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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락녀가 국회로 간 까닭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 2003년 3월 13일 목요일 | 서대원 이메일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아주 심오한 경구 하나가 있다. ‘국가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것을 바라기에 앞서,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라는 개소리.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판에 국가가 날 위해 해준 게 뭐 있다고 이따위 흰소리를 나불거리는지, 필자 오뉴월에 헛방귀 뀌듯 허탈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이러한 비판적 의식이 사그라들지 않고 팽배하게 한반도에 서식할 수 있도록 해준 자양분과 추동력은 십중팔구 정치인들의 탓이 클 게다. 왜냐? 그들에게 국민이라 함은 단상에 오를 때만 말 그대로‘국민’이요. 내려와서는 짤탱이 없이‘밥’으로서만 확실히 대접해 모시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주택공사 복권 1조도 아닌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버젓이 있음에도 말이다.‘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바로 이와 같은 모순된 사회현실을 빗대 정치인을 풍자하는 섹시 코미디다.

머리에 든 건 없지만 당차고 정이 많은 윤락녀 고은비(예지원)는 동료 매춘부가 윤간을 당했음에도 창녀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선처는커녕 외려 냉대와 멸시를 받는 비인간적인 세상의 비루함을 목도, 진노(震怒)하게 된다. 결국, 그녀가 해결 방안으로 선택한 방법은 무소속으로 보궐 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이 돼야겠다는 대책 없는 야심.

손에 쥔 것 아무 것도 없이 오로지 몸땡이 하나와 화끈한 입심으로 권모술수의 달인인 정치가들과 맞서 싸우는 고은비는 온갖 협박과 무시와 조롱을 받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기처럼 가지 것 없는 이들과 합심하여 꿋꿋하게 이전투구장인 선거 유세 전에 나선다.

이처럼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노회한 정치인들을 희화화하는 상대로 역시 국민들로부터 그다지 좋은 시선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는 윤락가 여성들을 택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경제적인 지위와 부에 있어서 극과 극에 위치한 정치인과 매음부라는 이분법적인 기본적 설정 자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드러내고 있다. 정치인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더 비열하고 때려죽일 집단. 비루한 사창가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이들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인간적이고 도덕적으로도 우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

결국, 정치인 VS 윤락녀와의 대결은 안 봐도 비디오일 것이고, 과도한 권위주의가 판을 치는 한국사회에서‘창녀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다’면 모두들 웃기고 자빠라진 일이라며 코웃음 칠 일이지만 이 이야기는 가상이고, 또한 현 세태가 어떠한지 관객이 더 잘 알기에 영화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영화는 정치인들을 한껏 조롱함과 동시에 윤락녀와 노숙자와 같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계층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해 그들이 처한 비루한 환경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보듬어 안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이러한 미덕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처지를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도록 환기시켜 준다.

하지만 그것이 절실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영화는 자기 자신이 상업영화라는 본분을 알고 있는지 그녀들의 탐욕스런 육체에 과도하게 매달린다. 또한 매춘부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벌이는 선거 유세의 방법에 있어서도 영화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들의 행동이 당당하고 솔직하긴 하지만 너무나도 뻔한 전술을 통해 한 표를 얻고자 국민들에게 호소하기에 그렇다. 이런 면은 리즈 위더스푼의 영화 <금발이 너무해>와 많은 면에서 비교되어진다.

결국,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사람냄새가 나는 의도를 지닌 채 전체적인 틀을 사뭇 잘 짜긴 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다루며 보여주는 방식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밀어내며 반목(反目)하기에 풍자를 보면서도 마냥 웃을 수도 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애틋함도 가슴 징하게 느끼기 힘들다.

*영화를 보며 가장 눈여겨볼 만한 캐릭터는 오랜 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영원한 오빠 남진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세마다 긴 도포자루를 휘날리며 단군 할아버지를 부르짖는 국회의원 후보 차상석 역의 장대석이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필히 기억하시라!

2 )
ejin4rang
조금 약했네요   
2008-10-16 15:01
js7keien
페미니즘을 매춘부의 시각에서 호소하려 하지만, 관객들의 머리 뚜껑을 열리게 만든다   
2006-10-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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