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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느낌은 '파리지엔느'처럼 묘해! '연애의 목적' 강혜정
2005년 5월 27일 금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지난 2월, <연애의 목적> 촬영현장취재를 갔을때, ‘허걱’ 놀랐었다. 촬영장으로 한걸음 내딛으려는 찰나, 반대로 촬영장을 빠져나오고 있던 박해일, 강혜정과 딱 마주쳤기 때문. 심리적인 무장이 채 이루어지기 전에 봤기 때문일까. 기자는 약 몇 초간 그대로 얼어버렸다. 아무리 배우들이 ‘어디 다른 별에서 왔어요?’ 싶게 조막만한 얼굴이라고 해도, 강혜정의 ‘얼굴’, 아니 그녀의 ‘머리’는 정말이지, 하아~정말이지 너무나 작았다.

사실 이런 ‘말초적’인 것에 감정적으로 크게 휘둘리는 것도 모자라, 공공연히 활자화시키고 있는 모습이 (영화기자로서) 상당히 낯뜨겁지만, 사실 우리들이 느끼고, 좋아하는 그 수많은 배우들의 매력을 자꾸자꾸 파헤치다보면, 결국엔 그 외모가 아니겠냐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그리하여, 내친 김에 이번 인터뷰에서의 느낌도 주책없이 부연하면, 역시나 강혜정의 그 남다른 ‘골격’은 사라지지않는 강렬함으로 가슴에 내리꽂혔다. (흠, 고자질은 아니지만) 약속시간보다 20여분 늦게 도착한 그녀가 “아이, 너무 죄송합니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요~”라며, 애교섞인 사과를 전할때 그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들어찬 이목구비가 눈에 화악 띄었다.

어찌보면 <연애의 목적> 컨셉을 따른듯, 깊게 파인 가슴선을 따라 레이스가 하늘거리는 란제리룩을 걸친 강혜정. 특히 어깨를 살짝 덮던 긴 머리카락을 깡뚱 자르고, 다소 흐트러진 폼새의 세련된 컷헤어를 했기 때문일까. 그 여성스럽고도 섹시한 의상과 그녀의 작은 ‘머리통’을 더욱 귀엽게 부각시켜주는 시원한 헤어는 자연스럽게 한데 매치돼, 보는 사람에게 기가 막히게 사랑스럽고, 달콤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그대로 담배 한 개피만 물면, 프랑스 어느 이쁜 노천카페에서 무언가를 진지하게 끄적대는 매력적인 ‘파리지엔느’였다. 더욱이 아기눈동자같이 유달리 까만 동공의 그녀가 기자의 눈을 또렷이 응시하다가 어느 질문에든지 예의 성대묘사와 유머가 풍부한, 그러면서도 총명함이 깃든 말투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영락없이 그랬다.

처음엔 천상 ‘배우’같은 그 쬐그만 얼굴 때문에,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고나선 뭐라 분명하게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그 독특하게 엘레강스(!)한 언행 때문에 기자는 너무나 궁금하고, 알고싶어졌다. <연애의 목적>의 ‘홍’보단, ‘배우 강혜정’을 말이다.

(이 인터뷰는 <연애의 목적> 기자 시사전에 이루어진 인터뷰임을 밝힙니다)

어, 머리가 짧아졌어여!
아! 넵. <연애의 목적>에선 머리가 길어서 웨이브를 하고 나왔는데, 끝나고 태국영화로 가면서 이미지를 바꿔야했기에.

맞다. 바로 그 영화 <인비저블 웨이브즈(Invisible waves)>는 잘 찍었어요?
네.

아사노 타다노부랑 같이 출연한다고 들었어요. 살짝 부러움이...(웃음)
(미소지으며)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그 영화는 대략 어떤 작품이에요?
아, 어떤 한 남자가 모든게 다 속임수인 상황에서 해탈의 길을 찾는 영화요.

흠, 쉽진 않은 영화겠네요.
네, 그것도 뭐 쉬운 영화는 아닌거 같아요. 작가주의적인 영화고...

