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김태성
영화 음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역할을 한다. 무거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도 하고, 가벼운 분위기를 진지하게 혹은 급박하게 만들기도 한다. 혹은 관객들이 인물들의 심리상태에 따라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게 만들기도 하고 영화 속 인물보다도 먼저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눈치채고 두근거리게 하기도 한다. <안녕!유에프오>로 데뷔한 신인 음악감독 김태성 감독은 전자를 ‘상황을 대변하는 음악’, 후자를 ‘감정을 대변하는 음악’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안녕!유에프오> 속에서 부드럽게 녹여낸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안녕!유에프오> OST를 통해 정식데뷔했지만, 신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프로페셔널한 경력의 소유자. <친구>, <연애소설>, <챔피온> 등 30여 편의 흥행영화 예고편 음악을 작곡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전시음악을 작곡하기도 한 신인 아닌 신인 감독이다. 그리고 드디어 음악감독으로 입봉한 그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느낌을 살려서 작업한 <안녕!유에프오>의 OST는 젊은 감성이 톡톡 터져 나오는, 풋풋한 영화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전체 트랙은 총 31곡. 보너스 트랙을 포함하면 32곡이다. 가사가 없이 1분에 못미치는 ?은 스코어들이 다수긴 하지만 각 장면마다 전달하고 싶은 상황, 혹은 감정에 따라 스코어를 이만큼이나 달리 했다는 것은 감독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점. ‘상황을 대변하는 음악’은 서술하는 느낌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감정을 대변하는 음악’은 감상적이고 조금은 환상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상황과 감정에 따라 나뉘어진 31곡은 시각장애인 경우(이은주 분)의 꿈과 희망, 그리고 그녀를 짝사랑하는 시내버스기사 상현(이범수 분)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발랄하게 혹은 다정한 위로를 담은 음악들로 맛깔스럽게 영화를 채워나간다.
OST에 수록된 곡들 외에도 영화 속에 삽입된 전인권의 <행진>과 <돌고 돌고 돌고>, 전원석의 <떠나지마>, 사랑과 평화의 <얘기할 수 없어요> 등 주옥 같은 명곡들도 귀를 즐겁게 하는 곡들. 짝퉁 DJ인 상현에 의해 경우와의 사랑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연주곡 사이에 활기를 준다.
지나치게 무겁고, 자극적인 영화들이 주는 부담을 풀고,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반가운 영화 <안녕!유에프오>. 영화는 ‘시각장애인’과 ‘UFO’라는 다소 황당하고 부담스러운 소재를 가지고 출발하지만 따뜻한 시선과 발랄함으로 그 부담의 무게를 벗어낸다. 마치 진하게 농축된 치즈케익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그리고 <안녕!유에프오>의 OST는 그 치즈케익을 한입 가득 문 것처럼 진하고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