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장인이 한 컷 한 컷 정성 들인 명품 (오락성 6 작품성 9)
아이 엠 러브 |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이토록 먹먹한 120분이라니. 이태리 장인이 한 컷 한 컷 정성들여 찍은 명품 영화가 있다면, <아이 엠 러브>와 같지 않을까 싶다. 배우들의 연기, 유려한 카메라 워크, 두근거리게 하는 음악, 환상적인 색채, 근사한 미술 등 어느 것 하나 놀랍지 않은 게 없다. 굳이 이 영화가 ‘전통 이탈리아 영화의 피를 수혈 받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도. 이탈리아 시네마 거장 루치노 비스콘티나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미학에 맞닿은 작품이라는 걸 몰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보는 이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영화, 바로 <아이 엠 러브> 다.

밀라노 상류가문으로 시집 온 러시아 출신 엠마(틸다 스윈튼). 두 아들과 딸까지 장성하게 키운 엠마는 남들이 보기엔 현대판 신데렐라나 다름없다. 엠마 역시 본인의 삶에 불만이 없어 보인다. 적어도 딸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해 오기 전까지는. 그리고 아들 에도아르도(플라비오 파렌티)의 친구 안토니오(에도아르도 가브리엘리니)가 만들어 준 요리를 맛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진정한 사랑을 찾고 행복해 하는 딸을 보며, 엠마는 여자로서의 자신의 삶과 사랑을 되돌아본다. 안토니오의 음식을 먹고, 그와 사랑에 빠지면서는 자신이 잊고 있던 본래의 실체와 마주한다. 엠마가 그러는 사이, 가문의 공동 후계자로 지명된 엠마의 남편 탄그레디(피포 델보노)와 에도아르도는 서로의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충돌하기 시작한다.

제목만 얼핏 보면 러브 스토리다.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만 보면 막장 드라마다. 경영권을 두고 반목하는 아버지와 아들은 욕망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아이 엠 러브>의 핵심에 자리한 건,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소멸돼 가는 전통의 가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찾고자 하는 한 여성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은 한 여인을 통해 이탈리아 귀족 가문이 무너지는 과정을 차갑고 뜨겁고 냉정하게 응시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진짜 눈길을 가는 건, 이야기나 메시지가 아니다.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하는 표현 방식에 <아이 엠 러브>의 진정한 매력이 있다. 이 영화에서 색채는 하나의 감정이다. 감독은 색채를 이용해 인물의 내면을 시각화 한다. 잿빛 풍경으로 인물들의 공허한 마음을, 황금빛으로 사랑에 빠진 여인의 생명력을 드러내는 게 일례다. 특히 엠마의 미각을 사로잡는 안토니오의 음식이 머금은 색감은, 그녀의 삶까지 변화시키는 각성제 역할을 한다.(하얀 접시 위에 흘러내리는 빨간 토마토 등, 몇몇 쇼트에서의 붉은 빛은, 붉은 색은 가장 잘 쓰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떠오르게도 한다.)

카메라 쇼트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카메라는 두 연인의 섹스를 마치 새 생명의 탄생과 같이 탐미적으로 그러낸다. 벌거벗은 남녀가 뒤엉켜 서로를 탐하고, 이를 카메라가 구석구석 클로즈업하지만, 스크린 너머로 전달되는 감정은 역설적이게도 숭고함이다. 과감한 카메라 앵글과 혈관을 쉴 새 없이 수축 이완 시키는 강렬한 음악 하나까지 <아이 엠 러브>는 물러서는 게 없다.

<아이 엠 러브>는 틸다 스윈튼이라는 배우가 왜 명배우인가를 증명해 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러시아 노동자 계급 출신의 귀부인을 연기한 그녀는 러시아인의 악센트까지 고스란히 살려 이탈리아어를 완벽에 가깝게 구사한다. 혹시 그녀의 연기에 속을지 몰라 얘기 하는데, 영국 배우인 틸타 스윈튼의 모국어는 영어다. 틸다 스윈튼이 앞으로 어떤 더 멋진 영화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아이 엠 러브>는 그녀가 보여 준 연기의 최대치다.

- 참고로 시사회에서는 좋지 못한 화질로 인해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시종일관 두근거린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왜 죄다 섹시한 거냐!
-틸다 스윈튼, 그녀가 보여 준 연기의 최대치
-음악, 연기, 쇼트, 색채, 건축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사람들이 말한다. 이탈리아 영화의 부활이라고. 확인해 보시라
-대화보다 몸짓으로 말하는 영화에 무료함을 느낀다면
(총 1명 참여)
kinderhime
정성 드린 ㅡ> 정성 들인

정성을 줬나요????   
2011-01-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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