아사노 타다노부는 어땠어요?
굉장히 좋은 배우였어요. 음, 음, 무지 아줌마스런 부분이 좀 있더라구요.

‘아줌마스런’ 부분이요? (웃음)
네, 전 되게 날카롭고 예민하게 상상을 했거든요. 영화에서 봐왔던 것처럼요. 주변과는 전혀 소통도 안하는, 뭐 그런 느낌. 고립된 듯한 느낌도 들고. 근데 이 영화 같이 하면서는 되게 아줌마같았어요. 부녀자 느낌 그런 거 있잖아요. (웃음) 어느 정도 수다도 같이 나눌 수 있는 상대. 물론 저와 다이렉트로 나눈 수다보다야 아무래도 3~4개월 동안 같이 붙어있는 스탭들하고 어우러지는 부분이 많았긴 했는데. 보면서 ‘아, 저 사람, 무지 편안한 사람이구나! 현장에선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근데요, 연기할땐 또 달라요. 연기할땐 되게 헐렁하게 해요.

헐렁하게요?
흠, 약간 그런거 있잖아요. 시큰둥한 느낌! 연기할 때, 그게 그 사람 스타일인데, 잘할려고 하는것 같은 느낌도 없고, 근데 그게 그 사람은 잘하고 있는 거고...(웃음) 무지 아이러니한 거 있잖아요. (웃음)

재밌네. 작업끝내고 느낀게 많았겠는데요.
음, 네. 감독이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칸’이나 ‘베니스’에서 스포트라이트 받은 태국 감독이라고 들었어요.
네.

사실, 날씨가 환상적으로 좋아서 카페 바깥 테이블에서 인터뷰하려고 했었어요. 허나 혜정씨를 보는 순간, 사람들이 우루루 몰릴 거 같아서...(웃음)
에이, 절 보고 오진 않을것 않구요. 해일이 오빠가 혹시 여기 와있지 않을까해서 몰리겠죠. (웃음)

밝은 날씨랑 흐린 날씨랑 굳이 좋아하는 쪽을 고른다면 어느 쪽이에요?
흐린 날씨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음, 혜정씨 느낌처럼요!
아, 넹...전 밝으면 눈이 아파서요. (웃음)

얼마전에 어떤 설문을 봤는데, ‘일상을 과감하게 탈출할것 같은 커플 1위’로 선정되셨더라구요.
아~저 그 기사 봤어요.

왜 그렇게 선정됐다고 생각해요?
글쎄요...일상을 떠나라는 얘기같기도 하고...(웃음)

올해 스크린 인터내셔널誌 칸영화제 특집호에서 ‘눈여겨 볼 한국의 배우와 감독’11명에 선정되셨더라구요.
네? 그래요? 몰랐어요. (웃음)

<웰컴 투 동막골>도 칸 필름 마켓에서 외국 바이어들한테 인기가 있었다구 하구.
네. 저도 들었는데, 참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작년에 ‘칸’에 갔을땐 느낌이 어땠어요? 좋았나요?
음, 칸, 깐느!! 다 영화에 미쳐서 모든 사람들이 길거리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브닝드레스를 입고다니구. 그럼 광경들이 되게 낯설었어요. 이 도시가 특별해 보이기도 했구. (웃음) 그런데 그곳 상점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서는 나랑 잘 안 맞는 거 같았구. 영화제 자체, 거기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그러는데, 거기서 기념사진을 찍는 마음이 이해가 가는거에요. (웃음) 보면요, 건축적인 미학도 안 보이구, 되게 후져요. 마치 바자회하는 장소같기도 하구...(웃음) 근데 근사해요. 축제의 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모든게 근사해보이긴 하더라구요.

