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제작사 ‘강제규 필름’의 최진화 대표와 강제규 감독, 주연배우인 장동건, 원빈, 이은주를 비롯해 홍경표 촬영감독, 정두홍 무술감독, 정도안 특수효과 감독, 강제규 감독과의 의리를 과시하며 우정출연하는 최민식까지, 참여하는 전 스탭들이 참석해 <태극기 휘날리며>를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영화로 만들겠다며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드러냈다. 제작발표회를 시작하면서 상영된 제작 준비과정을 담은 5분 가량의 ‘메이킹 리포트’는 이런 이들의 희망과 각오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모여든 모든 이들의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이날 누구보다도 큰 짐을 지게 된 강제규 감독은 “전투하는 기분으로 끝까지 긴장해서 우리가 꿈꾸는, 우리가 목적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인사를 대신했다. ‘강제규 필름’의 최진화 대표는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휴전 50년을 맞아 다시는 어떤 전쟁도 반대한다는 반전기원영화라고 할 수 있으며, 5년 전 <쉬리>처럼 세계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재검증을 받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미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으며,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커다란 책임감이 전 스탭들에게 남다른 열의와 자신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였다. 스탭들의 인사가 끝나고 마련된 간담회에서는 영화에 대한, 특히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강제규 감독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Q. 규모가 상당하다. 영화를 어떻게 만들 건지?
A. 강제규 : <쉬리>로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유럽권에서의 한국영화의 가능성은 미지수다. 시행착오를 거쳐 해외시장 가능성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세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영화가 필요했다. 이 영화는 나의 의지의 발현이자 새로운 시장가치실현의 도전과 의지이다.
Q. 자칫 반공영화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강제규 : 영화의 접근 자체가 피해자, 가해자의 공식이 아닌 우리에게 닥친 현실, 전쟁이라는 상황, 우리 민족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 전쟁을 얘기할 것이다. 적을 섬멸하는 얘기가 아닌 전쟁 상황 속 한 형제의 이야기로 인간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중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더욱 그런 요소를 배제할 생각이다.
Q. 다큐멘터리 영향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던데?
A. 강제규 : 전부터 전쟁이라는 운명과 싸우는 개인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년 전 가을에 모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홀로 자식을 키우며 50년간 수절하던 할머니가 유해발굴 사업단에서 온 편지를 받고 딸과 함께 남편의 유골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장면을 그린 다큐였다. 보고 난 뒤 그 동안 가짜를 가지고 고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Q.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인데, 어떻게 세계 시장의 감성을 맞출 계획인지?
A. 강제규 : 전쟁이 가지고 있는 드라마의 내러티브는 어떠한 소재보다 강렬하다. 문제는 그것으로 무엇을 보여주는 가다. 이 영화는 사랑, 가족의 가치, 숭고함을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접근으로 여느 전쟁영화와 차별화 된다. 그동안 다뤄왔던 영화와의 경쟁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외국인들의 공감대가 가능하다.
Q. 130억이라면 엄청난 제작비다. 투자진행단계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A. 최진화 : 현재 전체 제작비 중 40%가 이미 투입된 상태다. 국내 시장만을 보고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30% 정도의 제작비를 확보할 예정이다. 2월 말까지는 전체 제작비를 확보하는 데 낙관적이다.
Q.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장동건 : 시나리오 읽기 전에 출연결정을 했는데 강제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이유이다. 할아버지, 아버지께 전쟁이야기 들으며 컸는데 할아버지처럼 전쟁을 겪었던 세대가 돌아가시고 사라진 지금 같은 시기에 나와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해안선>이 단거리경주였다면 이 영화는 마라톤같은 영화이다. 촬영기간이 긴 만큼 체력과 정신, 특히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은주 : 역시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감독님을 만나서 결정했다. 출연 결정에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가장 컸다. 그리고 내가 맡을 ‘영신’이라는 캐릭터가 맘에 들었다. 한국의 전형적인 강한 의지의 여성상을 연기한다는 것은 나한테 굉장히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원빈 : 강제규 감독님에 대한 신뢰는 기본이었고 기존의 미소년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강한 남성상을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던 중 출연하게 되었다.
Q. 서로 형제로 나오는데 그렇게 느껴지는가?
A. 장동건 : 원빈은 데뷔할 때부터 봐왔던 후배다. 형제같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형제로 출연하게 됐다. 영화 속에서는 더욱 형제같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
Q : 상대배우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A. 장동건 : <연애소설>에서 이은주씨 연기를 보고 상당히 느낌이 새로웠다. 연기가 성숙되서 나이가 많은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어리더라. 굉장히 매력있는 여배우다.
이은주 : 실제로도 약혼녀나 친동생이었으면 좋겠다. 두분 다 너무 잘생기시고 착하시다.
원빈 : 장동건씨는 데뷔 전부터 팬이었다. 앞으로도 큰 의지가 될 것 같다.
Q. 기대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강제규 : 많은 관심과 우려를 알고 있다. 반드시 일년 후에 우리영화의 새로운 장, 희망적인 작품이 탄생하도록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 많은 질책과 기대 부탁드린다.
6.25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두 형제의 운명과 형제애를 그린 초대형 전쟁 스펙타클 <태극기 휘날리며>는 오는 2월 10일 전주에서 크랭크인 해, 8개월 간의 촬영을 마친 후 내년 설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취재 : 구교선
촬영 : 이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