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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대륙적 허풍의 세계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홈드라마!
황후花 | 2007년 1월 17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황후화>는 황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근친상간과 골육상쟁을 담아낸 비극의 드라마다. 오래전부터 숱하게 인용되고 변주돼온 고전적 소재다. 그렇지만 당 영화에서 비춰지는 이들의 모습은 부부간의 갈등이 일파만파 퍼지며 한 집안이 거덜 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홈드라마에 자리한 그네들과 포개진다.

어느 네티즌이 말하듯 상당한 시청률을 자랑하는 부부클리닉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460억 자리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웅> <연인>이 그러했듯 이야기 자체의 밀도와 설득력이 기준치 미달이라는 거다. 천하를 호령하는 황실 패밀리의 집안 꼬라지가 어쩌다 저 지경이 됐는지 쉽사리 공감이 아니 된다.

허나, 대륙의 기개와 호방함을 벗 삼아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별스럽게 담아내는 게 장예모 감독의 용한 재주 아니던가. <황후화>는 그러한 허장성세의 재능이 극에 달한 작품이다. 작심하고 갈 때까지 가보자는 장대인의 ‘결연한 깡’의 자세가 절로 느껴지는 영화다. 300여 명의 황실 궁녀가 모닝콜에 맞춰 일제히 기상! 자로 잰 듯 일률적으로 가슴의 6부 능선까지 홀라당 노출하는 고마운 자태의 의상으로 꽃단장하는 오프닝 장면부터 장예모 감독은, 자신의 영화적 야심이 어디에서 서성거리고 있는지 명징하게 드러낸다. 보는 이의 눈을 홀리는 탐미적 화면의 대규모 전시에 목숨 걸은 것이다. 밥값이 걱정될 만큼 경이로운 쪽수와 함께 황홀한 색채의 향연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황후화>의 시각적 쾌감은 그의 전작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금빛 갑옷으로 몸을 두른 10만 대군을 앞세워 반란을 일으키는 후반부의 전투신은, 현란하고 역동적인 이미지 배열을 통해 관객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장대인의 기예가 절정에 달한 순간이다. 인해전술의 위용을 한껏 과시한 이 장대한 스펙터클은 상이한 감정이 충돌되는 찰나이기도 하다. 눈은 즐겁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사사로운 집안싸움으로 인해 수십만의 민초들이 개죽음을 당하는 이 장면을 마주하고 있자면 지독한 씁쓸함과 무서움이 밀려온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를 관통하는 위험천만한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물론, 이러한 불편함이 영화를 보는 데 있어 큰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더불어 '빈약한 스토리로 웅장한 비주얼이 공허한 제스처로 와 닿을 뿐이다.'는 시선이 꽤나 되고,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긴 하지만 <황후화>는 그럼에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주윤발 공리라는 존재감 상당한 배우들 덕이다.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 기품을 이들에게 한껏 불어넣음으로써 평면적 캐릭터와 여백이 심한 이야기는 최소한의 설득력을 얻는다. 거대하지만 한정된 장소, 고전적 소재, 경극에서 차용한 소리, 그리고 영화의 진행방식을 보자면 <황후화>는 초대형 오폐라를 연상시킨다. 이 점 역시 <황후화>의 과장된 이야기를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황실 안팎으로 넘쳐나는 과잉의 극치인 아름다운 화면 역시 이에 부합한다. 때문에 비약과 오바로 점철된 이야기는 용서가 될 뿐더러 묘한 흥미까지 불러일으킨다. 단, <영웅>의 견자단과 이연걸이 시연했던 출중한 액션 신이 전무하다는 점은 좀 아쉽다. 아크로바틱한 무협액션이 있긴 있다만 예상과 달리 그 분량이 심히 적다. 음모와 배신, 사랑이 판을 치는 궁중의 그네들의 살얼음 같은 관계와 감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탓이다.

대륙적 허풍의 세계를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장예모 감독의 연출 솜씨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거대한 스케일과 탐미적 영상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능수능란하게 이미지를 매만지고 조작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이는 드물다. 그러한 스타일이 집약된 영화가 바로 <황후화>다. 반체제 감독에서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인사로 노선을 수정한 장예모 감독의 시선에 변화가 요구되듯, 화면은 빼어나지만 이야기는 부실하고, 기고만장한 그의 영화의 메시지가 불편하다는 저간의 익숙한 비판 또한 새로운 관점으로 확산될 수 있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2007년 1월 17일 수요일 | 글: 서대원 기자




-<영웅> <연인> 잼나게 본 분!
-눈을 홀리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화면 맞닥뜨리고 싶은 분!
-윤발 형! 공리 누님! 포스 잔뜩 맛보고 싶은 분
-너무도 착한 몸매와 아실아실한 가슴선 드러낸 300여 명의 황실 궁녀 보고 싶은 사내!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별스럽게 담아내는 용한 재주 구경하기!
-<영웅> <연인> 정말이지 별로였던 분!
-눈이 부시는 이미지고 나발이고, 비약과 과장이 심한 이야기라면 절대 아니라는 분!
-황홀한 무협액션신 잔뜩 기대하고 있는 자!
46 )
gdk86
이젠 장예모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하려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이름, 공리!!! >_<   
2007-01-18 12:55
zkfajflthsus
원래 사사로운 집안싸움때문에 국가급 사단벌어지는 게 정치 아니었던가. -ㅗ-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일진데..? 외려 그래서 사극이라는 화려한 포장을 덮어씌운 리얼리티 드라마라는 칭호가 어울릴 듯 하오만. 그리고 대원기자님, 부부클릭이 아니라 부부 클리닉....   
2007-01-18 09:59
theone777
저 장면 찍기위해 모델들 엄선했다던데 ㅎㅎ   
2007-01-17 20:10
juouj
영화 볼 만한 모양이네요.....   
2007-01-17 17:52
ffoy
예전 김지수씨의 제안을 받아들인건가요? 뭐 꼭 그게아니더라도 대박 쪽박 처럼 너무 극단적인 것 보다는 별점이 차라리 낫네요...   
2007-01-17 17:50
lee su in
별점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방식이 바뀌었네요?
10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제로 하다가, 대박,쪽박 등으로 구분하다가 이제는 별점제로 바뀌었군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시나본데, 앞으로는 일관성을 갖고 평가기준을 정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여하튼, 과장 미학으로 점철된 <황후화>, 장이모 감독은 이젠 대작을 연출할 생각밖에 없는듯하군요.
그의 초기작때의 소박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이 문득 그립네요.   
2007-01-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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