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의 경우 개봉 국가에 따라 제목과 포스터 등을 별도 제작하는 일은 다반사이지만 이번처럼 한국 관객을 위한 포스터가 제작국에 역수출 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영화 홍보대행사 씨네와이즈 측은 10일 '주연 겸 연출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최근 한국용 포스터를 본 뒤 흡족해 했고, 미국 제작사 측이 이 디자인을 자신들의 새로운 광고 비주얼로 사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만든 <밀리언 달러 베이비> 포스터는 이 영화의 개봉 국가를 통틀어 유일하게 자체 제작한 포스터이기도 하다. 한국을 제외한 나라에선 세 주인공이 교차하듯 서 있는 어두운 흑백 톤의 오리지널 포스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 영화 수입사 튜브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눈물겨운 감동작이라는 컨셉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내용 포스터 제작에 돌입했다. 영화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그간 30여 종류가 넘는 시험판을 만들며 최종본을 완성한 수입사는 미국 제작사 레이크 쇼어 측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으로부터 최종 사용 허가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클린트 이스트우드로부터 "훌륭하다"는 평을 받아냈다.
튜브 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국용 포스터를 보며 자신의 주름살을 가리킨 뒤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느냐'라고 농담을 건넸지만 시종 흐뭇해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두 달째 상영중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아카데미 수상 이후 관객이 급증하자 새로운 분위기의 광고 비주얼을 필요로 했고 결국 '메이드 인 코리아' 포스터를 선택, 역수출이 이뤄지게 됐다.
'뜻밖의 순간 행운을 만난다'는 뜻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주요 4개 부문을 휩쓸었고 국내 금주 개봉작 중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보이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김범석 기자 [kbs@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