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하나로 시대를 관통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불운한 한 사나이 이야기 <역도산>. 설경구의 치열한 변신과 <파이란>으로 누구도 쉽게 어루만지지 못하는 감성을 지닌 송해성 감독이 결합한 영화 <역도산>은 일본에서 스모 선수로 명성을 얻지만 한 순간도 웃을 수 없었던 조선인 역도산의 치열한 삶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한 순간도 행복을 가지지 못한 남자 '역도산'. 그래서 그의 삶 속에 흐르는 음악은 죽음만이 구원인 전쟁처럼 치열하고, 흙투성이가 된 자존심처럼 굴욕적이며, 이루지 못한 사랑과 같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역도산>의 O.S.T은 <박하사탕>, <파이란>, <오아시스>, <주홍글씨> 등 최근 한국 영화 음악을 주도해가고 있는 이재진 음악감독이 맡아 직접 작곡하고, 체코 필하모니가 연주했다. 특히 이번 <역도산>의 음악은 영화 <파이란>에 이어 다시 송해성 감독과 손을 잡은 이재진 음악감독의 뜻에 따라 체코에서 진행되었는데, 영화 <내츄럴 시티>에 이어 이재진 감독이 다시 체코 오케스트라를 찾은 이유는 주인공 '역도산'의 굴곡진 삶의 행로를 따라가기 위해서 동유럽의 웅장한 저음부가 필요했기 때문. 이재진 감독이 직접 연주한 피아노 이외의 전곡을 40인조의 체코 심포니가 담당해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역도산과 아야, 둘의 가장 행복했던 한때를 기억하는 장면의 배경음악이자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여주인공 나카타니 미키의 허밍은 이 O.S.T의 백미. 실제로 1991년 가수로 데뷔했고, 7장의 싱글 앨범과 3장의 정식 앨범을 발표한 인기 가수이기도 한 나카타니 미키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이재진 음악 감독이 직접 일본으로 넘어가 미키의 스,케쥴을 쪼개어 하루 만에 녹음하고 돌아오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선택한 이유를 느낄 수 있다.
영화 엔딩 타이틀에 흐르는 `아야의 노래`는 체코에서 녹음한 바이올린 솔로 버전으로 극장을 나선 후에도 귓가에 맴돌며 비운의 남자의 삶을 지키는 여자의 슬픈 사랑을 되새기게 한다. 이 외에도 `역도산`, '성공시대`, 그리고 미국에서 성공을 맛보던 시기에 흐르는 빠른 비트의 `신세계`와 같은 음악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이재진의 세련된 음악적 색깔을 느낄 수 있으며, 시대적 배경을 맞춰 1930년대에 녹음되어진 음악들을 직접 고른 감독의 탁월한 선곡이 빛을 발하는 `Espanola`와 `Malaga` 등도 영화 안에서 색깔있는 음색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