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평가! 미완성 로맨스가 완성시킨 위대한 작가!
비커밍 제인 | 2007년 10월 5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과거로부터 시대를 풍미한 여성들이 남성보다 강인해 보이는 건 그녀들이 사적인 개인적 운명과 함께 공적인 시대의 장벽에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남성의 권위를 밑천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여성들도 존재했지만 성적 차별이 노골적이었던 시대적 억압 속에서 여성이 개인으로서의 가치를 드높이긴 힘든 시절이 있었음을 환기시킨다면 그것조차도 어떤 업적임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그런 환경 속에서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의지만으로 시대의 무게감을 꿋꿋이 견뎌낸 여성들은 오늘날까지도 그만큼의 빛을 발한다.

그런 면에서 영국이 자랑하는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도 그런 위대한 여성 중 한 명으로 추앙될 만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건 어쩌다 훌륭한 재능을 타고 났어도 드러내지 않는 게 현명한 처신이라는 게 여자의 덕목이라고 남성의 입을 통해 뻔뻔하게 말해지곤 했던 시대적 차별에 맞서 딸과 아내, 어머니라는 굴레로 정의되는 여자의 일생에서 탈피했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도 아니다.

제인 오스틴의 가치가 단지 시대적 명분 이상의 빛을 발하는 건 작가적인 성과, 즉 그녀가 집필한 소설들이 오늘날까지 많은 이에게 감명을 주고 있는 덕분이다. 게다가 오늘날 그녀의 작품들은 활자의 영상적 재현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최근 영화화된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센스 앤 센서빌리티><엠마>등의 작품까지, 여성의 내면 심리를 세심히 들추고 세련된 사고에서 기반한 감성적인 문체들은 자아의 의지로 시대적 역경을 뚫고 가는 여성의 로맨스를 거칠면서도 섬세하게 묘사한다.

<비커밍 제인>은 그녀의 필력이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란 호기심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다. 얼마 남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탓에 공백이 많은 객관적 서사를 작가의 주관적 추리와 조사를 덧대 기워 넣어 완성시킨 그녀에 대한 연대기, 전기 작가 존 스펜서의 ‘제인 오스틴 되기’를 원작으로 한 <비커밍 제인>은 그녀의 작가 이력에 큰 영향력을 끼친 일생 일대의 로맨스를 중점적으로 제인 오스틴이란 작가의 세계관이 형성된 근원 지점에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오만과 편견>의 기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매처럼 빼 닮은 <비커밍 제인>이 사실 <오만과 편견>의 실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제인 오스틴의 자전적 실화란 점에서 두 작품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영화적 결과물은 이런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원경의 자연 풍광 속에 19세기 영국적 지방색이 묻어나는 풍속적 배경을 고풍스럽고 되살린 시네마스코프 비율이 우아한 고전미를 탐스럽게 담아낸다. 동시에 <비커밍 제인>은 올해 초, 국내에서도 개봉한 <미스 포터>를 연상시킨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일반화된 시대 속에서 한 여성의 달콤하면서도 아릿한 로맨스를 기반으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아기자기한 세계관과 비범한 일생을 세심하게 묘사하는 <미스포터>와 <비커밍 제인>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내면을 지니고 있다.

시골의 여유와 도시의 향락이 공존하는 19세기 영국의 풍경, 풍성한 자연의 색채와 고전적인 정서와 풍습의 재현은 <비커밍 제인>의 고전미를 풍요롭게 전시한다. 동시에 시대적 운명에 갇힌 여성으로서의 고루한 삶에 맞서 개인의 자아를 세우고자 하는 제인 오스틴의 내면적 갈등을 섬세하게 잡아낸다. 제인 오스틴의 열병 같은 진실된 사랑담은 여성의 경험적 한계에서 비롯된 자아도취적 문체에서, 진솔한 현실적 가치관이 투영된 체험적 산물로 변모하는 과정의 계기가 된다.

<비커밍 제인>의 정체성은 실화를 바탕으로 둔 이뤄지지 못한 안타까운 로맨스적 감수성보단 여류 작가로서의 자립을 촉매한 경험적 성장통의 재현성에 있다. 물론 로맨스를 통한 낭만성의 고취는 <비커밍 제인>의 정서를 두텁게 다지지만 그것이 영화적 장르를 구축하는 지점이 되기보단 여류 작가의 자립 의지를 다지는 확고한 계기이자 동시에 문체에 경험을 발전시키는 작가적 성장을 위한 경험의 산물을 잉태하는 근거적 역할로 귀결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맨스물의 재현, 즉 일시적 낭만의 전시를 넘어 감수성을 머금은 인물의 전기적 체험을 완성한 <비커밍 제인>은 시대를 넘어선 고전의 가치가 어디서 출발했는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감명을 얻은 어느 누군가를 위한 배려이자 한 인물의 외면만을 습득했던 단출한 감상에 깊은 영감을 부여할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풍광과 이국의 한 시대를 재현한 시각적 풍만함도 단순히 즐길만하다. 무엇보다도 시대적 외세 앞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넘어 개인의 자아를 확립한 제인 오스틴의 모습은 풍요로운 시대에서 일부 부유한 여성의 권위 신장을 위해 소비되는 페미니즘의 본질을 다시 한번 되짚게한다. 자신이 마침표를 찍지 못한 가슴 시린 로맨스를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마침표를 찍었던 그녀의 인생이야말로 실로 위대한 걸작처럼 느껴진다. 제인 오스틴의 가슴 아픈 작가적 성장 비화가 담긴 <비커밍 제인>은 언젠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만나거나 재회할 누군가를 위한 바람직한 교습서이며 경험을 토대로 한 감동의 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주는 극명한 실례다.

2007년 10월 5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제인 오스틴의 소설 혹은 영화화된 작품들에 깊은 감명을 얻었다면!
-<오만과 편견>의 고전미, <미스 포터>의 연대기를 함께 보는 것만 같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19세기 영국의 고풍스러운 재현의 목격만으로도 쏠쏠하다.
-앤 헤서웨이와 제임스 맥어보이, 전도유망한 배우에서 원숙한 배우로 거듭나다.
-페미니즘의 본질, 여성 피해 의식에서 한 단계 올라선 자아의 실현을 조명하다.
-시대극은 질색이다! 그럼 말고.
-제인 오스틴의 소설 혹은 영화화된 작품들에 전혀 감흥을 얻지 못했다면.
-여전히 남성 우월주의만이 내 세상? 이런 불쌍한 시대착오주의자여. 통재라~.
(총 31명 참여)
callyoungsin
원숙미가 좋았다   
2008-05-09 16:30
kyikyiyi
아쉬운 영화죠   
2008-05-08 11:27
js7keien
사랑이냐 조건이냐 이문제는 비단 당시 제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2008-01-06 21:22
ewann
좋아요   
2007-12-03 01:01
qsay11tem
아쉬움이 남내여   
2007-11-19 12:09
ranalinjin
근데 너무 이뻐서 적응이 안됐달까요;;   
2007-10-31 17:55
sdwsds
괜찮은 영화.
그 남자를 사랑하기에 보내야만 했던 그녀   
2007-10-30 13:11
jswlove1020
볼만했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있었어요..   
2007-10-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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