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가 마련한 오픈토크로 10월 9일 해운대에서 만난 감독은 옆집 철수도 알 만큼 유명인사가 된 심사위원대상의 <올드보이> 박찬욱, 정치적인 소재를 줄곧 다루었던, 비평가주간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여 받은 <오르>를 연출한, 이스라엘의 케렌 예다야, 독창적인 실험영화로 칸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태국의 아피찻풍 위라스타쿨.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사회로 진행된 오픈토크는 일단 세 명의 감독이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첫 운을 뗀 박찬욱 감독은 “부산에 두 편의 영화(올드보이, 쓰리, 몬스터>를 들고 오기는 처음이다. 내 작품은 주로 폭력을 매개로 이뤄진 사람들의 관계를 다룬다”고 말했고, 케렌 예다야 여류 감독은 “모녀관계를 그린 데뷔작을 가지고 이스라엘에서 왔다. 정치. 사회적인 소재를 영화 안에서 그릴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태국의 아피찻풍은 “나의 감정을 일기처럼 만들고 다뤄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관객과의 교류 면에서 자신이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흥행감독이라 할 수는 없지만 메인스트림에 속하는 건 사실이다. 송강호, 최민식 등의 스타와 쇼이스트 CJ 등 상업배급라인을 타기에 그렇다. 하지만 일하면서 그런 인식을 갖고 일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나조차도 왔다갔다한다(웃음)”고 박찬욱 감독은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이어 케렌 예다야는 “영화적으로 어려운 언어를 사용하니까 내 영화를 주류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관객과 호응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예술영화지만 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느꼈으면 한다.”며 자신의 바람을 밝혔다. 아파찻풍 역시 강한 어조로 “굳이 주류 비주류로 나누고 싶지 않다. 다만, 내 감정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하지만 난 주류라 생각한다.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모습을 사진에 담겠는가? 태국인들은 나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데 말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케렌 예다야 감독은 다음주부터 이스라엘에서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볼 예정이라 전했다. 세 명의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 후 관객과의 대화 등 자신을 찾는 이들을 만나러 또 다시 바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부산= 서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