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는 온통 속편 전쟁이었다. 현재까지 올 여름시즌 최고 흥행작 자리를 꿰차고 있는 <트로이>를 제외하고 대부분 전편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속편들이 극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스파이더맨2>,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슈렉2>는 미국과 한국에서 나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특히나 <슈렉2>의 경우는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그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속편 영화들은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대부분이고 엄청난 성공 이후에 그 후광을 업고 제작되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리딕>은 ‘빈 디젤’이 연기한 영화 속 캐릭터가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면서 기획된 팝콘 무비로 제작비를 일곱 배 이상 쏟아 부어가면서 재창조 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마치 <터미네이터>가 흥행하면서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스타가 되었고 이어 전편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옮겨온 초특급 블록버스터 <터미네티어2>가 만들어진 것과 비슷한 경우다. 흥행면에서는 <터미네이터>식의 신화를 이어가지는 못했으나 필시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화려한 특수효과와 볼거리는 늦여름의 더위를 우주 끝까지 날려버리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20일 날 개봉되는 <본 슈프리머시>는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본’씨리즈의 두 번째 영화다. 차갑고 지적이며 날카롭고 강인한,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첩보원(콕 찍어서…007의 ‘제임스 본드’와 같은)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행동패턴을 보이는 ‘본’은 ‘맷 데이먼’이라는 옆집 청년과 같은 평범한 외모로 관객들을 더욱더 심하게 영화 속으로 빨아들이는데 성공했다. 전편이 박스오피스에서 20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오프닝 성적으로 1위를 기록했던 반면 속편인 <본 슈프리머시>는 첫주 5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편의 두 배 이상 초반 관객들을 끌어 들이며 벌써 세 번째 시리즈 제작에 대한 소문들이 쏟아져 나오게 하고 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놀랍게도 그것은 강력한 ‘캐릭터’가 주 무기가 됐으며 또한 평범한 듯 비범한 남자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전편에도 그랬지만 <리딕>의 경우 여성 캐릭터는 거의 미미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번에도 예의 액션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강력한 로맨스 따위를 기대한다면 금방 실망하고 말 것이다. 오로지 ‘안티 히어로’ 리딕이 어떻게 ‘뉴 히어로’가 되는지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본 슈프리머시>에 있다. 처음부터 ‘본’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길러낸 암살 요원이었다. 기억을 잃고 방황하던 그가 연인과 정착을 했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10분도 되지 않아 전편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여주인공은 차가운 주검으로 변하고 만다. 뿐만 아니라 뭔가 큰 일을 해 줄 것처럼 예고편에 등장하던 여성 캐릭터들은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조용히 사라지기 일쑤다.(물론 사건을 해결하는 권력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었지만, 그녀는 단지 ‘본’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고 만다)
흔히들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그 말이 옳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많은 속편들이 망가져감에 따라 전편의 아우라까지 허망하게 잊어버리는 경우를 다수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리딕>과 <본 슈프리머시>는 다르다. <리딕>은 진화했고 <본 슈프리머시>는 더욱 매력적인 영화로 성장했다. 늦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두 속편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선택은 자유. 즐기는 것도 자유. 하지만... 두 작품을 놓치면 필시 후회하고 말리라. 제이슨 본, 리딕. 올 여름 최고의 남자들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