어제 <연애의 목적> 기술시사 했다구 들었는데, 혜정씨만 봤다고 그러더라구요. (웃음)
앗, 역시 소문이 빨라. 소문이 빨라...(웃음) 네, 일단 배우분들 중에서는 저만 봤어요. 작품 잘 나온거 같아서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촬영할때까진 우리가 같이 만들어가는거지만, 촬영 이후의 후반작업은 감독님이 배우들, 스탭들, 혹은 관계자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라구요. 그래서 자꾸 감독님이 VIP 시사에 와서 보라고 어.거.지를 부리시더라구요. (웃음) 근데 후시녹음할때 제가 막 졸라서 겨우겨우 가서 봤는데 작품 잘 나온 것 같아서 좋아요.

보고나니, 본인 연기는 의도한 대로 잘 나온 거 같아요?
음, 제가 아직 가늠하기 힘든 부분이 뭐냐면...버리지 못하고 봤어요.

아직 ‘홍’이라는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뭐 그런 것도 있겠지만...좀 떨어져서 봐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보면서 잘린 컷들도 머릿속에 다 들어있구. (웃음)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본게 아니라 약간 의식적으로 본거 같아요. 그래도 분명히 재밌게 봤고, 저희 영화가 두 시간인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요. 뭐, 그런 느낌은 있었는데, 영화의 감흥에 대해서 어떻게 분석적으로 얘기해드리기에는 한 세 번은 더 봐야지 알거 같아요. 음, 일단, 보고나오신 분들이 영화가 확실히 신선함이 있고, 이런 영화 처음 봤다는 얘기를 많이들 하시더라구요.

어, 그래요? 흠, 저도 일단 예고편을 봐서는 재밌을것 같긴 한데...(웃음)
( CF 흉내버전으로) 끌리면 오라! 크크크크. 끌리면 오라!

촬영현장에서 간단히 기자간담회 가졌을때, 시나리오 무지 빨리 읽었다고 하셨잖아요.
네, 그랬죠. 물론 한 30분 만에 읽었다고 하는 거는 과장된 표현이구요.

시나리오 읽고, 정말 어떤 점에 끌리신 거에요?
일단은 이 시나리오 자체가 되게 솔직하잖아요. 직설적이고. 내가 둘러서 생각할 기회를 안줘요. 음, 그런 느낌은 있었어요. 그거 이기적인 거에요! 연애영화는 그렇잖아요. 어떤 면에 있어서, 각자 자기만의 경험에 비춰서 최대한 그것과 결부시켜가면서 감정을 끌어낸단 말이죠. ‘하아, 나도 저때 저랬지!’ 이러면서요.

근데 우리영화같은 경우는, 물론 ‘나도 저때 저랬지!’라는 마음이 후반부에 가다 보면 있긴 하지만, 그전까지는 ‘그래, 저 마음이야, 저 마음!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이런게 있단 말야. 있어!’라고 넘어가게되더라구요. 크크크크. 솔직하니까 꼬아서 생각할 일이 없는 거에요.

<연애의 목적>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어요. 장면이 아니라 ‘대사’ 때문에 말이죠.
흠, 대사...사실, 그런 자극적인 얘기들이 초반에 적절한 상황과 적절한 장소에 따라 나온다면야 문제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공간이 학교란 말이죠. 학교 벤치! 학생들이 체육시간에 막 뛰어다니고 하는 상황에서 라이브한 대사를 쳐가니까 아무래도 심의적인 문제에 걸린 것 같은데, 제가 봤을땐 심각한 문제는 아닌거 같아요.

음, 있죠. 저희 영화는요, 확실히 컷이 굉장히 많아요. ‘핸드헬드’고! ‘카메라를 갖고 움직이면서 찍는걸 핸드헬드’라 한다죠? (웃음) 암튼 컷이 굉장히 많은데 안 어지러워요. <펀치 드렁크 러브>라는 영화를 보면, 컷이 굉장히 많고 지루하게 롱테이크도 정말 생뚱맞게 띡 있고 한데요. 우리영화는 어색하다거나 보기 불편하다거나 그런 느낌이 없어요. 정말 한재림 감독님이 편집을 하는 감각이 뛰어나신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 저도 촬영현장공개때 보니까 컷이 많다는 느낌이 들긴 들었어요. 한재림 감독, 상당히 꼼꼼해 보이던데...
네, 꼼꼼하셔요.

