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팀 밀란츠
배우: 킬리언 머피, 아일린 월시, 미셸 페어리, 클레어 던, 헬렌 비언, 에밀리 왓슨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98분
개봉: 12월 11일
간단평
인류에게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불을 가져다 준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로 분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킬리언 머피가 1980년대 중반, 아이랜드의 소도시에 사는 석탄 판매상 ‘빌 펄롱’으로 돌아왔다.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평소 작가의 팬으로 유명한 킬리언 머피가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해 일찍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작은 지역에서 석탄을 팔며 다섯 아이와 아내(아일린 월시)를 건사하는 성실한 가장인 한 남자의 작지만, 큰 용기 있는 행보와 그 마음의 흐름을 찬찬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어느 날 지역의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던 ‘빌’은, 임신으로 인해 강제로 수녀원에 보내진 소녀를 목격한다. 이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도록 도와달라고 빌에게 부탁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발을 돌릴 뿐이다. 다음 날 빌은 그 소녀가 석탄 창고에 감금되어 벌을 받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옆집의 수저 개수까지 알 정도로 좁은 지역 사회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수녀원이다. 빌의 다섯 딸 또한 수녀원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앞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수녀원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밥줄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동네에서 따돌림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상황, 아내의 충고와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 소녀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빌이다. 빌 역시, 미혼모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온정의 손길을 베풀었기에, 빌은 엄마의 품에서 무사히 자랄 수 있었다.
섬세한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극의 일부처럼 녹아든 킬리언 머피의 미묘한 표정연기와 톤의 변화 같은 내면 연기로 인해 한층 풍성해진 인상이다. 엄마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을 응시하는 슬픔을 머금은 아련한 눈빛, 이성적 판단과 가슴의 외침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현재의 흔들리는 눈빛, 어떤 선택을 한 후의 결연한 눈빛까지. 눈빛 하나로 서사와 대사를 갈무리하는 킬리언 머피의 열연이 돋보인다. 소설의 배경(웩스퍼드 카운티의 뉴로스)에서 촬영했고, 세트가 아니 지역의 주택과 수녀원 등을 그대로 활용해 촬영한 덕분에 80년대 아일랜드의 정취가 물씬 살아 있어 몰입감을 높인다. 올해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었으며, 은곰상(조연연기상)을 수상했다. 킬리언 머피와 <피키 블라인더스> 시리즈를 함께했던 팀 밀란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24년 12월 11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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