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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엽기를 보여줘
엽기적인 그녀 | 2001년 7월 26일 목요일 | 허리케인 박 이메일

엽기(명)
1. 괴이한 일에 흥미가 끌려 쫓아다니는 일
2. 사냥하는데 좋은 철, 사냥을 허가하는 기간 (법규상 10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
3. 상상을 초월하는 짓이나 상식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 혹은 더럽거나 지저분하거나 역겨운 것을 통칭하는 네티즌 언어

술취한 엽녀 전지현은 지하철에서 구토를 하고 쓰러지며 견우 차태현을 부른다.
"자기야-"
-_-;;
만난지 2박3일 동안 2박을 여관에서 지낸 심상치 않은 커플의 엽기행각은 그렇게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커플도 많다고 하더군요)

운명은 우연을 가장하고 찾아온다

소심함과 나약함을 섬세함과 순정으로 승화시킨 견우, 초지일관 엽기로 승부수를 띄우는 명랑 순정만화 주인공같은 엽녀의 무섭고도 즐거운 데이트는 영화 내내 상식의 범위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지하철에서부터 운명적으로 재회한 "그 카페"까지 쫓아가는 관객들의 눈은 그래서 즐겁다.

전반전, 우연히 만난 엽녀와 견우는 엽기의 절정을 보여주며 영화 속으로 관객을 흡입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아픔은 있다. 견우를 만난 날은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진 날, 정확히 말하면 그 남자가 죽은지 1년 되는 날이다. 후반전에 들어서 영화는 엽녀의 아픔과 견우의 사랑을 조금씩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이별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도 엽기 행각은 끊이지 않고 엽녀의 시나리오 <비천무림애가> <소나기> 등으로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사랑은 언제나 한 발 늦게 찾아온다는 말처럼 그들도 전후반에 맺지 못한 사랑의 핑퐁을 연장전까지 몰고간다. 프랑스가 한국을 5:0으로 이기고 있었을 때, 그때 만약 연장전에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신문선 해설 위원의 단골 메뉴처럼 "아~ 각본 엄는 드라마에여~" 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엽기적인 그녀>는 역전의 고리들을 남겨준 채 연장전에 돌입한다.

네티즌이여, 국어사전을 점령하라

얼마 전 문자메시지에 쓰는 축약형 단어와 이모티콘이 사전의 표준인 옥스퍼드에 올랐다. 'B4(before)' 'BBL(be back later)' 등과 '-), -( 등 얼굴 표정들이 등록됐는데 "문자 메시지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영어의 합법적인 일부분으로 취급할 때가 왔다”는게 그들이 밝힌 이유다. 선진국 따라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도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삼촌, '졸라 바빠서 열라 일했다' 가 무슨 뜻이야?"
"씨바, 것도 모르냐? 국어사전 찾아바라..."
<엽기적인 그녀>는 이런 사회현상을 한 축으로 두고 생겨났다. <엽기적인 그녀>가 인터넷 연재 소설(수필)로, 단행본 책으로, 시나리오로, 그리고 영화로 4단계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찾아오는 동안 '노랑국물'로 대표되는 '엽기'는 검색어의 상위를 차지하며 '토토로'를 몰아내고 '엽기토끼'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인터넷 연재소설(수필)인 <구타교실>도 만화책으로 발간되기 시작했고, 진짜 엽기적인 만화 <키드갱>도 영화사에 판권이 팔렸다니, 우리는 진정 엽기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어사전에 또 하나의 해설이 달리는 날이 멀지 않았는지 모른다.

It's so Romentic!

하지만 <엽기적~>은 이런 사회적 현상에 편승하기만 한 트랜드 무비는 아니다. 언제나 한국 로멘틱 영화를 이끌어왔던 <신씨네>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으로 나뉜 영화는 전형적이 축구 포멧을 따른다. '헤게모니'만 잡으면 누구나 일방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프랑스전 처럼 지루하거나 화나는 게임은 아니다. 이 헤게모니를 외면과 내면으로 적절히 나누어 준 캐릭터가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엽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세대 여성상을 대변하는 듯 보이지만 속내는 한남자만을 바라보며 "사랑밖에 난 몰라" 스타일의 조선 여인상을 함께 가지고 있다. 견우와 같은 편인 남자들의 이상형 한쪽은 가지고 있다. 이라이자 좋아하고 캔디 싫어하는 남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견우는 세심하고 소심한 듯 보이지만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대범하고 속 넓은 진짜 남자"다. 바보스럽되 바보가 아닌 그 역시 누구도 한심해 하는 캐릭터가 될 수 없다. <엽기적~>은 '한국적 감성'과 '성 역할'에 벗어나지 않은 바탕에 탄탄한 캐릭터와 긴장감있는 황당 드라마를 입혀 마치 "진짜 로멘틱 영화처럼" 만들어졌다.

<화이트 발렌타인> 이후 점차 연기력이 좋아지는 전지현은 여전히 이쁘고 '오~칠팔이'에서 봤던 차태현의 표정도 즐겁다. 간혹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UFO 때문에 SF 영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진짜 엽기적인 주장이다.

<7인의 새벽>에서 전기톱 절단 신이나 동성애자들의 화장실 신이 기억나는지, <트루 로맨스 True Romence>의 마지막 대사 "It's so Romentic! (졸라 낭만적이야!)"이란 대사가 떠오른는지. 그만큼 엽기의 역사는 오래됐고 낭만의 기준은 잣대가 없다.

6 )
naredfoxx
진짜 견우같은 남친 갖고 싶어지는 영화   
2010-01-01 20:53
ejin4rang
전지현 진짜 웃겼어요   
2008-10-16 17:09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6:14
pyrope7557
전지현의 매력에 다시 한번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   
2007-07-19 14:48
kangwondo77
내게 엽기를 보여줘   
2007-04-27 15:32
ldk209
전지현 출연 영화 중 최고의 작품....ㅋㅋㅋㅋ   
2007-01-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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