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렇게 잔인하고 폭력적인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복수 3부작의 끝을 알리는 <친절한 금자씨>가 개봉해 현재 200만 명이라는 흥행을 거두었다. 사실 당초 개봉 전 예상했던 것 보다는 적은 수치일지 몰라도 개봉 후 7일 만에 나온 수치로는 대단하다. 이번 영화의 흥행의 이유 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개봉 전 미리 영화를 감상한 본 기자는 박찬욱 감독을 만나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할 장면에 대한 해설을 부탁했다. 물론 박찬욱 감독의 영화적 성향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한 가지 애석한 것은 이 인터뷰 기사는 개봉 전에 진행이 되었으나 감독 스스로 밝힌 스포일러가 상당수 포함되기 때문에 개봉 후로 기사 게제 시점을 조정하였다. 분명히 밝혀두지만 이 기사에는 상당한 스포일러 내용이 내포되어있다. 그러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예비 관객이라면 잘 취사선택하기 바란다. 연일 계속되는 힘든 인터뷰 일정에서도 열정적으로 진지한 대답을 해준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겠다.
최동규 기자(이하 최): 인터뷰를 하게 되어 기쁘다. 무비스트 최동규 기자라고 한다.
박찬욱 감독(이하 박): 무비스트 알고 있다. 미안한 소리인줄 알지만 활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는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최: 이번에 스포일러 기사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박: 아쉬운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올드보이>처럼 커다란 충격의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다 알리고 보는 것은 재미없으니 다들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다.
최: 하지만 다르게 보면 지금까지 스포일러라고 나온 내용들이 일정부분 선을 지키고 노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올드보이>때와는 다르게 약간의 홍보적인 부분 흥미 유발이나 여론 몰이에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보는가?
박: 그 부분은 제가 스토리를 공개를 많이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마케팅 때문이 아니고 보는 사람의 재미를 위해서인데 왜 그러냐하면 극중에 주인공인 금자씨가 4명의 희생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그 순간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 충격을 관객도 같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이번 영화를 볼 때 아주 중요한 터닝 포인트인데 그것이 공개 된 것은 관객을 위해서 좋지 않다는 것 이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최: 스스로 회사를 만들어 찍은 첫 작품인데 달라진 점은 있는가?
박: 전혀 없다. 저는 뭐 랄까 주위의 환경이 어떻다 해도 회사 운영이나 예산 집행 영화를 제작하는 문제에 대해서 관여 한 것이 없기 때문에 배우 캐스팅 비용이 얼마고 촬영 감독이 얼마를 받았는지 전혀 모른다. 예전과 똑같은데 다만 예고편과 포스터 같은 부분들을 내 뜻대로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고 그것은 정말 내 뜻대로 했다.
최: 직접 설립한 모호 필름의 성향이나 성격에 대해 설명을 한다면?
박: 그 질문에는 대답하기 쉽다. 정체성이 모호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 이름을 그렇게 지었고 서로 양립할 수없는 영화들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많이 들 아는 것처럼 저와 친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회사는 아니고 주로 저의 영화를 위해 일을 하는 회사고 어쩌다가 타이밍이 맞고 하면 후배 감독이나 신인 감독의 작품을 하게 되겠지만 회사 덩치를 키우고 많은 작품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최: 복수 3부작이라 말들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쓰리 몬스터>의 ‘컷’을 무척 좋아한다. 개인적인 성향이겠으나 본 기자는 ‘컷’또한 복수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임원희가 벌이는 행동들이 사회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하는데 복수 3부작은 아니더라고 외전 정도로 봐도 좋은지 말해 달라.
박: 저도 그 작품을 제일 좋아한다. 글쎄요. 그 당시에 했던 인터뷰에서도 ‘컷’은 복수 시리즈와는 무관하다고 밝혔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말씀 하신대로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복수극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측면보다는 좀 더 이병헌이 임원희의 타깃이 되지 않아도 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복수극이라는 생각보다는 이병헌의 마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 영화 속에서 금자씨의 수감 생활을 13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있는가?
