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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부삼천지교
그냥 웃자고 하기엔 너무나 민감한 얘긴데 | 2004년 3월 23일 화요일 | 김용필 작가 이메일

치마바람을 잠재우고 바지바람을 일으킨 장본인들
치마바람을 잠재우고 바지바람을 일으킨 장본인들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고 때로는 삶이 바뀐다. 그래서 우리는 주위 환경 또한 아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맹모삼천지교를 빼 놓지 않는다. 맹자의 공부를 위해 이사를 세 번 갔다는 맹자 어머니의 일화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에 비하면 그런 맹모삼천지교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이사는 물론이고 몸소 파출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게 우리 부모들 아니던가. 맹자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안다면 오히려 더 장하다고 치켜세우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이런 교육열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낫고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학군에 의해 땅값이 달라지는 현실. 무조건 좋은 학군에 편입만 된다면 또 명문대에 입학만 한다면 하는 맹목적인 교육열에 우리 아이들은 개성과 특성이 무시된 채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이런 맹목적인 교육열의 최전방에 서 있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아니 자식을 둔 대부분의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이다. 아들 사성은 돌잔치에서 이미 마이크를 집어 들며 자기의 소질과 개성을 확실하게 표현했건만 아버지 맹만수는 그런 아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오로지 공부만을 외친다. 아들의 교육 환경을 위해 전라도에서 서울 달동네 옥탑방으로 이사한다. 이번에는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이 완벽한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 유명하다는 강남 대치동으로 향한다. 오로지 아들의 공부를 위해서 말이다. 동태장사로 빠듯하게 아들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그런 아버지의 노력 덕에 아들 사성은 강북고에서 늘 1등을 놓치지 않는 장한 아들이었다. 그런데 최적의 교육환경을 찾아 강남의 그것도 전교 1등 하는 학생의 옆집으로 이사가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아들아 네가 살길은 오로지 명문대 뿐이다
아들아 네가 살길은 오로지 명문대 뿐이다
전교 일등 하는 학생의 삼촌이라 칭하는(딸이 인정하지 않아 삼촌이지 본래는 아버지다) 자가 놀러 왔는데 하필 그의 직업이 조폭이다. 그것도 자신의 똘마니들을 이끌고 와서는 그곳에 잠시 칩거하면서부터 만수에겐 또 다른 특명이 떨어진 것이다. 최적의 교육환경을 위해 찾아온 곳이 오히려 더 교육환경에 유해한 곳이라니 어쩌겠는가. 하지만 조폭만 사라져 준다면 모든 게 간단하게 한방에 해결 될 일이니 만수가 선택한 건 바로 조폭 퇴출작전. 그 무시무시한 조폭들을 홀홀 단신 상대하려는 만수의 모습은 자식을 위해 불 속이라도 뛰어드는 부모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혼자서 여의치 않자 자신과 같이 아이들 교육을 위하려는 마음을 가진 동네 주민들을 설득해 보지만 조폭들은 그런 만수의 희망마저 깡그리 꺾어 놓는 기지를 발휘해 주민들을 자기들 편으로 돌려놓는다. 하지만 영화는 상당부분 만수와 조폭의 대립관계를 다루면서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소박한 웃음들을 제거해 버린다. 이사한 덕에 인간적인 느낌이 풍기는 손현주의 코믹함도 잠깐 빛을 발하다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사회적인 성격이 강한 면모를 살려 현재의 교육 현실은 물론 맹목적인 우리 부모님들의 교육열에 이렇다할 충고를 던지는 것도 아니다. 자칫 오해하면 명문대를 가야만이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으로까지 읽히기도 한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맹점이 아닌가 싶다. 획일적인 명문대만이 아이들을 위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는 교육에 눈을 돌리자는 풍자의 고리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은 우리에 갇혀 먹이 먹고 아침마다 알을 뱉어내야 하는 양계장의 닭들이랑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은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하고 성적을 뱉어낼 뿐이다. 이들에겐 개성도 취미도 다 필요 없다. 때문에 아이들은 공부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다양한 부분의 인격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공로지 공부뿐이고 때문에 그 공부에서 밀리면 완전히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분명 영화는 이런 부분들을 짚어줬어야 했다. 사성이 아버지 몰래 노래하러 다니면서 겪게되는 갈등도 있어야 했는데 조폭과 만수의 대립에 급급하다 이런 좋은 풍자거리를 놓쳐버린 게 아닌가 싶다. 반면 조폭 역시 전국 1등 하는 딸을 위해 모든 걸 감수하는 모습은 자식 앞에 부모는 그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다. 온몸을 감싼 문신만으로도 보는 사람이 얼어버리는 조폭일지언정 수험생 딸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편으로는 수험생이라는 위치가 또 다른 권력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모든 시선과 관심의 집중이 수험생에게 쏠린다. 부모도 형제 자매도 그 한해만큼은 수험생에게 가장 윗자리를 내주는 게 현재 우리 현실 아니던가.

좀더 차분히 영화를 곱씹어 읽는다면 분명 영화는 현재의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질타하는 부분이 상당히 숨겨져 있다. 죽기살기로 자식 뒷바라지 해 봐야 소용없다고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던 손현주가 막상 수험생 부모가 되자 자신 역시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인다. 어쩌면 우리 교육은 교육제도가 먼저 바뀌는 것보다 부모들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잉된 교육열 때문에 치마 바람이 한동안 질타의 대상이었는데 아버지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건 그들 역시 자식 교육에 눈멀긴 마찬가지란 얘기 아니겠는가? 하지만 영화를 가볍게 즐기려는 관객들에게 이런 메시지가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직업과 인격체로 형성되어 있듯 교육 역시 아이들의 다양한 인격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영화가 좀 더 그런 대안적인 시각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코미디라는 태생적인 약점이 있긴 하지만 좀더 사회를 풍자적으로 바라봤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3 )
ejin4rang
많은 점을 느끼게 한다   
2008-10-15 17:04
callyoungsin
은근히 잼있고 조재현의 코믹연기 변신이 좋았던   
2008-05-19 11:30
qsay11tem
잘보고 감   
2007-11-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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