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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을 덜어낸 자리에 일렁이는 감정의 파동 (오락성 7 작품성 7)
파반느 | 2026년 2월 27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이종필
배우: 고아성, 변요한, 문상민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3분
개봉: 2월 20일(넷플릭스)

간단평
식당에서 눈이 맞았던 엄마(이봉련)와 아빠(박해준). 아기 팔뚝만 한 뼈다귀를 당당하게 내밀며 관심을 표했던 여자와, 그런 그녀에게 같이 살자고 터프하게 밀어붙인 남자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겨진 ‘경록’(문상민)은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다. 세상과 단절한 채 고독 속에 침잠해 있던 그는, 백화점 지하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우연히 ‘미정’(고아성)을 마주한다.

박민규의 인기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2009)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탈주>(2024)의 이종필 감독을 만나 영화로 재탄생했다. 일명 ‘빈티지 로맨스’로 불리는 소설의 감성을 어떻게 스크린에 이식할지, 그리고 주인공인 ‘못생긴 여자’에게 어떤 생기를 불어넣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80년대의 정서를 현재의 시점으로 끌어오는 작업 또한 제작진의 주요한 과제였을 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반느>는 청춘의 아픔과 성장, 사랑, 그리고 그 이면의 아련함을 일궈내는 데 성공했다. 섬세하고 내밀한 멜로를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낸 일등 공신은 단연 ‘어우러짐’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배우 간의 조화로움, 그들이 빚어낸 연기의 하모니, 그리고 음악과 미술, 조명까지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한 방향을 향해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는 점이다. 각 요소가 자기주장을 펼치기보다 전체적인 조화에 집중하며 극의 농도를 맞췄다. 먼저 시선을 잡는 건 빠알간 볼을 한 고아성이 소화한 미정이다. 볼품없는 외모 탓에 어릴 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피하던 소녀, 아버지가 남긴 빚쟁이들의 독촉과 돌봐야 할 동생까지 짊어진 채 어른이 되어서도 고달픈 삶을 버티는 인물이다. 주눅 들고 망설임 가득한 얼굴 사이로 얼핏 보이는 희망과 설렘은 고아성이기에 비로소 해사하게 빛난다. 무용수의 꿈을 접고 무감각한 나날을 보내던 경록 역의 문상민은 청춘 그 자체다. 허무와 고독, 아픔과 성장의 찬란함을 오직 존재만으로 표현해 냈다. 여기에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하는 변요한은 노란 머리의 눈에 띄는 외양으로 일견 요란해 보이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하지만 그는 자칫 과잉으로 흐를 수 있는 지점을 영리하게 피하며, 절제의 연기 내공으로 극의 밀도를 채웠다. 적은 서사와 대사만으로도 인물의 존재감을 충분히 증명해 낸 감각이 돋보인다.

“십 대 시절부터 줄곧 멜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종필 감독은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 묻혀 있던 진실한 사랑을 찾아내어, 우리 시대의 청춘에게 가장 사려 깊은 위로를 건넨다. 담담한 연출로 관객이 이 세 청춘의 시간을 애틋하고 아련하게 지켜보게 만든다. 억지스러운 장치 없이 인물들의 감정선을 가만히 따라가는 시선은 청춘이 가진 다각적인 얼굴을 세련되게 완성한다.



2026년 2월 27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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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피의 자극이 아닌 내면의 감성을 일깨우는 멜로 오랜만! + 고아성, 문상민, 변요한의 3인 3색 청춘의 얼굴
-해피해피한 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 너무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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