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홀로 남은 것은 자신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슬픈 친구의 영혼이다. 오직 목소리만 남아서 애타가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불러달라고 눈물짓는 소녀의 절규는 스크린 위에서 애틋한 피눈물 자국을 남긴다. 아리따운 소녀의 목소리에, 그들의 투명한 우정에 전해져 오는 것은 청춘의 환희도 아니요, 돌아갈 수 없는 그때로의 연민의 감정도 아니다. 오직, 살아서 지금까지 왔구나 하는 생존의 안위를 확인한 자만이 낼 수 있는 깊은 안도의 한숨뿐이다.

교복 밑에서 점차 아름답게 물결치는 몸의 곡선을, 학교 담장을 외투삼아 꽁꽁 숨긴 채 여성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상태로 버텨내는 ‘소녀’들의 공포는 누군가 그녀들의 이름을 기억해내곤 할 때 수면 위로 부상한다. 전작의 형편없음에 그녀들의 외마디 비명마저도 잊고 바람에 흘린 어느 날, 소녀들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던진 공포는 의외로 낯선 만큼 친근했고 아련하다.

작은 교실로 우리를 타임슬립하게 한 ‘영언’과 ‘초아’를 만나러 가는 길은 외면하고픈 내 청춘의 슬픔을 마주보는 일과 같아, 알 수 없는 우울함을 동반했다. 그러나 답답한 교복을 벗고 싱싱한 젊음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머금은 채 등장한 ‘차예련’, ‘김옥빈’을 보면서 회한에 잠긴 기자의 맘도 덩달아 환해짐을 느꼈다.

지금은 신인이지만 언젠가는 한국 영화계의 대스타가 될 이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요량으로 10년 세월의 나이 차도 있고 호들갑스럽게 수다 한판 제대로 떨고 왔다.

차예련, 김옥빈은 <여고괴담4:목소리>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보다 똑 부러진 말솜씨와 영민함을 자랑했다. 질문의 핵을 간파해 적절한 어휘를 선택, 구사하는 능숙한 답변들은 갓20살을 넘긴 이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한다. 숨김없이 자신감과 연기관을 명쾌하게 쏟아내는 김옥빈, 차예련 덕분에 본 기자의 음울한 청춘도 잠시나마 보상 받는 기분이 들어 즐거운 시간으로 회자될 듯하다.

같은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그들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진행된 ‘리얼토크’, 이제부터 본격 가동한다.

좌측부터 차예련, 김옥빈

최경희기자(이하 최): 언론시사회 당시 반응이 애매해서 약간 실망감이 들었을 것 같다. 일반 시사회 반응은 많이 달랐을 텐데, 일반 관객들이 언론시사회 때처럼 초아(차예련) 담배 피는 장면에서 웃던가? 나름대로 심각한 장면인데 기자들이 웃어서 속상했을 것 같다.
차예련(이하 차); 오호~ 하던데요. 학생 캐릭터인데 담배를 피우니 반응이 남달랐던 것 같다.

최: <여고괴담4:목소리>와 관련된 기사를 전작과의 악습을 끊었다는 평가와 신인연기자인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좋아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본인들도 알고 있는지?
차: 아직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 그래도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시사회 봤던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실감나는 정도는 아닌데 뿌듯한 감정은 든다.
김옥빈(이하 옥): 나는 와 닿는다. 하하 기자분들이 나름대로 좋은 평도 올려주시고 게시판을 보더라도 감상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영화에 대해, 우리의 연기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최: 나름대로 호의적인 반응이 많이 나오는 것은 <여고괴담4>가 전작과는 많이 달라서 그렇다. 관습으로 굳어진 귀신이 영언으로 인해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영언’이를 연기하면서 무척 힘들었을 텐데, 예련씨나 감독님이 어떻게 도움을 주었나?
빈: 촬영 들어간 지 얼마 안 될 때는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아 화장실 들어가서 예련 언니, 지혜언니한테 어떻게 하면 감정이 살까 하면서 도움을 많이 요청했다. 예련언니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울려고 하지 말고, 네가 영언이라고 생각도 하지마. 네 모습에서 영언의 모습을 찾아야 돼”. 지혜언니도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하면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그랬다. 특히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서 점차 이입하기가 쉬어진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나중에는 나의 상황도 있고 해서 편해졌다.

