 “딴데 가고 싶어요” 그렇게 말 못하잖아요.
그래서 몇 번 간거죠. 거기서 만난 여자들에게 영화 속 대사인 “뺨 때려 줄래요?”랑 “OECD가입국의 평균이… ” 그런 얘길 실제로 해 봤어요. 그 다음에 물어봤어요. 이런 식으로 어떤 남자가 작업하면 어떨지. 처음에는 말이 너무 어렵고 무슨 얘길 하는지 그러시더라 구요. 그리고 나서 그때부터 계속 바꿔봤어요. 어떻게 하면 이게 넘어갈까. 그러다 보니 어느분이 힌트를 주셨어요. “이게 뻔히 뭘 원하는지 아니까 재미있는 느낌은 있네요” 그러더라 구요. 아….수가 보이게 해야 겠구나.내가 막 선수처럼 능수능란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지문에도 사실 있었거든요. ‘짱구처럼 토라진다’뭐 이런 거.
이: 하하하하
봉: 그래서 ‘내가 뭘 원하는지 감정을 막 드러내 놓고 연기를 해야 겠구나.’ 라고 깨닫고 중간중간에 어미도 바꾸고 그런거죠. 현장에서 1,2 회차 찍을 땐 감이 없었는데 3회차부터 감이 오더라 구요. 그 자동차 신 찍을 때.
이: 아중씨랑 처음 만나는 마라톤 장면에서 뒤로 걷는 것도 애드립이라 면서요?
봉: 그것도 앵글보고 현장에서 나온 거예요. 광태는 그런 여자를 보면 더 자세히 보고 싶단 생각에 일반적인 사람은 서서 일어나서 보겠지만 얘는 그렇게 안 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저는 애드립 하는걸 많이 안 좋아해요. 제가 2년 반, 길게는 3년에서 5년 동안 시나리오를 준비해오신 감독님을 이길 수가 없어요. 제 애드립 한마디가 재미있을지도 몰라도 그 분이 생각하는 영화 전체적인 톤에서 벗어날 수가 있거든요.
애드립을 하지 않아도 훌륭한 연기가 나올 수 있고 재미있는 신이 나올 수 있어요. 지금 제가 하는 것들이 그런 거죠. 어미를 바꾼다든지 대사 사이에 연결을 재밌게 하는 ‘다리’가 애드립 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는 동작들. 예전처럼 무분별 하게 신 하나 전체를 애드립으로하는건 너무 가지가 많은 가지인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 가지를 제 스스로 쳐낸 거예요.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가 잘 되야 되요. 제 배우 인생 향후 2,3년이 달려 있기 때문에.
이: 제목 자체가 ‘광태’로 끝나서 그런지 실제 주인공이 광태라는 느낌도 든다.
봉: 저도 처음에 그런 줄 알았거든요? ‘어 ?이거 원 탑이네’ 혼자. 푸하하. 그랬는데 그게 아니라 ‘광태’형 광식이’ 그러면 입에 안 붙잖아요 .그런데 제목처럼 하면 말이 굴러가듯 재밌잖아요. 감독님이 말이 재미있어서 그렇게 했대요.
이: 그래도 3장으로 구분된 각 장면 중에서 광태 부분이 제일 재밌었다. 웬 지 광태에 무게중심을 더 둔게 아닌가 싶었다.
봉: 감사합니다. 그런데 광태가 중간중간 사건에 얽혀 있어서 그런 것도 있어요. 주혁이형 그렇게 된것도 순전 내 탓이잖아요. 찍으면서도 바보 아니냐고 배우들끼리 얘기 많이 했어요. 사실 삭제된 장면이 있어서 덜 바보 같이 보이지만.
이: 삭제된 장면이 있나요?
