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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2005] 스타감독들의 악행의 자서전? ‘다섯 개의 시선’
‘다섯 개의 시선’의 다섯 감독, 부산에서 관객들을 만나다. | 2005년 10월 11일 화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좌로부터 김동원감독,  은혜, 박경희감독, 류승완감독, 장진감독
좌로부터 김동원감독, 은혜, 박경희감독, 류승완감독, 장진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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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의 문제를 다룬 ‘인권’영화 <다섯 개의 시선>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장에는 프로듀서를 맡은 이현승 감독을 필두로 ‘장진’, ‘류승완’, ‘김동원’ ‘박경희’ 감독 등이 참석해 관객들의 따뜻하고 재치 넘치는 때로는, 시니컬한 질문들에 성심을 다해 답했다.

5개의 단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다섯 개의 시선>은 ‘인권’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참여한 감독들은 현 한국영화 시장에서 가장 시장성이 높은 감독들이 참가한 작품이다. 3억 원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 졌다고 해서 <다섯 개의 시선>을 ‘독립영화’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이것 또한 ‘차별’의 편견에서 나온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 상업영화로 성공한 감독들이 만든 작은 영화들의 묶음인 만큼, 하나하나 ‘장르적 쾌감’이 살아있는 알짜배기 상업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날 장진 감독은 “류승완 감독 뒤에 서서 인사를 해야 박수소리가 더 큰데”하면서 넉살을 떨었고 그 다음 차례로 관객에게 인사를 건넨 류승완 감독은 “승범이 형, 류승완입니다”라는 우애를 과시하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스타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인 특별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 질문의 기회를 얻었다.

한 여성관객은 “장진감독의 팬인데 영화적 테크닉은 맘에 안 드는데 감독님의 유머는 너무 좋아 합니다”라는 말로 질문을 시작해 장진감독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2틀 만에 <남자니까 아시잖아요?>를 완성한 류승완 감독에게는 “나의 아버지가 난봉꾼이었다. 왜 남자는 정말 그런가요?”라는 삶의 고뇌가 묻어있는 질문이 들어와 그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스타감독들의 인기에 밀려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동원’ 감독에게 어느 남자 관객이 질문을 드디어 하자, 그는 수줍은 목소리로 “질문을 해줘 감사하다”며 한국 다큐멘터리계의 거장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송환>의 김동원 감독은 <다섯 개의 시선>에서 못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교포에게 우리가 갖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은밀한 무시를 그린 ‘종로, 겨울’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재미교포와 재일동포에게 보이는 우리의 친절과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제중동포나 기타 후진국에서 살다 건너온 동포에겐 그렇지 않다”라는 그의 말은 우리를 겨냥한 일침이긴 보단 그 자신도 편견에 빠져 지금까지 그들을 잘못 바라보았다는 뜻이어서, 장내는 감동의 숨소리로 조용히 물결쳤다.

‘박경희’ 감독의 <언니가 이해하셔야 되요?>에 출연한 주인공 ‘은혜’양도 이 자리에 참석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올해 16살인 은혜양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우리와 똑같은 소녀의 감수성을 가졌음을 보여줘 차별과 편견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혹시나 자신을 알아보고 누군가 싸인을 부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싸인을 준비해 왔다는 은혜양의 순수함은 잊었던 무언가를 되찾아준 느낌이다.

‘차별’과 ‘편견’, 이 말은 우리가 입 밖으로 꺼낼 때 보다 몸으로 보여줄 때가 참으로 많은 단어들이다.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기에 가장 쉬운 말,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아파하는 말. <다섯 개의 시선>은 정지우 장진 류승완 김동원 박경희, 이 다섯 감독이 모여 스스로 반성하고 우리와 호흡하려고 만든 좋은 의미의 ‘악행의 자서전’이다. 11월 3일 개막하는 CJ인디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부산에서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예정이란다.

다섯 개의 시선을 외면하는 자 “편견덩어리~~”

부산_최경희 기자
부산_권영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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