최: ‘초아’라는 역할은 대사는 없지만 극의 중심 또는 사건을 전개시키는 인물이다. 만만한 역할이 아니었을 텐데?
차: 평소에 웃음이 많기 때문에 최급선무는 말 수를 줄이는 거였다. 대사를 하면서도 무게 있게 웃지도 않아 감정이 나타나지 않는 강한 캐릭터여서 어떤 감정을 갖고 있어도 대사로써 무마시키면서 연기했다. 처음에는 표정도 없고 대사도 많지 않은 역할이어서 어리석게도 되게 쉽겠다고 생각을 좀 했다. 근대 시나리오 받고 딱 빠져서 하려니 나하고는 정반대인 아이인데다가 감정이 없다는 게 연기함에 있어 더 힘들게 다가왔다.

최: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감정 없는 캐릭터나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촬영을 안 할시, 감정몰입을 위해 말도 안한다고 하던데.
차: 촬영장에서는 말도 하고 웃기도 하는데, 진짜 슛만 들어가면(바로 몰입)... 으하하하

최: 감독님이 무척 젊다. 실제 나이 36인데도 소문에는 20대 중반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 정도다. 외모에서도 순한 분처럼 보이지만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각자에게 어떤 식으로 연기지도를 해줬는지 궁금하다.
옥: 영언은 학교에 목소리만 남아서 혼자 떠도는 영혼이기 때문에 ‘너의 외로움을 가장 많이 이입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또, 내가 감정을 못 잡고 다른 감정으로 연기할 때는 ‘우리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자’하면서 단 한번도 화를 내지 않고 대화로만 감정을 이끌어 내셨다. 영언에게 감독님이 원했던 감정은 학교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슬픔

최: 역시 외모대로 자상한 감독이다.
차: 촬영장에서 인상한번 쓰신 적이 없고 소리 한 번 지른 적이 없다.
옥: 맞다.

최: ‘목소리’라는 영화주제로 너무 안 맞는 거 아니냐?
차: 솔직히 기분 나쁜 일이 있어 화가 쬐끔 날 수도 있고, 우리가 못하면 짜증 날만도 한데 그럴수록 대화를 풀려고 하신다.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우리가 힘들어 하는 점을 먼저 챙겨주신다. 결국 서로 힘들기 때문에 감독님 본인이 쫌 화가 나셔도 웃으면서 대한다. 그게 실은 근대 더 무섭다. 항상 소년 같은 우리 감독님~ 하하

최: 본인이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아쉬운 연기 장면이 있던가? 이 부분은 감정을 좀 더 끌어냈어야 하면서 말이다.
차: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곤소곤한 목소리로) 많~다.
옥: 영언이가 죽고 난 다음에 선민이를 처음 보는 장면이 있다. 교무실에서 선민이가 선생님하고 얘기할 때 눈이 나와 마주치는 장면이다. 실은 그 장면이 최다 NG을 낸 씬이다.(하하) 그때는 촬영한지 얼마 안됐고 감정이입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였다. 그리고 친구를 보고 친구가 나를 못 알아본다고 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픈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밤새도록 연구를 한 덕분에 피곤함이 얼굴에 묻어날 정도였다. 내 얼굴을 보고 감독님이 “넌 귀신이니깐 초췌한 게 맞아”라고 응원의 말도 해주셨지만, 감정을 잘 잡고 연기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 남들 보여주기도 부끄럽고?
옥: 그런 거죠. 하하하
차: 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말하는 장면이 아쉽다. 찍기 전에도 대사에 대해서 그 씬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다. 왜냐면 대사 자체가 처음 듣는 소리였고
옥: 나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차: 심지어 각본을 직접 쓴 감독님한테 찾아가 물어봤다. 그런데 감독님은 자신도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난감해졌다. 그러면서 나한테 역으로 물어 보기까지 하셨다.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기대하셨던 것 같다. 개와 늑대의 그림자를 통해서 혼란이 온다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의 암시를 주는 말로써 귀신과 사람의 구분에서 혼동이 온다는 뜻으로도 변형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혼자 고민해 답을 찾아 나갔다. 하여튼 많은 뜻이 담긴 말인 거는 알겠는데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초아 캐릭터를 가지고 남들에게 와 닿게 멋지게 연기하기가 힘들었다. 한두 달 궁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듣는 말이기도 해서 남들에게 잘 전달이 안 된 듯하다. 표정도 어색하고 말도 어렵고.

