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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부삼천지교' 촬영현장을 가다
열혈부친의 바지바람 보고서 | 2003년 12월 3일 수요일 | 임지은 이메일

"목을 조이는게 더 위협적이지 않아?" 김뢰하, 손창민과 김지영감독
"목을 조이는게 더 위협적이지 않아?" 김뢰하, 손창민과 김지영감독
웃지 말랬잖아! 처절한 응징
웃지 말랬잖아! 처절한 응징
골칫덩이 삼촌이 미운 조카 소이현
골칫덩이 삼촌이 미운 조카 소이현
사교육비 지출 세계 1위. 강남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유가 교육 때문이란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일단 낳아놓으면 허리 휘게 벌어서 애프터서비스 해야 하니―그게 왜 학원으로 고스란히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아무튼 대한민국에서 자식 가진 사람은 다 죄인임에 분명하다. 강남 치맛바람이 무섭다지만, 바지바람은 더 무서운 모양. 그도 그럴 것이, <맹부삼천지교>의 동태장수 맹만수씨의 우직한 열정을 이길 어머니 찾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맹자 모친의 교육열을 귀감으로 삼은 열혈 아버지의 무용담을 그려낸 <맹부삼천지교>가 어제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일찍 아내와 사별한 맹만수(조재현)의 유일한 목표는 똘똘한 아들 사성(이준)을 명문대에 입성시키는 것. '물' 따지기로 나이트보다 더한 곳이 학원가인지라, 지방에서 서울 달동네로 이주한 맹씨 집안은 사채까지 얻어 다시 강남 대치동의 명문 아파트로 편입한다. 그러나 채 뿌듯해하기도 전에 옆집 사는 건달 강두(손창민)는 다시 열혈아버지의 숨통을 조여온다. 그리하여 맹만수씨는 아들을 위해 최적의 교육환경을 사수하려 고군분투한다.

양수리 종합촬영소에 마련된 세트는 두 집안의 서로 다른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개근상과 우수상, 임명장 등 각종 상장들이 빼곡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맹만수의 집과 어깨며 팔에 푸릇푸릇한 문신을 새긴 건달들이 드글거리는 강두의 집. "이렇게 얼굴로 발을 뻗었다가 그 후엔 살짝 내려서 목에 얹는거야. 그러면 더 위협적이지 않을까?" "그래. 목을 아예 이렇게 조여버리는 거야." 김지영 감독과 손창민, 김뢰하는 '어떻게 하면 더 살벌할지'에 대해 목하 토론 중. 한편 손창민의 관광호텔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힌 가운과 생선장수 조재현의 머리를 약 1.5배 정도로 보이게 하는 고수머리는 좋은 적수감이다. 어디까지나 '촌티'라는 측면에서.

이 날 촬영분 중 최대의 난관은 강두의 명령대로 배수, 철봉, 정직 등 똘마니들이 구석으로 굴러가 처박히는 장면. 몇 번씩 구르는 일 자체도 고달프려니와 워낙 상황이 우스꽝스러운 탓에 웃음을 참기가 쉽지 않다. 결국 터지는 웃음을 주체못한 배수 역의 도기석은 몇 번이나 NG를 내고 형님들로부터 쓰디쓴 응징을 당하고 만다. 터지려는 폭소 참느라 괴로운 표정인 건 스탭들 역시 마찬가지.

<영어완전정복>의 원안제공자이자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각색하기도 한 김지영감독(이름은 새초롬하지만 기골장대한 남자감독이다)은 <맹부삼천지교>가 입봉작이다. 형님, 아우 하면서 서로 도와주고 끌어주는 촬영장은 유독 화기애애한 분위기. 각각 조재현의 아들, 그리고 손창민의 조카를 연기하는 이준과 소이현 두 젊은 배우들의 귀여운 풋풋함도 한 몫 한다. 네 명의 주연배우와 감독이 자리한 가운데 진행된 기자회견 내용은 아래 간추려 소개한다.

Q: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영어완전정복>과 <맹부삼천지교>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로 볼 때, 김지영 감독은 교육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김지영 감독: 우리 사회의 화두이면서 영화적 재미까지 아울러 갖춘 소재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주로 신문의 기획기사 등에서 착안하는데, "교육환경이 가장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최악의 이웃을 만난다면?"이란 질문을 품어본 게 시발점이 됐다.