봉: 두 형제가 사우나 평상에서 똑같은 내복을 입고 계란을 까먹는 장면이 있거든요?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뭐할 꺼야?” 그러면 “나 약속 있어” 그러면서 주혁이 형이 휙 나가고, “누군 약속 없는 줄 아나?” 그러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엔딩 같다고 해서 삭제되고, 경재랑 영화 보고 나오면서 하는 대사가 있어요. 내가 “울었어?”라고 대사 치는 부분. 그 다음이 바로 길거리로 나오면서 “난 별로 슬픈 장면 없던데..” 그러면 경재가 “넌 언제 울어봤냐?” 그래요.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는 없는데? 이종범 일본 가서 팔 뿌러졌을때정도?”그러면 아무 반응이 없는 경재를 보면서 “거봐. 너도 이런 거 이해 못하면서 흑백 영화 보고 잔다고 뭐라 그래?” 어쩌고 저쩌고 하는 장면 있어요. 그거 빼고는 삭제된 장면 별로 없어요. 그거랑 요원이 누나가 전달해 달라는 초콜렛 술김에 받고 누구한테 주기로 했더라? 하고 생각하는 장면.
이: 아. 아쉽다. 그게 있었으면 훨씬 영화가 부드러웠을 것 같아요.
봉: 그래요? 그런데 제 생각엔 그 장면들이 DVD판에는 들어갈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아 쉬운 신은 그거에요. 개인적으로는 평상 위에서 형제들끼리 계란 까먹는 거 . 1회차 때 찍은 건데 첫번째 테이크에서 오케이 가 났어요. 무엇보다 제가 형제 나오는 장면을 제일 좋아해서 그 장면 삭제 됐다고 했을 때 “으아~~그 장면 왜 삭제했어요!!!”막 그랬어요.
이: 개인적으로 마라톤 신에서 뒤로 걸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침 주욱 흘리는 모습도.
봉: 아..그거 에피소드 있어요. 콘티상에서는 다리를 쭉 뻗은 상태서 아중이처럼 스트레칭을 하는 거였는데 제가 서서 90도로 구부려도 손이 다리에 안 닿아요. 카메라를 놓고 찍는데 얼굴이 안보여요. 안 굽혀져서. 그래서 임기응변을 발휘했죠. 감독님한테 이 얘기까진 안드렸는데 ‘광태는 왠지 손이 안 닿을 것 같다. 술 좋아하는 애가 배 나와서 이게 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얘는 대충 이렇게 할 것 같다.” 그래서 신이 좀 좋아지긴 했죠.(웃음) 그것도 도저히 앵글이 안 잡혀서 한달간 연습했어요. 장시간. 그날 그거 찍고 담 걸려 가지구요. 정말 고생했어요. 한의원 갔다오고.
이: 이 영화 홍보가 남자들이 연애할 때의 모든 심리가 다 들어갔다고 나가고 있는데 막상 보시니까 남자의 심리가 얼마만큼 담겼다고 생각 하시나요?
봉: 남녀의 심리가 다 담겼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여자의 심리까지도. 그러니까 여태까지 나온 로맨틱 코미디는 너무 환상이 강했기 때문에 그런 판타지 적인 경향이 컸잖아요. 저희 영화는 정말 일상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감정들을 묶어서 영화로 만든 거잖아요.이거만큼 사실적인 게 없다고 봐요.
이: 남자의 심리가 100이라면 100%다?
봉: 광식이나 광태 같은 마음은 거의 100인 것 같아요. 100은 안되더라도 95프로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여자의 심리도 수많은 윤경이와 수많은 경재. 둘로 뚝 잘라서 나눈다면요. 그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여자는 짐작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아요.”란 대사. 죽이지 않아요?‘윤경’이란 캐릭터 제일 무서운 여자라고.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1위로 배우들이 다들 그랬어요. 경재는 만나고 싶은 여자 1위. 쿨하면서도 최선을 다하잖아요. 참. 그런 여자 만나기 힘든데.
이: 하하. 자꾸 왜 그러세요. 5년째 올인 하면서.
봉: 어디를 못 가요. 기사가 너무 크게 나가지고. 근데 좀 그랬던 건 그 기사 나가고 검색어 1위가 내가 될줄 알았는데 여자친구 이름이 1위고, 2위는 봉태규 여자친구. 3위는 봉태규여자친구 싸이. 이런 식으로. 별 생각 없이 말한 건데 여자 친구가 처음엔 좀 싫어하더라 구요.
