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메와 영화의 초절정 짬뽕 스타일로, 깨도 이렇게 깨는 영화가 없다 싶었던 이 <버수스> 덕택에 알게 된 젊은 감독도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기타무라 류헤이(北村龍平)’다. 알고 보니 이 남자 대단했다. 어릴적부터 영화광이었던 류헤이는 특이하게도 멜 깁슨 주연의 <매드맥스2>에 꽂혀 17살 꽃다운 나이에 혈혈단신 호주로 날아갔다. 영화를 공부하던 그 시절부터 뭔가 될성싶은 ‘청춘’으로 점찍혔던 그는 24살에 일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단돈 30만엔을 투여, 영화 <다운 투 헬(ダウン トゥ ヘル)>을 완성했는데, 이 영화가 덜컥(?) 제1회 인디펜던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다.
이러저러한 얘기를 건너뛰고 <버수스> 얘기로 돌아가면, 이 ‘남다른’ 영화는 ‘세계’도 알아봐 그는 각종 세계 영화제를 휩쓰는 기린아가 된다. 그리하여 할리우드의 미라맥스가 그에게 군침을 흘리게 되니, 그는 할리우드 진출작까지 준비 중인 바쁜 몸이 되셨다.
이런 기.타.무.라. 류.헤.이. 가 만든 영화가 2004년 한국의 극장들을 노크했었으니, 그게 바로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あずみ)>이었다. 하지만 코야마 유우 만화원작의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은 생각보다 심심했다. 류헤이 특유의 황당무개 느낌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서였는데, 대신에 이 영화는 딱히 재밌지 않아도 너그럽게 봐 줄 수 있는 요소, 바로 ‘꽃미남 퍼레이드’로 또다른 흥미를 던져줬다.
오구리 슌, 나리미야 히로키, 에이타, 이시가키 유마, 게다가 너무나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로 분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던 오다기리 죠까지 등장하니, 류헤이 감독의 심심한 연출은 둘째치고라도, 재밌게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 철저히 ‘주관적’인 호들갑스런 논조에서 귀여운 ‘우에토 아야’를 빼놓을 생각은 없다.
남자 관객들이 ‘자그마하고 가녀린 체구의 미소녀가 모든 남자 동료, 혹은 어떤 남자 적들보다 강하고 잘 싸우는 검객이라는 설정’을 가진 이 ‘아즈미’에 대해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는 잘 모르겠다. 허나 오타쿠들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등장하는 ‘귀여운 소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 ‘아즈미’ 역시 그런 미소녀 전략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오타쿠들이 몰입하는 미소녀의 특징을 볼라치면, 얼굴은 귀엽지만 가슴은 커야하는 풍만한 몸매의 소유자인데, 우에토 아야는 물론 그에 살짝 벗어나긴 해도, 남자 관객들의 미소녀 욕망을 채우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보인다(특히 그녀가 입고있는 ‘미니스커트’ 의상만 봐도, 로봇물 아니메 등에 등장하는 ‘미소녀’의 모습과 어느 정도 닮아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속편,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2(あずみ2 Death or Love)>에서 아야는 훨씬 더 귀엽고, 여성스러워지기조차 했다. 그 이유인즉, 이번 2에서는 액션도 액션이지만, 소프트 멜로가 많이 가미됐기 때문.
전편의 스토리를 압축하면, ‘때는 15세기, 천하재패의 꿈에 들뜬 다이묘들에 의해 끝없이 일어나는 전란을 끝내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일단의 도쿠카와 자객들이 도요토미 다이묘들의 목숨을 한명한명 끊는다’였다. 물론 그‘도쿠카와 자객’들이란‘아즈미’를 위시한 몇 명. 결국 다 죽고, 살아남은 사람은‘아즈미’와 동료 ‘나가라’뿐이다.
2편은 그 두 사람이 해치우지 못했던 딱 한 사람, ‘사나다 마사유키’와 대결하기까지 벌어지는 이런저런 스토리다. 한 명이니 가서 후딱 처치하기만 하면, 영화가 종결될 수 있으니만큼,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2>는 자객‘아즈미’의 내면적인 번뇌를 스토리 안으로 끌어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흐름을 지연시킨다.
‘아즈미’가 전편에서 사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베어야 했던 ‘나치’를 기억하는지? ‘나치’를 맡았던 오구리 슌이 나오자마자 허망하게 죽었기 때문에, 짙은 아쉬움에 잠시 얼이 빠졌었는데, 속편을 위한 컨셉이었던 모양이다. 속편에 다시 등장한 오구리 슌은 죽은 '나치‘를 쏙 빼닮은 도적떼 일원 ‘긴츠노’를 맡아 우에토 아야와 (끝에 가면 정말 눈물나는!) 가슴아픈 사랑을 펼친다.
즉, 2편은 ‘힘들게 죽여봤자 끝난다고 보장될 수도 없는 사명을 위해 자객으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가느냐’, 아니면 ‘사명을 끝내고, 첫사랑 닮은 남자와 행복하게 사느냐’하는 ‘아즈미’의 고민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타무라 류헤이 대신, 새로 2편의 연출을 맡은 가네코 슈스코 감독은 전편보다 적은 분량의 액션 장면들 속에,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검과 피의 미학’은 모조리 쏟아낸듯 하다(‘정작 2는 딴 감독이 만든 건데, 그럼 왜 그렇게 기타무라 류헤이에 대해 떠들어 댄거야’라고 타박하진 마시길^^;).‘사나다’를 호위하는 최강의 닌자 무리는 그 사용도구도 그렇고, 독특한 퍼스낼리티를 가져서인지 극을 상당히 재미나게 꾸려간다. 말하자면 이번 2의 경우, 액션 비중은 적은 편이지만, 그 고어적인 표현의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단 말씀!
특히 ‘피’를 선호하지 않는 여성 관객들을 위해, 전편과 마찬가지로 오구리 슌, 이시가키 유마같은 꽃미남(단 두 명이라 아쉽긴 해도!)을 배치했으니, 실망하진 않을 듯. 더욱이 좀 연로하긴 했지만 매력적인 배우 엔도 겐이치도 등장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