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그가 돌아왔다. 항간에서는 그간, 광고 단편영화로 아예 그가 전업을 한 건 아니냐는 완곡한 조소를 날리는 상황까지 연출됐었다. 하지만 한석규는 CF 단편으로써 돌아온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이중 국적?을 가지고 우리 앞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무비스트는 간만에 대중 앞에 자신을 노출시킨 한석규를 조금 더 빨리 보고자 택시를 타고 시사회장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야심한 새벽에나 맞닥뜨릴 수 있는 총알 택시스러운 기사아저씨를 뜻하지 않게 대낮에 만나 예정시간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허나, 이미 한석규를 독차지 해 인터뷰하는 발빠른 매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비사이로 막가가 기자로 있다는 일본 언론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아마도 150만 불에 이미 <이중간첩>이 일본으로 수출됐다는 희소식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일본 언론과의 간단한 인터뷰가 끝나 후 한석규는 일찌감치 와 있던 선배연기자 송재호를 발견, 깍듯하게 인사를 한 후 극진히 그를 모시고 시사회장으로 입성했다. 송재호는 <이중간첩>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한다. 언제나 그랬듯 시사회장에는 수 년 만에 컴백한 그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할 사진기자들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이어, 회색 양복으로 깔끔하게 매무시 잡은 한석규와 멋들어진 머플러로 한껏 자태를 뽐낸 고소영, 그리고 '시사회장=도떼기시장판'이라는 사실을 간판한 거구의 감독, 김현정은 정장대신 캐주얼한 복식스타일에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올라섰다.

과장됨 없이 이중간첩의 삶을 진중하게 그린 영화만큼이나 이들은 시사회 내내 오바하지 않고 방정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수많은 언론단이 눈에 확 들어오도록 두 남녀주인공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영화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감독은 '따'시켰다는 사실.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건 알지만, 최소한의 매너는 지켰으면 하는 것이 동종업자로서의 바람이다. 필자, 고소영한테 사인받고 싶었어도 번잡함을 피하고자 무지 참았다.

Q: 간단한 인사말 부탁한다.
한석규: 영화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영화에 참여한 스텝들을 비롯해, 영화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중간첩>이 관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만한 영화가 됐으면 한다.

고소영: 많은 분들이 고생했는데, 난 별로 한 게 없다. 부족한 면이 많지만 열심히 했다. 예쁘게 봐 주시고,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

김현정(감독): 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고,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취재: 서 대원
촬영: 안 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