연기부분에선 감독님이 아무래도 배우들에게 ‘맡기는’ 편이었죠? (웃음)
(애교스럽게) 어휴, 참, 맡기셨을까요? 솔직하게 얘기해볼까요? 크크크크. 믿어주는 감독님이셨어요. 나를 비롯해서 해일이 오빠, 이대한 선배님 등등 배우들을요. 정말 어떤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일단 믿어주는 스타일이셨고, 거기서 만약 내가 방향이 틀렸다하면 “내가 이런 경험이 있었어요”라고 실제담을 털어놓으면서 설득과 이해를 시키는 부분이 있으셨죠.

사실 그동안 혜정씨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나비>, <올드보이>, <쓰리몬스터> 같이 결코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 묵직한 분위기의 영화에 출연하셨어요. 그래서 이번 <연애의 목적>은 상대적으로 조금 발랄(?)하다고 할까. (웃음) ‘모처럼 편한 느낌의 영화를 찍었네’라는 생각을 선입견이겠지만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인터뷰에선가 ‘연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조금, 놀랐어요.
음, 뭐가 분명하면 그걸 잡고 갈텐데...‘홍’이라는 캐릭터도 그렇고...<연애의 목적>같이 ‘연애’라는 소재, ‘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해석이 다양해요. 근데 일단, <올드보이>, <쓰리 몬스터>같은 경우는 딱 정해졌잖아요. 굉장히 치밀하게, 정확하게 짜여져 있어요. 물론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디테일하고 섬세한 부분에 대해선 감독님하고 배우분들이 서로 상의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일단, 굵은 맥은 딱 정해져있단 말이죠. 감정이나 이런 것들이.

그런데 <연애의 목적>은 감독님이랑 찾아가는 거였어요. 흐흠, 물.론. 감독님 머리안에는 원하는게 다 있죠. (애교스럽게) 그거 모를까봐. (웃음)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해일 오빠와 저와 끌어가는 거잖아요. 감독님과 계속 그런 마찰이 좀 있었어요. 어떤 감정에 대해서, ‘내가 사고할때는 이게 맞는거 같은데, 감독님은 왜 이걸 원하실까여’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마찰을 빚을 때가 종종 있었죠.

근데 그것 역시도 ‘연애’라는게 해석이 다양하고 받아들여지는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거 같아요. 자꾸 혼란스럽고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선가 ‘척’하는게 싫다고 했던거 문득 기억나네요.
(기억난듯 귀엽게) 아항...

말하자면, 그 말은 혜정씨의 경우, 자신이 뚜렷하게 와닿지 않는 감정이나 행동에 대해 그냥 머리로만 연기하고 싶진 않을 거란 생각도 들고, 다른 배우들보다 그런 부분에서 완벽주의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요.
(고개 끄덕이며) 뭐 하나는 믿고 가야 돼요. 정말!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틀렸다는건 아닌데,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통해서 했어요. 제가 영화를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을 해왔던게, 감정이라는건 동시에 올 수 있는게 아니라 어떤 순서를 갖고 오는 거라는거. 극과 극을 달리는 감정이어도, 혹은 비슷한 느낌의 감정인데 미묘한 차이가 있더라도 요. 말하자면 ‘화난다’, ‘짜증난다’가 같이 오진 않잖아요. ‘화나고 짜증난다’뭐 이런 순서가 있는 거잖아요. 그럴때는 화나고 짜증나는 걸 보여주면 되잖아요. (웃음)

근데 <연애의 목적>에선 ‘화난다’, ‘짜증난다’일 경우 아무 것도 안해요. (그냥 무표정하게 멍한 포즈를 취하며) 그냥 이러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한테“왜 그러고 있어야 돼요? 왜요? 왜?”물으면, 감독님께서 “현실을 한번 봐라. 내가 화나고 짜증날 때, 그 화나고 짜증나는데 상황에서, 그걸 표출해낼 수 없는 상황일때는 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더라.” 그러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일상에서의 나를 보아하니, 정말 어떤 상황에서 머리가 막 복잡할땐 아무 것도 못하고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런 식으로, 음...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표현되는 것에 대해 마음을 못열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그걸 믿고 갔죠. 정말요, 거짓말 하는 건 들켜요.