박: 그것은 유괴살인사건의 범인인데 자수를 해서 정상참작이 됐다고 보고 최고의 모범수로써 살아왔다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일찍 가석방 됐다고 했을 때 제일 짧게 잡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 물론 더 있을 수도 있지만 금자씨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의 나이와 나왔을 때 나이가 점점 차이가 나서까 한 배우가 연기하기에 무리가 될 수도 있었고 극중 딸의 나이도 너무 성장한 나이로 나 올수 있어서 그렇게 설정했다.
최: 영화를 보면서 전작들에 비해서 중압감이랄까 그런 것을 많이 느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특히 액션이나 폭력적인 면에서 전작들의 모습들이 아름다운 폭력 미학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가학적 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폭력과 액션의 변화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표현하시고 싶은지 궁금하다.
박: 중압감이라... 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렇게 중압감을 느낀 것이 있다면 달라야한다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앞의 두 편과 달라야 한다. <올드보이>와 다르기는 쉬운데 <복수는 나의 것>과 비슷해지고 반대의 경우도 그렇고 전 작 두 편과는 다르긴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어려웠다.
하지만 특별히 폭력적인 장면을 일부러 다르게 설정 했다기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자세한 묘사나 너무도 끔찍한 것들이 싫증이 났다고 볼 수 있다. 폭력 묘사가 점점 줄어들어왔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 같다. <올드보이>도 막상 혀를 자를 때 혀를 보여주지는 않는 이런 식으로 줄여왔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가짜로 다 하는 거라 아무 상관없이 보고 하는데 막상 만들어놓고 사람들의 반응이 자극적이라고 하니까 조금씩 줄이게 되었던 것 같다.
최: 물론 감독님의 말에 동의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백선생이 카메라를 켜놓은 상태에서 변태스런 웃음과 함께 목이 걸려 있는 어린 아이의 의자를 당기는 그런 모습에서는 전작들 보다 더욱 임팩트가 강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가학적이란 단어를 썼고 소재면에서도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소재나 이야기들을 많은 부분 끌어 들여온 것으로 느꼈다. 그런 이미 사용했던 소재나 이야기를 활용해서 풀어가는 방식 때문에 더욱 순간적인 잔인함에 집중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 이렇게 깊게 생각을 해주시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선 말씀하신 의자를 잡아당기는 장면은 정말 누가 봐도 강하다. 하지만 그렇게 그 장면을 통해서 유족과 그리고 관객의 분노를 정점까지 끌어올려야 그래야 그 다음에 나오는 유족들의 폭력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성이 더 선명해질 것이라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그런 장면을 봤을 때 ‘백선생을 당장 때려죽여야해’라는 모습과 저렇게 나쁜 놈이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처형을 해야 하는 게 옳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서 관객들이 보기 힘들겠지만 그 장면이 필요했던 것이다.
가족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관객의 분노를 높이기 위해서만 사용했다면 그렇다면 정말 선정적인 장면이라 생각 될 것이다. 그리고 전작들의 소재와 이야기에 대해서도 그것들을 비슷한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그런 것이 재등장하는 것은 세편을 조금이라도 묶어두려는 노력의 일환일 뿐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비중도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최: <친절한 금자씨>를 흑백으로도 찍었다고 하던데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박: 정확히 말하면 찍기는 똑같이 컬러로 찍었다. 나중에 색보정을 통해서 컬러로 시작해서 흑백으로 끝나는 언제 변하는지 모르게 차츰 색이 빠져서 흑백으로 완성되는 프린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다 찍어놓고 보니까 뒷부분에 장면들의 컬러들이 아까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특별히 원색은 없는데도 가로등과 거기에 내린 눈, 그때의 피부색 같은 모습들이 색을 빼버리기엔 아까웠다. 그래서 그냥 컬러프린트로 상영하고 DLP가 지원되는 세 곳에서만 원래 계획대로 디지털 상영을 하기로 했다. DVD는 두 가지 버전 모두 선보일 계획이다.
최: 전작들을 보면 사회적 부채감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데 보통 보면 한 가지 사회적 이슈를 마케팅적이나 영화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감독님의 영화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낮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시각으로 다각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회문제에 대한 시각이나 생각은 어떤지 솔직히 말해 달라.
