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옛날 전자제품들의 CF로 시작된다. 종일 주방 일에 매달린 여성들을 조금씩 해방시켜준 전자제품들. 그래서 요즘도 새로운 전자제품에 호감을 보이는 건 여성 쪽이 더 많다.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게 여성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사일로부터 조금씩 해방되던 여성들이 이제는 사회 분야 곳곳에서 남성들 못지않은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획하는 프로그램마다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승승장구하는 거대 방송사의 CEO인 조안나(니콜 키드먼)가 바로 그런 여성이다. 그런 조안나의 모습은 남성들에겐 위협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조안나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해 또 다시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만 참여한 시청자의 후유증으로 그만 회사에서 책임을 지고 쫓겨나고 만다. 마침 아이는 그동안 일에 매달리느라 가정에 소홀했던 엄마에게 권총을 들이대는 그림으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한다. 불만이 있었지만 아내가 잘나가는 덕에 아무 말 못하고 살던 남편 월터(메튜 브로데릭)는 상실감에 빠진 아내를 위해 스텝포드 마을로 이사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꿈꾸는 그야말로 타워 펠리스같은 완벽한 원터치 시스템이 작동되는 대저택에 말하는 냉장고에, 로봇 강아지까지 스텝포드 마을은 그야말로 꿈의 낙원처럼 보인다.
영화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상류사회와 남성들을 풍자하고 조롱거리로 삼는다. 이곳의 아내들은 한결같이 상냥하고 친절하다. 바비 인형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옷차림으로 남편이 한마디 하면 고분고분 따르는 그야말로 현모양처다. 어딘지 각자 개성이 강해보이지만 일관되게 과장된 미소와 한껏 자태를 뽐내지만 그만그만한 의상들로 가득한 미국 상류사회의 파티 장을 연상시킨다. 그야말로 아내들이 모두 프로그램화 된 것처럼 획일화된 표정과 행동으로 조안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러잖아도 가정에서 충실한 리모콘 역할을 해오고 있는 주부들이 남편의 리모콘으로 작동되는 곳이 바로 스텝포드다. 남편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애들처럼 놀이에 열중한다. 그야말로 남편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아내들은 불평불만 한마디 없이 밤마다 화끈한 섹스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서비스 걸이 되어준다. 하나같이 잘나가던 커리어 우먼이었던 부인들이 스텝포드에 오면서 모두가 현모양처로 개조된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돕는 척 하지만 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지자 위기감을 느낀 남성들. 그야말로 아내에 대한 콤플렉스로 가득했던 남편들이 모인 곳이 바로 스텝포드다. 잘난 여성들에게 위축된 남성들에 대한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커리어우먼 역시 가정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랑이란 결국 단점은 서로 보완하고 사는 게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완벽하게 남편들이 원하는 로봇처럼 살아가는 부인들처럼 결점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 사랑이 아니란 얘기다. 아내든 남편이든 성공의 뒤에는 어느 정도 가족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 성공이 가족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가 진정한 성공의 잣대가 아닐까?
보편적으로 사는 게 인생의 정답이 아니다. 타인을 보면서 인생의 정답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답은 아내와 남편 두 사람의 삶속에 있는 것이지 다른 부부와 같아지는 것에 있지 않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인간의 감성마저 획일화 시키려는 인간의 욕심을 꼬집는다. 하지만 감성마저 획일화 됐을 때 그것은 인간이 아닌 인형이나 로봇에 불과할 뿐이다.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아가는 게 바로 인생이다. 매일 똑같은 모습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과 산다는 게 그리 행복할거 같지는 않다.
커리어 우먼의 과장된 표정부터 졍형화 된 바비 인형 그리고 평범한 아내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니콜 키드먼의 모든 연기가 이 영화 한편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풍자와 조롱이 코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루한 드라마에 그치고 만다. 가벼운 웃음만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마음을 고쳐먹어야 할 것이다. “하하하” 마음껏 웃기 보다는 “낄낄낄” 음미하는 웃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티격태격 싸우며 살아도 완벽함을 향해 모자람을 서로 채워가는 사람들의 삶이 아름답다는 보석을 발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