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에 개봉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특별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분명 세계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이지만, 영화가 말하는 것은 한 시대를 살았던 영웅적 인물이나 세기의 우상, 혹은 젊음의 아이콘과 같은 치열했던 혁명정신이 아니다. 이 영화는 순수한 열정으로 8개월간 모터싸이클 한 대로 라틴아메리카를 횡단하는 소박한 청년의 이야기이며, 공통된 꿈과 열망으로 한동안 나란히 나아갔던 두 친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체 게바라의 미래를 평범한 한 의대생에서 세기의 우상으로 변화시킨 특별한 여정이 주는 감동 또한 특별하다. 인간미가 넘치는 그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불꽃 같은 혁명가 이전에 한 인간으로써의 체를 이해하게 하며, 남미의 이국적인 풍광을 채우며 어우러지는 라틴음악은 그들의 여정만큼이나 생동감이 넘친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음악을 맡은 구스타보 산토라차(Gustavo Santaolalla)는 남미 음악에 정통한 영화 음악가. <아모레스 페로스><21그램>등을 통해 남미 특유의 멜로디가 그대로 묻어나는 아름답고도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여온 그는 음악을 위해 직접 남미를 다니며 수집, 보관해온 덕에 남미의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남미음악의 정통 작곡가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국경을 넘을 때마다 조금씩 변화되는 음악, 다양한 남미 악기의 활용 등으로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여행을 시작하는 청년 체 게바라의 설레임을 그린 ‘Apertura’, 칠레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신나게 춤을 추는 ‘Chipi Chipi’, 푸세(체)와 알베르토의 남미 여행에 또 한 명의 동반자였던 모터싸이클 ‘포데로사’를 잃은 슬픔을 담은 ‘La Muerte De La Poderosa’, 나병촌에서 격리되어 살아가던 사람들을 돌보는 장면에서 나오는 ‘Leyendo En El Hospital’ 등 마음을 움켜쥐는 듯한 생생한 매력이 숨겨진 곡들이 곳곳에 숨어들어 영화의 매력을 한층 고조시킨다. 그런가 하면, ‘Lago Frias(추운 호수)’–‘Montana’(산)-‘Sendero’(좁은 길)-‘Lima’(리마)-‘Circulo En El Rio’(강 한가운데 동그라미)- ‘El Cruce’(교차로)-‘Partida Del Leprosario’(나병촌에서 출발) 등 때론 고되지만 희망이 가득한 여정의 시작에서 끝까지 차례차례 훑어가며 흐르는 멜로디 역시 긴 여운을 남긴다.
순수한 열정만큼 아름다운 청년 ‘체 게바라’.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긴 여행을 통해 접하게 된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 그리고 불합리한 사회적 제도들이 그의 가슴 깊숙이 일으키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남미의 아름다운 풍광 위로 흐르는 이국적인 라틴 음악과 함께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천천히, 그리고 깊은 감흥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