Q: 조재현과 손창민에 질문. 이 영화를 택한 이유는?
조재현: 실은 <피아노> 이후 본래 나이에 비해 훨씬 나이든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특히 목욕탕이라도 가면 50대 이상 된 분들이 보고 "내 또랜 줄 알았는데 되게 젊네요" 그런다. 연기도 좋지만 내 나이를 찾을 필요도 있는 거 아닌가. 심지어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는 이 나이에 차태현 장인이 될 뻔했던 그런 불길한 일도 있었고(웃음). 하지만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감동적이라 선뜻 선택했다.
손창민: 나 역시 비슷하다. 우선 대본을 보고 나니 출연여부와 상관없이 이걸 쓴 사람(김지영 감독이 직접 썼다)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더라.

Q: 조재현에 질문. 조폭과 얽혀든다는 점에서 <목포는 항구다>의 캐릭터와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조재현: 개인적으로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맹부...>의 만수의 모든 행동의 동기는 아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절절한 부정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 아들 역을 맡은 이준군은 나와 아주 닮아서 더 애착이 간다.

Q: 말나온 김에 아들(사성)과 조카(현정)에 대해 한 마디.
조재현: 각자 자기 것만 챙기는 걸로 하자구(웃음). 이준군은 혼자 보여지는 데 있어서도 그렇지만 그룹 속, 풀 숏 안에서의 느낌이 아주 좋은 배우라고 느꼈다.
손창민: 캐스팅 결정난 후 일부러 소이현이 출연한 작품들을 찾아 봤는데, 나이에 비해 감성이 아주 풍부하고 연기를 맛깔스럽게 한다.

혹시 진짜 부자? 조재현과 이준
혹시 진짜 부자? 조재현과 이준
김지영 감독
김지영 감독
Q: 소이현이 보는 손창민과 이준이 보는 조재현도 궁금하다.
소이현: 삼촌을 연기하시지만 그보다는 오빠 같고 아빠 같다. (갑자기 이준에게 "준이 너도 준비하고 있지?"라고 압력을 넣는 조재현) 내가 좀 주춤한다 싶으면 "그러지 말고 확 때려버려!"라고 코치해 주신다거나. 이 영화는 내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선배님들을 많이 닮아가고 싶다.
이준: 많이 가리켜 주시고.... ("가르쳐주시고"라고 정정해주는 손창민. 이준은 조재현에게 곧바로 이르고, 조재현은 "왜 애를 혼내고 그래!"라고 손창민을 윽박지른다) 연기할 때도 가끔 내 쪽을 보면서 씩 웃어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고 힘이 난다. 사실 처음에는 조재현 선배님과 함께 연기한다고 해서 거부감이 있었는데(좌중 폭소. 조재현은 "임마, 단어 선택을 잘해야지!"라고 황급히 가로막지만 아랑곳 않고 말을 잇는 이준) 알고 보니 인자하시다. 또 감독님은 처음 뵐 땐 멋있다고 생각했고, 알고 보니 재미있는 분이었다(마음에 상처를 입은 듯 "감독님한테는 거부감 없었니.."라고 읊조리는 조재현).

Q: 코미디 장르를 선택했는데, 특별히 코미디에 애착이 있는가? 장르에 대한 감독의 신조 같은 것도 궁금하다.
김지영 감독: 사실 <맹부삼천지교>에는 슬랩스틱이나 말장난 같은 요소들은 거의 없는 편이다. 코미디는 드라마를 더 극적으로 하기 위한 장치 쪽에 가깝다. 코미디가 아닌 영화라도 유머는 필요한 거 아닌가. 아까 내 성격에 대해 물었는데 실제로도 발랄한 편이다(웃음).

Q: 웃음과 감동이 함께 있는 영화라는데, 감동 내지 슬픔의 요소는 어떤 것?
김지영 감독: 다는 말할 수 없지만 맹모삼천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부모가 자식에게건, 자식이 부모에게건 맹목적으로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다.

Q: 실제로 아이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손창민, 조재현의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손창민: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사실 내 마음 같아서는 힘드니까 말리고 싶지만 지원해 줄 생각이다. 단 내가 뭔가 해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꿈을 향해 가까이 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조재현: 우리 아버지는 중 3 때 가출해 자수성가한 분이다. 내가 가출했던 것도 중학교 3학년 때였고. 그런데 우리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때 스케이트 선수가 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다 네 나이에 미래를 결정했다. 네 뜻대로 진로를 정해라" 그렇게 말해줬다. 그래서 지금 그 애는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영선

1 )
iwannahot
맹부삼천지교   
2007-04-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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