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에서 만나 저녁을 하면서 가진 대화를 통해 차승재 대표가 말하는 <역도산>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였다. 차승재 대표는 싸이더스의 대표이자 역도산이 탄생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장본인이다. 역도산이 진행되면서 잘되면 기분이 좋아 뛰어다니고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 작은 문제 하나 생기지 않도록 백의종군하는 최고의 공신이다. 역도산은 수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영화는 단 한편도 나오지를 못했다. 그것은 그만큼 역도산이라는 인물이 일본 내에서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야쿠자와 우익, 조총련, 기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적과 우상이 되어온 역도산.
<역도산>의 시작은 낡은 사진 한 장에서 시작 되었다. 어느 날 송해성 감독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들이 댄 역도산이 밝은 햇살을 받으며 작은 체구의 여인을 옆에 두고 그녀의 가슴 품에 손을 올려놓은 행복해 보이는 사진 한 장...차승재 대표는 그날을 추억하면서 “사진을 받는 순간 너무도 신기하게 느낌이 왔다. 밝은 햇살아래 아름다운 여인을 품에 두고 있으면서도 얼굴은 찡그리고 있는 큰 덩치의 사내는 강함 속에 남자의 외로움이 뭍어나는 모습이였다. 송 감독에게 역도산에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서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우리는 의기투합 했다.”고 이야기 했다.
차승재 대표가 <역도산>의 제작을 기획 할 당시 일본에서는 총 다섯 편의 역도산이 제작 준비중이였다. 마음이 급해진 차승재 대표는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일본에서 역도산을 제작중인 친분이 있던 제작자 가와이 신야에게 연락을 했다. 전화를 해 건넨 첫마디가 “우리가 지금 역도산에 대한 시나리오 작업이 거의 끝났는데 당신들도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시나리오가 나오면 서로 교환해서 좋은 것으로 밀어주는 것이 어떤가?”라고 한다.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인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급조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일본으로까지 찾아간 차승재 대표는 시나리오 싸움에서 승리를 했고 한, 일 공동 제작 이라는 큰 성과까지 얻게 되었다. “일본을 빼고는 역도산이라는 영화는 만들어 질수 없다는 판단이 생겨서 적극적으로 일본에 대쉬를 한 것이고 내심 긴장되는 시간 이였다. 그것이 통해서 너무나 기뻤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하지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4곳의 제작이 진행 중인 상태이니 걱정이 남은 것이다. 그래서 차대표는 일본 관청에 미리 역도산의 제작 신청을 했다. 일본인들의 신중한 영화제작 준비 과정을 이미 겪은 경험으로 역으로 신속하게 나간 것이다. 그의 작전은 적중 했다. 한국의 <역도산>의 제작의 소식을 들은 다른 제작 팀들은 하나씩 영화를 접게 되었고 자신들이 다루지 못하는 민감한 부분까지 잘 요리된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로 스스로 물러서기도 했다. 차승재 대표는 이제 순탄한 길로만 가게 될 줄 알았다. 오랜 시간 제작자의 일을 하면서 영화제작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잠시 잠깐 동안의 행복감에 젖었었다.
투자자들을 모으고 본격적인 제작 준비를 하는 일이 남았다. 그런데 어렵싸리 모인 투자자들이 어느 순간인가 투자를 포기하는 일이 생겼다. 일본의 야쿠자와 우익에 관한 내용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물론 야쿠자의 압력이 직접적으로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지레 겁을 먹은 투자자들이 손을 잡기를 망설이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일본 측 제작자인 가와이 신야는 “우선 만들자 그러면 투자도 들어 올 것”이라면서 서로를 격려하면서 시작을 했다. 그 예상은 완전히 적중했고 이제는 큰 걱정 없이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최후의 방법으로 식사를 사겠노라 부른 자리에서 “경구씨가 안 해도 돼. 최후의 방법이 있거든. 내 배 보이지? 일본에 가와이 신야가 나보고 해보래 그래서 그런다고 했지”라고 자신이 직접 역도산의 역을 맡아서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차대표의 작전은 설경구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해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이 만들어버렸다. 설경구는 “차대표가 출연하는 것을 어떻게 보나? 이런 생각을 하니 그건 막아야 하겠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한다고 했다. 근데 지나고 나니까 당한 것 같다.”고 농담 섞인 말로 그때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취재 기간동안 본 차승재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나와서 감독이나 배우, 스텝들에게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굵은 거목처럼 <역도산>의 탄생에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차승재 대표는 자신의 공을 “나는 영화 만들기 편하게 해줄 뿐이고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들 몫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 해 주고 있어서 너무 고맙다.”며 다른 역도산의 모든 스텝들에게 돌렸다. 이렇듯 <역도산>은 차승재 대표의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모든 스텝들이 발로 뛰어 만든 만큼 뜨거웠던 히로시마의 날씨처럼 강렬한 영화로 태어날 것이다.
다음 편에는 촬영장에서 만난 일본인 스텝들을 만나 보게 될 것이다.
히로시마 = 최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