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가을 남자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秋男 - 추남(가을남자)이라는 말이 醜男(못생긴 남자)라는 의미로 받아지기 때문에 말이다. 사실 가을은 여자의 계절이다. 사랑에 신경이 쓰이고 왠지 모를 외로움이 찾아오는 계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특히 여자의 마음이나 눈물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대거 등장을 한다. 가을에 잘 어울릴 만한 영화들을 소개 하려고 한다. 눈물을 강조하는 혹은 사랑을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라 여자들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모습과 마음들을 다룬 영화들을 골라 봤다.
♥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것
얼핏 보면 비슷한 류의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잇는 것 같지만 퀸카가 되고픈 여자의 마음과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지난 사랑에 대한 표현은 남다르다. 여자들 마음속에 자리한 퀸카에 대한 희망 그리고 어른이 되어 느끼는 감정들을 재미있고 깔끔하게 표현하고 있다.
줄거리
1987년. 제나는 13살이 된다. 근데 졸업앨범 사진엔 치아교정기만 보이고 얼짱 루씨한테 왕 무시당하는 건 생일날도 여전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돌쇠 같은 남친 매트의 생일선물로 살짝 기분이 풀리려는 순간, 생일파티에 쳐들어온 루씨가 제안한 '천국에서의 7분' 게임 덕분에 벽장에 갇히는 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속에 그녀의 소원은 딱 하나! '나도 완벽한 여자가 되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뜬 제나 앞엔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초호화판 행복이 대기 중이었다. 하룻밤 새 서른이 된 그녀는 자신이 잡지에서나 봤던 완벽한 몸매에 뉴욕 한복판 호화아파트에 사는 잘나가는 패션잡지 에디터로 다시 태어난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재벌급 얼짱 스타가 내 남친. 꿈에서나 바래왔던 완벽한 여자의 삶.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내가 언제부터 루씨랑 단짝이었고 나만 사랑할 것 같던 매트는 왜 날 보고도 관심이 없는 걸까?
♥ 프리키 프라이데이
엄마와 딸의 관계는 묘한 관계다. 특히 사춘기 시절의 모녀 지간은 말로 설명이 안 된다. 서로 이해를 못해 힘들어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사이가 너무 좋아진다.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엄마와 딸의 몸이 서로 뒤바뀐다는 설정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줄거리
테스 콜만 박사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그녀의 딸 애나는 눈만 뜨면 티격태격한다. 두 사람은 옷을 고르는 눈, 헤어스타일, 음악 취향 그리고 급기야 남자를 보는 눈까지 한 마디로 극과 극이다. 애나는 테스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붉으락푸르락하며, 재혼 날짜를 잡아둔 테스는 애나가 왜 자기의 약혼자인 라이언을 초지일관 냉랭하게 대하는지 서운하기만 하다. 그랬던 그녀들이, 중국 식당에서 받은 행운의 쿠키 속에 든 행운의 메시지를 읽고 난 다음 애나와 테스는 서로의 몸이 뒤바뀌어버린 사실을 깨닫고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테스의 결혼식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고 애나의 오토바이족 남자친구가 테스의 매력 넘치는 캐릭터에 반해서 애정을 품기 시작하고, 테스의 약혼자는 모던하고 판타스틱하게 달라진 테스의 스타일에 반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악몽이 시작된다.
♥ 아는 여자
짝사랑이야 여자만 할까 마는 남자들은 술이라도 먹고 장난처럼 고백이라도 한지만 여자들은 그저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는 여자>의 이나영도 그런 사람이지만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여자나 마찬가지. 갑자기 만나 불같이 사랑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지켜보다가 살며시 말을 꺼내는 그런 사랑이 여자들의 마음은 아닐까? 그냥 아는 여자가 아니라 좀 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어느 여자나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줄거리
한때 잘 나가던 투수였지만 현재는 프로야구 2군에 소속된 별 볼일 없는 외야수 동치성. 애인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고 받은 날, 설상가상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는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마음으로 단골 Bar를 찾아가 술 석 잔에 엉망진창으로 취해버렸다. 눈떠보니 여관 방. 낯익은 바텐더는 치성에게 주사가 없음을 알려주며, 그를 접어서 봉투에 담아왔다고도 한다. 참 이상한 여자다. 다음날 야구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지난 밤 남자의 이야기가 ‘필기 공주’의 사연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 인어공주
서로 마음을 열지 않고 벽을 쌓아가던 엄마와 딸도 결혼식 전날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말이 필요 없는 교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고 한다. 모녀라는 관계에는 과연 어떤 감정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감정이다.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마음들을 잘 표현해낸 아주 좋은 영화인 것 같다.