이: 아, 그러고 보니 태규씨 어머니 목걸이 바꿔준 기사 읽고 막 웃었었는데. 목걸이 하시라고 돈 드렸는데 얇은 줄 하고 계셔서 자세히 보니 그 밑에 이따 만한 거북이 달려 있었다고. 그 기사 읽고 ‘아,태규씨 돈 많은 가보다’ 그랬다.
봉: 아. 그게 나이 있는 아줌마들은 무조건 굵은거 여섯 돈 짜리 좋아하시더라 구요. 아줌마들 사이에서 ‘간지’뭐 그런 게 있나 봐요. 그런데 얇은 줄 하고 있어서 에이~이게 뭐야 하면서 줄을 드는데 뭐가 딱 걸리는 거예요. 보니까 거북이 한 마리에 사파이어 팍! 박혀 있는 거 달려 있더라 구요.
이: 가구도 매번 바뀐다고 하시던데.(웃음)
봉: 돈이 많은 게 아니고 가구만 맨날 바꾸다가 요번에 이사가요. 더 좋은 곳으로 가려면 이번 영화가 잘 되야 되요.(웃음) 시사 끝나고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기분 좋았는데 너무 좋은 얘기만 해주시니까 괜히 불안해요.
이: 이제 차기작도 곧 들어 가시잖아요.
두개 들어가요. <방과후 옥상>이라는 작품이랑 <가족의 탄생> 지금 전자는 촬영하고 있구요. 어떤 고등학생 남자애가 있는데 재수가 좀 없는 애예요. 계속 학교를 3일을 못 버텨요. 왕따는 아닌데 무슨 일 때문에 못 버텨요. 휴학을 하고 20살 때 다시 고 3으로 내려가요. 정신과 치료를 받고. 그래서 전학을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애가 앉아 있는 거예요.같이 치료를 받았던 그래서 물어보죠. “어떻게 해야 너처럼 학교 생활에 적응해?” 그러니까 그 친구가 조언을 해줘요."겉 모습은 사자 같은데 성격은 순한 돌고래인 녀석을 찾아서 무조건 질러라 그러면 아무도 널 얕보지 않을 꺼야."해서 지르죠.
알고 보니 진짜 학교 짱 이네? 학교 짱이 너 나중에 학교 옥상에서 보자 그래서 하루동안 옥상에 올라가기까지의 내용 이예요. 혼자 다 이끌어 나가야 되는 영화죠. 지금 3차 정도 촬영했는데 저도 궁금해 지는 영화예요. <가족의 탄생>은 영화사에서 말하지 말라고 해서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그래서 이게 잘 되야 되요. 이거 다음이 <방과후 옥상>에다가 <가족의 탄생>까지 가니까. 소리누나 고두심 선배님 그렇게 살짝 묻어가려고.(하하) <썬데이 서울> 같은 경우에 흥행까지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죠. 배우가 거의 아홉 명 정도 되요. 둘 다 기대 하셔도 되는 작품 이예요.
이: 지금이 배우 인생에 있어서 어느 정도 왔다고 생각하는지?
봉: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반 정도 돈줄 알았는데 어느날 딱 돌아 봤더니 다른 선수들 다 몸풀고 있고 저는 신발끈도 안 묶고 있는 딱 그런 상황 같아요. 이제 워밍업이고 총소리 듣기 전인 그 순간. 사실 그 전에 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살짝 땀 흘릴 정도로만 한 거더라 구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담감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없어졌어요. 흥행이라든지 부담감이라든지. 좋은 작품 있으면 다 하고 싶고, 한 작품 했으니까 6개월 쉬자 그런 생각도 없어요. 저는 캐릭터 준비를 오래 하는 배우는 아니에요. 한달 정도의 시간만 주어지면 어느 정도 설정을 잡고 촬영하면서 잡아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니까 3주정도만 시간된다면 바로 다음작품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광식이 동생 광태>같은 경우엔 저의 첫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찍었어요.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하고 있어요.
취재_ 이희승 기자
사진_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