최: 연기하는 서로를 보면서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샘나는 점은 없었나?
옥: 다들 한번 씩은 느꼈다. 지혜(선민)언니는 감정이입에 집중력이 뛰어나다. 촬영장에 헬리콥터 소리가 많아 NG가 생겨도 감정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나는 그 부분이 부러웠다. 나 같은 촬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보고 배우는 입장이다. 초아언니 같은 경우도 평소에 장난치고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촬영이 ‘슛’ 소리와 함께 촬영이 들어가면 그 생각하고 있던 표정이 나온다. 그래서 감독님이 ‘슛돌이’라고 별명까지 지어 줄 정도다. 다들 이렇게 부러운 점이 한가지씩은 있다.

차: 지혜언니는 선민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것 같다. 그런데 선민이라는 캐릭터가 보통 흔히 불 수 있는 역할이어서 역을 소화내기가 의외로 어려웠을 것이다. 때문에 없지 않아 얻는 게 많았던 것 같다. 더구나 감정기복이 심한 인물이다 보니, 몰입하기 힘들었을 텐데.. 옆에서 보니 감정에 몰입하기 위해, 한두 시간 말도 못 붙이게 할 정도로, 엄청나게 집중을 하고 있더라. 결국에는 원하는 감정을 잡아내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옥빈이가 소화해낸 영언의 캐릭터 성격은 외로움이다. 혼자 학교에 남아 떠도는 영언을 연기하기 위해 정말로 빈이는 불 꺼진 학교를 혼자 두 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차라리 같이 가자고 하면 가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말도 없이 두 시간 동안 사라진다. 어디 갔다 왔냐고 물어보면 그냥 “저기에 갔다왔어”하면서 혼자 영언의 감정을 잡고 있는 거다. 어두운 학교를 두 시간 동안 돌아다닌다는 게 생각보다 무서운 일인데, 빈이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영언의 감정에 몰입하더라. 하하하

옥: 내 의지가 놀라운 거지? 하하하
차: 처음에는 우리 셋 모두 걱정을 많이 했다. 나 같은 경우는 감정선이 없지만.. 저 같은 경우는 감정선이 없지만..

최: 아니다. 나는 초아 캐릭터가 멋지다고 생각한다.
차: (웃음) 영언하고 선민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감정 선이 깊은 역할이라서, 옥빈이 같은 경우 고민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많이 보여줬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역시 잘했더라. 옥빈이의 말이나 고민이 꼭 잘할 거면서 하는 말 같아 나중에는 약 올리는 것처럼 들린다.(하하)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눈물까지 보였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빈이가 동생인데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 엄살이었다.
옥: 그게 진짜 괜히 고민하게 아니야. 그렇게 고민해서 그 정도 나온 거야.

최: 예련씨 말에 동감한다. 학교 다닐 때 보면 시험 전날에 공부 안하고 잠만 자고 왔다고 떠들어 댄 친구가 막상 시험은 잘 본다. 빈이씨도 그런 친구였구먼.
옥; 정말 아닌데.. 흑흑. 그만큼 집에 가서 잠도 안자고 생각을 많이 했다. 진짜다 믿어줘라~ 하하하.

최: 지금까지는 예의상의 질문이었다. 사실, 이 인터뷰 전에 당신들의 인터뷰 기사가 다른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된 이상,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문을 하고 싶다. 인간 ‘김액빈’, 차예련에 관해서 말이다.
옥: 김액빈? 이제부터 나는 김액빈이야~ 하하.

