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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공포! 흥행성 76% 작품성 78%
[관람등급안내] 크립 | 2006년 6월 12일 월요일 | 도이백 기자 이메일


영국의 지하철은,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폐쇄공포증을 불러 올만큼 심히 좁다. 1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방공호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탓에 지상으로부터 약 70km 깊이! 그리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오래된 플랫폼과 터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여러 모로 그 은밀함 때문에 호기심을 유발한다.

지하철은 일상과 맞닿아 있는 생활밀착적 공간이지만 그 너머에 자리하고 있는 어둠의 지하 세계는 출입이 금지된 낯선 구역이기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단, 동행인 없이 혼자 뛰어든다면 이거 말이 달라진다. 영국산 호러영화 <크립>은 바로 이러한 점을 포착! 그간, 액션영화에서 곧잘 애용되던 지하(철) 공간을 공포의 필드로 적극 활용한다.

빨강머리를 뽐내며 영화 내내 달려야 했던 <롤라 런> 프랭카 포텐테가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와 다시금 죽기 살기로 뜀박질하는 <크립>은 전언했듯, 칠흑 같은 언더월드가 주인공이자 공포 그 자체로 전면화 된다. <반지의 제왕> <고스포트 파크> <마인드 헌터>를 담당했던 특수 효과팀과 프로덕션 디자인 팀이 참여해 창조해낸 기괴한 공간은, 가공할 만한 섬뜩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인상적인 비주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야기는 덜컥거리며 매끈하지 않게 진행된다. 물론, 원인과 결과가 치밀하게 맞물리는 탄탄한 스토리가 공포영화의 최고 미덕은 아니다. 시각적이든 심리적이든 겁나게 소름끼치는 기운을 스크린 밖으로 뿜어내면 그것으로 족한 게 바로 호러장르다. 그렇다고 지하철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된 한 여인을 쫓는 살인마의 존재와 그의 잔혹행각이 엄청난 무서움으로 다가온다고 볼 수도 없음이다. 세련됨보다는 B급 호러의 투박한 모양새로 연출된 당 영화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기본 공식에 충실한 영화일 뿐이다. 몇 명 되지 않는 등장인물에 세심한 공을 들이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영국 지하철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음습한 구멍의 세계에 좀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으면 축축하고 음산한 정서의 공포가 보다 확장되지 않았을까 싶다.

2006년 6월 12일 월요일 | 글: 도이백 기자

흥행성
76 %
작품성
78 %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지하철 맛배기로 구경하고 싶은 분!
-B급 영화 선호자!
-공포영화 마니아!
-상당한 기대치를 가슴에 품고 있는 분!
18 )
con28
기자분 이름 특이하시다~   
2006-06-14 21:27
rainxmas
암튼 개인적으로는 보고 무자게 후회했음.   
2006-06-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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