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이하 아즈미)>은 제목에서 어떤 영화인지 누가 나오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말 그대로 ‘아즈미’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검객이 속세로 나와 엄청난 혈전을 벌인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다. 어머니를 잃고 무사로 길러진 아즈미는 가장 친구를 죽여가며 최고의 검객이 된다. 마치 독수리 5형제를 방불케 하는 멤버들이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들면서 대지를 적시는 피의 세례를 피하지 못하고 싸움에 말려든다. 자칫 그들에 고민이나 과거사가 보일라치면 어느 순간 눈부신 칼날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영화의 매력은 딱 거기까지다. 정치적인 상황이나 이해관계는 싹 무시해도 상관 없다. 어차피 중요한건 소녀 검객 아즈미의 활약이니까.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아즈미>는 만화보다 더 고민이 없이 칼부림 놀이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사지는 조각조각 분리되어 쌓여가고 바닥은 흥건한 피로 넘쳐흐른다. 전작에서 저예산 퓨전 호러 액션의 절정을 보여주었던 기타무라 류헤이는 <아즈미>라는 작품을 통해 자본의 도움으로 작품의 질적 레벨-업을 시도하지만 여전히 그 악동 기질은 버리지 못한다. <버수스>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보다 테크니컬한 카메라 워크나 나름대로 정교해진 특수효과 그리고 이름 있는 배우들을 기용한 것 외에는 <버수스>의 그것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감독에게서 <버수스> 이후로 뭔가 발전한 모습을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은 자칫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여전히 살육장면은 과잉 되고 이야기는 중심이 없으며 짧은 미니스커트 같은 옷을 입은 주인공의 액션은 계속 반복 되어 상황을 악화시켜 나간다.
<버수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즈미>역시도 그냥 게임을 하듯 두시간 동안 흐르는 피와 귀를 울리는 전자음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찌 됐거나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처음엔 혐오스럽던 장면들이 나중에는 아무 생각 없이 느껴질 때, 그리고 그 순간을 지루하게 느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무뎌진 감정에 스스로 놀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아즈미 역의 ‘우에토 아야’가 한때 전 일본 미소녀 선발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할 정도로 출중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용준과 CF에도 함께 출연한 우에토 아야는 그러나 영화 속에서 여장을 하는 단 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내내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무표정한 살육만을 일삼는다.
또한 최근 <밝은 미래>라는 작품을 통해 방황하는 젊음을 보여주었던 ‘오다기리 조’는 일본 최고의 꽃미남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광기어린 자객 역으로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하얀 옷과 하얀 메이크업 그리고 붉은 아이쉐도우와 입술을 하고 미친 듯이 자지러지게 웃고 있는 그를 보자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