박: 'JSA'와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머 ‘컷’이나 <여섯 개의 시선>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사실 그것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그런 문제들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사실 이번에는 특정한 사회적인 이슈를 집중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유괴의 대상이 부유한 사람들이 타깃이 되었다. 유족들은 다 부자들이다. 자세히 봐야 알게 되지만 운동장에 주차되어 있는 것도 고급차들이다. 물론 한집만 트럭이지만 그런 부유한 사람들을 캐스팅 하는데 있어서도 그렇게 기름기가 번들번들하는 그런 분들을 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분장팀장에서는 시나리오에는 부자라고 되어있는데 아무리 꾸며도 절대 부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도 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제 생각엔 이 영화에서는 부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부자면 모하겠는가라는 모습들 즉 자식들이 그렇게 참혹하게 죽었을 때에는 그들의 행복이 송두리 째 없어져 버린 거고 은주할머니가 ‘그런 사정없는 집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 한 것처럼 계급적인 차이도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결국 가난한 집 부모는 계좌번호를 금자씨에게 넘긴다. 부자들도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바로 이런 모습들 어떤 특정 문제가 아닌 우리의 현실 모든 사건이 해결이 되고 돌아왔을 때는 그들 앞에 돈이라는 현실이 기다리는 것처럼 그런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었을 뿐 전작들처럼 사회성 짙은 영화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최: 일부에서는 박찬욱 감독은 페미니스트라는 이야기도 존재를 한다. 영화 속에서 본다면 레즈비언적인 코드나 또는 금자씨가 감방 동료들을 찾아갔을 때의 애정 표현들, 제과점 주인을 이용하는 금자씨 등 이런 장면들은 어찌 보면 페미니즘에 가까운 모습들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박: 여자가 총을 들고 뛰어다닌다고 해서 페미니즘 영화가 되는 것도 아니고 동성애 장면이 있다고 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금자씨가 동성애자 죄수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이용하기 위해서 동성애자 행사를 했다라고 볼 수 있고 그래서 감방 동료 여자의 ‘나 사랑하는 척 만 한 거지’라는 대사처럼 그렇게 연기일수도 있고 또는 정말 좋아했지만 이제는 사랑이 식었다고 할 수 있다.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대해서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제가 하지 못했던 여성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그런 여성이 등장하는 그런 여성의 홀로 끌어가는 영화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최: 백선생이란 인물이 영화 시작 후 1시간 정도 지난 후 등장을 한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는가?
박: 사실은 금자씨의 꿈 장면에서 아주 일찍 나온다. 물론 개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날이다. 백선생은 드라마전개의 중요한 인물은 아니다. 금자씨의 복수의 대상의 의미만 가진 사람이고 얼마든지 더 늦게 나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최: 조금 실례가 되는 질문일지 모르지만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서열이나 계급에 대한 평준화에 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페미니스트라는 질문도 다시 해석을 하면 여성의 계급이나 서열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면 여성의 권리는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어떤가? 이번 영화에서도 여성의 성에대한 공감대 형성 즉 동성애나 이런 부분을 타파하는 그래서 감방 안에서의 암묵적인 계급이나 서열의 평준화가 되는 모습이 아닌가 느꼈다. 또 그런 이유에서 그 서열을 붕괴시키는 금자씨가 친절한 금자씨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는데 어떤가?
박: 물론이다. 관객에 따라서 그렇게 영화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어떻다고 규정하는 것은 영화가 어떤 실체를 가지고 있느냐 못지않게 개개인의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영화를 가지고 비평들이 서로 다른 이유가 영화가 단편적이기 보다는 서로 가지고 있는 욕망이 틀리기 때문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이 해하는 것이라 본다. 그것은 개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을 드리자면 제 의도는 그렇지는 않다.
우선 여성 연대를 생각 하지 않았다.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면 그들이 모두 모이는 장면을 넣었을 것이다. 극중에서는 모두들 금자와 따로 만난다. 그 동지라 느껴지는 사람들이 서로 알고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복역 기간도 서로 다르게 설정을 했다. 그렇게 볼 때 연대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금자씨에게 이용을 당하는 것 같다. 그런데 미장용 운영하는 동성애자 같은 경우에는 그런 척만 한 것 같고 남파간첩 고선숙한테는 진심으로 한 것 같아요. 하지만 기본적인 마음은 다른 마음이 있어서 이용을 해먹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인 것이다.