최: 흑흑.. 미안하다. 본 기자 평소에 혀가 짧아 발음이 안 좋다. 지금 사실 흥분해서 더 그런 거다.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 속으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냐면, “어머머~ 애들 얼굴 작은 것 좀 봐. 어쩜 저렇게 예뻐”하는 쓸데없는 질투심에 휩싸여 실수를 저지른 거다.
차, 옥: 감사합니다.

최: 빈이씨는 솔직히 나한테 감사해야 한다. 네이버 ‘얼짱’ 출신인걸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 내가 빈이씨한테 투표했다. 그런데 여고괴담 제작 소식을 접했을 때 알아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 볼 때까지도 ‘얼짱’ 김옥빈과 현재의 빈이씨가 동일인이라고 매치를 못했다.
옥: 그 때보다 살이 좀 더 찐 상태여서 몰라봤을 거다.

최: 일부러 찌운 건가? 사실 몸무게를 불리지 않아도 될 캐릭터인데 영언이라는 역할을 봐서는
옥: 사실, 살이 빠지면 얼굴이 굉장히 날카로운 인상이다. 네이버 얼짱 됐을 당시와 이승철 뮤직비디오 ‘무정’ 찎을 때에는 몸무게 45kg이었다. 뮤직비디오 보면 알겠지만 날카로운 이미지에 히피 스타일의 의상을 입었다. 영화를 위해 몸을 좀 불린, 내 얼굴을 보고 감독님은 “살이 찌고 나니 이미지가 부드러워졌다. 너 빼지 말고 이대로 유지해라”라고 말할 정도로 인상이 바뀌었다.
차: 실은 빈이가 몸이 약한 편이다. 내가 알기로는 한의원에서 일부러 살을 좀 찌우라고 빈이에게 충고한 걸로 알고 있다. 거기다가 얘가 화면발 때문에 살을 빼고 영화 촬영했다면 아마 쓰러졌을 거다.

최: 예련씨를 처음 본 게 화장품 광고를 통해서다. 그때 얼굴을 요렇게 요렇게(어설프게 차예련 흉내를 내는 추한 자태의 본 기자)하면서 이쁜 ‘척’하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예쁜 것들은 꼭 예쁜 척을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흑흑.. 실제 성격과는 다르게 내숭쟁이, 신비한 아이 역을 맡는데 평상시 성격은 활발한 성격인 걸로 알고 있다.
초:(웃음) 항상 어딜 가면 뭔가 하나씩은 꼭 잊어버리고 돌아온다. 다시 돌아가서 물건을 찾아오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다. 잘 웃고 활발한 성격이라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웃으면서 넘기려고 하는 주의다. 생활 그 자체를 즐긴다.

최: 워낙에 외모가 출중해서 어딜 가나 눈에 띄고 예뻐서 고등학교 재학 당시 솔직히 유명했을 것 같다 . 예뻐서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도 많았을 테고 반대로 멀게 대하는 친구도 있었을 텐데...
차: 친구들이 많은 편에 속한다. 성격이 워낙에 덩벙거리는 스타일인데 나의 이런 성격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나를 처음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게 말하면 도도하게 보고 나쁘게 보면 싸가지 없이 본다. 거기다, 차갑게 보여 다가가기 힘들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절대 아니다.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난후,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이 있다. 차가운 외모와 달리 성격 털털해서 좋다고..(웃음)
옥: 나 역시도 주변에 친구들이 많다. 겉으로 보면 다 친하게 보인다. 그런데 진정으로 친하고 마음을 열고 지내는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정해져 있다. 진짜 친구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해서 악감정을 갖았다는 말이 아니다. 두루두루 잘 지내면서도 맘을 터놓는 친구가 많지 않을 뿐이다. 또 혼자 돌아다니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혼자 쇼핑하고 영화보기를 자주 즐긴다.

