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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현지 리포트 3탄! 마침내 박찬욱 감독이 해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이 전하는 57회 칸영화제 소식 | 2004년 5월 23일 일요일 | 칸=영화평론가 전찬일 이메일

심사위원대상 '올드 보이'
심사위원대상 '올드 보이'
황금카메라상 '오'
황금카메라상 '오'
심사위원상 '열대병'
심사위원상 '열대병'
마침내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해냈다.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하고 성공적일 뿐 아니라 쟁쟁한 라이벌이 즐비했던 올 57회 칸 영화제에 처녀 출전해,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이로써 한국 영화는 올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사마리아>의 김기덕)에 이어 칸에서까지 수상하는 ‘역사적 위업’ -주지하다시피 우리 영화가 사상 최초로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이 지난 2000년(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 표현이 결코 과장만은 아니리라-을 이룩했다.

이번 쾌거는 통속적으로 말하면, <올드 보이>의, 박찬욱의, 한국 영화의, 나아가 아시아 영화의 ‘승리’요, 박찬욱 혹은 쿠엔틴 타란티노 식으로 말하면 통쾌한 ‘복수’다. 특히 평균 평점 2.4점을 준 ‘스크린 인터내셔널’(이하 스크린)과 달리 ‘올드 보이’에 객관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치욕스런 0.85를 부여한 ‘르 필름 프랑세’ 15인 평가단, 그 중서도 0점 내지 1점을 준 11명의 저널리스트 내지 비평가들을 향한 통쾌한 일격이다.

르 필름 프랑세의 최악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올드 보이>가 빈 손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분위기는 사실 영화제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강하게 일기 시작했다. 영화가 공식 선보이기 전부터 이미 <올드 보이>에 대해 호의적 관심을 표명해온 스크린에서는 올 칸 영화제를 결산하면서, <올드 보이>를 스크린 평점에서 3.0으로 선두를 달린 아네스 자우이의 <룩 앳 미>와, 19일 공식 상영되면서 영화제 후반을 한층 달궜다는 평을 받은 월터 살레스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리고 19편의 경쟁작 중 가장 먼저 공식 소개되면서 올 칸의 순항을 예고한, 일찌감치 수상권에 들었던 일본 코레-에다 히로가즈의 <아무도 모른다>와 함께 올해 “칸의 제1사단에 포함될 자격이 있는 재능들( talents worthy of inclusion in Cannes’ first division )”이라고 진단했다.

심지어 르 필름 프랑세에서마저도 눈이 번쩍 뛰는 결산 기사를 22일 마지막 10일 자에 실었는데, 일반 대중과 세계 각국의 기자들, 영화계 전문 종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황금종려상의 유력 후보로 <아무도 모른다>와 <올드 보이>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력시되던 최민식은 반면 그 후보 순위에서 벗어나 있었고. 믿거나 말거나, 재미 삼아 발표된 그 기사는 결국 <올드 보이>에 대한 평가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함축했다. 심사위원들이라고 예외일 리는 없었다. 게다가 ‘버라이어티’ 지에서는 심사위원장 타란티노가 <올드 보이>를 너무나도 좋아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강력 밀고 있다는 가십이 돌고 있다는, 말 그대로 가십 성 기사까지 전했다.

감독상 '엑사일' 토니 갓리프
감독상 '엑사일' 토니 갓리프
남우주연상 '아무도 모른다' 유야 야기라 (감독이 대리수상)
남우주연상 '아무도 모른다' 유야 야기라 (감독이 대리수상)
여우주연상 '클린' 매기 청
여우주연상 '클린' 매기 청
상황이 이러니만큼 설사 황금종려상은 아니더라도 심사위원 대상이나 감독상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을 잔뜩 고대했을 최민식에겐 미안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기대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 <올드 보이>가 칸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것처럼 과장 보도가 즐비했다는데, 결과적으로 그 과장 보도가 사실로 귀결된 셈이다. 당연히 “올해로 7번 칸을 찾은 경험에 근거해 판단컨대, 이처럼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리거나 최악의 평점을 받은 작품 중에서 황금종려상 및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상을 안은 적은 없다”는 지난 번 2탄에서의 내 진단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고.