최: 영화의 초반부와 중반부의 스타일이 다른데 어떤 의도로 한 것인가?
박: 그게 이 영화의 출발이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구성된 스토리고 갑자기 금자씨가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영화는 돌변하게 되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고 영화가 끝난 줄 알았는데 목표했던 사람을 생포해서 꽁꽁 묶어놨으니까 방아쇠만 당기면 되니까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완전 다른 영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뭐 솔직히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라기보다 그렇게 확 바뀌었을 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금자씨는 복수하려는 입장에서 다른 역할 즉 복수를 준비해주고 양보하고 떨어져서 구경하는 사람의 역할로 바뀌게 되는 거죠. 그것은 아주 흥미로운 관람의 체험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최: 감독님은 가톨릭 집안으로 알고 있다. 영화에서도 천사가 나온다던지 천사의 날개가 나온다는 식의 종교적인 이야기는 등장을 하고 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영화에서의 종교는 어떤 의미인가? 또 이번 영화에서 구원이란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밝혀 달라.
박: 사실 천사라는 것은 기독교에서 유래한 관념이지만 현대에... 물론 우리는 아시아에 살고 있지만 이제 21세기의 한국에서는 그것이 더 이상 서양의 개념이다. 혹은 기독교 개념이다. 이렇게 나누는 것은 무의미할 정도로 이제는 생활이 되어버렸다. 현실이 되어버렸다. 현대인의 현실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속죄 구원 이런 관념도 다 유래는 기독교지만 저는 그것이 꼭 그렇게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금자씨가 촛불을 켜놓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기도하는 식의 기독교적인 이미지도 등장하고 티저 포스터에 나왔던 성화 아이콘의 이미지도 등장하고 그리고 뭐 후광 같은 것도 나오는 기독교 적인 면도 있고 전도사라는 인물을 통해서 마주 막 기독교라는 것을 조롱하는 것 같은 면도 있고 하여간 여러 가지가 들어있다. 헌데 제가 가지고 있는 관심은 특정한 종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어느 종교,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죄라는 것 그리고 죄에 대해서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것. 벌을 받지 않으려면 속죄해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을 통해서 구원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어느 문화권이나 공통된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냥 특정 종교나 구원에 대해서 말하기 보다는 금자교라고 말하고 싶다.
금자씨가 기도하고 있는 것은 그것은 기독교의 신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금자교 즉 자신에게 기도하는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금자교의 교리는 바로 그거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하지만 죄를 지으면 속죄를 해야 하는 거야.’라는 것이 금자교의 교리다.
최: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니까 복수교라는 글도 있던데 복수교라고 봐도 좋을지?
박: 하하하 글쎄 그게... 복수교는 아니다. 그리고 두부를 먹어도 전교사의 두부는 거부하고 자신의 두부모양의 케이크를 먹는 것은 그것이 금자교의 교리다. 즉 남이 만들어주는 것 남이 주는 것은 거부하고 자기가 만든 것을 먹는 것이 금자교의 교리다.
최: 전도사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질문인데 금자씨가 여름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때 전도사가 ‘넣~어 줬잖아요.’라는 말을 한다. 이때 느낀 것은 조금은 사상이 불순해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선정적으로 들렸고 금자씨가 던지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에서 금자씨가 이 전도사를 이성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용을 했다고 느꼈다. 전도사와 금자씨에 대한 관계에 대해 설명을 좀 부탁한다.
박: 음... 우선 ‘넣어 줬잖아요.’라는 대사는 그냥 옷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고 하지만 나중에 금자씨의 아파트 계단에서 만났을 때 전도사가 금자씨의 뺨을 서슴없이 만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봤을 때는 역시 이 남자도 속아 넘어 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렇게 함부로 여자 뺨을 만지는 것은 아무리 그 사람이 괴팍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금자도 달아나거나 처내거나 그러지 않고 싫다는 정도로만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이 사람을 또 이용하기 위해서 금자가 무엇인가 전도사가 착각할 빌미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 처음에 금자씨의 역할이 고두심에게 맡겨질 것이란 말도 있었는데 이영애가 하게 되면서 시나리오나 이런 부분들이 수정된 부분이 있는가?