그쵸. 배우들한테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연기를 잘하는 경우라도, 배우가 그 캐릭터를 정말 느끼고 연기하는 느낌과 무리없이 연기하지만 어딘가 ‘연기’라는 느낌이 드는 연기와는요.
네, 수학적인게 간혹 필요하긴 하겠지만, 일단은 진심이 중요한 거 같아요. 연기든 사는거든. 저도 많이 노력하고 살아요. 연기안에서만 진실한게 아니라 사는 거에 있어서도.

그러면 이번 영화나 캐릭터 자체가 지금 일상의, 연애하는 젊은 커플들에 대해 현실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나요?
젊은 커플들이라...요새 연애하는 젊은 사람들, 제 또래 사람들이나 아니면 좀더 어린 커플들 보면, 일단은 솔직해요. 직설적이고. 간혹 그게 개인적으로 따졌을때 그 솔직하고 직설적인 부분이 기복이 심하거나 혹은 변덕이 심하거나 할땐 ‘인스턴트하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상처를 받든 안받든 솔직한 건 좋은 현상인거 같아요. 다만 솔직하고 다이렉트한 것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깊이도 생각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뭐, 다들 그러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애의 목적>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그 스토리에선 적용하긴 힘들겠지만, 지금 조승우씨와 연애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이번 영화에서 어떤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많이 다른가요?
다르죠. 많이 다르죠!

박해일씨의 경우, 여자분들이 상당히 많이 좋아하잖아요.
흐흐. 상.당.히.

어딘가 신비해보이고, 굉장히 진지해보이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그래서 좀 다가가기 힘든...
진지한데 엉뚱하고 그래요.

박해일씨에 대해 연기하기 전과 후의 이미지가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음, 편해졌죠. 많이. 어떤 상대를 만날땐 그 상대에 대해 짐작을 한다거나 그런 차원이라기보다 판타지를 갖고 있을 수 있잖아요. ‘진지하다’, ‘진중한 면이 있다’라는건 과거에도 느꼈던거 같아요. 작품을 보면서도 느끼구. 또 어느 정도의 고립된 시간이 필요했겠다라는 생각도 했구요. <질투는 나의 힘>이란 영화를 통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근데요, ‘엉뚱하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웃음) 이건 ‘진국(<인어공주>)’을 보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부분인데...굉장히 유머러스하면서 엉뚱해요. 음, 그거는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요.

네. 박해일씨가 귀엽게 나왔다는 얘기가 좀 들리더라구요. 뭐, 혜정씨도 그에 못지 않게 귀엽게 나온거 같은데...(웃음)
선글라스를 끼고 보시면 제가 더 귀여워 보일 거에요. (웃음)