최: 인터뷰를 해보니, 두 사람 다 활동적인 편이어서 영화 촬영이 끝난 요즘 그 열정을 쏟아 부을 대상을 찾고 있을 듯한데..
옥: 지금 탭댄스를 배우고 있고, 운전면허자격증을 따려고 연습 중이다. 도로주행만 남은 상태다.
차: 부모님이 운동을 좋아하신다. 부모님 통해서 어렸을 때부터 조금 씩 여러 스포츠를 배웠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뭐든지 해보는 편이다. 요즘은 어렸을 때 하다가 그만둔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자연에 어울려 하는 운동이고 여행을 좋아해서 열심히 해볼까 한다.

최: <여고괴담4:목소리>에 출연한 이상, 스타가 되는 건 따 논 당상이다. 물론 앞으로 더 유명해질 거다. 때문에 바쁜 만큼 본의 아니게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 섭섭함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유명하게 되더라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부분이 있다면?
옥: 친구들이 요즘 많이 서운해 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을 정도다. 바쁘다 보니깐 문자가 와도 답장을 못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나서 집에 다시 돌아오면 그때는 부재중 전화가 와 있는 것이다. 씻고 전화하려고 맘먹어도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진다. 내 마음이 변해서 그런 건 아니니 친구들이 이해해줄 것이라 믿으면서도 항상 미안하다. 앞으로 내가 유명한 배우, 최고의 스타가 된다하더라도 친구들의 생일 같은 기념일은 꼭 챙길 거다. 전화 한통이라도 먼저 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런 날마저 안 챙겨준다면 친구들이 정말 섭섭해 할 것 같다.

차: 나 역시도 진짜 친한 친구는 정해져 있다.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는 전화 통화를 하면 울기까지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못하고 자주 못 만나서 친구들이 섭섭해 하는 중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자주는 못 만나더라도 전화 한통 먼저 하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

최: 이제는 두 가지 갈림길에 놓였다고 생각한다. 배우로 성공할 것인가? 탑 스타의 길을 것인가?
옥: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처음에 소속사 실장님을 만났을 때 실장님이 나에게 이런 말과 함께 질문을 했다 “너는 아무래도 스타보다 배우의 길을 지향할 것 같은데? 너 생각은 어떠냐?” 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대답했다. “왜?”라고 반문하시기에, 탑스타의 길이 배우가 되는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연기자의 본분에 맞게 연기를 먼저 다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 연기를 잘 하는 배우를 보면 칭찬도 많이 들으면서, 우리 같은 신인연기자들이 본받고 싶은 모델이 된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아서 나도 나중에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로 성장해 존경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차: 스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이고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게 나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엔터테이너가 될 것 아니지 않는가? 물론 만능으로 잘하면 좋지만 여러 사람에게 난 뭐든지 잘 할 수 있어 얘기하는 것 보다, 물론 광고모델로 데뷔하기는 했지만 그건 운이 좋아서 된 거고, 연기를 시작했으니 그 쪽으로 잘하고 싶다.
사실, 연예인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도 없었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배우나 모델 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많이 들어와 계속 거절해 오다가 4년째 되던 해에 결국 일을 시작하게 됐다. 성격이 한 번 시작한 일은 끌을 본다는 주의여서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 스타 누구라는 소리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도 훨씬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최: 누구는 연예인이 하고 싶어도 불러주는 곳 하나 없는데 두 사람 다, 속세가 먼저 가만히 두질 않다니 부럽기만 하다. 빈이씨는 얼짱대회에 참가한 계기가, 그 당시 장래의 꿈이 이쪽에 있기 때문인가? ‘얼짱’이라는 단어는 앞으로 빈이씨 배우이력에서 지워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말이다.
옥: 우연히 싸이트 광고를 보고 사진을 장난삼아 몇 장 올렸는데, 운이 좋아 1차 통과하고 2차에서는 프로필을 찍어 투표를 거쳐 선정됐다. 3차는 개인기 심사를 했는데 거기서 1등을 했다.

