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배우: 크리스티안 프리델, 산드라 휠러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5분
개봉: 6월 5일
간단평
새롭게 정착한 아우슈비츠에서 다섯 자녀와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던 회스 부부. 남편 ‘루돌프’(크리스티안 프리델)의 전근 명령 소식에 평화롭던 가정이 위협받기 시작한다.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가 애써 가꾼 집을 떠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는 남편, 풀 한 포기 없던 허허벌판을 정성스레 가꿔 알록달록하고 푸르른 정원으로 탄생시킨 아내 그리고 올망졸망한 다섯 명의 아이. 한 발짝 떨어져 보면 단란하고 모범적인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가족이다. 그러나 남편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소장이라면? 그가 골몰하는 문제가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소각’할 것인가 라면?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이 <언더 더 스킨>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여느 홀로코스트 영화처럼 피해자 혹은 가해자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한 가족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한나 이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악은 악한 마음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무사유에서 생겨난다)을 실감케 하는 작품이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았던 실존 인물 ‘회스’ 부부. 이 영화는 두 인물을 통해 과연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그 인간성 상실의 현장을 치밀하게 설계한 공간과 롱테이크 촬영, 정교한 미장센과 사운드 그리고 임팩트 있는 대사로 그려냈다. 감독은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참상이 과연 과거사에 불과한지 현재진행형은 아닌지 객석에 생각할 계기를 주고 방관하고 행동하지 않는 우리를 돌아봤으면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4관왕을 비롯하여 올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찬사받았다. <추락의 해부>로 명연기를 선보인 산드라 휠러가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자기만의 왕국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아내로 분해 절제된 연기로 악의 본질에 대해 곱씹게 한다.
2024년 6월 5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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