이미 다른 인터뷰에서도 ‘노출’에 관해 많은 질문을 받았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식의 답변을 했던 걸 봤거든요. 그래도 솔직히 부담은 되셨죠?
부담이 아주 없지는 않죠. 더더군다나 비슷한 또래의 배우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씬이었기 때문에 상의했던 부분이 많아요. 그 장면을 우리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뽑아내기 위해선 쓸데없는 소모전이 필요없어야 하잖아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요. 그래서 사전에 감독님이랑 해일오빠랑 대화를 많이 했어요. “이 부분 이 부분에선 어떻게 가자! 이런 감정일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그래서 꽤 빨리 찍었어요. 정말! 그리고 감독님도 그날 촬영장에서 되게 편하게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혜정씨를 보면 ‘감독들이 좋아하는 여배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경우에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와 일치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어쨌든 느낌이 심상치 않아요. 신비한 느낌이라고 해도 좋고, 몇 겹의 느낌들이 한꺼번에 독특하게 우러나오는 느낌이라고 해도 좋구요.
얼마전에요, 모잡지 인터뷰를 하는데, 그 기자님께서 임필성 감독님한테 연락을 드렸던거 같아요. ‘강혜정이란 배우에 대해서 얘기를 해 달라’고.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구요. ‘혜정이는 중학생부터 주부까지 커버가능한 이미지를 가졌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어떤 이미지적인 설정에 있어서 재미를 느낀다’고. 음, 그 말이 되게 재밌더라구요. 기분이 좋더라구요. 물론 제 마인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비주얼이 일단 중학생이 커버가 가능하다는게...(웃음)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 거리 등을 보더라도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이질감이 들고,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단상 속에 빠져있다거나...(웃음)
음, 저한테 그런 느낌 받으셨나부다. (웃음) 망상이 있긴 하죠. 과대망상. 근데, 그게 꼭 좋은 건 아니에요.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일이라. ‘홍’이 그런 면이 좀 있어요. 그녀가 망상을 한다는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생각을 많이 해서 결국엔 스스로가 괴로워지는 그런 상황들이 많아요. 그걸 누가 이해해 주겠어요?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지고 나가야지. (웃음)

영화 많이 보시죠?
아~니요. 아, 갑자기 힘빠져요. 영화 자주 보고 싶죠. 최근에 본게 <남극일기>요.

출연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웃음)
어우, 정말 좋은 영화에요. 완성도 있고. ‘공포영화’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 이 영화 되게 스산해요. 공포는 아니에요. 그리고 슬퍼요. 영화 안의 캐릭터의 심리, 그 끝없는 욕망의 심리를 어떤 관대로운 시점에서 봐준다면...음, 어떤 끝없는 욕망이라는거 자체가 누구나 떨쳐버리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본능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일 수도 있는데...그냥 받아들이고 보면 너~무 재미있는 영화에요.

사실, 나오는 분량도 상당히 적은데, 어떻게 캐스팅된 거에요? 전부터 임필성 감독하고 친분이 있었나요?
5년 전에 도쿄영화제에서 임필성 감독님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차승재 싸이더스픽쳐스 대표님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웃으며) 그중에 왠 KFC 할아버지같은 분이 앉았는데, 뭔가 속상해하시는 느낌이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작품 준비를 하는데 원활히 진행이 안돼서 힘들어하신다고 듣게 됐죠.

그때 처음 알게됐고,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 통해서도 몇 번 뵙게 되구 또 저희 촬영장(<올드보이>)에도 많이 놀러오셨거든요. 그때 친해지게 됐는데, 감독님이 어느날 제게 시나리오를 주시고 싶었는데, 차마 감독님 손으로는 못주겠구, 강호 선배님께 부탁을 한 거에요. 그래서 강호 선배님이, (성대묘사를 하며) “혜정아! 네가 했으면 좋겠다”고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저는 임필성 감독님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고,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감독님이었어요. 굉장히 독특한 코드를 지니고 계세요. 상대를 불안하게 하거나 상대를 공포스럽게 하는거, 두렵게 만드는 걸 정확히 알고 있어요. 왜냐면 감독님이 의외로 겁이 많아요. 그런 것들을 잘 살려서 이 영화가 나와준다면 되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캐릭터는 성격도 없고, ‘이게 뭐 어떻게 해야되는거야? 다섯씬이잖아!’(웃음) 그런 느낌은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는거 자체가 되려 제쪽에서 고마운 일이에요. 내가 감독님을 도울 수 있다라는게.

