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민간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쇼’라는 외래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함축할 수 있다. 첫째,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에는 올라 와 재미를 던져 주는 버라이어티 쇼를 보았을 때의 경우 “너, 그 쇼 봤냐!” 둘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의 눈에 비춰졌을 때 영 아니다 싶을 경우 관전하는 이로부터 듣는 ‘친근감’ 있는 핀잔, “너, 쇼하냐!”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 상황을 두고 보자면 영화 <쇼쇼쇼>는 작품을 만든 그들에게 죄송스럽긴 하지만 전자보다는 후자 쪽에 좀 더 근접한 복고풍의 코믹 멜로물이다.
근간의 영화들이 그러했듯 <쇼쇼쇼>는 지난했던, 하지만 다정다감했던, 과거의 한때를 다시금 불러들인다. 그것도 시도 때도 없이 불끄기 운동, 다시 말해 등화관제를 나라의 지령에 따라 해야만 했던 박통 때의 1970년대 중반을 영화는 택하고 있다. 그러기에 첫 장면부터 <친구>나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와 같은 영화가 포개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반면, 진한 노스탤지어 속에서 마초들의 우정과 의리를 다루었던 <친구>나 서민들의 애틋한 정서 속에서 판타지한 측면들을 배합했던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와는 달리 <쇼쇼쇼>는, 칵테일이라는 신문화상품과 당시의 서슬 퍼런 시대상을 코믹이 주축이 된 영화 안에 녹여내고자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는 산해(유준상)와 윤희(박선영)가 자신들의 친구와 함께 사악한 장애물이 있음에도 사랑은 물론이고 꿈과 희망을 쟁취하고자 칵테일 바를 차리며 갖가지 소동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듯 <쇼쇼쇼>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복고풍의 선배격 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기에 이와 같은 진부함을 타파하고 영화 안에 신선함과 울림이 있는 의미를 불어넣고자 칵테일을 선택하고 억압적인 당시의 분위기 담아내려고 애쓴 것이다.
하지만, 단적인 예로 칵테일 쇼를 시연하려고 연습하는 과정과 구슬땀의 결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영화는 너무 평이하고 심심하게 그들을 잡아냄과 동시에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하고자 갑작스럽게 부르댄 “쟤(산해), 아버지가 빨갱이란다”라는 설정은 따뜻하고 속이 꽉 찬 영화가 될 뻔했던 <쇼쇼쇼>에 있어서 악수(惡手)였다는 사실이다. 산해와 윤희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역시 비약이 심한 이야기 구성으로 인해 절실함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TBC(동양방송)의 불후의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 ‘쇼쇼쇼’의 흥겨움과 국가라는 거대한 존재아래 기력이 쇠락해가는 서민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낚아 올리고자 표명했던 영화는 안타깝지만 그 의도로만 머물고 나아가지 못했다. 갈 곳 없는 행려병자들을 위해 구성진 가락과 함께 한 바탕 잔치를 벌이려고 했지만 처음이기에, 그들을 향한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상황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