줄거리
나영은 때밀이 억척 엄마와 착해서 더 답답한 아빠와의 생활이 지긋지긋하다. 안 그래도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불만스럽기만 한 이 상황에 아빠는 갑자기 집을 나가 버리고 할 수 없이 아빠를 찾아 엄마, 아빠의 고향인 섬마을로 간 나영.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람은 스무 살 시절의 해녀 엄마 연순 씩씩한 모습은 그대로지만 현재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맑고 순수한 모습의 연순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섬마을 우체부에게 온 마음을 빼앗겨 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맑은 눈빛의 우체부 진국 또한 연순에 대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 왓 위민 원트
남자가 여자들의 생각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이런 우스운 생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남자들이 모르는 여자들의 속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아직은 남자들이 대우 받는 사회에서 여자들이 참고 사는 모습들을 솔직하게 나타낸 영화는 사랑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아빠와 딸에 대한 이야기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빠와 비슷한 남성을 배우자로 찾게 된다는 이야기처럼 아빠와 딸에 대한 여자들의 감정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줄거리
잘나가던 광고 기획자 닉 마샬은 승진의 기회를 경쟁사 여직원인 달시 맥과이어에게 빼앗겨 버린다. 그리고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다. 게다가 닉과 달시는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를 경계한다. 닉에게 달시는 엄청난 잔소리로 남자를 달달 볶는 마녀일 뿐이며, 달시는 닉이 구닥다리 사고방식을 가진 극우 남성우월 주의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달시는 강력한 소비력을 가진 여성들을 위한 제품 광고를 기획할 팀을 꾸리고, 이에 밀릴 수 없는 닉은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여자가 되어 보기'로 결심한다. 여자들처럼 화장도 하고 여자들 속옷도 입어보며 닉은 조만간 자신이 여자들의 욕구에 맞는 광고 기획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기분이 으쓱해지는데, 순간 욕실 바닥에 넘어져 정신을 잃고 만다. 다음 날, 닉은 이상한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주위 여자들은 분명 입을 다물고 있는데, 닉에게는 그녀들의 속마음이 다 들리는 것이다. 닉은 이 특별하고 위험천만한 능력을 달시에게 써먹기로 한다.
♥ 스위치
어찌 보면 참으로 황당한 영화겠으나 누구나 한번쯤 여자로 태어나 봤으면 혹은 남자가 되어 마음대로 활동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 몸이 되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해 보았다. 하지만 여자들은 어떨지 궁금하기만 하다. 여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나타낸 재미있는 이야기다.
줄거리
광고 회사 중역으로 있는 스티브 브룩스은 무례하고 뻔뻔스러운 바람둥이로 자신이 버린 많은 여자들에게 원한을 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냥 여자 사냥에 몰두 한다. 스티브에게 버림받은 복수에 불타는 세 여자는 그를 죽게 만든다. 하지만 다시 환생해서 지상으로 내려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조건부로 용서를 받게 된 것. 스티브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어지만 상황은 그를 뜻대로 행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악마의 음모로 여자의 몸을 가지고 환생한 것이다. 스티브의 친구 월터는 추파를 던지고 어쩌다 월터와 잠자리를 같이한 아만다는 임신을 한다. 출산이 가까워진 아만다는 난산으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음도 감안한 채 아이를 낳다가 죽는다. 임신과 출산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스티브이자 아만다는 천국으로 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