박: 그건 아니다.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이영애 양을 위해서 쓰였다. 고두심 씨는 그냥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복수극이다. 여자주인공이다.’라는 설정만 가지고 있을 때 그때 생각해 본 일이다. 근데 스토리를 만들었을 때에는 극중 인물의 나이가 어려져서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최: 개인적인 생각에는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아주 끔찍하도록 마음을 쓸 것 같다. 모니터를 통해서 보이는 아이들의 살해 장면들은 너무 강렬해서 부모의 입장에서는 거부감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또 항간에서는 유괴라는 소재에 대해서 다루어지지 않아야 할 소재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생각을 이야기 해 달라.
박: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장면들 중에서 직접적으로 살해 장면이 묘사된 것은 한번이다. 굳이 그 장면이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설명을 했는데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은 영화에서 이런 것은 보여주면 안 된다는 그런 것은 없다고 본다. 물론 보기가 끔찍할 수는 있겠으나 어떤 장면은 보여주면 안 된다고 정해 놓는 순간 그것은 바로 검열의 논리로 넘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원칙상 보여 지면 안 된다는 것은 없다고 밝히고 싶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처지이기 무슨 뜻인지는 공감을 하지만 영화는 영화 일 뿐이다.
최: 금자씨의 구원에 대한 질문이다. 마지막 부분에 담배를 물고 있는 어린 원모가 나타나 순간 커버린 원모 즉 유지태로 변화가 되고 금자씨의 입에는 백선생이 물고 있던 재갈이 물려져 있다. 이 장면이 원모로부터 금자씨의 구원 혹은 용서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부분인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을 좀 부탁한다.
박: 그 순간 유지태는 일어서고 금자씨는 쪼그려 앉아있다. 유지태로 성장 해버린 모습도 그렇고 그 자세나 높이의 차이도 그렇고 금자씨가 그렇게 철부지 날라리 소녀에서 지금은 많이 성장하고 무엇인가를 많이 깨달은 것 같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했고 원모가 죽었는데도 성장한 것에 비해서 더 외소하게 아무런 깨닫지 못한, 성장하지 못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비유다. 원모는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나를 위해서 애를 쓴 것은 알겠어요. 하지만 이 방법은 아니었어요. 왜 그랬어요. 왜 그렇게 유치한 나도 알 것 같은데 왜 이런 유치한 방법을 택해서 헛수고를 했어요.’라는 그런 표정 아닐까요?
최: 그렇다면 이번 영화를 해피앤드로 보는지 그렇지 못하게 보는지 궁금하다.
박: 그것은 아까 말한 것처럼 보는 사람의 욕망에 달린 문제다. 금자씨의 노력에 대해서 가상하다고 참 수고했다고 봐주는 사람에게는 거의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금자씨의 그 복수의 방법 또는 속죄의 방법. 즉 속죄를 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복수를 택했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죽여서 어떤 살인에 대한 속죄를 하겠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본다. 이런 것은 괴변이다. 그렇게 해서 `13년을 준비한 일이 다 무의미해진 것에 대해서 정말 저 여자 한심하다.’고 생각하다면 그것은 해피하지 않은 엔딩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주인공이 죽거나 다치지도 않았고 또 딸과 같이 끌어안고 끝나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라고 본다.
최: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백선생을 통해서 딸과 이야기하는 금자씨의 통역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웃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고 반대로 눈물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과연 이 부분을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박: 울다가 웃다가 또는 울면서 웃으면서 그 씬에 이런 것이 있다. 제니가 엄마가 무슨 죄를 졌는지를 물어 보니까. 어떤 아이를 죽이는데 도움을 누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제니가 ‘그럼 내가 그 애 엄마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해줄까?’라고 하는데 그때 금자씨가 울고 있다고 웃음을 터뜨린다. 즉 제니의 아이다운 천진한 발상에 대해서 자기도 모르고 웃음을 터뜨린 거다. 그런 감정이기를 바란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런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최: 솔직한 인터뷰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무비스트 회원들에게 인사말 한번 부탁한다.
박: 무비스트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친절한 금자씨를 만든 박찬욱입니다. 친절한 금자씨가 7월 29일이고 다른 무엇보다도 이영애 양이 정말 전무후무한 명연기 그리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극장에 오셔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최동규 기자
사진: 이한욱 PD
촬영: 권영탕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