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연소가 일어나는 때’
이것은 톰 크루즈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우주 전쟁>을 작업하면서 밝힌 소감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가 가장 위대한 감독과 만났을때 스크린을 통해 비쳐지는 영화의 가치와 가능성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주전쟁>이다. 외계인의 지구 침략에 대한 H.G.웰즈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으며 톰 크루즈와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공동작업 이후 또 다시 환상의 듀오를 이루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미 특별 영상으로 톰 크루즈의 매력적인 모습을 확인한 바 있으니 이번에는 인터뷰를 통해 영웅이 아닌 아버지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멋진 배우 톰 크루즈의 마음을 들어본다.
'이거 꽤 흥미로운 걸…' 하는 본능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스티븐과 내가 "우주전쟁"의 이야기에 기반해 영화를 발전시킨다... 책에서 따온 요소들도 물론 있지만 우리가 시나리오 작가인 데이빗 쾨엡을 영입해서 함께 창조한 건 좀더 현대적인 이야기가 됐죠. 뭔가가 눈에 띄여 다가갔다가 '이거 해보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그런 느낌이 내게 온 거죠.
● 하지만 그 책이 쓰여진 때는 107년 전이죠. 왜 하필 지금입니까?
그냥 대단하고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한 사람의 영화팬으로서 스티븐이 그 작품을 해주기를 바랐죠. 스필버그가 영화를 감독하며 그의 비전을 창조하는 걸 보길 원하고, 또 그 이야기에 내가 부분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원했구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끝낸 뒤 그가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촬영하고 있었을 때 내가 그에게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예고편과 TV 스팟(TV 노출 영상분)을 차 뒷좌석으로 가져다 준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에 함께 앉아 '다음번에 뭘 하면 좋을까?'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그때 그가 세 편의 영화를 언급했는데 <우주전쟁>은 세 번째 거였습니다. 우리는 즉시 서로를 마주보았고, 이게 바로 그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 진행과정은 어땠습니까?
일단 스티븐과 내가 소설에서 원하는 부분을 함께 작업했고, 그 뒤 데이빗이 합류했어요. 데이빗은 원래 일 속도가 아주 빠르죠. 스티븐이나 나는 둘 다 이전에 그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에서, 스필버그는 <로스트 월드>에서 데이빗과 함께 작업한 바 있다 - 인터뷰어 주.) 그는 마치 몸에 불이 붙은 듯했어요. 초고를 단숨에 뱉어냈는데 그건 내가 읽어본 초고 상태의 각본 중 가장 뛰어난 것이었어요. 그냥 술술 읽혔죠. 데이빗은 조사를 충실하게 하면서 사물의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압니다. 그런 게 그한테서 나와요. 각본은 경제적이면서도 인생의 놀라운 점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해!' 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 당신이 각본에 기여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죠?
스티븐과 내가 작업한 부분들은 각기 다릅니다. 내게 있어서는 남자 주인공이 대책없는 아버지라는 것, 한 사람이 아이들의 진정한 부모가 되는 여정을 그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중요했죠. 만약 세계가 종말에 처한다거나 세계가 갑자기 전쟁에 휩싸이게 된다면 그 여정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요. 이 남자는 준비도 안 돼있고 무책임한 데다가 자기 아이들보다 더 애같은 사람입니다. 이 남자가 과연 어떻게 싸워나가게 될까? 나에겐 그런 점이 흥미로워요. 그게 스티븐과 내가 정말로 얘기하고자 한 것들이죠. 난 내 아이들에게 바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으니까요. 내가 얼마나 내 아이들을 사랑하는지에 관한. 사실 이 영화는 가족에 관한 매우 내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영화에서 한 사람의 아버지이자, 이 주인공이 그렇듯 블루칼라 노동자를 연기하고 싶어했죠. 뉴저지에 두 번 살았는데 우리 아버지가 딱 그런 분이셨으니까요.
● 그건 스필버그표 영화의 전매특허이기도 하죠. 보편적이면서도 매우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정서가 있는 대작 말이죠.
그렇습니다. 이 세계가 위험에 처했는데 그게 모두 레이 페리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거죠. 스티븐의 영화는 항상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주인공 캐릭터에 몰입해서 그들이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 스티븐과의 작업이 확실히 즐거웠던 모양이군요.
처음 테이블에 앉아마자 이렇게 말했죠. "좋아요. 이 영화를 어떻게 찍을까요?" 그리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고, 이 영화는 결국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고 내가 말했죠. 스티븐과 나는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관계이고, 아시다시피 그는 매우 영감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우리 둘에게 있어 그건 창조적인 연소의 과정이에요. 게다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뭔가를 창조할 기회라는 건 대단히 신나는 일이기도 하죠.
● '우주전쟁'을 책으로 먼저 알았나요, 라디오극으로 먼저 알았나요?
오손 웰스의 라디오극을 들은 게 첫 경험입니다. 라디오극을 듣는 걸 참 좋아했어요. 모두가 잠이 든 밤이면 몰래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곤 했죠. 오손 웰스의 방송을 듣고 경이를 느꼈던 그 때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 1898년에 책이 출판된 이래 시대마다 다양한 청취자들이 존재했죠.
그렇죠. 오손 웰스가 라디오 방송을 한 건 1938년이었고 그때는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전쟁의 위협이 높아진 때였죠. 1950년대에 와선 냉전이 있었습니다. 훌륭한 과학소설에는 멋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여전히 현실과의 관련성을 가지고 있어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인간의 적은 무엇인가? 지금 현재에 있어서는 인간이라 할 수 있겠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말입니다. 영토 때문에, 혹은 별로 믿지도 않으면서 신앙 때문에 인간은 인간을 죽입니다. 인간을 지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말 공동의 적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물 중독이든 문맹이든 범죄, 부도덕이든. 이런 것들이 우리의 사회를 핵심에서부터 망가뜨리고 있어요. 그것이 H.G. 웰즈가 자신의 책에서 시도했던 것이죠. 그는 인간이 공동의 적을 인식하게 될 때 일어날 일을 꿰뚫어본 겁니다. 몇 년 전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그는 우선 대단한 작가이고 문장도 멋진데다 그 상상력이란 놀랄 수밖에 없죠.
● 훌륭한 과학소설 작가들은 웰즈처럼 확실히 예언자였죠…
오늘날의 테크놀로지를 보면 언제나 오래 전에 이미 그 개념을 생각해낸 예술가들이 항상 있었죠. 예컨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헬리콥터를 구상했던 것처럼. 스필버그 감독을 보세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시작 장면에 나오는 스크린만 봐도,그건 스필버그가 짜낸 아이디어입니다. 우린 그걸 이미지를 문지른다고 표현하곤 했죠. 처음에 스필버그가 그 아이디어를 내게 보여준 건 촬영에 들어가기 여섯 달 전인가 일 년 전인가의 일입니다. 그런데 두어 주 전 신문을 보니 실제로 그걸 개발했다고 나오더군요. 그런 식으로 훌륭한 과학소설이란 분명 현재와의 관련성, 정치적인 관련성이 드러나 있는 거죠.
자료 협조: UIP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