황금종려상 '화씨 9/11' 마이클 무어
황금종려상 '화씨 9/11' 마이클 무어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마이클 무어의 논쟁적 다큐멘터리 <화씨 9/11>에 돌아갔다. 그로써 미국 은 2003년-이미 밝혔듯,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가 감독상과 동시에 안았다-에 이어 2년 연속적으로 칸을 점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마디로 ‘퍽 더 부시 정권!’( Fuck the Bush Administration! )으로 요약할 수 있을 영화는17일 4시 공식 상영 시, 20분에 달하는 기립 박수를 받았을 뿐 아니라 스크린 평점에서도 2.8점을 받는 등 수상은 따논 당상인 감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노골적?도발적 정치성 혹은 반미성 탓에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진 않았다. 결국 이번 칸의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보수보다는 진보 혹은 변화, 파격를 지향하는 의외의 방향으로 나간 셈이다.

“뜻밖”은 감독상과 심사위원상에도 해당된다. <엑사일>과 <열대병>은 스크린 평점에서도 평균 평점 1.4점으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함께 바닥권을 형성하는 등, 전혀 주목할 만한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니 어찌 의외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참고 삼아 밝히면 <열대병>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올 칸 경쟁 작 가운데 가장 인상적으로 본 작품 중 하나이긴 하다.) <아무도 모른다>의 남우주연상 수상도 뜻밖이긴 마찬가지다. 연기를 못했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영화를 보며 그 가능성을 점치긴 했으나 수상자 유야 야기라가 겨우 열 네살에 불과한 어린애인지라 “설마” 했던 것이다. 그래, 차라리 최민식이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2046>의 토니 륭(양조위) 등 중에서 받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이다.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결국 예상에서 빗나지 않은 건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정도다.

각본상 '룩 앳 미'
각본상 '룩 앳 미'
수상 결과만 놓고 보면, 올 칸은 미국과 프랑스, 아시아 모두의 손을 들어준, 황금 분할적 분배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엑사일>의 감독상 수상은 그 안배의 결과일 지도 모르겠다. 무례하다고 할 수도 있을 테지만.) 미국 총 7개의 본상 중 미국 2개, 프랑스 3개, 아시아 3개이기에 하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악동’으로 악명 높은 타란티노는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반영한 파격을 구사하면서도 조화와 타협을 아우르는 멋진 역할을 환상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이래 저래 올 칸은 성공적이란 평가가 말만은 아닐 성싶다. 신인감독상인 황금카메라 상은 이스라엘과 프랑스 합작 영화, <오( Or )>가 차지했다. 매춘부 엄마의 새 삶을 위해 무던히 애쓰는 10대 딸 오가 결국은 삶의 무게에 굴복해 역시 매춘부의 길을 걷게 되는 감동적 휴먼 드라마다.

수상 결과
황금종려상, <화씨 9/11>, 마이클 무어, 미국
심사위원대상, <올드 보이>, 박찬욱, 한국
심사위원 상 ; <레이디킬러스>, 이르마 P. 홀(극 중 여주인 공 먼슨 부인 역), 미국 & <열대병>,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태국
감독상 ; <엑사일>, 토니 갓리프, 프랑스
각본상 ; <룩 앳 미>, 아네스 자우이 & 장-피에르 바크리, 프랑스
남우주연상, <아무도 모른다>, 유야 야기라, 일본
여우주연상, <클린>, 매기 청(장만옥), 프랑스
황금카메라 상, <오( Or )>, 이스라엘/프랑스

3 )
soaring2
다시봐도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2005-02-13 06:50
cko27
ㅜㅜ정말 대단 합니다. 한국인인게 자랑스러워요.^^   
2005-02-07 14:12
jju123
역시 박찬욱감독 대단해여~~ 더멋진영화 부탁 드림니다   
2005-02-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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