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의 심연 속으로 번지!
번지 점프를 하다 | 2001년 2월 1일 목요일 | 모니터 기자 - 양동식 이메일

사랑이란...... 가느다란 줄 한자락에 의지하여 돌아올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뛰어드는 것. 그리고 끝도 없는 어둠 속에서도 두렵지 않은 건 그 줄의 끝에 그 사람이 있다는 믿음 때문인 것을......

정치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선악이 뒤바뀌며 부를 가진자의 질서가 윤리를 뛰어넘고 모든 사상이 해체되고 전복되는 시대...... 권선징악이라는 일견 당위적인 도덕률 마저 구시대의 신화로 퇴화해가는...... 무언가 영원한 것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 웃음거리가 되는 시대에 사는 지금...... 영원한 것이 존재한다는 무모한 믿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뭐라고 부를 것인가. 행복한 몽상가? 대책없는 낭만주의자? 아님 망상에 빠진 가련한 아웃사이더....?

어쩌면 영원 불멸의 것에 대한 향수가 어쩌면 어리석은 것일 지라도 그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 단발머리 소녀의 추억(?)이나 시골풍경.... 연날리기나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이러한 그리움들이 모든 것이 변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각박한 현실에 지친 이 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서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일이다.

너무 거창하게 서두를 시작한 것일까? 아무튼 대중의 취향을 가장 민감하게 짚어내는 상업영화에서 이러한 대중의 감수성을 놓칠리가 만무하다. 90년대 말부터 한국영화 시장을 강타하기 시작한 멜로영화 붐도 바로 이러한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향수'를 가장 적절히 담아 낼 수 있는 화두로 '영원한 사랑'을 선택한 결과가 아닐런 지.

익명성의 시대에도 진실한 사랑은 영원하다는 주제로 대 히트한 [접속], 죽음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사랑을 그린 [편지], [은행나무 침대], 신분의 차이도 뛰어넘는 [약속] 그리고 시공간 마져 뛰어 넘어 파편화 된 개인들의 일상을 만나게 해주는 사랑을 그린 [시월애], [동감]까지......

그렇다. 영원한 것은 있다. 세상이 날 배신해도,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서 일상이 아수라장으로 곤두박질 쳐도 나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건....바로 '사랑'. 영원한 '사랑'이 있기에 우리의 너저분한 일상을 위로 받고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활력소를 주는 것이다. 관객들은 멜로 영화에서 아마도 이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영화관을 우르르 빠져나가 지리한 일상을 견뎌내는 것이리라.

이렇게 사랑을 매개로 한 '영원한 것'에 대한 향수를 찾아오던 멜로영화의 흐름은 이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사랑이 '성'과 '육체'의 한계마저 뛰어 넘어 영원하다고 이야기 한다.

동성애적인 코드를 전혀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가 포커스를 맞춘 것은 그러한 퀴어 영화적인 문제의식이 아니라 성의 차이나 육체라는 외피를 넘어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영원 불멸의 주제이다. 굳이 이 영화에 동성애 영화라는 혐의를 붙이자면 가시적으로 보이는 동성간의 정신적 사랑을 다뤘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동성애 영화가 '사랑'의 가치를 역설하기 보다는 사회적 이반의 소외된 삶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그러한 영화와 거리가 있다. 게다가 명백히 '서진우'는 '임현빈'의 육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기억을 잃고 갖혀있는 첫사랑 '인태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뭐 사랑은 육체 관계속에 반작용 처럼 생겨나는 부수적인 심리작용이다...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갈테지만. 그렇다고 그런 시각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가끔 누구나 그러한 날카로운 의식을 벗어던지고 감상에 젖고 싶은 때가 있기 마련 아닐까.

결국 이 영화는 기존 멜로 영화의 맥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영화이며 그 계보에 이름 한 자리를 올릴만한 영화인 것은 확실 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대중의 감성에 철저히 영합하는 대중영화의 운명이지만 추억과 향수 속으로 끊임없이 퇴행해가는 영화들이 관객의 눈을 철저히 붙들고 있는 현실은 왠지 가슴이 쓰리다. 아니 이런 과거의 기억속에서나마 위안을 찾아야하는 힘든 계절이 슬픈 것일까.

사족.....

하지만 때로는 추억과 그리움 속에서의 안식이 필요할 때가 있긴 하다. ' 영화 같은 사랑'이 아니라 '영화로 만들만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이 계절은 현실 속에서 뜨겁게 살 수 있었으면.

(총 2명 참여)
ejin4rang
번지점프를 했다   
2008-10-17 08:50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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