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명랑한 주말, 그리고 변덕이 심한 날씨 속에서도 우리의 발길을 주저 없이 이끈 주체는 다름 아닌 <별>의 촬영 현장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그간 뜻하지 않은 일로 마음고생을 적잖이 했을 유오성이 절치부심한 끝에 선택한 작품이기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촬영장 안에 발을 디딘 순간, 예상과 달리 눈이 내리는 밖과 마찬가지로 싸늘한 한기의 대기가 촬영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전화국 엔지니어로 등장하는 유오성이 박진희와의 어긋난 사랑에 깊은 시름을 앓고 첩첩산중에 위치한 한직을 자청, 중계소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데, 바로 유오성이 쓸쓸히 지낼 중계소 막사를 정성스레 세트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야트막한 자리에 위치한 막사는 언뜻 을씨년스러워 보였으나 집 둘레로 수북이 쌓인 눈, 눈사람, 샌드백,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드름 그리고 마치 입김이 서린 듯한 자그마한 창문을 보자니 묘하게도 아기자기 한 느낌도 들었다. 허나, 막사의 배경은 블루 스크린 기법을 이용, 결국 CG 작업을 거쳐 재탄생하기에 건물에 대한 품평회는 공사가 완료된 이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한 후 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별>은 ‘남자 멜로’, ‘휴먼 멜로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으로 우리가 기존에 보아왔던 남녀 커플의 알콩달콩한 짧은 호흡의 동시대적 사랑이야기를 넘어 인생을 뒤돌아보고 조망할 수 있게끔 인간애가 절실하게 담긴 깊고 커다란 감동의 러브스토리이다. 이날 진행된 촬영 신은, 자신들의 상처 입은 사랑을 다시금 치유하고자 소백산 중계소로 영우(유오성)를 찾아간 수연(박진희)이 그와 썰매를 타다 사고를 당한 후 어렵사리 치료를 마치고, 막사 안에 누워 있는 그녀와 영우가 해후하는 장면이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유오성은 여전히 선뜻 다가서기 힘들 정도로 음영의 굴곡이 깊은 얼굴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복장과 헤어스타일은 깊은 산골에 홀로 사는 사람답게 순박하고 순진함 그 자체였다. 특히, 영화 <친구>에서 선보였던 부시맨 스타일의 뽀글 머리와는 완전 상반된, 가공된 멋이 전혀 없어 보이는 그의 머리모양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체놀이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신 내내 방 안에 누워서 얼굴연기를 펼쳐야 했던 박진희는 여전히 청순하고 앳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박진희를 처음 본 필자는 주책없이 빠금하게 뚫린 창문을 통해 극 중의 수연을 촬영 내내 뚫어지게 보았고, 그 결과 무지하게 예쁘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백수들이 즐겨하는 시체놀이와 그녀의 연기는 그 본질을 달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화 촬영, 생 노가다임과 동시에 기다림과 인내심의 결정체에 다름 아니다.
한 겨울의 눈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열심히 꽃소금 포대자루를 ‘어영차’ ‘어영차’ 나르는 스텝들과 칼바람 속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배우들의 혹독한 노고의 결정체 <별>은 따사로운 봄기운이 그득한 5월에 우리와 만나게 된다.
Q: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유오성: 고아로 자랐고 좋은 품성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외로움을 간직한 친구다
박진희: 유명한 수의사 아버지를 둔 여 수의사로 내숭도 떨 줄 알고 명랑하고 또 인간적인 면도 가지고 있는 여자이다.
Q: 영화의 장르가 멜로인데 전에 출연했던 영화들과 차이가 있다면
유오성: 큰 차이는 못 느낀다. 장르보다는 영화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영화는 인생을 깊이 있고 넓게 바라보는 데 있어 좋은 경험이 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Q: 막사 안에서 유오성 씨와 함께 지내는 알퐁스라는 개도 등장한다고 하던데...
유오성: 말 안 듣는 아역배우보다 백배 낫다. 농담이고, 정말 NG 한번 안 낼 정도로 영리한 개다. 알퐁스가 워낙 바빠 우리가 개한테 스케줄을 맞춰 촬영할 때도 많다.
Q: <간첩 리철진>이후 4년 만에 만나는 건데 느낌은 어떠한가
박진희: 감회가 새롭다. 4년 전에는 정말 선배님이라는 호칭도 부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 워낙 카리스마가 강한 분이라. 하지만 지금은 농담도 잘하고 가끔 개인기도 보여 주실 만큼 편안하다. 그래서 아주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다.
유오성: 개인적으로 <간첩 리철진>은 주연으로 등장하는 처음 영화였고, 진희 역시 당시에는 신인연기자였기에 서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여유가 있기 때문에 촬영장의 분위기가 항상 화기애애하다.
Q: <별>을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박진희: 원래 추위에 약하다. 그래서 혹독한 날씨 때문에 조금 고생했다. 추위 외에는 그다지 어려운 점이 없었다.
유오성: 큰 어려움은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영화에 내가 선택되어졌고 그렇기에 맡은 바 역할을 열심히 했을 뿐, 크게 힘들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다.
Q: <별>은 어떤 영화인가
유오성: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게끔 만드는 영화이다.
박진희: 남녀 둘만의 사랑얘기가 아니다. 인간애가 느껴지는 영화로 인생의 한 면만이 아닌 여러 면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Q: 상대역이 누구인지 알았을 때의 느낌은
유오성: 상대역이 누구인지 따라 바뀌는 것은 없다. 항상 상대역을 맡은 배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박진희: 솔직히 난 선배님이 나의 상대역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나 기뻤다. 알아서 해주시는 것도 많을 것이고, 관객도 많이 들 거라고 생각했고, 어쨌든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아주 좋았다.
Q: 마지막으로 인사말 한마디 부탁한다.
박진희: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너무 쉽게 평가를 할 때가 조금은 속상하다. 여하튼, 나중에 영화를 보시고 <별>이 전해주려고 하는 메시지를 잘 담아 가셨으면 한다.
유오성: 현재 진행되는 한국 영화의 풍성함에 우리의 <별>이 일익을 담당했으면 한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시간이 있으면 봐 달라! 그리고 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고
취재: 서 대원
촬영: 안 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