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가히 그 노력이 가상하다 못해 처절?하다 할 수 있겠다.
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정상을 지키며 관객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그루지>의 포스터가 물경, 14번의 포스터 수정, 7번의 심의 끝에 통과됐다는 말씀이다.
본의 아니게 겪은 지난한 심의 과정이 결과적으로 나름 홍보 효과에 미쳐 이제는 공포 영화나 성애 영화의 포스터가 한두 번 반려되는 수순은 일상사가 됐지만, 요번 건은 그 정도를 넘어섰다 볼 수 있음이다.
머리카락으로 덮인 얼굴 사이로 하나의 눈동자만을 드러내며 원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포스터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별문제 없었지만 여튼, 우리나라에서는 소름끼친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허나, 불특정 다수에게 자사의 영화를 우선적으로 알리는 데 있어 주제와 내용을 집약적으로 압축해 단 하나의 ‘결정적 컷’으로 승부하는 영화 포스터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
결국, “이 정도면 되겠냐? 당근 안 되지!”를 수차례 반복하는 실랑이 끝에, 한자를 포스터 전반에 새겨 넣고 강렬한 이미지의 톤을 다운시켜 간신히 거듭되는 심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뭐, 주최측의 말을 듣자하니 눈동자에 맺힌 핏기를 빼고, 그 속에 자리한 원혼의 이미지를 삭제 하는 등 그간 해볼 짓 안 해볼 짓 다 해봤다고 한다. 물론, 통과된 이 마당에야 ‘멋진 근심’으로 남겠지만....
공포 영화의 대가인 <스파이더맨> <이블데드>의 샘 레이미 감독이 직접 제작을 담당하고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가 직접 연출해 화제를 모은 <그루지>, 5월 26일 국내개봉에 앞서 명랑 관람행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심의에서 누락당한 포스터를 함 훑어보도록 하자.
그나저나, 포스터 비주얼을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나 심미안이 밑바닥을 치는 본 기자가 보기엔, 심의 위원에겐 지송하지만, 도찐 개찐 거기서 거긴데 여러분들은 어떠실랑가 모르겠다.
● 반려 당한 포스터 1종
6번에 걸친 심의를 죄다 반려 당한 <그루지>의 최초 포스터다. 자세히 보면 보시면 아시겠지만 원혼의 까만 눈동자에 아주 낯익은 그 녀석의 얼굴이 거꾸로 매달린 채 자리하고 있음이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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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 당한 포스터 2종
눈동자에 맺힌 녀석의 소름끼치는 면상이 보는 이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단고 판단, 그냥 빼버리고 하얀 자의 핏기도 조금 날렸다. 머리카락으로 얼굴도 조금 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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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 당한 포스터 3종
머리를 좀더 많이 가리고 눈 주위를 어둡게 했다. 핏기도 더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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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 당한 포스터 4종
핏기를 다 날려보리고 전체적인 톤을 바꿔봤지만 이 역시 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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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 당한 포스터 5종
이도저도 안 되자, 전체적인 톤은 물론이고 검은자까지 죄다 다 검게 한 시안이다. 그럼에도 '빠꾸'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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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 당한 포스터 6종
원래, 온라인용으로 뿌려질 포스터였다. 강렬함을 더하기 위해 톤을 녹색으로 처리, 꼬마의 살기등등한 이미지와 귀신의 머리카락이 훨씬 강하게 와 닿는다. 그러니 안타깝게도 당연 반려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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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 아니 당한, 한국판 최종 포스터!
한자를 포스터 전반에 새겨 넣고 강렬한 이미지의 톤을 다운시켜 최대한 무서움을 덜어내었다. 그런데 웬걸! 기괴함만큼은 더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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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아이비전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