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셀린 송
배우: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장르: 드라마, 로맨스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5분
개봉: 3월 6일
간단평
단짝인 12살 ‘해성’과 ‘나영’. 나영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가면서 해성의 인생에서 첫사랑 나영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12년 후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던 ‘나영’(그레타 리)은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사랑 ‘해성’(유태오)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양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서양인 남자. 어느 새벽 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세 남녀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동양인 남녀는 부부일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일까.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듯한 서양인 남자는 누굴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오프닝부터 감독의 센스가 읽히는 <패스트 라이브즈>다. 이별의 12살, 탐색의 24살 그리고 만남의 36살까지 끊어질 듯 닿을 듯한 인연을 이어간 두 친구의 이야기를 풋풋하면서도 세련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절제와 담백의 묘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7천 겁의 인연이 쌓여야 부부라는 등 ‘인연’을 주요한 테마로 하지만, 이의 실현과 발현에 매몰되거나 골몰하지 않은 점이 영화의 미덕이다. 아름다웠던 지나간 시간을 동력 삼아 오늘의 현실을 미래의 삶을 가열하게 살아갈 이들이 비로소 마주보게 된 한때를 애틋하면서도 아련하게 그리고 있다.
드라마틱한 서사나 극적인 전개가 없는 일견 심심하고 잔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게 되는 까닭은 영화가 지닌 보편적인 소구력과 곱씹게 되는 대사의 힘 덕분이다. 셀린 송 감독이 언급했듯이 ‘누구나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이동을 경험’하기에 두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이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 <넘버3>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자 극작가인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A24와 CJ ENM이 공동 투자/배급했다. 전 세계 영화제에서 75관왕 석권, 210개 부문 노미네이트의 놀라운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2024년 3월 6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