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으로 선정된 왕가위 감독의 <2046>은 지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아니나 다를까 부득이한 사정으로 제 시간에 필름이 공수가 안 돼 구설수에 오르는 등 여러 모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시사 후 영화의 주인공인 양조위와 왕가위 감독이 참석한 채 이뤄진 기자회견은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를 취재하고자 수많은 국내외 기자단으로 북적였다.
영화 속 캐릭터와 달리 말끔한 복장으로 등장한 양조위와 늘 그랬듯 스포츠 헤어스타일에 깜장 선글라스 가죽 잠바의 깍두기?스런 외양새의 왕가위 감독은 부산과 인연이 깊은 탓인지 회견 내내 여유 넘치는 답변으로 질문에 응했다.
부산을 세 번째 찾은 양조위는 “자주 오긴 했지만 여전히 편안하고, 해변가라 그런지 휴가 온 느낌”이라며 내한한 소감을 밝혔고, “근간에 보여준 한국 팬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에 많이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의 여배우 중 누구와 한번쯤 같이 작업하고 싶냐?는 질문에 “한국 영화를 많이 보고 있긴 하지만 누구 하나를 딱 선택하기는 어렵다. 그냥 <2046>처럼 한 영화에서 많은 한국 여배우와 같이 공연하고 싶다”고 답해 객석을 들썩였다.
왕가위 역시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자신의 영화가 선택받은 것에 대해 기쁘다”고 말했고, “과거에 집착해 현실의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2046>은 그러한 사례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며 영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리첸(장만옥)과의 애틋한 사랑을 쉽사리 떨치지 못한 <화양연화> 챠우(양조위)의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그린 PIFF 2004 개막작 <2046>은 10월 15일 국내개봉 예정이다.
부산= 서대원 기자, 이기성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