차:(아주 궁금한 표정으로) 개인기 뭐했는데?
옥: 춤췄어
모두: 오호~~~~~~~~~~~~

최: 영언 캐릭터를 봐서는 노래했을 것 같은데.
옥: 어렸을 때부터 꿈은 배우였다. 그런데 지방이라서 기회도 별로 없고 해서 꿈을 접으려고 했다. 친구들한테 우스갯소리로 “나 군대 간다” 하면서 장난도 치고 그랬다. 경찰행정학과에 지원을 하려던 찰나 드디어 기회가 온 거다. 어렸을 때부터 꿈인데, 어떡하랴? 바로 잡았다. 그 기회가 바로 ‘여고괴담’이었다.

최: 친구가 경찰행정학과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
옥: 하하 별걸 다 알고 있다니. 맞다. 친구가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같이 들어가기로 한 나는 지금 딴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 친구는 곧 유학 간다.

최: 옛 추억을 더듬어 오디션 때의 질문을 하겠다.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뽑힐 거라고 예상했나? 아니면 너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남에게 관심도 없었나?
옥: 놀기 바빠 그런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뽑힐 거라는 예상도 못한 상태였다. 물론 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온 이상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양했는데, 닭싸움, 몸 풀기 게임, 본인이 창작한 대사로 연기하기 등등, 마치 한바탕 신나게 노는 것 같은 오디션이어서 정신없이 즐겁게 보냈을 뿐이다. 또 그런 예상조차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감독님이 생각하는 선민, 초아, 영언의 캐릭터가 우리가 생각하는 캐릭터의 성격하고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예상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최: 예련씨는 독특해서 사람들 눈에 쉽게 띄었을 것 같은데...
옥: 늦게 와서 눈에 띄었죠. 크크

차: 헤헤. 그 때 다른 일이 있어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래서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늦게 간 상태에서 일이 있어 도중에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합류하기는 했지만, 그 때는 큰 욕심 버리고 참여에 의의를 더 두고 있었다. 사실, 13명 중에 3명이 뽑혔다고 통보를 받았을 때 의외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선민 역할은 나에게, 빈이와 지혜언니에게는 초아 역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끼리 나중에 선민이는 누가 연기하는거야? 그럼, 초아는? 하면서 무척 헷갈려 했다.

최: 예정한 인터뷰 시간이 다 돼간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다짐을 듣기보다 ‘여고괴담’을 찍기 전과 찍고 난 지금, 달라진 점이 있는지 말해 달라. 마지막으로 ‘여고괴담’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
옥: 나 같은 경우는 찍기 전과 찍은 후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영화현장이 그렇게 힘든 줄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200명 가까이 되는 스텝분들과 팀이 있는데 이분들이 마음이 안 맞거나 협동이 안 되면 영화를 이끌어가기 힘들어진다. 껄끄러워 지기도 하고....
<여고괴담>을 포함해서 영화라는 것을 화려하게만 봤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그래서 다음 번 작품에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스타트 하는 나로서는 ‘여고괴담’은 많은 것을 가르쳐준 최고의 영화였다.

차: 여고괴담 전작들은 다 봤다. 그래서 배우생활을 하게 된다면 ‘여고괴담’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왜냐하면 진짜 신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다른 영화들은 신인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어느 정도 알려진 배우가 되고 나서는 ‘여고괴담’에서 선생님 역밖에 못 맞는다.(하하) 결국, 신인이 아니면 하지 못하는 역할이라는 특성 때문에 굉장히 끌렸고 매력 있게 다가왔다. 찍을 당시에는 ‘여고괴담’에 출연한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고, 신인으로서 주인공을 맞는다는 게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영화를 찍고 난 지금은, 여전히 부담감도 있지만 자신감도 생긴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해서 굉장히 뿌듯하다.

최: 수다스러운 기자의 질문에 피곤한 와중에도 유쾌하게 대답해줘 감사하다.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자주 보길 희망한다.
차, 옥: 우리도 즐거운 자리였다. 감사하다.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이한욱 PD
촬영: 권영탕 PD

여기서 끝내면 무비스트가 아니죠?^^ 서비스 왕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