앗, <연애의 목적> 얘기해야 하는데, 갑자기 <남극일기> 얘기를 너무 집중적으로 했는데요. 큰일이다~(웃음)
음, 일단, 개봉했잖아요. 영화 잘 돼야죠~(웃음)

솔직히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요.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내면에서 만만치 않은 기를 뿜어내야하는 역할들이고, 작품적인 면에서 감독들의 ‘작가적’인 성향도 강하구. 그래서 이번 <연애의 목적>은 물론 시나리오 재밌다는 말은 많았지만, 감독도 신인이고, 스토리도 좀더 흥행코드이고...그래서 의외의 선택이다 싶었거든요.
솔직히 가장 첫 번째가 제 감각이요. 감각? (웃음) 어, 오감인거 같아요. 일종의 직감. 뭐라고 할까 일단은 감인데, 제목에서 감이 가장 많이 와요. 그리고 나선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 이름을 보죠. 신인감독님일 경우는 이름을 보고, ‘왜 이런걸 썼을까?’ 궁금해져요. 시나리오 자체가 궁금해지는게 아니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에 궁금해져요. 그래서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 이 분이 갖고 있는 이런 면들이 무지 궁금하다! 호기심이 간다!’는 생각을 해요. ‘같이 작업하면 재밌겠다!’이런 생각.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연애의 목적>, <웰컴 투 동막골> 그런 거 같아요.

말이 나와서 그런데, 갑자기 다작(多作)이 되셨어요. 동시다발적으로 나와서 그런가. (웃음)
(귀엽게) 앙, 진짜. 왜 이렇게 됐을까요? 웃긴거 같아. (웃음)

진부하지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영화하면서 느낀 ‘연애의 목적’은 뭐라고 생각해요?
흠, 연애의 목적...일단은 감독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많이 싸우고, 실컷 웃고, 실컷 울고, 실컷 부둥켜안고, 실컷 싸우고, 뭐, 이러지 않았다면 그 연애 재고해봐라. (웃음) 제 입장에서 보면, 방어하지 마세요. 음, 정말 방어하지 마세요. 그게 뭐, ‘밀고당기기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 저도 사람들 만날때 고쳐야 할 부분일 수도 있는데, 일단 방어를 하게 되면 거리감이 느껴져요. 특히 ‘연인’이라는 사이에선, 그거 정말 좋지 못한 거 같아요. 흠, 연애의 목적? 없죠. 그냥 하는 거지. (웃음)

사실 영화촬영장에서 보면, 배우와 스탭들, 특히나 여배우들과 스탭들 사이엔 괴리감 비슷한 게 있잖아요. 어딘가 벽이 쳐져있는 느낌. 그런데, 혜정씨와 관련된 <연애의 목적> 쫑파티 일화(?)는 살짝 다시 생각하게 되던데요. 스탭들이 혜정씨를 흔쾌히 기다리느라 일정이 늦춰졌다는 얘기. 음, ‘강혜정이란 배우는 괜히 콧대세우고 그러는 여배우가 아니구나’그런 느낌 때문에 왠지 더 호감이 가구요.
음, 참고로 말씀드리면, 배우들은요 무지 예민한 종족인거 같아요. (웃음) 근데 그런 예민한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해낼때 배우보다 두세 배 이상 예민해지는 사람들이 스탭들인거 같아요. 왜냐면 저 사람에게 내가 도움이 돼야지, 방해가 되면 안되겠다는 긴장감을 저희보다 더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이 영화를 4개월반 동안 찍었어요. 그리고 제가 다음 영화 때문에 띡 하니 가버렸는데, 너무 아쉽잖아요. 회포도 못 풀고. 나 때문에 그렇게 맘고생을 했는데 사과도 못하구, 고맙다는 말도 못하구...저한테 그런 시간적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용납이 안됐어요. 그래서 (귀여운 터프버전으로) ‘기다려라! 다들 기다려라! 다음 작품? 미뤄라! 나, 돌아올 것이다’(웃음)

결국에 태국영화 찍는 중간에 들어와서, 쫑파티 참석하고, 꽈당해서 병원에 실려가고, 나혼자 소리소리 지르고다니고...즐거웠어요. (웃음) 너무 행복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 그간 정말 고생 많았다고, 아직 못본 사람들은 잘 나왔다 생각하고, 믿고있어도 될거같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Fin.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이한욱
촬영: 권영탕

9 )
jillzzang
솔직히말해 한가인이나 김태희 처럼 예쁜편은 아니지만 더욱 더 값지고 미래가 보이는 여배우임은 틀림없는 말이다.   
2005-05-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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